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계급장 떼고 제대로 붙어 보자
2017.10.02.
유달리 길고 길었던 회의가 끝이 났다.
오고 간 안건은 무척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내용이 진지해지면 진지해질수록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봄은 회의 자료 귀퉁이에 필기해 놓은 프로젝트 중요 일정을 스케줄러에 옮겨 적었다.
“23일 5차 총회의. 24일 수정안 보고…… 좋아, 다 했다.”
그러고 나서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자 옆에 앉아 있던 태오가 픽 웃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 장난기가 가득한 걸 보니 또 놀림거리 하나를 찾은 모양이었다.
“왜 웃어?”
괜히 찔린 나봄은 그를 흘겨보며 물었다. 그러자 태오는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
“한나봄 스케줄 브리핑 잘 들었다.”
내가 이걸로 시비 걸 줄 알았어. 어쩐지 아까부터 자꾸 실실 웃더라니.
“안 그러면 어디까지 썼나 까먹으니까 그렇지.”
“누가 뭐래.”
“뭐라고 했잖아, 방금.”
나봄은 짓궂은 태오에게 투덜거렸다.
그러자 태오는 검지 손가락을 굽혀 그녀의 뾰로통한 입술을 툭 건드는가 싶더니.
“귀여워한 건데요.”
이내 심장을 저격하는 한 마디를 무심하게 툭 던져 놓았다.
하지만 그가 가볍게 던진 말에 맞아 숨이 멈출 뻔한 나봄은 두 눈만 휘둥그레 뜬 채 가만히 굳어 버렸다.
‘어떡해. 얼굴이 또 빨개져 버릴 것 같아!’
사람 마음을 훅 치고 들어와 놓고서도 그저 태연하기만 한 단태오는 가죽 백팩을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간 괜찮으면 커피 마시고 가. 내가 살게.”
이 와중에 태연하게 커피 타령이라니.
나봄은 요즘 들어 그에게 너무 많이 휘둘리는 자신이 걱정스럽지만, 그래도 뿌리치고 싶지는 않았다.
내 마음은 이제 나도 잘 모르겠다.
“가장 비싼 걸로 시킬 거야. 벤티 사이즈로!”
“그래라.”
“케이크도 두 개 먹을 거야. 배고프니까.”
“알았어.”
“초콜릿도 엄청 사야지.”
“와, 한나봄 때문에 나 파산 신청 하게 생겼네.”
나봄은 순순히 태오를 따라나서면서도 괜히 억울한 마음에 심술 아닌 심술을 부렸다.
그렇게 꽁냥거리며 고요한 세미나실을 빠져나가려던 그 순간.
“나도 합류해도 될까요?”
세미나실 앞쪽 단상에서부터 차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상치 못한 그의 등장에 놀란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보, 본부장님……?”
“피곤해서 커피 한 잔 마시려구요. 괜찮죠?”
차준은 싱긋 웃는 얼굴로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반면 그와의 거리감이 좁혀지면 좁혀질수록 태오의 미소는 싸늘하게 식어 갔다.
그의 올라간 입꼬리와 달리 딱딱하게 굳은 눈동자는 뭔가 기분 나쁜 의도가 있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 태연한 목소리도 억지로 꾸며 낸 것 같아서 듣기 싫어 죽겠다.
“커피 마시다 체할 일 있습니까.”
성질을 참지 못한 태오는 가슴속에 끓어넘치는 적대감을 필터링 없이 그대로 표출했다.
그러자 차준의 눈웃음은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머지않아 흘러나온 목소리는 잘 갈린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뭘 그렇게 경계하고 그러세요. 그냥 셋이 커피 한잔하자는 건데.”
“…….”
“꼭 엄마 뺏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어린애 같네요.”
차준이 농담조로 건넨 말은 결코 웃자고 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태오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패자, 그걸 본 나봄은 난처함 가득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중재했다.
“왜, 왜 이래요. 다들…….”
“난 아무 짓도 안 했어요. 한나봄 팀장님. 그냥 커피 같이 마시자고 한 것뿐인데, 뭐.”
“알았으니까 그만하세요.”
