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남자의 은밀한 하루-45화 (45/119)

#(45) 좋은 기억이 되었으면 해.

크리스마스 다음 날은 주말이었다.

우현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출근하는 날이면 먼발치에서라도 하루를 볼 수 있을 텐데.

크리스마스이브에 그렇게 돌아간 후, 하루에게서는 [잘 도착했어요.]라는 메시지 이후 연락이 없었다.

하루가 먼저 연락하는 일은 없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우현이 연락해도 되는 일이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날, 하루가 겁에 질린 듯 돌아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먼저 연락을 했다가,

“미안해요. 우리 그만 만나요.”

라는 말을 듣게 될까 두려웠다.

우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 그만 만나요, 라는 말은 지긋지긋하게 들어왔는데 이제 와서 그 말을 듣는 게 두려워질 줄이야.

딩동-

그때,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인터폰 화면을 본 우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가 제 발로 찾아올 리 없는데 바보 같은 기대를 했다.

인터폰에 비친 얼굴은 희정이었다.

“오빠, 문 좀 열어봐.”

희정이 현관문 앞에서 말했다.

우현은 모르는 척했다.

딩동- 딩동- 딩동-

초인종이 반복해서 울리자, ‘연두’가 웡웡 짖었다.

“쉿.”

작게 속삭인 소리를 어떻게 들은 건지, 희정이 외쳤다.

“오빠, 집에 있는 거 다 알거든? 문 좀 열어봐. 할 얘기가 있어. 나랑 얘기 좀 해. 얘기만 하고 돌아갈게. 응?”

우현은 소파에 앉아 현관문을 응시했다.

희정이 왜 저렇게 다급하게 행동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다만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우현이기에, 희정이 저렇게 피곤한 성격일 줄은 몰랐을 뿐이다.

‘조완우한테 한 소리 들었나 보군.’

할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고는 해도 힘이 있지는 않았고, 아버지가 사장이라고는 해도 이름이 있는 중소기업 축에 속할 뿐이었다.

‘졸부’라는 말이 어울리는 희정의 집안은 근사한 이름을 얻길 바랐다.

그게 우현이었다.

우현이 가족들과의 관계가 어떠하든 세정 그룹 핏줄이니 탐내는 게 당연했다.

그와 별개로 희정이 우현에게 개인적인 호감을 품고 있기도 했다.

희정이 사귀자고 했을 때는 놀랍지 않았다.

이별하자고 했을 때도 놀랍지 않았지만, 자존심을 다 버리고 집까지 찾아온 희정의 태도에는 놀라웠다.

좀 더 자존심이 강한 여자인 줄 알았는데.

“오빠. 우리 이렇게 끝날 사이 아니잖아. 이런 식으로 관둘 사이 아니잖아. 정말 얼굴 안 볼 거야? 우리 앞으로도 얼굴 보게 될 텐데, 계속 이렇게 무시할 거야?”

온 동네에 둘의 관계를 소문낼 생각인지, 희정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연두는 거슬리는 듯 못마땅한 표정으로 낑낑거리고 있었다.

문을 열어주기 전에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 같기에, 우현은 인터폰이 잠시 꺼진 틈에 얼른 수화기를 들어서 경비실을 호출했다.

잠시 후, 문 앞에 두런거리는 소리와 함께 희정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 진짜 싸가지!”

아마 경비원들이 희정을 끌고 나가고 있을 것이다.

희정이 싸가지라고 생각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우현은 그저 하루가 신경 쓰일 뿐이었다.

역시 그 코끼리 인형을 지금 준 건 너무 성급했던 걸까?

조금 더 친밀해진 후에 줘야 했던 걸까?

우현은 연두의 등을 쓰다듬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크리스마스였던 어제 불타는 시간을 보냈는지, 하루의 집에 모인 은서와 미영은 눈 밑이 퀭했다.

하품을 하는 두 사람의 앞에, 도경이 의젓하게 서 있었다.

“아, 윤도경. 또 뭔데?”

“나, 어제 진짜 너무 마셨단 말이야. 토할 것 같아.”

“그러니까. 아니, 스토커인 줄 알았어. 전화 안 받았더니 계속해. 몇백 통이라도 하겠더라.”

