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제2장. 아벨디온 上, 젠픽스 편 (29)
“생각보다 빨리 뵙게 되어 더 반갑습니다.”
르베나 일행을 맞이한 칸은 지난번 여행길에서 보았던 것과는 조금 다른 차림이었다. 그때는 수수하기 이를 데 없는 편안하고 간소한 차림이었다면 오늘은 어쩐지 어느 왕족의 누구라 해도 어울릴 정도로 고급스러운 복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옷 전체는 움직임이 편하고 가볍도록 디자인되었지만, 곳곳에 들어간 붉은 벨벳과 녹색의 장신구가 칸의 외모를 부쩍 살려주고 있었다. 누가 보기에도 호감이 갈 만큼 잘생기고 매력적인 얼굴이지만 평범하다 못해 눈에 띄지 않는 갈색의 머리와 눈 때문에 죽어 가는 미모를 되살려주는 그런 옷.
그리고 그의 옆에는 조금은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반가운 이가 보였다. 그가 그들을 보고는 작게 묵례했다.
“정말 반갑습니다, 르베나 공주님. 그리고 아를 님.”
그의 인사에 아를의 무감정한 금안에도 아주 조금의 빛이 돌았다.
“나 또한 그래, 루안.”
돌아온 아를의 인사에 보랏빛 루안의 눈이 보기 좋게 접혔다.
르베나와 아를 그리고 바흐란은 곧 안내된 자리에 앉았다. 작은 원형의 테이블에는 마치 미리 준비된 것처럼 따뜻한 차와 쿠키들이 가득했다. 심지어 자리마저도 정확히 다섯 명을 위해 세팅되어 있었다.
곧 일행과 함께 자리에 앉은 칸이 직접 차를 내리자 쌀쌀한 기운이 어려 있던 일행에게 따뜻한 향이 물씬 전해져 왔다. 그리고 김이 모락 피어나는 차가 찻잔을 데우자 이윽고 르베나가 눈을 들어 칸에게 물었다.
“마치 저희가 올 것을 미리 아셨던 것 같군요.”
르베나의 말에 칸이 언제나와 같이 시원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아니라고는 못 하겠습니다.”
칸의 대답에 아를의 금안이 서늘하게 그를 한번 스쳤지만, 일행은 거기에 대해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정보력이야말로 오늘 그들이 칸을 찾은 이유였으니까.
칸이 곧 르베나에게 말했다.
“사실 젠픽스가 개최되는 궁에서 일하는 시종 중에 저희 측 사람을 심어 두었습니다. 그자가 오늘 세 분께서 이리로 올 예정이라고 말하더군요. 혹시라도 기분 상하지 않으셨기를 바랍니다.”
칸의 말에 르베나는 조금 놀란 얼굴로 그를 보았다. 정보를 취급하는 사람에게 있어 정보를 제공하는 접선책은 매우 중요한 존재인데 그걸 술술 말하다니. 만약 르베나나 다른 사람이 곧장 그 성의 책임자인 레턴에게 말한다면 그 시종은 곧장 명줄이 다하고 궁을 염탐한 칸 역시도 엄벌을 피하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칸은 르베나의 표정을 한번 보고 살짝 웃더니 덧붙였다.
“어차피 레턴 전하는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이건 르베나 님에 대한 제 신뢰의 증표이기도 합니다.”
칸의 말에 르베나는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솔직히 원하는 정보만 얻을 수 있다면 칸이 마를한의 궁에 있는 모든 시중과 시녀를 매수했다 해도 알 바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디오니스 궁 내부의 경계는 더 삼엄하게 해야겠다는 작은 다짐을 잊지않고 제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그럼 저희가 이곳에 왜 온 것인 줄도 알고 계십니까?”
골똘히 무엇인가를 작정하는 것 같은 르베나의 모습에 아를이 그녀 대신 칸에게 물었다.
순간 칸의 갈색 눈이 조금 진중하게 가라앉았다.
“다른 분도 아니고 르베나 님과 아를 님이시니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
움찔.
