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제3장. 아벨디온 下, 켄느 편 (22)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르베나가 헤론을 그대로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쿨럭. 헤론이 동굴 안에서 르베나에게 주먹으로 얻어맞은 여파에 연이어 가해진 충격에 다시 한번 거칠게 기침을 해댔다. 하지만 르베나는 그런 헤론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아를, 난 괜찮다고 했잖아.”
르베나의 말에 아를이 제 몸집만큼 길고 큰 바스타드 소드를 꺼내 들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나도 말했잖아. …내가 안 괜찮다고.”
태연하게 말을 하고선 제 검을 가볍게 한 바퀴 휘두르는 아를을 보며 르베나가 못 말린다는 듯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우웅-- 우우웅---! 무엇인가가 공명하는 듯한 소리가 예민한 르베나와 아를의 귀에 아주 작게 들려왔다.
소리가 들리자마자 르베나의 손에서는 아주 빠르고 강한 마력이, 아를의 검에서는 날카롭고 무거운 검기가 순식간에 뻗어나갔다.
펑. 파박--!
눈 깜짝할 새 가해진 공격이건만 둘의 공격은 순간 강한 파동만을 일으키며 신기루처럼 흩어져 버렸다. 동시에 르베나의 검붉은 눈동자와 아를의 금안이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들의 앞에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헤론이 안개에 휩싸인 채 우뚝 서 있었다.
이를 본 르베나가 굳은 얼굴로 제 몸 안의 마력을 빠짐없이 하나하나 점검하기 시작했고, 그런 르베나의 옆으로 다가온 아를역시 큰 손의 마디마디에 단단히 힘을 주어 제 검을 더 그러잡았다.
서서히 헤론을 감싼 안개가 걷히자 르베나가 제 입술을 한 번 세게 물었다 놓았다.
아를의 금안이 재빨리 그런 르베나의 붉어진 입술을 스쳐 지났다. 곤란할 때마다 나오는 르베나의 버릇임을 그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놈들보다 더 기분 나쁜 힘이다. 그리고 더……!”
르베나가 서서히 제 왼손에 마력을 모으며 말했다.
“…강해!”
르베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위가 환해질 만큼 밝은 마력의 덩어리가 빠르게 헤론에게 쏘아졌다.
쾅. 콰과광……!!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헤론에게 날아간 마력의 구가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강한 힘의 파동을 일으켰다. 충격으로 인해 헤론의 주위로 안개가 다시 한번 뿌옇게 생겼다가는 서서히 걷어졌다.
움찔. 제 검을 단단히 잡은 아를의 손이 순간 놀란 듯 움찔했다. 서서히 안개가 걷히며 그들의 앞에 헤론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헤론이 죽지 않았을 것 정도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을 놀라게 만든 건 르베나의 강력한 마법으로 크게 다쳤어야 마땅한 헤론이 더없이 멀쩡해 보였다는 것과 어느새 그가 흉측하게 일그러진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보토니에’의 알약. 조금 전 르베나가 아를과 대화하는 그 잠깐의 사이, 헤론이 그것을 복용한 것이 틀림없었다.
“킥킥……!!”
작게 들려오는 헤론의 기괴한 목소리에 르베나와 아를은 잠시 눈을 찌푸렸지만 그뿐, 그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방금 빠르게 쏘아낸 르베나의 마법에 헤론의 실드가 잠시 사라진 순간 그의 모습을 확인한 아를의 몸은 이미 헤론의 지척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쉬익--! 아를이 폭발적인 힘으로 제 검을 헤론을 향해 내려쳤다.
쾅!!
아를의 롱소드가 헤론의 팔과 부딪히자 큰 굉음이 온 땅을 울렸고 그 폭발적인 힘만큼이나 강한 반동에 의해 아를의 몸이 훌쩍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조차 아를은 당황하지 않고 재빨리 허공으로 튕겨 나간 제 몸에 힘을 뺀 채 그대로 방향을 바꿔 안정적인 자세로 르베나의 옆에 착지했다.
탓.
“젠장… 실팬가.”
어느새 반듯한 이마에 작은 상처를 더한 아를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아를의 이마에 아주 잠시 시선을 둔 르베나가 한층 더 굳어진 눈으로 헤론을 바라보았다.
“흐흐… 느껴진다… 힘이… 이 무한한… 힘이……!!”
