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화
제4장. 르베이나 (34)
“그러니까 네가 세츠란 걸 알고부터 너희 친엄마가 너에게 신력으로… 소매치기하는 법을 가르쳤다는 말이야?”
놀라 되묻는 아한의 말에 수치스러운 듯 고개를 숙인 헬리오가 작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응… 하지만 잘 안 됐어. 나는 원래 신력 다루는 걸 배운 적도 없을 뿐더러 나쁜… 일을 하려고 하면 힘이 아예… 안 나왔거든.”
헬리오의 말에 아한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당연하지. 신력은 원래 정의로운 일에만 쓸 수 있으니까! 최근에 몇몇 예외 사례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근데 그런 기본은 너희 친엄마라고 해도 모를 수가 없을 텐데?”
아한의 말에 헬리오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알긴 했는데… 해서 안 되는 건 없다고… 그래서 많이 맞았어… 말 안 듣는다고.”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헬리오의 친엄마를 두고 있는 말 같았다. 그리고 모두 그런 헬리오를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특히 사나는 헬리오의 말을 들으며 계속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 사나를 힐끗 보며 헬리오가 말을 이었다.
“그때 제가 어설프게 소매치기를 하다 걸린 적이 있었어요. 그분이… 저를 용서해 주시는 대신, 제안을 하나 하셨어요.”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질문에 근접한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의 시선이 조금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헬리오는 결심한 듯 망설이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희 엄마에게 저를 팔라고 했어요.”
충격적인 단어와 상황에 사나가 소리쳤다.
“팔다니? 아이가 물건도 아니고 팔다니!!”그런 사나의 목소리에 잠시 눈치를 본 헬리오가 말했다.
“이렇게 살기엔 너무 아깝다고. 원하는 만큼 돈을 줄 테니 저를 팔라고 하셨어요. 엄마는 당연히… 좋아하셨고, 저도 좋았어요. 왜냐하면, 엄마한테는 매 맞은 기억밖에 없거든요.”
이어진 헬리오의 말에 사나가 다시 자리에 앉아 애써 치솟는 분노를 감추었다. 어린아이를, 그것도 친자식을 매일 때린 것도 모자라 못된 짓을 시키고 결국은 돈에 팔아 버리다니. 생각만 해도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그게 ’보토니에‘인가?”
하지만 조금도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물어오는 르베나의 말에 헬리오가 잔뜩 어깨를 떨며 대답했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냥 어떤 아줌마를 따라가다가… 소리치면 된다고 했거든요.”
말을 마치고 자신의 눈치를 보는 헬리오의 말에 르베나가 물었다.
“살려 달라고? 내게?”
르베나의 시선을 받은 헬리오가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사람을 칠뻔하고도 멈추지 않고 움직이던 마차가 떠올랐다. 그것까지도 그들의 계산이었겠지. 르베나의 시린 눈빛을 본 헬리오는 그때부터 멈추지 않고 말을 잇기 시작했다.
르베나를 따라오게 된 게 그들이 말한 더 나은 삶인 줄 알았다는 것. 하지만 언제부턴가 자기도 모르게 르베나의 물건을 훔치게 되었고 항상 걸리고 난 뒤에야 자각이 되었다는 것. 왜 훔쳤는지 본인조차 이유를 알 수 없었다는 점. 그러고 나면 항상 앓아눕는 꿈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협박했다는 점.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됐어요. 정말 훔치기 싫었는데 어느 순간 보면 제가 또… 왕녀님의 물건을 훔치고 있었어요. 무서웠어요. 정말로 전 소매치기 같은 거,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 같은건 하고 싶지 않은데, 제가 엄마의 아들이라 그런가 해서.”
끝내 울먹거리는 헬리오의 음성에 사나가 다가가 가만히 아이를 안아주었다. 그러자 조심스레 그런 사나를 밀어낸 헬리오가 이어 말했다.
“그… 달걀 모양 다니아라는 것도 정말 기억이 안 나요. 그냥 아를 님에게 걸린 순간 알았어요. 제가 뭘 잘못했다는 걸, 또… 그랬다는 걸요. 그리고 그때부터 매일 꿈에 누가 나와요. 사나 님을, 후벤 님을… 모두 다치게 할 거라고. 제가 그렇게 하게 될 거라고.”
