소설리스트

구남친이 내게 반했다-93화 (93/104)

93. 한 발자국만큼 가까워졌다

2018.03.19.

하얀 햇살이 속눈썹을 간질였다. 보드라운 이불이 손끝에 매만져지자, 포근한 잠에 빠졌던 온몸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그제야 감은 눈을 뜬 나봄은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바라보았다.

내 몸을 두 팔로 꼭 감싸 안은 채 곤히 잠들어 있는 이 남자.

숨소리마저도 어쩜 이리 예쁜지, 마음이 동해서 가만두질 못하겠다. 원래 자는 사람은 건드리지 말라고 하지만 나봄은 지금 솟구치는 애정을 마음껏 표현하고 싶다.

“태오야, 일어나. 아침이야.”

나봄은 손끝으로 태오의 코끝을 톡톡 건드렸다.

그러자 태오는 잠시 뒤척이는가 싶더니.

“음…….”

나른한 신음 소리를 내며 고갤 돌렸다. 그 순간 눈앞에 드러나는 옆선은 날카롭고 선명한 것이 평소보다 더 매끈해 보이는 듯했다.

“태오야, 계속 잘 거야? 조식 먹으러 가야지.”

나봄은 그런 태오에게 더욱 몸을 밀착시키며 괜히 아이처럼 보챘다.

그래도 계속 잠에서 깨지 못하고 있던 태오는 그녀의 손이 본격적으로 허리를 쓰다듬기 시작하자 그제야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간지러워.”

그러고 나서 눈을 뜨니 아침 햇살과 함께 그를 반기는 건 나봄의 뽀얀 얼굴이었다. 강렬하게 불타올랐던 지난밤과 달리, 그녀는 편안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넌 어쩜 이렇게 낮과 밤의 온도가 다른 걸까.

이러니까 내가 너한테서 빠져나오질 못하지. 매력을 전부 알았다 싶으면 또 다른 매력이 등장해서, 다시 온 마음을 뒤흔들어 놓잖아.

“잘 잤어?”

태오는 여러모로 사랑스러운 나봄을 꼬옥 끌어안으며 물었다. 나봄은 그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고는 도톰한 입술을 움직여 대답했다.

“응, 니가 안아 줘서 따듯하게 잘 잤어.”

말을 할 때마다 움직이는 입술이 태오의 쇄골을 간질였다. 순간 온몸에 기분 좋은 소름이 돋아난 태오는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빼며 말했다.

“하하. 비켜, 간지러워.”

“왜 자꾸 뒤로 가?”

“간지럽다니까. 나 지금 예민하단 말이야.”

“알았어. 간지럽다는 부위는 안 건드릴게. 도망치지 마.”

나봄은 그리 말하며 태오의 등을 달래듯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녀가 한 번 더 입술을 가져가는 부위는 태오의 약점인 쇄골 근처였다. 장난기가 발동한 그녀는 그가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하고 싶다.

“아, 거기 안 건드린다며!”

간지러움을 참지 못한 태오는 나봄을 밀어내려 했다. 그러나 태오를 괴롭히는 데 맛 들린 나봄은 짓궂은 키스를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입술은 더욱 더 깊숙이 태오의 목덜미를 탐한다.

“한나봄!”

결국 참다못해 터져 나온 태오의 커다란 고함.

태오는 나봄의 어깨를 부여잡았고, 단숨에 그녀의 위로 덮쳐 올랐다. 한순간에 밑에 깔려 버린 나봄의 눈동자가 놀란 토끼처럼 휘둥그레졌다.

“안 건드린다며.”

“응?”

“왜 이렇게 나를 괴롭혀. 어?”

태오는 급격히 낮아진 목소리로 그녀를 다그쳤다.

하지만 아무리 입꼬리가 내려가도 눈가는 싱글벙글. 좀처럼 웃음기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나봄은 그런 그를 보며 장난기 넘치는 미소만 지어 보였다. 그러자 태오는 나봄의 어깨를 좀 더 힘주어 누르는가 싶더니.

“안 되겠어. 나도 건드리고 싶은 만큼 건드려야지.”

조금도 무섭지 않은 엄포를 꺼내 놓았다.

그러고는 복수라도 하듯, 나봄의 쇄골 근처를 집요하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앗! 키스마크 남겠어!”