“저도 아무 짓 안 했습니다. 그냥 싫어서 싫다고 대답한 거지.”
“태오야, 너도 그만!”
고래 싸움처럼 살벌한 두 남자의 기 싸움에 등이 터져 버릴 지경이 된 나봄은 일부러 둘 사이를 막아섰다.
그녀가 태오를 바라본 채 그의 가슴팍을 손으로 막자, 그 뒤에 숨겨진 차준의 입술 새로 노골적인 웃음이 샜다.
“그래요. 긴장 풀어요, 단 팀장님. 나봄 씨 겁먹잖아요.”
저 재수 없는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태오의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참아 보려고 해도 한계를 자극하는 그는 아무래도 제대로 맞붙어 줘야 저 입을 다물고 있을 것 같다.
태오는 이글거리는 눈빛을 띠고 서슬 퍼런 막말을 장전했다.
바로 그 타이밍에.
♪♬♩♪♬―
난데없이 휴대폰 벨소리가 세미나실을 울렸다.
서로를 향해 있던 태오와 차준의 살벌한 시선이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아…… 잠깐 전화 좀 받겠습니다.”
그들 사이에 끼어 있던 나봄이 가방에서 요란하게 우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덕분에 잠시 중단된 기 싸움.
그러나 휴전인 와중에도 태오는 차준을 계속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차준 역시 그런 태오를 시종일관 눈웃음 띤 얼굴로 마주하며 쉬지 않고 도발했다.
바로 그때.
“예? 누가 와요? 아니, 그분이 왜…… 일단 알았어요. 곧장 갈게요.”
왠지 불길한 방향으로 흘러가는가 싶던 나봄의 통화 내용이 끝을 맺었다.
이내 당황한 표정의 나봄에게서 전해지는 건 두 남자의 열띤 싸움을 무색하게 만드는 비보였다.
“아…… 저, 중요한 손님이 저희 회사에 찾아오셔서 지금 바로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어?”
“뭐?”
“미안. 우리 커피는 나중에 마셔요.”
둘 중 하나가 붙잡아 볼 새도 없이, 나봄은 뛰쳐나가듯 다급한 걸음으로 세미나실을 벗어났다.
그 뒤를 쫓는 건 한순간에 뒤바뀐 그녀의 분위기를 알아챈 태오의 걱정스러운 시선이었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겼나. 분명 전화를 받고 많이 놀란 표정이었는데…….
태오는 혹시나 싶어 그녀를 따라가려 했다.
하지만 한 걸음을 미처 떼어 내기도 전에 놀랄 만큼 싸늘한 음성이 그를 붙잡았다.
“잠깐 나 좀 보죠?”
“…….”
“할 얘기가 있는데.”
잠시 애먼 곳으로 향해 있던 태오의 시선이 차준에게로 되돌아갔다.
다시 바라본 그의 표정은 언제 웃고 있었냐는 듯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태오는 나봄이 사라지고 나서야 본색을 드러내는 차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잘됐네. 나도 막 할 말이 생긴 참인데.”
그러다 꺼내 놓는 목소리는 차준 못지않게 한기를 띠고 있었다.
이젠 가운데서 말려 줄 사람도 없어진 지금.
띵띵―
두 남자의 주변으로 쩌렁쩌렁한 복싱 타임벨 소리가 울렸다.
누가 먼저 나가떨어질 때까지 격렬하게 이어질 치정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 * *
“저기…… 커피 괜찮으십니까?”
달달 떨리는 손으로 커피 잔을 쥔 한 사장이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전동 휠체어에 앉아 한봄 도어락 카탈로그를 읽고 있던 태준은 곧장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아, 괜찮습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신경을 안 쓰기엔 그의 존재감이 한 사장에겐 너무 부담스러웠다.
10년 전, 갑작스러운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우드레일의 후계자.
그의 절망을 모두가 한마음으로 안타까워했을 만큼 유난히 빛을 발하던 과거의 유명 인사.
지금까지도 종종 신문 특별 기사란에서 안타까운 인재로 회자되고 있는 그가 왜 누추한 한봄 도어락까지 찾아와 나봄을 찾는지, 한 사장으로서는 도저히 이해 못 할 일이었다.
