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르미 그린 달빛-16화 (16/131)

16. 그들이 사는 세상 (下)

밤이 깊었건만, 자선당 안에서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이레.”

손가락으로 날을 세던 라온은 입술을 삐죽이 내밀며 혼잣말을 이었다.

“이레째네.”

화초서생이 자선당에 발길 끊은 것이 오늘로 벌써 이레째다.

돌발적인 사고로 찰나 같은 입맞춤을 한 뒤로, 그는 말 그대로 발길을 딱 끊어버렸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시나?

아니면 그날의 돌발적인 사고 때문이려나.

라온은 손을 들어 제 입술을 더듬었다.

찰나처럼 짧은 입맞춤…… 아니, 입맞춤이라고도 할 수없는 스침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여운은 잔향처럼 남아 라온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세자의 침소에서 영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이토록 마음이 부대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라온은 그 사실을 아직 알지 못했다.

왕세자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녀는 너무도 긴장하고 있어 그것이 화초서생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릴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화초서생이 왕세자라는 것은 상상조차 해 보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기에 두 사람이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건 어쩌면 당연했다.

“뭘 그리 생각하는 것이냐?”

대들보 위에 있던 병연이 라온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황급히 고갯짓을 하던 라온이 은근슬쩍 병연의 눈치를 살폈다.

“왜? 할 말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 딱히 할 말이 있는 건 아닙니다만…….”

“다만……?”

“요즘 화초서생이 도통 안 보이셔서 말입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해서요.”

“집안에 우환이 생겼다더라.”

“우환이요?”

“누이가 아프댄다.”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군요.”

다행이다. 그 일 때문에 발길 끊은 건 아니구나.

“헌데, 화초서생께도 누이가 있었습니까? 그분의 누이라면 필시 엄청난 미인이겠지요?”

“글쎄. 헌데, 갑자기 화초서생의 안부는 왜 묻는 거야?”

“안 보이니 궁금해서요.”

“궁금해?"

병연의 눈에 문득 이채가 서렸다.

“아, 엄청 궁금한 건 아니고, 조금 궁금한 겁니다. 눈곱만큼, 아니 먼지처럼 아주 작고 하잘것없는 궁금증입니다.”

“…….”

“그 왜 있지 않습니까? 매일 보이던 이웃집 말복이가 갑자기 안 보일 때 문득 생기는 궁금증.”

정말로 사소한 관심일 뿐입니다.

병연은 의미 불분명한 표정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본 뒤 휙 등을 돌려버렸다.

그 등에 대고 라온이 소리쳤다.

“정말입니다. 절대, 안 궁금합니다.”

“…….”

“김 형, 정말이라니까요.”

그때, 돌아누운 병연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런데 말복이는 누구야?”

“이웃집 강아지였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개 이름을 말복이로 지은 거야?”

라온은 숙연한 표정이 되었다.

“거기엔 그 녀석의 운명과 관련된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그만하면 됐다. 그만 자라.”

병연이 관심을 잃은 듯, 다시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럴 거면 왜 굳이 물어본 거람.

“저도 자고 싶은 마음 한 가득입니다.”

낮게 투덜거리며 라온은 논어(論語)를 펼쳐들었다.

***

창덕궁, 중희당의 불빛은 오늘도 늦게까지 꺼지지 않고 있었다.

중희당은 왕세자 이영이 왕을 도와 참정하게 된 이후로 집무실로 이용하는 곳이었다.

처소 문 앞을 지키고 섰던 최 내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영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어린 시절부터 워낙에 불면증에 시달리시던 분이셨건만.

그 증세가 근래에 들어 더욱 심해지셨다.

행여 귀한 옥체 상할세라. 전전긍긍하던 최 내관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얼굴로 영의 곁으로 다가섰다.

“저하, 침수 드실 시각이 훨씬 지났사옵니다.”

내내 서책에 머리를 파묻고 있던 영이 고개를 들었다.

“벌써 시각이 그리 되었느냐?”

“자정이 훌쩍 지났사옵니다.”