아이의 눈은 점점 공포로 물들어 갔다.
“매일매일 누가 절 협박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모두 다 말하면 절 다시 돌려보낼까 봐……. 엄마에게로. 제게 진짜 엄마가 있고, 그 엄마가 살아 있다는 걸 알면 사나 님도 절 버리실까 봐… 너무 무서워서 말을 못 했어요.”
필사적인 아이의 말에는 지금까지 보여 주었던 그 어떤 핑계보다 절실한 두려움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맹세해요. 저는 마법을 쓸 줄 몰라요! 그리고 그 폭발도… 정말 몰라요! 맹세해요, 왕녀님!”
헬리오의 말이 끝내 눈물로 끝나자 르베나의 생각도 깊이 잠겨 들었다.
다니아를 훔쳐내기 위해 이용하기 좋은 아이. 사나와의 관계가 틀어질까 쉽게 일의 전말을 털어놓지 못할 아이. 더불어… 문제가 되면 신력으로 몸을 폭발시켜 쉽게 없앨 수 있는 아이.
그 모든 조건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제물이 되어버린 아이, 헬리오.
순간 르베나의 머릿속에 이전의 삶, 르베나를 위해서라며 자폭해 버린 수많은 베이라들이 떠올랐다.
‘그들도 혹시 몰랐던 건 아닐까. 스스로의 몸이 터져 버리는 순간에조차 자신들이 죽을 거라는 걸.’
처음으로 그들이 자폭한 게 아니라 누군가의 조종으로 인해 그렇게 되었을 수 있다는 가설이 떠오르자 르베나의 몸이 깊고 어두운 분노로 떨렸다. 그때 그녀의 사람들을 죽이고 그녀를 궁지로 몰았던 것과 똑같은 일이 누군가로 인해 다시 벌어지고 있는 거라면. 그리고 그들이.
“같은… 놈들이라면.”
르베나의 눈에 화염을 담은 분노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 *
달칵. 유안이 내온 차를 한 모금 머금고 내려놓은 바흐란이 앞에 앉은 루드바하를 보며 말했다.
“저는 차보다 밥이 좋은데. 먼 길을 왔더니 너무 배가 고파서요.”
그런 바흐란을 한번 바라본 루드바하가 그림 같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런가요. 그럼 일단 식사를 준비하라 할 테니 오늘은 식사하고 쉬시죠. 용건은 내일 듣도록 하겠습니다.”
부드럽게 말을 이은 루드바하가 순간 당황하는 바흐란을 보며 말했다.
“아, 그리고 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세츠의 힘을 깨우쳤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저도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궁금했던 차이니 너무 조바심 낼 필요는 없습니다.”
마치 네가 왜 온 것인지 알고 있다는 루드바하의 말에 바흐란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진 것은 그때였다.
“평생 모르고 살던 힘의 존재를 다 커서 각성하게 된 경우가 있긴 한 겁니까? 아시다시피 저를 치유해준 세츠들조차 놀라워했습니다. 게다가 자칸에는 이런 쪽에 해박한 마법사들이 남아 있지를 않아서 말입니다.”
바흐란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루드바하의 시선이 깊어졌다. 그러다 곧 상념에서 깨어난 루드바하가 자신의 팔걸이를 긴 손가락으로 몇 번 두드리며 말했다.
“누군가가… 봉인을 해 놨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왕자님의 말씀대로 자칸에는 그만한 실력의 마법사가 없고 왕자께서 태어난 직후 봉인을 당했다는 기록이나 정황이 없다는 점에서. 쉽게 답할 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루드바하의 대답을 들은 바흐란의 눈이 가만히 그를 응시했다.
검사로서 팔을 잃을 뻔한 상황. 바흐란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젠에서 보내 준 치유 세츠들의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간절했던 그의 바람 덕분인지 있는지도 몰랐던 엄청난 양의 신력이 팔의 치유를 도왔다.
그리고 치료가 완전히 끝났을 때, 그는 누가 봐도 놀라울 정도의 힘을 갖은 세츠가 되어 있었다. 물론 마법이라는 것은 하나도 못 쓰지만 말이다.
