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그 남자, 누구야?
명지와 얽힌 사정을 다 들은 희정이 우현을 쏘아보며 말했다.
“오빠, 진짜 한심하다.”
우현은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저런 거나 달고 다니고. 오빠 같은 남자들이 제일 별로인 거 알아? 여자 관리 똑바로 못 하는 남자. 안 그러니, 하루야?”
희정이 하루를 돌아보며 물었다.
하루는 그저 웃기만 했다.
여자 관리라고 하기엔, 명지는 보통의 여자가 아니었다.
“쟤가 잡고 있는 약점은 그냥 재산이잖아. 오빠는 하루보다 돈이 더 중요해? 그냥 다 떠벌리라고 하면 되잖아. 오빠가 강 회장님 손자인 게 알려지는 게 뭐 어때서?”
“그게 알려지면 지원이 끊겨. 지원이 끊기면 유명지를 상대할 힘도 없어지지. 난 그냥 평범한 월급쟁이가 되는 거야.”
“아, 그건 그러네.”
희정이 입술을 비쭉거렸다.
“강 회장님도 참 쓸데없이 고지식하셔. 잘 물고 태어난 수저, 어릴 때부터 잘 좀 사용하면 어떻다고. 굳이 스스로 성공하라고 하시는 거지? 그것도 유독 오빠한테만 더…….”
거기까지 말하고 희정은 입을 다물었다.
우현에게만 유독 단호한 이유를, 희정은 알고 있었다.
슬쩍 우현의 눈치를 살폈지만 우현은 기분 나쁜 기색이 아니었다.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그는.
‘으이그, 닭살. 징그럽다, 징그러워. 강우현의 저런 모습을 보다니.’
하루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많이 먹었어?”
“엄청 배불러요. 나, 진짜 열심히 먹었거든요.”
“그래, 네가 다 먹는 것 같더라.”
우현에게는 명지나 강 회장보다 하루가 삼겹살을 얼마나 잘 먹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았다.
알콩달콩한 그들을 보자, 갑자기 도경이 떠오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명지 때문에 잠깐 잊고 있던 감정이 피어올랐다.
우현의 자리에 앉은 게 도경이고, 하루의 자리에 앉은 게 자신인 광경을 상상해보려 했지만, 흐릿한 이미지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튼 오빠. 그만 집에 가.”
희정이 우현에게 말했다.
우현이 황당한 듯 희정을 돌아봤다.
“뭐?”
“그만 가라고. 나, 하루랑 할 얘기 있어서 왔어.”
“난 지금 하루랑 데이트 중이고, 넌 불청객이야. 가야 할 사람이 누굴까?”
희정은 대답 없이 젓가락으로 우현을 가리켰다.
“아니, 너겠지.”
“오빠는 볼일 끝났잖아. 한심하게 여자 하나 달고 온 주제에 계속 하루를 독점하겠다고?”
우현이 미간을 좁혔다.
“그만 가. 집구석에 틀어박혀서 이 사태에 대해 반성이나 해. 난 하루랑 얘기 좀 하게.”
“조희정.”
“아, 얼른 좀 가라고.”
“네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하루랑 너, 둘만 놔두게 가겠어?”
“오빠, 진짜 질척거린다. 정말 매력 없네. 안 그래, 하루야?”
우현은 하루를 휙 돌아보고 대답을 기다렸지만, 하루는 그저 웃기만 했다.
쿠웅-
내가 진짜 매력 없는 건가? 그렇게 매력 없게 행동하고 있는 건가?
우현은 여자들에게 이런 취급을 받는 게 처음이었다.
아니, 요새 계속 이런 취급을 받고 있다.
하루의 친구들이야 그렇다 쳐도, 지금 우현을 멸시하는 상대는 희정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현을 손에 넣고 싶어서 애태우던 희정의 태도 변화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희정이 계속 애태우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오빠, 괜찮아요.”
하루가 말했다.
“오빠는 매력 있어요. 내 눈엔.”
딴 여자 눈엔 매력 없어도 내 눈엔 괜찮아, 라는 의미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우현은 안심했다.
그래, 하루 눈에만 매력 있으면 되지.
