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남친이 내게 반했다-7화 (7/104)

07. 너의 손가락 끝에

2017.05.22.

“네? 그게 정말이에요?!”

퇴근 시간 무렵의 한봄 도어락.

사무실에서 전화 한 통을 받은 나봄의 표정에 화색이 돌았다. 그토록 온 직원이 매달려 기다리던 우드레일과의 외주 협약 체결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나봄은 그동안의 노력을 떠올리며 감격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기대도 못 했는데 정말 다행이네요! 규모 차이가 너무 커서 최종 회의 때 떨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러자 수화기 너머의 우드레일 직원은 나봄과 상반되는 사무적인 목소리로 답했다.

―한봄 도어락이 소규모 업체이긴 하지만 여러 방면으로 검토해 본 결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그, 그런가요?”

―네, 물론 내부에선 이런저런 이견들도 많았지만 본부장님이 밀어붙이셨어요.

그가 말한 본부장님은 다름 아닌 차준이었다. 첫 미팅 때부터 열심히 응원해 주더니, 이번에도 역시 그는 큰 힘이 되어 주었다.

항상 이렇게 받기만 해서 어쩌나, 싶으면서도 나봄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실웃음을 흘렸다.

“하하, 본부장님이 마음에 들어 하셨다니 다행이네요.”

허나 그 뒤에 따라붙은 직원의 말은 다소 의외였다.

―네, 하지만 최종 선정된 건 현장 팀장님의 선택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네?”

―그분이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총괄하고 계셔서 가장 영향력이 크거든요. 그렇게나 까다로우신 분이 용케 반대를 안 하셨어요.

“아아…….”

그건 꼭 희소식을 정하는 직원조차 한봄 도어락에 회의감을 갖고 있다는 뉘앙스 같았다.

그러나 나봄은 그런 사사로운 감정보단 단태오의 선택이 더 의아하게 느껴졌다.

첫 미팅 때부터 으르렁거리며 온갖 트집을 잡아 대던 걸 보면, 모두가 찬성해도 단태오만큼은 결사반대하고 나설 줄 알았는데.

어쩐 일로 내 편을 들어 줬지?

―아, 그리고 한 가지 확인할 게 있는데, 프로젝트 시작에 앞서 간단한 브리핑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내일 스케줄 괜찮으신가요?

나봄이 의문을 품을 때쯤 직원은 본론을 꺼내 놓았다. 나봄은 잠깐 딴 곳으로 틀어졌던 정신을 다잡고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내일 시간 괜찮습니다!”

―그럼 내일 오전 열한 시, 현장팀이 근무하는 우드레일 퍼니쳐팩토리에서 뵙죠. 주소 보내드리겠습니다.

“현장…… 팀이요?”

―네, 말씀 드렸잖아요. ‘Lily’라인은 현장 팀장님이 총괄하고 계시다고.

차라리 차준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내일 상대해야 할 사람이 태오라는 사실에 나봄의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와는 만나기만 하면 삐걱대는 사이이니 원활한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서라도 깊이 엮이는 건 삼가고 싶었다.

“그럼…… 내일 아니면 현장 팀장님은 뵙기 힘들겠네요! 모든 걸 총괄하시는 분이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테니까…….”

그래서 노골적인 바람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스레 묻자, 직원은 가차 없는 대답을 망설이지 않고 꺼내 놓았다.

―아니요, 그래도 얼굴은 매일 보게 될 겁니다.

“네?”

―한나봄 팀장님은 이제부터 단태오 팀장님과 모든 스케줄을 같이하실 예정이니까요.

이럴 수가.

순간 나봄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에 제대로 입도 다물지 못했다.

5년 전 이별하던 날, 단태오는 나봄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다시는 눈에 띄지 말라 엄포를 놓았었건만.

어쩌다 보니 다시 눈에 띈 것도 모자라 매일같이 얼굴을 부대끼고 지낼 처지가 되어 버렸다.

“아이고…….”

순간적으로 가슴이 체한 듯 답답해진 나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그녀의 속사정을 모르는 직원은 조언이랍시고 불가능한 얘기를 던져 놓았다.

―단 팀장님이 예민하고 까다로운 분이긴 하지만 최대한 좋은 관계를 유지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좋은 관계라…….