나봄은 뒤늦게 저항해 봤으나 별 소용은 없었다. 이미 태오의 손은 그녀의 허리로 진출해 있었기에.

보드라운 살결을 쓰다듬는 그의 손길은 간지럽기보단 상냥했다. 목선을 따라 올라가는 혀끝도 장난기보단 애정이 가득했다.

이럴 줄 알았어. 역시 복수를 빌미로 엉큼하게 굴고 싶었던 거야.

나봄은 이제야 태오의 본심을 알아챘지만 굳이 말리지는 않기로 했다.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라 버린 여행이 아쉽게 느껴지는 건 나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달려드는 그를 힘주어 끌어안고 한 손으론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주며.

“그래, 너 마음대로 해. 바보야.”

그의 귓가에 나른한 목소리를 속삭이자, 태오는 그제야 얼굴을 끌어 올려 나봄의 입술을 머금기 시작했다. 바라고 원했던 만큼 마음껏.

내 가슴을 가득 적시는 당신의 사랑. 내 입술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당신의 온도.

이 모든 것이 오롯이 전해지는 지금은 먼 훗날 한 번쯤 돌아오고 싶은 순간이 될 것만 같다.

드디어 나의 너를 온전히 품고 있는 느낌이 든다.

* * *

“하아…….”

태오의 집 근처 공중전화에 긴 한숨이 흘렀다. 근원지는 수화기를 든 채 가만히 굳어 있는 차준의 입술이었다.

눌러야 할 전화번호는 정확히 알고 있지만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

굳은 차준의 표정은 이 순간, 통화 상대가 얼마나 부담스럽고 어려운 사람인지를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다.

하지만 결심한 듯 마른침을 삼킨 그는 떨리는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버튼을 눌렀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뚜루루루―

길게 늘어지는 통화연결음.

―여보세요……!

그러나 그 끝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급했다. 차준의 연락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아쉬는 숨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선우차준?

“…….”

―너 맞지. 우리 태준이는…… 태준이는 어떻게 됐니.

물론 그녀의 관심사는 차준이 아니었지만.

그걸 이미 알고 있었던 차준은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퇴원 수속은 차질 없이 밟았고, 지금은 형이랑 안전한 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태준이 건강 상태는 어때? 아파 보이진 않아? 다리는?

“전부…… 다 괜찮아요. 형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하아…….

그제야 새어 나오는 서 대표의 안도의 한숨.

그걸 들은 차준은 눈빛에 어려 있던 긴장을 늦추었다. 그러고는 단조로운 목소리로 제 할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 있는 곳에선 오늘 떠나야 합니다. 애초부터 짧은 기간 동안만 빌린 거라…….”

―그럼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인데.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이틀 동안 은신처를 마련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회장님의 눈을 피해 숨을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닐 거야. 태준이 퇴원했다는 사실은 조만간 노친네 귀에 들어갈 테니까.

“네, 그래서 말인데…… 부탁드립니다. 형이랑 둘이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해 주세요.”

이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 차준은 어떤 사소한 부탁도 서 대표에게 해 본 적이 없었다.

애초부터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고, 그럴 사이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태준의 곁으로 돌아가려하면 할수록 서 대표에게 손 벌릴 일도 늘어만 가는 것 같다.

마치 세 사람이 어느 누구도 제외할 수 없는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듯이.

그런 관계를 설명하는 단어는 차준도 알고 있었으나, 그는 거기까진 기대하지도 않기로 했다. 서 대표와는 태준을 매개체로 연결되어 있을 뿐, ‘가족’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

―지금 당장 김 실장에게 연락해서 지낼 수 있는 곳을 마련해 놓으라고 할게. 태준이가 편하려면 아무래도 호텔 쪽이 나을지도 모르겠구나. 나만 알고 있는 협력 업체가 몇 군데 있으니까 걱정 마.

서 대표는 흔쾌히 차준의 부탁을 수락했다.

그녀를 움직이게 만든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기에 고맙다는 인사는 하지 않았다.

그건 당신이 건넨 도움의 손길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는 무언의 표시였다.

“그럼…… 두 시쯤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준비 부탁드립니다.”

그녀에게 할 말을 전부 끝낸 차준은 군더더기 없는 마무리 멘트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수화기를 귓가에서 떼어 내려던 그때.