최 내관의 말에 영은 어둠이 스며든 실내를 휘 에둘러 보았다.

늦게까지 잠들지 않는 주군을 둔 탓에 여전히 허리를 조아리고 있는 환관과 상궁들의 모습이 보였다.

조아리고 있는 얼굴엔 필히 곤함이 덕지덕지 붙어 있겠지.

어쩐 일인지 그들의 모습 위로 한 녀석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긴 한숨을 내쉬며 영은 서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오늘은 이만 하자꾸나.”

“저하…….”

어쩐 일로 오늘은 이리 순순히 일어나시는 것이옵니까?

궁금한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최 내관은 꾹꾹 말을 삼켰다.

이리 순순히 나오실 때 서둘러 침소 듭시게 해야겠노라 하는 일념으로 최 내관은 종종 걸음 쳐 중희당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이윽고 영이 열린 중희당 문을 나섰다.

그의 뒤로 수십 명의 환관들과 상궁들이 뒤따랐다.

그러나 잠시 후.

긴 행렬을 이끌고 침소로 향하던 영이 문득 걸음을 멈췄다.

“저하, 어찌하여 그러하시오니까?”

최 내관이 불안한 얼굴로 영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최 내관의 말일랑은 귀에 들리지 않은 듯 영은 자선당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둔 채 말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자선당 쪽을 바라보던 그가 불현듯 손가락을 꼽았다.

‘이레, 이레째군.’

자선당에 발길이 끊은 지 이레째였다.

공주의 병과 바쁜 집무 핑계를 대었지만, 사실은 마음 한쪽이 불편했던 까닭이었다.

홍라온, 그 녀석과 입술이 부딪히는 사고가 난 뒤로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하다.

조금은 짓궂은 마음에 침소 청소를 맡겼었지만, 그마저도 무산되었다.

기대했던 라온이 아닌 다른 환관을 마주했을 때는 조금 황당하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녀석을 떠올릴 때마다 심장 언저리로 개미 몇 마리가 파고든 듯 간질거렸다.

이런 묘한 생경감이라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불편한 마음이 사라지기 전까진 녀석의 얼굴을 마주보고 싶지 않았다. 당분간은 자선당에 걸음하지 않으리라.

버릇처럼 제 입술을 만지작거리던 영은 예의 무심한 얼굴이 되어 침소를 향해 돌아섰다.

***

소환내시들과 교육을 받게 된 이후로 고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인시초(寅時初:새벽3시)에 처소에서 나가 유시말(酉時末:저녁7시)에 자선당으로 돌아오는 힘든 일상이 반복되었다.

자선당으로 돌아와서도 라온은 바닥에 머리 붙일 시간이 없었다.

해야 할 공부가 너무 많았던 까닭이다.

<소학>은 물론이고 <삼강행실(三綱行實)>, <통감(通鑑)>, 그리고 <사서(四書)>까지 두루 익혀야 했다.

다른 환관들은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계단 밟듯 공부를 해왔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뒤늦게 합류한 라온은 한꺼번에 이 모든 것을, 그것도 혼자 독학해야 했기에 어려움이 몇 배는 더 심했다.

밤늦도록 서책을 들여다보며 라온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대들보 위에서 병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곤해 보이는데, 그만 자라.”

“잘 수가 없습니다. 며칠 후에 강경(講經:경서의 내용을 외는 구술시험)이 있습니다.

“…….”

대들보 위에서는 더 이상 아무런 대꾸도 들려오지 않았다.

라온은 넋두리 같은 혼잣말을 이었다.

“그런데 김 형, 공자님은 무슨 말씀을 이리 많이 하셨을까요? 저는 내시들만 수다스러운지 알았는데. 성현들께서도 내시 못지않은 수다쟁이신가 봅니다. 맹자 왈, 공자 왈. 이리 왈왈, 왈왈 하다보면 머릿속이 개판이 된단 말입니다.”

“……큭.”

일순, 대들보 위에서 기이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어? 지금 혹시 김 형이 웃은 거야?