할 수 있었으면 진작 했을 거다. 적어도 그에게 과거의 악감정만 없었더라도 지금 나봄의 걱정은 훨씬 적었을 거라고 본다.

―그럼 다른 중요 사항은 이메일로 발송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만 끊겠습니다.

뚝―

정 없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우드레일로부터 걸려 온 통화는 마무리되었다.

나봄은 오늘 그토록 기다렸던 협약 체결 소식을 들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세상 다 끝난 듯 착잡하기만 했다.

그런 그녀를 사무실 밖에서 지켜보고 있던 한 사장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넌지시 물었다.

“나봄아, 우드레일이 뭐라더냐?”

“아, 프로젝트 ‘Lily’는 우리랑 진행하기로 했대요.”

“뭐?!”

그녀의 안색과는 전혀 다른 성공적인 결과.

한 사장의 얼굴에 엄청난 기쁨이 번졌다. 곧바로 몸을 돌려 공장 직원들에게로 달려가는 그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였다.

“우리의 한나봄 팀장님이 무려 우드레일과 외주 계약을 따왔습니다! 여러분!”

“와아아아! 그게 정말입니까! 사장님!”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래!”

나봄이 전해 준 기적 탓에 한봄 도어락은 삽시간에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저리도 즐거워하는 모습은 제법 오랜만이라 참 보기 좋았으나…….

그녀는 앞으로 견뎌야 할 심술맞은 그 녀석이 걱정이다.

피난처가 있는 우드레일 본사와 우드레일 퍼니쳐팩토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지도로 확인해 봐야겠다.

* * *

우드레일 퍼니쳐팩토리.

“어머, 저거 단 팀장님이야?”

“오늘 중요한 약속이라도 있으신가?”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단태오가 등장했다.

언제나 작업복 차림이었던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로 잔뜩 멋을 내고 온 상태였다.

“요 앞 주차 금지 팻말은 왜 쓰러져 있습니까? 들어오면서 딱 보이던데 누가 치워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런 과한 변화가 본인도 민망스러웠는지, 태오는 괜히 별거 아닌 일로 시비를 걸었다.

기분에 따라 불평불만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그를 잘 알고 있는 현장 팀원들은 그 말엔 대꾸도 않고, 저마다 본격적인 감탄사를 늘어놓았다.

“단 팀장님! 오늘 옷이 화려하네요! 소개팅이라도 나가십니까?”

“소개팅은 뭔…….”

“작업복 차림이 아니라 낯설어요! 못 알아볼 뻔했네!”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마시고 누가 밟기 전에 주차 금지 팻말이나 제대로 세워 놓으세요.”

태오는 호들갑을 떠는 팀원들에게 까칠한 반응을 내비치며 제 사무실로 향했다. 슬슬 귀가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귀를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그때.

“어이, 단태오 씨. 오늘 쫙 빼입고 왔네?”

생산직장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고슴도치 태오를 유독 편히 부르는 목소리가 뒤에서부터 따라붙었다.

총총거리는 걸음으로 태오의 곁에 바짝 다가서는 그녀는 오피스가구 디자인 파트장 허유리였다.

태오보다 두 살 많은 그녀는 사교성이 워낙 좋아서 태오가 입사하던 첫날부터 유일하게 편히 다가와 주었다.

“오늘 외주 업체랑 브리핑 있어.”

“그래서? 팀장 체면 좀 차려 보려고 예쁘게 꾸민 거야?”

“그냥 꾸민 거야. 짜증나는 수식어 떼.”

물론 사교성이 제로에 가까운 태오는 그녀에게 항상 딱딱하게 굴었으나, 그래도 내심 회사에서 가장 편하게 대하는 중인 것은 확실했다.

윗사람에게든 아랫사람에게든 정 없는 존댓말만 쓰는 태오가 유리에게만 친근한 반말을 사용한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외주 업체라면 한봄 도어락 말하는 거지? 본부장님 입김이 셌다고 들었는데…… 혹시 빽?”

유리는 최근 논란이 많았던 한봄 도어락에 대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데이트까지 준비할 만큼 나봄에게 호감을 가진 차준이니, 어찌 보면 빽일 수도 있겠지만.