자칸의 왕과 스릴 마저 놀랐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바흐란은 결국 젠으로 해답을 찾으러 온 것이다. 아니. 적어도 눈앞의 루드바하는 그렇게 생각하리라.
곧 무엇인가 생각에 잠긴 루드바하를 보며 바흐란이 물었다.
“정말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시겠습니까?”
조금 낮아진 바흐란의 음성에 루드바하의 눈이 지그시 그를 향했다. 그 때 마주 본 루드바하의 시선이 아주 조금 흔들린 걸 바흐란은 놓치지 않았다. 곧 헛웃음을 삼킨 바흐란이 그에게 웃음기 없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미 알고… 계셨군요, 유파시드여.”
그리고 들려온 바흐란의 말에 이번엔 루드바하의 눈이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했고 동시에 팔걸이를 꽉 잡은 그의 손에서 분노 어린 신력이 흘러나왔다.
“파벤더, 그의 짓임을 말입니다.”
팽배한 두 사람의 신력이 서로를 겨누기 시작했다.
“하… 이제는 자칸과의 전쟁인가.”
방 안에서 들썩이는 두 사람의 신력을 느끼며 유안이 피곤한 눈을 비볐다. 원래대로라면 감히 유파시드에게 신력을 방출한 자칸의 왕자를 잡아 가둬야 했으나 유안은 그러지 않았다. 어쩐지 지금이 루드바하에게 아주 중요한 순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폐하를 잘 부탁하네, 키세.”
보이지 않는 키세에게 루드바하의 신변을 부탁한 유안은 그대로 방을 벗어나 정원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역대 유파시드들의 기록이 있는 서고에 다녀온 후부터 루드바하는 달라졌다.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를 않았고 필사적으로 뭔가를 찾는 사람처럼 수많은 책을 읽고 또 읽었다. 누구의 방문도 허락하지 않았고 식음조차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왕녀님의 연락을 받지 않다니. 뭘 잘못 드셨나.”
르베나 왕녀가 전 대륙을 제패하겠다고 나서면 실실 웃으면서 따라나설 사람이 자신의 폐하 아니었던가. 그런 그가 르베나 왕녀의 통신구를 무시하다니.
분명 루드바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시기에 갑자기 바흐란 왕자가 젠에 나타났다. 신력이라고는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 많을 뿐이던 바흐란 왕자의 전신에는 어느새 웬만한 세츠보다 많은 양의 신력이 흐르고 있었고. 유안은 그의 변화가 최근 달라진 루드바하와 관련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도 참.”
자박자박. 이른 봄의 공기가 꽤 기분 좋게 느껴지는 요즘. 저녁마다 즐기는 정원 산책에서조차 루드바하를 생각하는 스스로가 순간 조금 우스워 유안의 얼굴에 실소가 흘렀다.
이제는 조금 멀리서 보이는 루드바하의 방에서 잠시 시선을 거둔 유안이 가벼운 발걸음을 이어나가던 순간. 문득 그의 걸음이 멈춰졌다.
“아 짜증나! 맨날 여기 나온다고 했는데? 추워죽겠는데 오늘도 허탕인 거야?”
가슴골이 훤히 보일 만큼 푹 패인 드레스는 이른 봄의 서늘함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인적이 드문 정원에 공녀가 저렇게 입고 다닌다는 소문이 붙는다면.
“…하.”
작게 한숨을 흘리고 관자놀이를 짚은 유안의 시선 가득 주위를 둘러보는 루안 공녀가 들어섰다. 추운지 작은 발을 동동거리며 손을 호호 부는 도톰한 입술. 끊임없이 주위를 살피는 눈매. 얼마나 오래 있었던 건지 창백할 만큼 하얘 보이는 목과 그 목을 따라 내려가면 보이는 풍만한 가슴골까지.
그녀의 목적이 너무 노골적이라 유안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왜인지 유안의 발걸음은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안은 눈을 질끈 감고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작은 인기척을 무시하고 왔던 쪽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유안의 사람이 될 수 없고 자신 또한 그녀의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러니 더 이상의 마음은 안 된다. 더 이상 여지를 남기는 것도 안 된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마음마저 이 밤엔 허락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루안 공녀님 아닙니까!”
문득 들려온 소리에 그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밤보다 시린 눈을 루안 공녀에게 다가서는 한 사람을 향해 돌렸다..