칸의 말에 바흐란의 몸이 잠시 움찔거렸다. 자칸은 마를한과는 거리가 가장 멀기 때문에 그는 아네벨 상회라는 것 자체를 처음 들어봤다.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마법 확장으로 늘린 건물에 이어 이 정도의 정보력을 갖춘 상단이라니.
괜히 다른 왕국의 상단인데도 기묘한 경계심이 들었다. 그리고 칸은 분명 그런 바흐란의 시선을 눈치챘을 텐데도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디오니스의 별, 가스트 님의 손자인 아한 군과 자칸의 공주 스릴 님께서 갑자기 사라지셨다고요.”
칸의 말에 르베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마법을 시전한 흔적도, 목격자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을 풀어 근방을 수색하고는 있지만 별 진척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레턴 전하께서 혹시 아네벨 상회라면 무언가 정보를 알고 있을지 모른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어진 르베나의 말에 곧장 무엇인가를 말해줄 것 같던 칸은 침묵을 지켰다.
생각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어 일행을 설레게 하던 칸의 침묵은 일행을 조금 불편하고 조금 더 긴장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칸의 옆에서 루안은 마치 한참이나 동떨어져 있는 양 편안하게 차를 즐기고 있었는데, 바흐란은 왜인지 그 모습이 꼴 보기 싫다고 생각되면서도 이상하게 그에게 자꾸 눈길이 갔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온통 살결이 하얀 마를한에서 자칸인 만큼은 아니지만 다소 까무잡잡한 루안의 피부색이 자꾸만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저히 못 견디다 싶을 정도의 침묵이 끝나갈 때쯤 돌연 칸이 르베나를 보며 말했다.
“르베나 님. 저는 르베나 님께 신세를 졌으니 이에 대한 정보로 그 빚을 조금이나마 갚으려 합니다. 아마도 그게… 르베나 님이 원하는 일이실 테니 말이죠.”
칸의 말에 순간 르베나의 눈이 반짝거렸다. 저 말을 듣자면 그는 분명 이 사건에 대해 무엇인가 아는 게 있다는 거니까. 르베나에게는 오로지 그것만이 중요했다.
하지만 칸은 말을 잇기 전 르베나의 양옆에 자리 잡은 두 사람에게 시선을 건네며 물었다.
“그 전에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르베나 님의 양옆에 자리한 아를 님과 바흐란님은 정말 믿을만한 분들이십니까? 제가 지금부터 말씀드릴 정보는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칫 생명마저 위험해질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르베나 님께 말씀을 드리는 것도 또 다른 분들께 말씀을 드리는 것도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칸의 말을 들은 르베나는 잠시 고민에 휩싸였다. 분명 정보를 알고 있을 칸이 왜 뜸을 들이는지 지금의 말로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칸이 건넬 정보는 위험성이 꽤 큰 것 같았다. 그래서 칸은 은인인 르베나에게 필요한 정보인 것을 알면서도 그녀가 자칫 위험해질까 알려 주기를 망설이는 것이고 또한 르베나와 함께 온 자들이 믿을 수 있는 자들인지 더 염려가 되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르베나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답했다.
“우선 아를은 언제든 제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제 한 몸 정도는 충분히 지킬 수 있는 실력 있는 기사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저는 그를 믿습니다.”
르베나의 말에 아를의 금안이 잘게 떨려 왔다.
내 무표정하던 그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가는 모습을 칸과 루안이 조금 놀란 듯이 바라보았다. 그들도 아벨디온 기사단과 함께하며 아를의 저런 표정 변화를 처음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르베나는 아를의 반응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바흐란 왕자의 경우. 솔직히 그 정도의 믿음은 없지만 어쨌든 스릴 공주와 관련되어 있는 일이기 때문에 정보에서 배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풋.”
르베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살짝 입꼬리만 들어 올렸던 아를이 이번에는 소리 내어 웃기까지 했다. 바흐란에 대한 르베나의 직접적인 마음이 꽤나 그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르베나는 그런 아를이 조금은 이상하다는 듯 슬쩍 보았지만, 바르한은 곧바로 발끈해 버렸다.