“저…… 한나봄 팀장은 금방 도착하긴 할 겁니다. 택시 타고 온다고 했으니까요.”
한 사장은 벌써 30분째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태준에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불편한 몸이 무색할 정도로 고귀한 기품이 흐르는 태준은 아무리 나이 많은 한 사장이라도 쉽게 대할 수는 없는 상대였다.
그런 그의 불편한 기색이 어쩐지 미안하게 느껴졌던 태준은 조금 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제가 불쑥 찾아와서 괜한 민폐를 끼치고 있네요.”
“아니요, 민폐라니요! 같이 협업하는 관계인데 충분히 찾아오실 수 있죠!”
“저는 우드레일 직원도 아니고, 업무적인 문제로 찾아온 건 더더욱 아닌데요, 뭐.”
“그럼 대체 무슨 이유로 우리 나봄이를 찾는지…….”
바로 그 점이 내내 궁금했던 한 사장이 때를 틈타 물었다.
태준은 잠시 대답을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생각지도 못한 이름 하나를 꺼내 놓았다.
“선우차준…… 아세요?”
“알다마다요! 우드레일 ‘Lily’ 프로젝트를 총괄하시는 본부장님!”
“네, 그 녀석이 제 동생이에요. 저는 지금 동생 일 때문에 나봄 씨를 만나러 온 거구요.”
동생?
뜻밖의 관계를 들은 한 사장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태준은 한때 우드레일 후계자로 거론되었던 서재균 회장의 외손자. 그런 그의 동생이 선우차준이라는 얘기는 차준도 서 회장의 핏줄이라는 것을 뜻했다.
하긴 ‘선우’라는 성이 흔하지는 않지.
홀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한 사장에게 태준이 말했다.
“나봄 씨가 차준이한테 많은 힘이 되어 주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 얘긴 한 사장도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나봄이 한동안 잊지 못하고 힘들어했던 첫사랑도 차준이었고, 10년 만에 나타나서 다시 그녀를 흔들어 놓은 사람도 차준이었고, 얼마 전 술이 떡이 된 나봄을 데리고 들어온 흑기사도 차준이었으니까.
둘 사이를 심상치 않게 보고 있는 한 사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둘 다 아직 호감을 갖고 있는데.”
“두 사람 연인 사이인가요?”
“나봄이 말로는 아니라고 하는데, 또 모르죠. 다 큰 딸내미가 그런 거 시시콜콜 보고하는 거 봤나?”
그 소린 확실히 단정 짓지는 못해도 연인 비슷한 사이쯤은 된다는 의미였다.
이미 그런 쪽으로 짐작하고 있었던 태준은 그제야 한결 편안해진 미소로 안도 섞인 반응을 내비쳤다.
“그럼 나봄 씨가 확실히 도와줄 수 있겠네요.”
“우리 애가 뭘 도와줘야 합니까?”
“네, 지금 차준이한테는 나봄 씨가 꼭 필요해요.”
정확한 사정은 아직 듣지 못했어도 분명히 느껴지는 절실함.
그걸 눈치챈 한 사장은 의아한 시선으로 태준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 우연찮게 만났던 차준은 아무 탈이 없어 보였는데, 무엇이 저리도 걱정스러운 건지.
개인적인 사정까지 물어보긴 힘들었던 한 사장은 홀로 고민에 잠겼다.
바로 그때.
끼익―
한봄 도어락 주차장으로 택시 한 대가 멈춰 섰다.
“감사합니다! 잔돈은 됐어요!”
그 안에서 급하게 몸을 내리는 사람은 그들이 그토록 기다리고 있던 나봄이었다.
“나봄아! 얼른 와라! 손님 기다리신다!”
그제야 한시름을 놓을 수 있게 된 한 사장은 사무실 창문을 열고 그녀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토끼 같은 나봄의 눈동자가 단번에 사무실을 향했다.
떨리는 그녀의 시선 끝에 똑똑히 비치는 사람은 이전에 딱 한 번 우드레일 본사 앞에서 마주쳤었던, 차준과 꼭 빼닮은 이목구비의 그 남자였다.
“선우태준…….”
