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이별 후유증을 달래 주는 법
2017.12.18.
나봄의 집 근처 펍.
나봄은 오랜만에 칼퇴근한 소라와 여유를 즐기러 나온 참이었다. 비록 술을 너무 못해서 음료수나 다름없는 무알콜 칵테일만 홀짝이고 있지만 소라는 전혀 개의치 않고 건배를 청했다.
“자! 우리 나봄이의 새로운 연애를 위하여!”
“하하, 위하여.”
비록 내일이면 다시 출근해야 할 처지였으나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켜는 소라는 모든 근심 걱정을 내려놓은 듯 보였다.
하지만 그에 비해 나봄은 웃고 있어도 왠지 착잡해 보인다.
그녀를 만나고 나서부터 그 심상찮은 기색을 눈치챘던 소라는 한 번에 반이나 비워 버린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크으, 요즘 한창 벚꽃 날아다닐 때일 텐데 어째서 그렇게 힘이 없어 보이냐.”
“어? 내가?”
“시치미 뗄 생각도 하지 마. 난 남자 친구 자랑 들어 줄 각오하고 나온 건데 여태 걔 얘긴 한 마디도 안 했잖아.”
정말 귀신같은 기지배.
정곡을 찔린 나봄이었지만, 굳이 고민을 드러내고 싶진 않아서 일단은 고개를 가로저어 보기로 했다.
“꼭 자랑이라는 걸 해야 하나.”
그러나 소라의 의구심은 그 말에 더욱 짙어졌다.
“어머, 얘 정말 수상하네.”
“도대체 뭐가.”
“차준 선배에 대한 얘기는 우리 집까지 직접 찾아와서 조잘거렸잖아. 귀에 아주 딱지가 내려앉을 지경이었구만.”
하긴, 소라에게는 차준에 대한 상담을 너무 많이 요청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중에는 사실 태오에 관한 얘기도 섞여 있었는데, 실명을 밝히지 않고 너무 에둘러 꺼내는 바람에 그것마저 차준에 대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소라는 어떤 고민이든 제 일처럼 잘 들어 주고,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게끔 잘 도와주는 친구였다.
그런 그녀에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 고민거리를 꺼내 놓아도 괜찮을 거라 생각한 나봄은 결국 짧은 한숨과 함께 며칠 전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실은 말이야. 얼마 전에 태오랑 데이트를 했는데.”
“응, 했는데?”
“자기 탓이 아닌데도 자꾸만 사과를 하는 거야. 정말 별일 아니었는데도.”
“별일 아니라면 예를 들어 어떤 걸 말하는 거야?”
소라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나봄은 지난 주말 데이트를 처음부터 회상하며 그가 미안하다고 했던 숱한 순간들을 떠올렸다.
“뭐…… 점심때 가기로 한 레스토랑에서 주차하느라 10분 늦었는데 예약이 취소된 거랑.”
“그건 어느 정도 단태오도 잘못이 있고.”
“카페 들어갔는데 직원이 물 쏟은 거랑.”
“그건 정말 단태오랑 전혀 상관없는 일이고.”
“아, 맞다. 비가 와서 공원 못 가게 된 것도 미안해했어. 심지어 그건 데이트 다 끝나고 우리 회사에 찾아와서까지 사과했다구.”
“응? 비 온 것도?”
나봄의 말을 들은 소라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단태오에게 서툰 구석이 있는 건 알았지만 그렇게 소심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는데…….
“최근에 싸웠어?”
소라의 질문에 나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전혀. 사이좋았어. 심지어 데이트하는 동안에도.”
“그럼 요 근래 걔 앞에서 울었어?”
“예전에 엘리베이터에 갇혔을 때 빼고는 운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엘리베이터에 갇혔어?! 언제!”
“아주 오래된 일이야. 심지어 태오랑은 사이도 별로 안 좋았을 때였는걸.”
그리 대답하는 나봄은 그때의 태오를 떠올리고 있었다.
사방이 어두컴컴해서 숨까지 막혀 오던 그 순간, 한 줄기 빛과 함께 다가온 태오의 손은 그녀를 구원해 준 동아줄과 다름없었다.