“아니! 저 녀석은 믿는다면서 나한테는 믿음이 없다고? 르베나 너 나랑 자칸에서 한 팀으로 싸웠던 거 잊었어? 내가 네 뒤에 있던 자객도 날려 줬잖아!”
벌떡 일어나서는 르베나에게 소리치는 바흐란을 보며 아를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네가 날려 준 자객보다 르베나가 날려 준 자객이 훨씬 많겠지. 그리고 너를 어디다 대고 나와 비교하는지도 모르겠군. 난 르베나가 등을 맡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인 중에 한 명인데 말이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히 우리 단장한테 반말 같은 건 하지 말도록. 네 목숨이 귀하다면 말이야.”
아를의 말에 바흐란이 화난 얼굴로 더 소리치려 하자 르베나가 한쪽 손을 들어 가볍게 그를 제지하며 칸에게 말했다.
“들어보니 바흐란 왕자도 제 몸 하나 건사할 정도의 실력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괜찮으시다면 함께 듣고 싶습니다.”
이어진 르베나의 말에 바흐란은 억울한 표정을 지을 뿐 다른 말을 잇지는 못했다. 표정은 잔뜩 억울하고 서운한데 차마 말을 내뱉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모습이었다.
르베나가 믿을 수 없다고 해서 속상하긴 한데 또 실력은 있다고 하니 기분 좋은 스스로의 모습이 반푼이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아. 나도 모르겠다.”
곧 작게 한숨을 내어 쉰 바흐란 왕자가 모든 의지가 꺾인 모습으로 의자에 털썩 앉아 제 머리를 거칠게 털어 냈다. 아직도 르베나에게 갈 길은 멀고도 험난해 보이기만 했다.
그렇게 르베나를 흘끗흘끗 보면서도 계속 궁시렁대는 바흐란과 그런 바흐란을 보며 점점 깊은 미소를 만들어 내는 아를.
그 둘의 모습을 보는 칸의 얼굴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 보토… 니에?
마법구 안에서 루드바하가 따라 말하자 르베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분명 조직의 이름이 ‘보토니에’라 들었습니다.”
르베나의 말에 표정이 설핏 굳은 루드바하가 다시 물었다.
- 그들이… 하아… 평범한 사람들이나 마법을 익히지 못한 베이라나 세츠를 납치해서…….
루드바하가 더 말을 잇지 못하겠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자 르베나가 뒷말을 이었다.
“마력이나 신력을 추출하여 새로운 힘을 만든다고 합니다. 아마도 자칸에서 보았던 힘이나, 게르에게서 보였던 힘. 그리고 아마도 루드바하께서 보았다는 납치범들의 시신에서 흘러나왔다는 힘까지도. 그들의 소행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조금의 막힘도 없는 르베나의 말에 루드바하가 잠시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 생각보다 험한 조직이었군요. 알아보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르베나. 저희 쪽에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그러면 그 칸… 이라는 사람에게 아한과 스릴 공주의 위치도 들으신 겁니까?
루드바하의 물음에 르베나가 잠시 미간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짐작 가는 곳이 몇 군데 있어 조사해 본 후 확실시 되면 바로 궁으로 사람을 보낸다고 했습니다. 지금으로써는 컨디션을 조절하며 기다리는 것밖에는…….”
르베나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던 루드바하의 눈이 마법구를 통해 흐릿하게 보이는 그녀를 향했다.
분명 르베나는 언제나와 같이 무표정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본인의 입술을 살짝 깨무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건 르베나가 생각처럼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나오는 행동이라는 걸 이제는 루드바하도 알았다. 곧 루드바하의 짙은 눈이 깨물어 붉게 물든 입술과 그런 입술 사이로 살짝 보이는 르베나의 하얀 치야에 잠시간 머물렀다.
- …르베나.
곧 그의 음성이 좀 전과는 다른 색을 띠고 부드럽게 흘러나와 르베나를 불렀다. 르베나의 붉은 눈이 자연스레 그를 향했다. 그러자 좀 더 짙은 미소를 지어 보인 루드바하가 말했다.