라온은 순간,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나 환청처럼 들려온 웃음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잘못 들은 모양이다.

하긴, 저 돌부처 같은 사내가 웃었을 리 없지.

라온은 다시 서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공자님의 구구절절한 말씀이 서책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무슨 뜻이야?’

머리를 긁적이던 라온이 문득 병연이 있는 대들보를 향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김 형, 혹시 ‘자왈(子曰) 교언영색(巧言令色)이 선의인(鮮矣仁)이다’가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

“김 형.”

“거참,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네.”

병연이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대들보 위에서 뛰어내렸다.

불퉁한 목소리로 투덜대던 병연은 라온에게서 조금 떨어진 벽에 비스듬히 기대앉았다.

“그러니까 김 형, ‘교언영색이 선의인이다’가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

역시, 모르는 모양이네.

그래.

궁에 살고 있다고 해서 모두 경전에 해박하리란 법도 없으니. 그럴 수도 있지 뭐.

이럴 때 화초서생이 있으면 딱 좋으련만.

의녀 월희의 할머니를 위해 솜씨 좋게 감모여재도를 그리고 축문을 쓰던 영을 떠올리며 라온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무리 아쉬워한다 한들 지금 당장 짠하고 화초서생이 나타날 리도 없고. 혼자 어떻게든 해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혼자 하는 것보다 둘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잠시 생각을 굴리던 라온이 병연을 응시했다.

“김 형, 혹시 이 문장의 뜻 말입니다. 말을 정교하게 하여 남이 듣기 좋게 하고, 얼굴빛을 곱게 하라, 뭐 이런 뜻 아닐까요?”

“…….”

병연이 대답대신 쓱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닌가?

머리를 긁적이던 라온은 세필 붓을 입에 문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 그럼 이런 뜻 아닐까요? 말을 정교하게, 남이 듣기 좋게 하고, 얼굴빛을 곱게 하는 사람치고 진짜 어진 사람은 없다!”

그때, 내내 침묵하던 병연이 툭, 시큰둥한 음성으로 말했다.

“뭐, 그런 것도 같군.”

라온의 입가가 길게 늘어졌다.

김 형도 저리 말하는 걸 보니 맞는 거 같네.

라온은 서둘러 작은 글씨로 주석을 달았다.

“김 형, 자 왈…….”

“김 형,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김 형…….”

그 후로도 라온의 질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때마다 병연은 침묵 하거나 또는, 툭 하고 짧게 대답 했다.

그것만으로도 라온은 신이 난 얼굴로 붓을 놀렸다.

짧게라도 대답해주는 게 어딘가.

혼자 공부할 때보다 훨씬 능률적이었으며, 또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재미도 있었다.

그렇게 다음 문장, 또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며 주석달기에 열중하던 라온의 목소리가 어느 순간 잦아들었다.

눈을 감은 채 라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던 병연이 눈을 떴다.

이내 그의 눈에 책상에 엎드린 채로 잠이 든 라온이 들어왔다.

잠든 라온의 손에는 세필 붓이 들려있었다.

병연은 라온의 손에서 세필 붓을 조심스럽게 뺐다.

그러고는 라온이 주석을 달던 논어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이 조그마한 녀석이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석을 단 문장보다 앞으로 달아야 할 문장이 몇 배는 더 남아 있었다.

그라면 이깟 쯤이야 순식간에 해치우고도 남음이다.

하지만…….

만지작, 만지작.

한참을 세필 붓을 만지작거리던 병연은 그대로 붓을 내려놓았다.

그의 마음은 아직 붓을 잡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성가신 놈.”

힐끗 라온을 내려다보던 병연은 잠든 그녀의 어깨에 제 겉옷을 걸쳐주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

백로(白露)가 가까워졌다.

아침저녁으로 풀잎에 이슬이 맺히는가 싶더니 어느덧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불통!”

오늘도 어김없는 목소리가 소환내시 교육장을 뒤흔들었다.