생각해 보면 내 마음이 열린 것도 그 날이었지.
‘……많이 무서워?’
‘혼자 못 있을 것 같아?’
‘알았어, 같이 있어 줄 테니까 무서워하지 마.’
맞아, 그날의 태오는 참 멋있었어.
“흠…… 난 걔가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는데 넌 뭐 짚이는 거 없어?”
소라가 태오를 떠올리며 미소 짓고 있던 나봄에게 물었다.
순간 태오를 회상하며 웃고 있던 나봄의 입꼬리가 살짝 굳었다. 그건 마음에 찔리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 반응을 놓치지 않고 본 소라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캐물었다.
“뭐 있구나! 그치!”
소라에게는 뭘 숨겨 봤자 소용이 없었다. 그 사실을 잘 아는 나봄은 긴 한숨 끝에 자신에게 상처받은 태오에 대해 조심히 털어놓기로 했다.
“실은…… 아직까지 우리가 헤어졌던 날을 못 잊어.”
“헤어졌던 날?”
“응, 5년 전에 내가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했던 걸.”
“뭐?! 너랑 단태오랑 지금 처음 사귄 게 아니란 말이야?!”
처음 듣는 얘기에 놀란 소라는 시끄러운 펍에서도 단연 돋보일 만큼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소라는 태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깨달은 나봄은 당황한 듯 손사래를 쳤다.
“아, 아! 그게 말이야! 제대로 사귄 건 아니고……!”
“뭐야! 뭐야! 그때 남자 친구 생겼다는 말 전혀 없었잖아!”
“말할 틈도 없었어! 고백도 갑자기 받은 거였고, 얼마 안 가서 바로 헤어졌었으니까!”
필사적으로 해명하던 나봄은 다시금 태오에게 미안해졌다.
나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그와의 연애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지나갈 만큼 그를 엑스트라 취급했었구나.
“얼마나 사귄 건데!”
“딱 2주. 그마저도 10일은 내가 연락을 피했을걸…….”
“데이트를 하긴 했어?!”
“한 번. 그러고 나서 두 번째 데이트 때 내가 헤어지자고 말했어. 첫 번째 데이트가 너무 불편하고 서먹해서…….”
소라의 추궁에 대답하는 나봄의 목소리는 시끄러운 공간에선 잘 들리지도 않을 만큼 흐렸다.
제 입으로 첫 이별의 얘기를 털어놓으면 털어놓을수록 태오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자책감만 거세진다.
그제야 앞뒤 맥락을 파악한 소라는 번뜩이는 눈빛을 거두었다. 그런 뒤 내리는 짧은 진단은 나봄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응. 강한 충격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난 뒤에 드러나는 정신적인 문제들.”
“아…….”
나봄은 혼란스러움 가득한 한탄을 흘려보냈다.
소라는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기 위해 휴대폰을 들었고, 별일 아닌 일에도 불안해한다는 태오에게 딱 맞는 증상 하나를 찾아냈다.
“여기 지나친 각성 증상이라는 게 있는데, 단태오가 아마 이쪽에 해당되는 것 같아. 이별의 원인이 니가 불편해했던 첫 데이트라고 생각하고, 그때와 비슷한 상황만 되면 조마조마해하고 경계하는 거.”
“…….”
“아마도 지난 주말 데이트가 얼마나 즐거웠느냐와 상관없이 그 녀석한테는 모든 순간이 절체절명의 위기였을 거야. 이유는 더 이상 말 안 해도 알지?”
소라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눈동자를 파르르 떨고 있던 나봄은 결국 더 이상 그녀를 마주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여 버렸다.
우린 분명 같은 이별을 했건만.
나에겐 그날이 누구에게 말할 가치도 없는 하찮은 에피소드가 되었고, 너에겐 5년이 지난 지금도 극복하지 못한 트라우마가 되었다.
하지만 니가 아직까지 상처를 지니고 사는 줄도 몰랐던 나는 무턱대고 진정시키고 달래 주는 데에만 급급했던 것 같다.
이미 지난 주말, 5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우리의 끔찍했던 첫 데이트 때로 돌아가 버린 너에게는 괜찮다는 나의 위로가 전혀 소용없었을 텐데…….