얼핏 들으면 알아듣기 힘든 정도로 괴기한 목소리. 일그러진 진 듯, 하지만 쉼 없이 새어 나오는 그의 숨소리에 섞여든 목소리는 듣기만 해도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의 모습 역시 더 이상은 인간의 것 같지가 않았다.
아를의 검을 막은 흉측한 팔은 어느새 재생되어 아물고 있었고 핏발이 가득 들어찬 검은 눈에선 보기만 해도 역겨운 진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그리고 흉측하게 구겨진 두 눈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순간 바쁘게 다른 곳을 살펴보던 두 눈동자가 어느 순간 일시에 그녀, 르베나를 향했다. 마주치기만 해도 더러운 오물이 제 온몸을 흘러내리는 듯 기분 나쁜 시선..
그가 입을 열어 흉측한 목소리를 낼 때는 멀리 있음에도 절로 역겨운 냄새역시 르베나와 아를의 코끝을 찔렀다.
살짝 미간을 찌푸린 르베나가 말했다.
“얼마나 먹어 댄 거지…….”
르베나의 말은 언뜻 듣기에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차가웠지만, 아를은 알 수 있었다. 살짝 찌푸린 저 미간에 얼마나 심한 불쾌감이 서려 있는지. 무뚝뚝하게만 들리는 저 음성에는 얼마나 큰 분노가 담겨 있는지.
르베나의 음성을 들은 것만으로도 아를 역시 제 몸 안의 분노가 서서히 팽창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르베나의 말을 들은 헤론은 여전히 얼굴을 일그러뜨리듯 웃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흐흐… 100명? 아니… 200명이었나…? 흐… 하지만 이 모든 힘을 각성시켜 준 건… 우리 ‘보토니에’의 약… 엄청난… 약… 엄청난… 힘… 이지 크크큭.”
혼자 중얼거리는 듯하다가도 그의 기괴한 두 눈은 한 번씩 놓칠세라 르베나를 쫓았다.
그 기괴한 눈이 얼마나 집착적으로 르베나 자신을 훑고 놓지 않으려 하는지 당장 검으로 그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 순간 날카롭게 쇄도한 금빛의 검기가 그런 헤론의 한쪽 눈을 사정없이 베어 내지만 않았다면 정말 그랬을 것이다.
“캬학……!!”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검기에 눈을 맞은 헤론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듣기 힘든 괴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큰 괴성을 뚫은 한 마디는 더 낮고 싸늘하게 헤론을 향했다.
“더러운 눈 치워.”
극한까지 차가워진 아를의 금안에 압도된 헤론이 아파 몸부림치던 중에도 잠시 움찔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누군가의 한 마디에 싸늘한 금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풀어지고 말았다.
“아를.”
르베나의 목소리가 제 귀에 박히자마자 당장에라도 검을 휘두를 것 같던 아를의 손에서 살짝 힘이 풀렸고, 한기가 돌아 감정 없는 보석처럼 빛나던 금안에도 서서히 온기가 돌아왔다.
아를의 감정이 조금 풀린 걸 확인한 르베나는 그들의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천천히 재생되어 가는 헤론의 눈을 보며 작게 말했다.
“지난번 아한과 스릴을 납치했던 놈과는 달라. 이놈은 이성이 살아 있어. 그래서 더… 어려운 상대일 거다.”
르베나의 말에 어느새 완벽하게 제 감정을 추스른 아를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내가 있고… 네가 있으니까.”
아를의 말에 그를 한번 바라보고 살짝 미소 지은 르베나의 검붉은 눈동자가 다시금 헤론을 향해 빛나기 시작했다.
쿠구궁-!! 순간 엄청난 마력들이 르베나의 손에 집약되고 있었다. 주의의 마력들이 르베나의 부름에 응답하듯, 르베나 몸속의 마력들이 그 부름에 즐거워하듯. 어느새 모여든 마력의 응집은 멀리서 괴로워하는 헤론의 몸집만큼이나 큰 구체의 형태를 만들고 있었다.
쿵… !
더없이 무겁고 집약적인 힘이 예고 없이 헤론을 덮쳤다.
“…으아악!!”