―……너는 좀 어떠니?

서 대표의 질문이 꺼내졌다.

태준이 아닌 차준에 대한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관심을 받은 차준은 섣불리 입술을 떼어 내지 못하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이 두렵고 어떤 것이 불안한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말해야 할까.

한 번도 내 얘기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수많은 대답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뒤죽박죽 엉킨다.

―아…….

그것이 침묵이라 여겼는지, 서 대표는 흐린 탄식을 내뱉었다.

그런 뒤 이어 내는 말은 한 번도 드러내 본 적 없었던 차준에 대한 걱정이었다.

―아무래도 뒷감당이 힘들 정도로 일을 벌여 놓은 것 같아서.

“…….”

―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물어보고 싶었어. 너의 귀엔 이런 뒤늦은 안부가 괜한 오지랖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끝이 흐린 서 대표의 목소리에선 차준과 비슷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가 그렇듯이, 그녀도 아득히 먼 서로의 거리감을 무시할 순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왕 끊지 못하게 되어 버린 당신과의 인연. 오지랖이라는 말로 왜곡시키고 싶진 않았던 차준은 제 마음을 똑바로 전하기로 했다.

“뒷감당할 필요도 없이 제 발로 나올 겁니다. 어차피 우드레일엔 별 뜻도 없었으니까요.”

―…….

“그리고 뭐든 형이랑 같이해 볼 생각이에요. 지금 정해진 건 딱 그뿐이지만…….”

―…….

“어쨌든 저는 괜찮아요. 그렇게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돼요.”

마지막 말을 내뱉을 때쯤 차준의 가슴은 불안하리만큼 옥죄어 들었다.

혹시나 그녀의 걱정이 차준이 달래야 할 만큼 진심은 아니었을까 봐.

그저 형식적인 말에 너무 내 얘길 길게 한 건 아닐까, 살짝 겁이 난 그는 결국 숨을 죽이고 말았다.

그러나 뒤따라온 서 대표의 대답은 차준의 그런 불안감을 모두 가시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걱정 안 해.

“…….”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내가 책임질 테니까.

언제나 형만을 품고 있었던 그녀의 두 팔.

그 손길이 드디어 나에게까지 닿았다. 어린 시절 상상으로만 가늠해 봤던 온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따스했다.

순간 목이 멘 차준은 한 마디도 더 내뱉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네.”

겨우 흘려보낸 짧은 한 마디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감정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30년 동안 멀어지기만 했던 발걸음이 드디어 처음으로 한 발자국만큼 좁혀지려나 보다.

* * *

[잘 쉬다 갑니다. 집 정리는 말끔하게 해 놨으니 걱정 마세요.]

차준의 문자가 도착했다.

그걸 본 태오의 입술 새로 옅은 웃음이 샜다.

“하, 싸가지는 없어도 양심은 있다 이건가. 신세 지고 나니까 존댓말을 쓰네.”

그가 내뱉는 혼잣말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으나, 사실 그건 안도와 비슷한 의미였다.

약속된 2박 3일 안에 잘 나가는 걸 보니 개인적인 문제들은 무사히 해결이 된 모양이다.

이제야 겨우 한시름 놓은 태오는 남몰래 옅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태오야, 짐 다 챙겼어?”

그때, 차준의 문자를 확인하느라 멀뚱히 서 있던 태오에게 나봄이 물었다.

공항으로 떠나기 위해 짐을 싸고 있던 태오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아, 거의 다 챙겼어. 잠깐만 기다려.”

그러고는 멈춰 두었던 손을 다시 분주히 움직이며 대답하자, 이미 제 캐리어를 문 앞까지 옮겨 놓은 나봄은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내가 뭐 도와줄 건 없어?”

“없어. 티셔츠만 집어넣으면 되는데, 뭐.”

“선반 위에 있는 것도 다 챙겨야 하잖아. 저걸 내가 도와줄까?”

“괜찮다니까. 가만히 쉬고 있어.”

나봄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던 태오는 그녀의 도움을 극구 사양했다.

하지만 뭐라도 거들고 싶었던 나봄은 호텔 방 군데군데 흩어져 있는 태오의 짐들을 한데 모아 놓기로 했다.