안 괜찮을 거라는 걸 아니까, 일 분 일 초가 숨 막히도록 두렵고 끔찍했을 텐데…….
“……나 어떡하지.”
먹먹한 나봄의 목소리가 테이블 위로 흘러나왔다. 소라는 뒤늦게 시작된 나봄의 걱정을 차분한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앞으로도 나랑 같이 있는 시간을 계속 무서워하면 어떡해?”
“…….”
“제 잘못이 아닌 일에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혹시 나한테 진짜 실수라도 저지르면 아무리 달래 줘도 소용없을 거 아니야.”
“…….”
“게다가 태오는 평소에 힘든 내색도 잘 안 해서, 나는 빨리 알아차리지도 못할 거야. 나도 모르게 걜 끝까지 내몬 다음에야 겨우 눈치채고 후회하겠지.”
점점 불안해져 가는가 싶던 나봄의 눈빛은 어느새 지난 주말의 태오와 비슷해졌다.
그녀는 지금 자신으로 인해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던 그가 또다시 자신을 만나 같은 고통을 되풀이할까 봐, 그게 가장 겁이 나고 미안해진다.
소라는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달리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뭐.”
그런 뒤 꺼내 놓은 말은 심각한 나봄과 달리 그저 태평했다.
그 말이 왠지 신경 쓰지 말라는 얘기처럼 들렸던 나봄은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니…… 어떻게든 불안해하지 않게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어지는 소라의 말은 매정하지만 일리가 있었다.
“본인 책임이 아닌 일에도 불안해하고 자책한다며. 그걸 니가 무슨 수로 막아 주냐?”
“그래도…….”
“너까지 휩쓸려 가지 말고 불안해하면 불안해하는 대로, 자책하면 자책하는 대로 가만히 내버려 둬. 대신 그 걱정이 전부 기우였다는 걸 니가 시간을 들여서 꾸준히 보여 주면 되잖아.”
그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걸 증명해 주기.
그건 어떤 상황이 닥쳐와도 태오의 손을 놓아 버리지 말라는 얘기와 같았다.
물론 나봄의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었으나, 시간으로 따지면 태오가 그녀를 기다려 줬던 시간이 훨씬 더 길었고 그녀에게 다가오기 위한 노력이 훨씬 더 많았다.
나봄은 진심으로 그리하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라는 이제야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감을 잡은 듯한 연애 초보 한나봄을 보며 씨익 시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여간 걔가 너 때문에 맘고생 한 거 생각하면 넌 평생을 다 바쳐서 애프터서비스 제대로 해 줘도 모자라겠다.”
그 후 그녀가 툭 내뱉은 말은 진심 반 농담 반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가슴 깊이 새겨 버린 나봄은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든 그의 곁을 지켜 주겠다고, 차고 넘칠 만큼 사랑해 주겠다고 또 한 번 다짐했다.
비구름처럼 흐렸던 태오의 얼굴이 다시금 맑게 갠 하늘처럼 빛날 때까지.
* * *
“선우차준은 아직 복귀 안 했나?”
평창동 본가.
저택에서 요양 중이던 서 회장이 서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차준이 이번 주도 회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직속 비서는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자택에 계신 것은 관리실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차준의 생사를 확인한 서 회장은 딱히 안도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제 형처럼 모진 성격은 못 되는군.”
그리 말하는 서 회장은 오히려 형보다 유약한 차준에게 짙은 실망감마저 드러내는 중이었다.
직속 비서는 그런 서 회장의 심기를 더욱 들쑤셔 놓을 만한 보고를 이어 나갔다.
“이사님이 진행하셔야 할 오찬이나 미팅은 전부 서미란 대표님이 대신 처리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중요 계약 건이나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
“이번 사태 때문에 선우차준 이사님의 입지는 줄어들고, 서미란 대표님의 입지는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대주주님들께서도 대표직은 서미란 대표님이 계속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십니다.”
“흠…….”