우현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희정을 돌아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런데 저, 희정이랑 얘기 좀 할게요. 그만 가셔도 돼요.”
하루는 희정을 선택했다.
어두워지는 우현의 얼굴을 보며, 이번에는 희정이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정말 괜찮겠어?”
우현이 하루에게 물었다.
희정이 작은 목소리로 “아, 진짜 질척거리네.”라고 말했지만 못 들은 척했다.
“네, 괜찮아요. 이따 연락할게요.”
하루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가게를 나오기 전 우현은 혹시나 하루가 붙잡을까 싶어 뒤를 돌아봤지만, 하루는 이미 희정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매정한 여자 같으니.
그 매정함도 매력이지만.
30분 후, 집에 도착한 우현은 세상에서 제일 신나게 우현을 반겨주는 연두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
“연두야, 다들 날 싫어하나 봐. 넌 그러면 안 된다. 알겠지?”
+++
“도경이는 또 왜?”
하루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우현이 떠나자마자 희정은,
“윤도경 씨 좀 여기로 오라고 해.”
라고 명령조로 말했다.
저번부터 왜 자꾸 도경을 언급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좀 불러봐. 나 있다는 말은 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오라고 해. 내가 고기 쏠게.”
“조희정. 네가 부르란다고 내가 도경이를 부르겠어? 네가 도경이한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아, 내가 무슨 짓을 하긴 뭘 무슨 짓을 해? 그냥 좀 불러봐봐. 할 게 있으니까.”
“이것 봐, 할 게 있네. 뭔가 하려는 거네. 싫어. 안 불러. 할 거 있으면 나한테 해.”
하루의 단호한 대답에 희정이 하루를 쏘아봤다.
“대체 우현이 오빠는 왜 이런 고집불통을 좋아하는 거지?”
“그러게. 나도 그게 궁금해. 조희정, 넌 우현 오빠랑 어릴 때부터 알았으니까 한번 말해봐. 우현 오빠가 왜 날 좋아하는 걸까?”
하루가 희정 쪽으로 허리를 수그리고 물었다.
희정이 황당하단 표정으로 하루를 쳐다봤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날 세계에서 제일 나쁜 년 취급하더니, 우현이 오빠 얘기 나오니까 표정 변하는 것 좀 봐. 너, 진짜 재수 없는 거 알아?”
“그런데 너도 만만찮게 재수 없어. 네가 1위, 내가 2위로 하자.”
“유명지 그 기집애는 이런 여자 따라 할 게 뭐가 있다고 그렇게 따라 하는 거야?”
“그러게 말이야. 유명지 씨, 그런 식으로 화장 안 해도 예쁘장한 편이거든.”
“야, 이하루. 넌 착한 척 좀 그만해. 그런 여자한테 예쁘다는 말이 나와?”
“난 그냥 객관적인 거야.”
“아, 됐어. 너랑 얘기하면 피곤해.”
“그렇게 피곤한데 왜 굳이 여기까지 나와서 데이트를 방해한담.”
“누가 널 보러 나온 줄 알아? 윤도경 씨 부르라니까.”
“왜 자꾸 도경이를 부르래? 진짜 뭘 하려고?”
“그냥 좀. 알아볼 게 있어서.”
하루는 희정을 빤히 응시했다.
희정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하루는 도경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희정은 도경을 만날 때까지 하루를 괴롭혀댈 게 뻔했다.
‘어쩌지? 도경이가 얘를 감당할 수 있을까?’
차라리 은서나 미영을 불러달라는 거라면 바로 응했을 것이다.
은서와 미영은 절대 희정에게 지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도경은 여자에게 약하다.
“너, 도경이한테 못된 소리 하려고 그러지? 나한테 하듯이 협박하고 그러려고.”
“내가 널 언제 협박했다고 그래?”
“살짝 치매 있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협박했잖아.”
“아, 그건 이제 됐어. 협박 안 해. 내가 어디 가서 남한테 못된 소리만 하고 다니는 줄 알아?”
“응, 그런 줄 알았는데. 넌 네 자신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게 좋겠다.”
어쨌든 오늘은 희정에게 도움받은 것도 있으니, 도경을 불러주기로 했다.