진 내관은 무감한 얼굴로 라온을 응시했다.

제법 영특한 아이였지만 모든 면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부족했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다른 소환내시들 대부분이 열 살이 되기도 전에 궁에 들어와 환관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홍라온은 열일곱, 뒤늦은 나이에 궁에 들어와 교육을 받고 있으니, 다른 녀석들보다 뒤쳐지는 것은 당연했다.

“이대로는 백 년이 지나도 정식 내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불통 종이를 라온의 이마에 붙인 진 내관은 매서운 한 마디를 끝으로 교육장을 떠났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식 내시가 될 생각은 없었다.

그저 말 그대로 빚을 갚는 3년 동안만 열심히 하겠다는 뜻이었다.

자신은 그저 귀인께 융통한 돈을 갚는 대로 궁을 나갈 생각이었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진 내관이 사라지기 무섭게 제 세상을 맞은 마종자가 목청을 높였다.

“불통을 받은 자들은 모두 나를 따라 오너라.”

“오늘은 마당을 돌지 않사옵니까?”

도기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병조에서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

짧은 말로 도기의 입을 막아버린 마종자는 교육장을 나섰고 그 뒤를 잔뜩 기가 죽은 소환내시들이 뒤따랐다.

“우리도 가세나.”

도기를 따라 라온이 병조를 향해 걸음을 옮길 때였다.

저 멀리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흉흉한 기세에 병조로 향하던 소환내시들이 한쪽 옆으로 물러섰다.

의아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라온이 도기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은 다 무엇입니까?”

“아직 모르고 있는가?”

“무얼 말이옵니까?”

되묻는 라온의 말에 도기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 말일세. 홍 내관만 알고 있어야하네.”

비밀……이라고 하지만 도기가 아는 이상, 더 이상은 비밀이 아니라는 것을 라온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속삭이는 목소리와 표정이 사뭇 진지한지라.

라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 도기가 말을 이었다.

“저들은 말이네…… 공주전의 사람들이라네.”

“공주전의 사람들이요?”

“그렇다네.”

“그런데 무슨 일이 있는가 보옵니다. 분위기가 흉흉해 보이는 것이 심상치가 않사옵니다.”

“역시 홍 내관의 눈썰미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바로 보았네.”

“어째 저러는 것이옵니까?”

“그것이 말이야, 공주마마께서 어느 명문가의 도령과 서한을 주고 받으셨다지 뭔가.”

“…….”

“그런데 갑자기 그 도령에게서 서한이 뚝 끊기니. 가여우신 우리 공주마마께서 그만 상사병에 걸리셨다네.”

이 이야기는 일전에 도기의 수다로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였다.

그러나 도기는 라온이 모르는, 새로운 이야기를 하나 더 들려주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공주마마께서 그 도령의 집으로 사람을 보내셨다고 하네. 헌데…….”

“헌데요?”

“공주마마께 서한을 보낸 자가 실은 그 명문가의 도령이 아니라 다른 자라지 뭔가. 한 마디로 말해 대필자가 공주마마께 연서를 보낸 것이지.”

“…….”

저도 그런 일로 밥 벌어 먹은 전력이 있는지라.

찔리는 마음에 라온은 입을 다물었다.

그 와중에도 도기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공주마마께서 진노하신 것은 당연지사. 감히 자신을 우롱한 자가 뉘인지 찾으라고 엄명을 내리셨다고 한다네.”

“어떤 자인지 간도 큽니다. 감히 공주마마께 그런 짓을 하다니요.”

“내 말이 그 말이네.”

“하온데, 그 대필자. 잡히면 어찌 되는 것이옵니까?”

“글쎄요. 아마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하야겠지.”

“둘 중 하나라면?”

“교수(絞首)되거나 참수(斬首)되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

“안됐군요.”

백마 엉덩이나, 흰말 궁둥짝이나.

목 졸려 죽거나, 목 잘려죽거나, 어차피 죽긴 매한가지였다.

내 인생도 안됐지만, 그 대필자 누군지 정말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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