서 회장의 입에서 언짢은 기색이 역력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차준을 대표직으로 내세워 서미란의 영향력을 없애고, 선우태준도 집안에서 내쫓아 버릴 생각이었던 서 회장은 기어이 사고를 쳐 일을 복잡하게 만든 차준을 도저히 용인해 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불쾌한 사실은 서 회장에게 남은 후계자감이 이젠 차준뿐이라는 점이었다.
건강상의 문제 때문이라도 자신이 이 회사에서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으니, 서둘러 모든 실세를 차준에게로 넘겨 놓아야 하는데.
공과 사를 뚜렷이 구분하지도 못할 만큼 나약한 차준은 좀처럼 따라 주질 않고.
수심이 싶어진 서 회장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미간을 좁혔다.
그러고는 불리해진 상황을 타파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던 그때.
‘이런 식의 감정싸움으론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럴수록 비참해지는 건 폐가 될까 봐 여기 오지도 못한 그 사람뿐이잖아요…….’
‘그걸 조금이라도 알고 계시다면 사람들 앞에서만큼은 감정싸움을 자제해 주세요. 더 이상 엄한 사람 꼴만 우스워지지 않게…….’
소란스러운 연회장에서 서 대표를 상대하던 그 여자가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녀에 대한 정보를 들은 적은 없지만 정황을 봤을 때, 그녀는 차준이 제 마음대로 거래를 맺었다던 거래처의 팀장이 분명했다.
아마 이름이 한나봄이라고 했던가…….
차준이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것처럼 보였던 두 사람의 관계는 그 당시에도 흥미로웠다.
나약한 그의 약점이자 원동력이 되는 여자.
그녀 자체로는 이용 가치가 없겠지만 잘만 이용하면 차준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할 수 있는 리모컨 정도는 될 수 있을 터였다.
“한봄 도어락 한나봄 팀장과 선우차준의 관계…… 아직 유효한가?”
그럴싸한 묘수가 떠오른 서 회장은 돌연 날카로운 눈빛을 띠고 물었다.
서 대표 측에서 이미 조사해 둔 그녀에 대한 신상 정보를 은밀하게 넘겨받았던 직속 비서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칩거하시는 도중에도 한나봄 씨와 만나긴 했었습니다만, 연인 사이는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번 주말, 한나봄 씨와 우드레일 현장팀 단태오 대리가 함께 있는 정황이 포착되었으니까요.”
“그래? 이미 임자가 있는 여자였군.”
“네, 회장님.”
“그래도 별 상관없지만.”
태오의 존재를 가뿐히 무시한 서 회장은 제 직속 비서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당장 한서 그룹 회장님과의 만찬 취소시켜.”
그러고는 앞서 한 얘기와 전혀 상관없는 명령 하나를 내렸다.
한서 그룹 회장과의 만찬이 차준의 정혼 문제를 위해 이뤄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직속 비서는 당황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 자리를요? 회장님께서 어렵게 만드신 협상 테이블이지 않습니까.”
“지금의 선우차준에게는 한나봄이 필요해. 그 여자가 우선이야.”
그 대답은 얼핏 차준과 나봄을 이어 주려는 듯 비쳐졌으나, 그의 직속 비서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영세한 외주 업체는 절대 서 회장의 세계에 발도 들여 놓을 수 없을 테니까.
“혹시 선우차준 이사님의 협조를 위해 당분간 한나봄 씨를 활용할 생각이십니까.”
직속 비서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조소를 흘려보낸 서 회장은 이내 의미심장한 한 마디만을 내뱉었다.
“활용까지 할 만큼 질이 좋진 않지. 다만 손잡이 정도로는 써먹을 수 있겠어.”
그 안에서 느껴지는 악의는 직속 비서도 모른 척 외면하지 못할 정도로 짙었다. 그리고 그 악의는 서 회장의 시선이 닿지 않는 저택의 구석진 자리까지도 전해져.
“나봄 씨…….”
동생의 칩거 소식에 이미 마음이 내려앉은 태준에게도 적나라하게 와 닿았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태준의 눈빛엔 혼란이 가득 했다.
집안싸움과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서 회장의 눈에 들어 폭풍에 휩쓸리게 된 그녀.
원인은 모두 차준의 곁에 있어 달라 부탁했던 자신에게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던 태준의 표정에 짙은 어둠이 드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