- 다 잘될 겁니다. 아한과 스릴 공주는 반드시 무사할 겁니다. 제국의 일로 바로 옆에서 함께하지 못하는 절 용서하십시오. 그럼에도 언제나 제 모든 신경이 그대의 안전을 향해 있다는 것 또한 잊지 말아 주십시오.
“그런 건 별로…….”
르베나가 답례의 말을 하려 했지만, 루드바하의 말은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 그리고 절대로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여라도 언제든 그대가 위험에 처하면 제 신력으로 신호를 주세요.
분명 르베나를 위로하는 평범한 말일 뿐인데, 일국 공주의 안위를 걱정하는 말일 뿐인데 그의 말을 듣자 르베나의 심장에서 낯선 무언인가가 꿈틀했다.
‘이상하고 생소한 기분.’
르베나는 순간 느껴지는 이질적인 느낌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아마도 루드바하가 건넨 위로의 말이 꽤 와 닿았나 싶어 곧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몸에 특별히 이상이 있는 게 아니라면, 이런 작은 느낌에 신경을 쏟기에 지금의 상황이 시급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온갖 감정이 넘쳐흐르는 눈으로 바라보던 루드바하가 곧 언제나와 같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아한과 스릴 공주의 위치가 나오면 알려주십시오. 바로 가겠습니다. 그러니… 절대로 혼자 무리하지 마시길.
루드바하의 말에 르베나가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한과 스릴의 위치가 나오면 아마도 르베나는 그에게 알리지 않고 곧바로 그곳으로 향할 것 같지만 그에게 이런 말까지 미주알고주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사삭--!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이윽고 마법구 속 르베나의 모습이 사라졌다. 하지만 눈앞을 가득 채우던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음에도 루드바하는 텅 빈 허공을 잠시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곧 그의 귀에 서늘한 음성이 들려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일이 많은데 도대체 어딜 가시겠다는 말입니까?”
그의 옆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서류를 처리하는 유안의 음성이었다. 곧 루드바하가 마법구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못 들었나? 젠의 아이들을 납치해 간 놈들이라는 얘기. 당연히 내가 가서 그들이 저지른 죄를 알게 해 줘야지.”
루드바하의 이야기는 언뜻 듣기에 냉정하고 차가운 황제의 이야기 같았지만 유안은 절대 속지 않았다.
“그걸 핑계로 르베나 공주님을 보호하러 가시는 게 아니고요?”
여전히 서류들을 보며 성의 없이 내뱉는 유안의 말에 홱 고개를 돌려 서늘한 눈으로 그를 한번 바라본 루드바하가 말했다.
“알면 좀 닥치고 모른 체 좀 해.”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놀랄 모습의 루드바하건만 유안은 익숙하다는 듯 서류작업에 다시 전념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작게 고개를 흔든 루드바하가 잠깐 생각에 잠겨들었다. 곧 생각을 정리한 듯 루드바하가 무표정한 얼굴로 허공에 대고 말했다.
“지금 바로 ‘보토니에’란 조직에 대해 알아보아라. 알아보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면 피하지 말고 전원 생포해. 여의치 않으면… 죽여도 좋다.”
방금까지 르베나와 이야기하던 부드러운 미소도, 따뜻한 감정이 넘쳐흘렀던 목소리도 모두 거짓말 같았다.
그곳엔 오직 서늘한 표정과 차가운 말을 내뱉는 다른 사람이 존재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분명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폐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라는 깊은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익숙한 일인 듯 유안과 루드바하 누구도 그것에 일일이 대답하지 않았다. 루드바하의 차가운 시선이 오른쪽에 있는 창밖을 향했다.
“…‘보토니에’라.”
붉은 입술을 움직여 내뱉는 발음이 사뭇 이질적이었다. 조각 같은 얼굴에는 언제나 짙던 미소 한 조각 보이지 않았고 그의 짙은 벽안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차갑게 일렁이고 있었다. 르베나의 어두운 얼굴을 떠올린 탓이었다.
휘이잉-!
동시에 그의 신력은 짙은 분노로 잘게 요동쳐 방 안에 한바탕 차가운 공기를 만들어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