유안을 기다린 지 어느새 한 시간. 오늘도 아닌가 보다 싶어 막 돌아서려는 루안 공녀의 자안도 순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한 남자에게로 향했다.
“마르… 망 백작님?”
순간 저도 모르게 실린 경악과 소스라침이 담긴 외침에 공녀의 몸이 움찔 떨렸다. 어느새 그녀에게 다가온 마르망 백작에게선 지독한 술 냄새가 풍겨 왔다.
“네! 접니다. 하하. 누군가 여기서 최근 공녀님을 보았다길래 혹시나 싶어 와봤는데 이런……!!”
얼큰하게 풍기는 독주의 냄새와 함께 그의 끈적한 시선이 루안의 앞가슴을 향하자 루안 공녀가 얼른 두 손으로 가리며 물러섰다. 그러며 그에게 말했다.
“저는 잠시 만날 사람이 있어 온 것이니 자리를 비켜 주시지요.”
작게 찢어진 눈으로 공녀의 가슴골을 탐하던 마르망 백작의 눈이 이윽고 조금 겁에 질려 보이는 공녀에게 향했다.
“흠… 저는 공녀님을 만나러 왔으니 굳이 피해야 할 필요를 못 느끼겠군요. 게다가 우리는 결혼 얘기가 오가는 사이 아닙니까? 마침 이곳은 인적이 드물고 말이죠. 오늘은 달빛마저 어둡군요.”
슬금슬금 다가오며 불쾌한 표정을 짓는 마르망 백작을 보며 루안 공녀가 소리쳤다.
“다가오지 마세요!!! 아버님에게 모두 들었어요. 사업차 자주 만나셨을 뿐이고 백작님께서 저와의 혼인을 요청했지만, 아버님께서 이미 거절하셨다고요! 그러니 함부로 그 입에 저와의 혼사이야기를 담지 마세요!!”
날카롭게 외친 공녀를 한번 본 마르망 백작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죠! 어차피 유파시드께 차인 공녀님의 혼처 자리는 몇 되지 않으니까요. 지체 높은 룩센 가문의 외동딸을 감당할 사내가 어디 많겠습니까? 저 마르망 정도면 모를까 말입니다. 그러니 내외는 그만하시지요. 이 마르망이 그대를 책임질 테니 말입니다.”
말을 하며 성큼 다가온 그의 두꺼비 같은 손이 루안 공녀를 향했다.
놀란 공녀가 벌벌 떨며 뒷걸음질 쳤지만 무성한 수풀에 부딪힐 뿐이었다.
이곳은 중앙 정원의 주위에 있는 수많은 소정원 중에서도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곳이었다. 볼 만한 나무도 꽃도 없는, 인적이 적고 외딴곳에 우두커니 있는 작은 정원. 아마도 그래서 유안이 좋아할 만할.
그런데 이런 곳에 마르망 백작이라니!!
게슴츠레 뜬 눈으로 허겁지겁 다가오는 마르망의 얼굴을 본 루안 공녀의 눈이 공포에 질렸다. 아주 가끔 겁 없는 사내들이 자신보다 지체 높은 귀족의 여식을 강제로 탐하고 이를 빌미로 혼인을 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대 유파시드들은 이런 일에 예민했지만, 딸자식을 둔 가문들은 딸이 더러운 소문에 휩싸여 결혼하지 못할까 두려워 그대로 혼인시키기가 일쑤였다. 그 때문에 루안 공녀 역시 어딜 가든 항상 기사들을 대동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만은 유안과 오붓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기사들을 따돌린 상황이었다.
‘내가 미쳤지!’
이윽고 그의 손이 자책하는 루안 공녀의 손목을 잡아챌 찰나였다.
“나한테 손대면 죽여 버릴 거야!!! 너한테 더럽혀지면 난 그냥 널 죽이고 나도 죽어 버릴 거라고……!”
루안 공녀가 그를 발로 차며 외쳤다. 그리고 루안의 높은 굽이 정확히 마르망 백작의 중요한 부위를 향했다.
“커흑!!”
사람이 낼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마르망 백작이 넘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곧이어, 분노에 찬 마르망 백작이 한 번 더 공녀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