셋이 같이 있는데 희정이 도경에게 무슨 짓을 할 것 같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의 연락을 받은 도경은 금방 가겠다고 했고, 20분쯤 지나 가게에 도착했다.
“도경, 여기야.”
문 열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고 손을 흔들어준 하루는, 다시 희정을 돌아보며 ‘이제 됐지?’라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희정을 보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고개를 살짝 숙인 희정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뭐야?’
이 광경을 보면 누구라도 눈치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웬일이야, 이게?’
도경이 옆에 앉아,
“어? 조희정 씨도 같이 있었네요. 오랜만에요.”
라고 인사할 때도, 희정은 고개를 숙인 채,
“아, 예.”
하고 우물우물 대답할 뿐이었다.
아까 유명지를 상대할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아니, 지금까지 하루가 본 그 어떤 모습 중에도 희정의 이런 모습은 없었다.
조희정이 얼굴을 붉히고 도경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도 못하다니.
그 조희정이.
‘얘, 설마…… 윤도경을 좋아하는 거야?’
기가 막혔다.
이제야 희정이 자꾸 도경을 불러내달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조희정 자존심에 스스로 도경을 불러내지는 못하겠으니, 하루를 통해서라도 부르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냥 도경이네 회사에 의뢰해서 봐도 되잖아. 아, 혹시 일이 아니라 사적으로 만나고 싶어서 그런 건가? 웬일이야, 조희정.’
하루는 당황스러운 한편, 희정이 귀엽기도 했다.
‘우와, 사랑에 빠진 조희정은 이렇구나. 웬일.’
우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희정은 마치 처음 사랑을 하는 10대 소녀 같았다.
‘조희정이 도경이한테 무슨 짓을 할 리는 없겠네.’
저 얼굴을 보니 말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 이제 어쩌지? 내가 자리를 피해줘야 하나?’
희정은 오늘 명지로부터 우현과 하루를 구해줬다.
그러니 은혜를 갚는 것도 좋으리라.
도경에게 나쁜 일도 아닐 것 같고.
“그런데 어쩐 일이야, 이 시간에? 고기 구울 사람 필요해서 불렀어?”
두 여자가 불러놓고 아무 말도 안 하자, 도경이 집게를 들며 물었다.
하루가 가방을 들며 말했다.
“아, 도경아. 나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하거든. 미안한데 희정이랑…….”
“이하루.”
그때, 희정이 고개를 번쩍 들고 하루를 불렀다.
희정의 시선은 오롯이 하루에게만 향해 있었다.
도경을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는 것 같았다.
“어?”
“잠깐 나랑 얘기 좀 해.”
희정이 하루의 가방을 뺏어 의자에 내려놓더니, 하루의 손목을 잡고 가게 입구 쪽으로 데려갔다.
“야, 너 어딜 가려는 거야?”
도경이 옆에 없으니 희정의 말투가 평소대로 돌아왔다.
“뭘 어딜 가? 윤도경 불러달라며? 그래서 윤도경 불러줬잖아. 그럼 난 이제 가도 되는 거 아냐?”
“미쳤어? 어떻게 우리 둘만 남겨두고 가? 안 돼. 너도 있어.”
“내가 왜? 그냥 도경이랑 둘이 얘기해. 도경이랑 할 얘기 있는 거 아니었어?”
“아니, 그냥. 내가 뭐 꼭 할 얘기가 있는 건 아니고.”
희정이 얼굴을 붉혔다.
“조희정. 네가 이렇게 수줍어하는 거 보니까 좀 소름 끼친다.”
“야, 내가 언제 수줍어했다고 그래? 나, 안 수줍어. 내가 왜? 내가 왜 저 남자 때문에 수줍어야 하는데?”
“아니, 누가 꼭 도경이 때문이래? 그냥 얼굴이 빨개서.”
“여기가 너무 더우니까 그렇지!”
“…….”
“아무튼 가지 마. 너도 같이 있어.”
희정이 제멋대로 말했다.
하루는 어쩔 수 없이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자리로 돌아온 후로도 놀라운 일은 계속되었다.
도경이 말을 걸 때마다 얼굴을 붉히고 우물쭈물 대답하는 희정의 모습이 도통 익숙해지질 않았다.