“빽 아닌데.”

태오는 미간까지 좁혀 가며 매섭게 대답했다.

딱히 나봄을 챙겨 주고 싶었다기보단, 우월감에 젖은 눈빛으로 태오에게 조언을 구하던 선우차준이 나봄의 썸남이라고 믿기 싫어서였다.

그냥 그 인간 혼자 눈 돌아서 발광하는 거면 모를까.

어느새 공장 한구석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 도착한 태오는 유리문을 당겼다. 그리곤 발걸음을 돌리려는 유리에게 당부 아닌 당부를 남겼다.

“앞으로 한봄 도어락에 대해 괜한 헛소리 떠들고 다니는 놈들 있으면 입을 틀어막아 버려.”

“에이, 뭘 그렇게까지 신경 써.”

“협력 업체에 대해 나쁜 소문 돌아서 좋을 거 없잖아.”

그리 말하는 그의 눈빛에서 전해지는 묘한 이질감.

그걸 느낀 유리는 두 눈을 깜빡이며 태오의 얼굴을 물끄러미 관찰했다. 그러나 태오는 이질감의 정체를 확인할 틈도 주지 않고 곧바로 고갤 틀어 버렸다.

타악!

“흐음…….”

단태오 성격대로 매정하게 문이 닫혀 버리자 유리는 아쉬운 듯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통 바빠서 점심 식사 한번 제대로 못 했으니 함께 커피라도 마시고 싶었거늘, 태오는 오늘도 역시 도착하자마자 업무 태세였다.

분위기를 봐서 오늘도 점심을 거를 것 같으니 이따 도시락이라도 사서 넣어 줘야지.

유리는 자신이 태오의 유일한 직장 친구라는 것에 책임감을 느끼며 흐뭇한 마음으로 도시락 메뉴를 정했다.

그 순간.

와지끈!

우드레일 퍼니쳐팩토리 주차장에서 딱딱한 나무판자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놀란 유리가 커다란 창문 쪽으로 돌려 밖을 확인하자, 넘어져 있던 주차 금지 팻말을 그대로 밟아서 산산조각 내 버린 분홍 마티즈 한 대가 시선 끝에 걸려 왔다.

“뭐야! 뭐야!”

“엇! 우리 팻말!”

소란을 떨며 건물 밖으로 나간 직원들 때문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던 분홍 마티즈.

머지않아 그 안에서 나온 사람은 한봄 도어락의 팀장 신분으로 찾아온 한껏 당황한 상태의 나봄이었다.

공작새처럼 한껏 꾸민 태오만큼이나 직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그녀는 뒷바퀴 밑에 깔린 팻말을 보며 당황하더니, 이내 뛰쳐나온 직원들을 향해 인사 대신 사과부터 건넸다.

“죄, 죄송합니다……. 꼭 보상해드릴게요!”

토끼처럼 겁먹은 나봄을 확인한 유리는 놀란 기색을 정돈했다.

물론 그녀는 현장 팀장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업체 사람이지만, 단태오 팀장은 늘 그렇듯 손님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내버려 둘 게 뻔했다.

그래서 태오를 대신해 나봄을 접대하려 발걸음을 움직이니.

“뭐야. 한나봄 벌써 왔어?”

한 번 닫히면 좀처럼 다시 열리지 않았던 단태오의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머지않아 문 앞에 서 있던 유리를 지나쳐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가는 그 남자는.

“아, 쟨 오자마자 사고야…….”

싫은 소릴 하면서도 잘 세운 머리를 매만지며 접객에 나서는,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반짝반짝한 눈빛의 단태오였다.

* * *

“커피…….”

한 잔 타 줄까?

라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꺼내고 싶었는데, 입술을 떼자마자 나봄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그녀와 단둘만 남겨져 있는 사무실.

작은 입술 새로 새어 나오는 숨소리가 무척이나 심장 떨렸던 태오는 순간 해야 할 말을 까먹어 버렸다.

그래서 어중간한 위치에 선 채 멈춰 있자니.

“커피 타 달라고?”

나봄이 두 눈동자를 깜빡이며 물었다. 고개를 저어야겠다고 생각한 태오는 긴장감 때문에 그만, 그대로 끄덕여 버리고 말았다.