그를 단번에 알아본 나봄이 숨소리처럼 작은 음성으로 그의 이름을 흘려보냈다.
그런 그녀를 마주 보고 있는 태준은 곧바로 싱긋 웃어 보였다.
차준이 늘 짓고 있는 부드러운 눈웃음과 몹시도 닮은 미소.
하지만 오늘도 그의 미소는 차준의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
그가 차준을 닮은 것이 아니라, 차준이 그를 닮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 * *
“쓰리 샷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과테말라 안티구아 한 잔 나왔습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쓰디쓴 정도는 비슷한 커피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고요한 숨만 내쉬며 서로를 외면하고 있던 두 남자의 시선이 그제야 한곳에 모였다.
종업원이 건네주기 전에 직접 아메리카노 잔을 든 태오는 속이 타들어가는 만큼 커피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그 모습을 본 차준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천천히 마셔요.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그래야 빨리 본론 얘기하고 각자 갈 길 갈 거 아닙니까.”
그리 대답하는 태오는 조금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차준은 그런 태오가 흥미롭다는 듯 더욱 여유로운 목소리를 이어 나갔다.
“나한테 그렇게 적대적인 이유가 뭐예요?”
“그걸 몰라서 묻습니까.”
“아니요, 저는 아는데 단태오 씨가 모르시는 것 같아서 확인해 보려고 묻는 거예요.”
“…….”
“사실 단태오 씨도 알고 있는 거죠? 어차피 무슨 발악을 해도 나한테는 안 된다는 거.”
차준의 도발은 태오의 심기를 노골적으로 후벼 팠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태오의 눈빛은 불같은 그의 성미답게 벌써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그러나 차준은 그걸 똑바로 보고 있으면서도 한결같이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런 뒤 뒤이어 그가 꺼내 놓는 이야기는 다름 아닌 나봄에 관한 것이었다.
“예전부터 나봄이는 동정심이 많아서 길고양이 한 마리도 그냥 못 지나치던 애였어요.”
“…….”
“고양이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면서 밥을 챙겨 주고, 물을 챙겨 주고…….”
“…….”
“그래도 끝까지 키우지는 않았어요. 어쨌든 모든 건 사랑이 아니라 동정심이었으니까.”
태오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동요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그의 그런 마음까지도 전부 꿰뚫고 있는 차준은 이내 날카로운 눈빛을 띤 채 잔인한 본론을 찔러 넣었다.
“나는 니가 나봄이한테 딱 그런 존재밖에 안 된다고 생각해.”
“…….”
“그러니까 헛된 기대는 접는 게 좋을 거야.”
예의를 툭 잘라 버린 말투처럼 가차 없이 단호한 명령.
그의 사나운 경계심을 맞닥뜨린 태오는 미간을 좁혔다. 그건 얼핏 분노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머지않아 그의 입가에 맺히는 건 노골적인 비웃음이었다.
“그 얘기 하려고 부르셨습니까?”
“그렇다면?”
“전보다 거칠게 나오는 걸 보니까 불안해하고 있는 건 그쪽인 것 같은데…….”
그리 말하는 태오는 더 이상 차준의 앞에서 작아지고 나약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만큼 침착한 눈빛으로, 그는 차준에게 흔들림 없는 목소리를 이어 나갈 뿐.
“한나봄이 길고양이를 데려가서 키웠든 말았든,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
“내가 동정심 느껴질 만큼 불쌍하게 걔한테 휘둘렸던 건 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
“…….”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이만하면 적당한 반응입니까?”
처연하게 맞받아치는 태오는 차준의 심기를 할퀴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차준이 어떠한 대답 대신 한기 서린 시선만 되돌려 주고 있으니, 태오는 돌연 입가에 머금고 있던 웃음기를 싹 거두었다.
그러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차준을 노려보며.
“이제 내가 말할 차례인데…….”
“…….”
“니가 먼저 말 깠으니까 나도 깐다. 불만 있어도 닥치고 들어.”
이윽고 계급장마저 떼어 낸 거침없는 선전포고를 겨누었다.
칼날처럼 서슬 퍼런 독기에 차준의 미간이 노골적으로 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