그조차 예고 없이 날아든 큰 마법에 온전히 막기를 포기한 듯 몸의 중앙에만 실드를 두른 채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르베나의 마력은 더 집요하고 빠르게 그를 쫓아 헤론의 몸에 닿은 제 힘을 양껏 들이붓고야 말았다. 헤론은 르베나의 마력이 제 몸에 힘을 들이부을 때마다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 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빠르게 도약한 아를이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는 헤론의 온몸을 재빠르게 칼로 내려그었다.
쉬익-! 쉭-! 촤악-!! 빠르게 그어지는 검날과, 솟구치는 피, 고통스럽게 퍼져나가는 기괴한 비명소리.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 르베나의 마력이 순간 헤론을 죽일 듯 폭사했다.
콰왕……!
아까보다 더 자욱한 바람이 일대를 사정없이 휘몰아쳤다. 주변의 지형이 모두 부서지기라도 한듯 뿌연 모래바람이 사방을 에워쌌고, 헤론의 비명 소리는 더 크게 온 지축을 울려댔다.
하지만 르베나와 아를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경악한 눈으로 모래바람 속을 바라보았다.
“……!”
“…뭐야, 저거.”
희미하게만 보이는 모래바람의 태풍 속 헤론. 만신창이가 된 그의 몸이 꿈틀꿈틀 다시 재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르베나와 아를이 충격으로 떨리는 눈에 담을 동안 어느새 다시 얼추 괴물의 모습으로 돌아온 헤론이 고통스럽게 소리쳤다.
“크… 윽… 아파… !! 아… 프다고!! 아악… !!! 너무… 아… 파… 너… 희도… 너희… 도… 크큭.”
그러고는 눈 깜짝할 새 헤론의 기분 나쁜 힘이 르베나와 아를을 향해 빗발치기 시작했다.
헤론이 쏘았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고 강한 힘에 르베나와 아를 모두 놀랄 틈도 없이 서둘러 몸을 피했다.
꽈광! 동시에 서로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린 르베나와 아를이 서로의 안위를 확인할 틈도 없이 헤론은 고통스러운 괴성을 지르며 더 거센 마법들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쉬익- 펑! 콰광, 쾅!!
한동안 일대의 모든 지형이 파괴되고 흙먼지가 사위를 자욱하게 날려 시야로 분간이 안 될때까지 헤론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르베나와 아를은 각각 헤론의 공격을 빠르게 피하면서도 때때로 반격을 했지만 헤론은 다쳐도 다시 재생된다는 믿음 때문인지 그들의 공격을 피하지도 않고 무작정 덤벼들었다.
지축을 울리는 끊임없는 굉음과 자욱한 흙먼지. 그것을 뚫고 들려오는 끔찍한 괴성과 비릿한 피냄새.
그렇게 주위에 온전한 땅이 남아 있지 않을 때쯤. 동시에 더 이상 헤론에게서 끔찍한 괴성이 들려오지 않을 때쯤.
르베나는 검을 치켜들고 아를을 향해 공격을 퍼붓고 있는 헤론에게 민첩하게 달려갔다.
쉬익-! 르베나의 은빛 검신이 헤론을 향했다. 순간 매섭게 퍼부어지던 헤론의 공격에 아를이 나가떨어졌고 동시에 르베나의 검은 헤론의 심장 지척까지 다가섰다.
그 순간, 헤론의 한쪽 눈이 휙, 뒤로 돌아 르베나를 향하더니 그대로 투투툭, 투툭, 소리를 내며 그의 고개가 완전히 르베나를 향해 돌아갔다.
그 기괴한 모습에 르베나가 흠칫한 찰나, 헤론의 한쪽 손에서 기분 나쁜 힘들이 모여들더니 이내 검을 든 르베나의 한쪽 손목을 향해 마법이 발동되었다.
휘익… ! 그와 동시에 그의 다른 한 팔은 방금 나가떨어진 아를을 향해 보지도 않은 채 마법을 발동했다.
“크흑……!”
헤론에게 다가오는 르베나를 보고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받은 공격에 연이은 강한 마법에 아를이 그만 한쪽 다리를 구부리며 땅으로 쓰러졌다. 르베나는 그런 아를을 한번 눈으로 확인한 후 재빨리 실드를 두른 채 헤론으로부터 간격을 벌렸다.
하지만 그 순간, 르베나의 얼굴이 당혹으로 찌푸려지고 말았다.
“…젠장!”