“오자마자 커피 심부름이네.”

혼돈의 도가니인 태오의 속사정을 모르는 나봄은 뼈 있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는 사무실 한편에 놓인 커피 머신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건 무척 민망하고 미안한 일이었으나, 태오는 그녀의 시선이 떨어진 틈을 타 흐린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만 안 하면 참 좋을 텐데 그녀만 보면 자꾸 온 신경이 멈춰 버린다. 머릿속은 하얘지고 바보가 된 것처럼 멍해진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없던 정신도 되돌아오게 만드는 일 얘기였다. 지금껏 태오는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일에 몰두해 고민스러운 상황을 잊어 왔다.

“인사는 생략하고 바로 브리핑 시작하지.”

그래서 이번에도 언제나처럼 업무 모드로 돌입하여 본론부터 꺼내 놓았더니.

“나 지금 커피 버튼 누르지도 않았어.”

태오가 본의 아니게 시켜 놓은 커피 심부름을 하고 있던 나봄이 말을 끊었다.

태오에 대해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나봄은 그의 이런 일방적인 행동들이 참 불만스럽게 느껴졌다.

사람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뭐야, 정말.

“아…….”

하지만 이것조차 긴장감이 빚어낸 실수였던 태오는 짧은 탄식을 흘려보냈다.

“그럼 빨리빨리 눌러. 시간 없으니까.”

그러나 뒤따라오는 말은 타박이었다.

이 순간 태오는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는 것보다, 그녀에게 휘둘리는 자신을 들키지 않는 일이 더 중요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나봄은 그런 태오가 몹시도 얄미워 견딜 수가 없었다.

업체가 업체이다 보니 회사를 위해 참고는 있지만, 마음 같아선 뜨거운 물이라도 끼얹고 싶은 심경이다.

그런 나봄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오는 사무실 책상 의자만 드륵 끌어당겨 앉았다.

그리고 입을 딱 닫아 버렸다. 그녀가 커피 머신 앞에 붙은 거울로 흘끔 살펴본 그의 얼굴은 온갖 인상을 쓴 상태였다.

‘그래, 차라리 그렇게 가만히 있어라.’

태오와는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없을 거라 확신하는 나봄은 커피 준비에나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쟁판 하나를 챙겨 들고 ‘밀크 커피’ 버튼을 눌렀는데.

“응?”

위이이잉 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건 뜨거운 물뿐이었다. 나봄은 커피 머신을 툭툭 두드려 보았지만 딱히 멀쩡해지진 않았다.

“여기 커피 믹스 다 떨어졌나 본데?”

나봄은 살짝 고갤 들어 태오에게 말했다. 그간 커피 머신 관리는 다른 조원에게 맡겨 놓았었던 태오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대답했다.

“기다려. 사람 불러서 봐 달라고 할게.”

“아니야, 내가 할 수 있어. 우리 회사에선 내가 커피 머신 담당이거든.”

나봄은 커피 믹스를 꺼내기 위해 찬장 서랍 문을 열었다. 그 모습을 본 태오는 벌떡 일어나 그녀에게 말했다.

“거기 못 조심……!”

하지만 손을 집어넣자마자 날카로운 통증이 그녀의 손가락을 덮쳤다. 태오가 미처 다 예고해 주지 못한 못에 찔려 버린 모양이었다.

“앗!”

나봄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깜짝 놀란 태오는 곧장 그녀 곁으로 내달렸다.

“아아…….”

“어디 봐. 괜찮아?”

아파하는 나봄이 걱정돼서 덥석 붙잡아 버린 손.

그건 사귈 당시에도 못 잡아 봤던 애틋한 손이었으나 태오는 의식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의 하얀 손가락 위에 빨갛게 맺히는 핏방울 때문에.

피가 난다. 어쩌지? 이 사태를 어찌하면 좋지?

맹렬하게 돌아가던 태오의 머리가 과부하를 일으켰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얘진 그는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입술로 가져갔다.

쪽―!

그렇게 입술로 가져와 버린 그녀의 손가락.

“아…….”

당황감 섞인 그녀의 목소리와 혀끝에 닿는 비릿한 피맛을 느끼며 태오는 얼핏 생각했다.

이게 아닌데,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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