어차피 퇴실 시간까지 얼마 남지도 않은 지금은 한 명이라도 거드는 게 나았다.

“태오야, 프러포즈 시계랑 꽃다발은 쇼핑백에 넣어 둘게.”

“거참, 내가 한다니까.”

“가만있기 심심해서 그래. 침대 탁자에 있는 거 다 니 물건이지?”

나봄은 태오가 더는 말리지 못하도록 고집을 부리듯 나섰다.

“어, 내 물건이긴 한데…….”

애초부터 그녀를 이길 순 없었던 태오는 난처해하면서도 순순히 대답했다.

나봄은 그런 태오를 향해 싱긋 웃어 주고는 침대 머리맡에 놓인 그의 물건들로 시선을 옮겼다.

거의 쓰는 걸 못 본 안경. 평소에 그가 차고 다니는 가죽 팔찌. 여행 온다고 고심해서 고른 티가 나는 유니크한 피어싱.

이런 자잘한 것들은 전부 잃어버리지 않게 백팩에 넣어 놓고.

여기까지 들고 온 업무 관련 서적들은 무거우니까 캐리어에 넣어 놓고.

“그리고 이건…….”

하나하나 정리하던 나봄의 눈에 손바닥보다도 작은 상자가 들어왔다.

혹시나 싶어 열어 보니, 그 안엔 나봄의 손에 딱 들어맞을 법한 예쁜 로즈골드빛 반지가 들어 있다.

이게 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여기에 덜렁 놓여 있는 건지는 그의 프러포즈를 망친 나봄이 제일 잘 알았다.

아직 받진 않았으니까 내 물건은 아닌데. 나를 주려고 했던 건 확실한 상황.

그럼 내가 이 반지를 가져가야 하는 걸까. 아니면 태오의 가방에 도로 넣어 놔야 하는 걸까. 심각하게 고민해 보고 있으니.

“그거 내 거야.”

어느새 그녀에게 시선을 둔 태오가 냉정한 대답을 내뱉었다.

뜨끔한 나봄은 반지를 발견했을 때보다도 당황한 표정으로 태오를 마주했다.

“으, 응?”

“너 주려고 준비하긴 했는데 줄 기회가 없었으니까.”

“아…….”

“그래서 아직 내 거야. 이리 줘.”

태오의 말엔 반박할 거리가 없었지만 나봄은 왠지 아쉬워졌다.

어차피 프러포즈도 받아 주었겠다, 너는 약혼의 증표로 시계를 갖고 나는 반지를 갖고 그러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아…… 응, 니 가방에 넣어 둘게.”

미련이 남은 나봄은 그리 대답하면서도 반지에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

눈썰미 좋은 태오는 왜 하필 골라도 이렇게나 예쁜 걸 골라서, 그녀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인이 제 것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반지 케이스를 닫아 둔 그 순간.

“한나봄.”

태오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나봄은 케이스를 쥔 채 그에게 다시 시선을 두었다.

그러자 나직이 이어지는 태오의 말은.

“그 반지는 조만간 제대로 분위기 잡고 줄게.”

“…….”

“그때까진 모르는 척 좀 해 줘라. 나도 너 좀 감동받아서 울게 해 보자.”

태오가 그녀에게 부탁하듯이 장난스럽게 손을 모았다.

눈가에 어린 웃음기는 그 어떤 부탁이든 들어주고 싶게 만들었다.

하긴, 내가 널 기다리게 한 세월이 얼마인데! 니가 분위기 잡는 시간쯤이야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지!

“난 감동받을 준비 끝났으니까 언제든 줘!”

마음을 다잡은 나봄이 잔뜩 힘을 준 목소리로 말했다.

“뭐?”

“하나도 몰랐던 것처럼 깜짝 놀라 줄게!”

어느 때보다도 비장한 그녀의 눈빛을 보니 반지가 정말 마음이 들긴 한 모양이었다.

그런 나봄이 마냥 귀여웠던 태오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푸핫, 그걸 미리 말해 버리면 어떡하냐.”

태오는 정말 기분 좋아서 웃을 때 그 기다란 눈매가 반달이 된다.

그 얼굴은 무척이나 사랑스러워서 나봄은 또 한 번 그에게 엉겨들 뻔했다.

좀처럼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오늘 아침처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