‘나도 우현 오빠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 저랬었나? 아니, 난 저 정도는 아니었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안절부절못하게 되는 심리는 이해하지만, 희정은 그 정도가 심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희정을 보니 안쓰러워서,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도경아.”
“응?”
“희정이, 내 친구야.”
“아, 그래?”
“그럼 너랑도 친구지. 번호나 교환하지 그래?”
“어, 그럴까? 번호 교환할래요, 희정 씨?”
희정이 고맙다는 듯 하루를 쳐다본 후, 다시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예에, 좋아요.”
두 사람이 휴대폰 번호를 교환했으니, 하루는 이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슬슬 집에 가자. 너무 늦었어. 나, 내일도 출근해야 해.”
“아, 그러게. 그만 일어나야겠다. 가시죠, 희정 씨.”
“네에.”
셋은 일어났고, 희정이 계산하려 했지만 도경이 먼저 계산대에 섰다.
“제가 계산할 거예요.”
희정이 말했지만 도경은 그저 희정을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줄 뿐이었다.
그 대수롭지 않은 미소가 희정의 가슴을 얼마나 뛰게 만들었는지, 도경은 몰랐다.
가게에서 나온 후, 하루가 도경의 팔을 잡았다.
“도경아, 희정이 좀 데려다줘.”
“응? 너는?”
“난 됐으니까 희정이 데려다줘.”
“에이, 그건 안 되지. 오늘은 내가 경호원 입장도 아니고, 희정 씨를 데려다줄 이유가 없잖아.”
대로변에 서서 택시를 기다리는 희정을 흘끗 본 후, 하루가 말했다.
“쟤가 널 좋아한단 말이야.”
“응? 희정 씨가? 나를? 왜? 갑자기?”
“뭐야, 너 진짜 눈치 못 챘던 거야?”
“내가 뭘 어떻게 눈치채야 하는데?”
“너도 참 둔하다.”
“아니, 너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진 않은데.”
“오늘 너랑 얘기하는 내내 얼굴 빨개졌잖아.”
“그거야 원래 얼굴에 홍조가 가득한 체질인 줄 알았지.”
“……하여간 난 됐으니까 희정이나 바래다줘. 알겠지?”
도경은 떨떠름한 표정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희정의 앞에 택시가 멈추기에, 하루는 얼른 달려가서 뒷문을 연 희정의 손목을 잡았다.
“이건 내가 타고 갈게. 도경이가 데려다준다니까 조심해서 들어가.”
희정의 눈이 커졌다.
하루는 싱긋 웃어주고는 택시에 타서, 희정이 뭐라 하기 전 얼른 문을 닫았다.
+++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희정은 이러다가 정말 심장이 멎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늘 후줄근한 차림새로 나온 도경을 보면, 처음 봤을 때의 그 감정이 깨끗이 사라질 줄 알았다.
잘못된 판단이었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도경은 정장을 입었을 때보다 훨씬 멋있었다.
점퍼를 벗었을 때, 늘어난 흰 티셔츠 위로 보이는 목덜미가 어찌나 섹시하던지.
도경을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도경이 건네는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의미 깊게 다가왔고, 도경이 소리 내서 웃을 때마다 심장이 아프도록 두근거렸다.
그리하여 희정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남자를 좋아한다.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권력이나 재산 따위의 외부적인 요소가 끼어들 틈이 없는, 순수한 사랑.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 너무도 짧게 느껴졌다.
도경과 함께 걷는 거리가 몹시도 찬란해서,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랐다.
집이 가까워 오자 희정의 걸음이 느려졌다.
도경이 희정의 속도에 맞춰 느리게 걸어주는 게, 가슴이 벅차도록 좋았다.
하지만 그 벅찬 행복은.
“조희정? 너, 이 시간까지 놀다 들어오는 거냐?”
집 앞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차갑게 흩어졌다.
오빠인 완우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완우의 시선이 희정의 옆에 있는 도경에게 닿았고, 희정은 저도 모르게 도경에게서 조금 떨어졌다.
도경을 위아래로 훑어본 완우가 물었다.
“그 남자,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