‘마법 구속구?’
순식간에 검을 들고 있던 르베나의 오른팔에 마법 구속구가 채워졌다.
르베나를 향해 쏘아졌던 헤론의 마법은 사실 공격이 아니라 단순한 발광 마법이었고, 그 빛 속에 숨어 더 빠르게 르베나의 팔에 채워진 것은 마력이나 신력을 봉쇄하는 구속구였던 것이다.
마법사 간의 전투 중 마법 구속구를 날릴 줄 몰랐던 르베나가 당황을 서둘러 지워내며 지체 없이 제 팔에 채워진 구속구를 향해 마력을 모았다.
‘원래라면 미세한 마력으로 조금씩 해제해야 하지만 그건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
빠르게 판단을 마친 르베나의 결정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비록 고통은 심하겠지만, 힘으로 마법 구속구의 억제에 저항하는 것이 마력을 천천히 운용해 그것을 풀어내는 것보다 속도는 빠르기 때문이다.
곧 구속구가 채워진 팔이 찢겨나갈 듯 고통스러워졌지만 어떤 구속구의 힘도 자신의 마력을 이기지 못함을 르베나는 잘 알고 있었다.
‘고통은 잠시야. 구속구는 곧 산산조각이 날 거다.’
하지만 그 찰나를 노린 듯, 이번엔 헤론의 진짜 공격이 쉴 새 없이 르베나를 향해 날아왔다.
르베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헤론에게 멀어지며 허공에서 몸을 앞으로 새우처럼 웅크리고 두 팔로 주요 장기가 있는 상체를 막았다. 그러면서도 구속구가 있는 오른팔에 마력을 모으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견디기 힘들 만큼의 고통이 엄습해 오기 시작할 무렵 바사삭-! 소리와 함께 구속구가 가루가 되어 거친 공기 중을 흩날렸다. 르베나는 곧바로 양손에 마력을 힘껏 끌어모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헤론의 공격이 조금 더 빨랐다.
예상치 못한 빠르기에 약간은 당황한 르베나에게 헤론의 공격이 닿기 직전, 르베나는 얼굴을 무참히 구길 수밖에 없었다.
“…아를!”
르베나의 앞에 뛰어든 아를이 르베나를 안고 바닥을 구르며 헤론의 마법을 직격으로 대신 맞았기 때문이다.
퍽……!
르베나를 안은 아를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르베나의 귀에 천둥처럼 들려왔다.
둔탁한 충격음이 이리도 큰데 제 몸이 하나도 아프지 않을 걸로 보아 아를이 제 몸의 충격까지 모두 흡수해 버린 것 같았다.
“아를 이 멍청한……!”
그의 행동에 분노한 르베나가 화를 낼 찰나, 아를이 재빨리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별로 안 다쳤어. 네 실드 덕분에!”
멀쩡한 척을 하기엔 그의 오른팔이 이미 꽤 많이 찢어져 출혈도 제법 컸지만 아를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 평소와 같은 얼굴로 르베나를 바라보았다.
르베나는 그런 아를에게 할 말이 아주 많다는 듯 눈을 흘겼지만 아를의 멋쩍은 미소에 한숨만 내쉴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 순간 가장 신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헤론이었다.
“으하하하하. 르베나, 르베나 하더니 정말 별 게 아니군. 아주 우스워. 크하하하. 아주 쉬워 아주… 말이야!!”
르베나와 아를을 보며 기괴하게 웃던 헤론이 이죽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뭐 하나… 말해 줄까? 내가 먹은… 크크크… 200명… 중에… 큭크크… 디오니스의 베이라는… 몇이나 될까? 크하하하하!!”
평이한 표정으로 헤론을 바라보던 르베나와 아를의 안색이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헤론에게 한 박자씩 밀리기만 하던 지금의 순간들. 아를의 팔에서 쏟아지는 핏방울로 적셔지는 대지의 모습. 주위를 자욱하게 감싸 안은 모래바람. 이 모든 것이 천천히 르베나의 눈에 담겨왔다.
“아무래도 이제… 끝내야겠어, 아를…….”
더이상 참을 수 없어진 르베나의 분노가 대지를 흔들고 주변의 공기를 뒤바꾸기 시작했다. 마침내 누군가의 입을 닫게 할 그 시간이, 기어이 오고야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