미영과 은서가 투덜거렸다.

인자하게 두 사람을 지켜보던 도경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 통탄할 만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우리 이하루가 아무래도 먹튀녀가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뭔 소리래?”

“하루야, 쟤 좀 어떻게 해라.”

은서와 미영이, 식탁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루에게 말했다.

“여러분. 술에 찌든 눈을 비비고 잘 보세요. 안 보이십니까? 벽에 걸린 저 비싼 드레스와 내가 들고 있는 이 비싼 구두와 여러분 앞에 있는 그 비싼 장신구가.”

그제야 은서와 미영은 그것들의 존재를 눈치챘다.

패션 쇼핑몰을 하는 두 사람이기에, 눈이 번쩍 뜨였다.

도경이 언급한 물건들이 얼마나 고급인지 알아본 것이다.

“와, 이게 다 뭐야?”

“웬일이야. 나 이거 본 적 있어. 거의 천만 원 하던데.”

하루는 움찔했다.

‘천만 원? 그냥 구두 하나가 천만 원이라고? 난 십몇만 원 정도 하는 줄 알았는데!’

도경이 이렇게 먹튀, 먹튀 해가며 호들갑을 떠는 이유가 있었다.

이제 하루의 머릿속엔 우현을 향한 혼란스러운 감정은 깨끗이 사라지고 ‘천만 원’만 남았다.

물건들을 자세히 살피던 미영이 하루를 휙 돌아봤다.

“이거 설마…… 그 남자한테 받은 거야? 이걸 전부 다?”

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웬일, 웬일.”

도경이 양 볼에 손을 대고 추임새를 넣었다.

근육질의 팔을 가지고 저러는 거, 진짜 못 봐주겠다.

“그런데 먹튀라고? 설마…… 너,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무것도 준비 안 한 거야?”

은서가 질문에 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이 또 추임새를 넣었다.

“웬일, 웬일.”

혼내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고, 하루는 도경을 내보내고 싶어졌다.

“그게 말이 돼? 작은 선물 하나도 준비 안 했어? 손수건이나, 뭐, 그런 것도?”

친구들이 하루를 향해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하루는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말도 안 돼. 이렇게 잔뜩 받아놓고 아무것도 안 주다니. 모르는 사람이 이만큼을 챙겨줘도 뭐든 해주겠다.”

“그러게. 하루가 정말 이럴 줄은 몰랐네.”

은서와 미영은 도경이 자기들을 이곳에 불러, ‘먹튀’를 유독 주장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루가 그 남자를 위해 뭐든 해줄 기회를 마련해주려는 것이다.

‘역시 도경이는 하루 문제에 있어서는 머리 회전이 빨라.’

미영은 새삼스레 도경을 쳐다봤다.

‘저러지만 않으면 멋있을 텐데.’

도경은 여전히 굵은 손으로 양 볼을 감싸고 웬일, 웬일, 말도 안 돼, 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역시…… 내가 뭔가 해줬어야 하는 거지?”

하루가 조심스레 물었다.

“당연하지. 사귀는 척할 뿐이라도 이렇게 받았으면 해줘야지.”

미영이 얼른 말했다.

“난 정말 그 사람이 이렇게까지 해줄지는 몰랐어. 저것도 사주고.”

하루가 식탁 위의 코끼리 인형을 가리켰다.

그걸 본 미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미영도 그 코끼리 인형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도경을 돌아보니, 도경이 검지를 자기 입술 위에 슬쩍 가져다댔다.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의미다.

“저 못생긴 코끼리 인형은 뭐야? 왜 준 거야? 무슨 의미가 있어?”

코끼리 인형에 대해 모르는 은서가 물었다.

“그러게. 그런데 그 남자한테 뭘 해줘야 좋아할까? 하루가 진짜 많이 받긴 했는데, 이게 다 너무 비싸니까 돈으로는 어떻게 해줄 수가 없잖아.”

미영이 얼른 말을 돌렸다.

다행히 은서는 미영의 의도대로 선물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네. 원래 받은 만큼 해주는 거지만, 이만큼 해주려면 하루 전세 빼야겠네.”

“그 정도로 비싼 것들이야?”

하루가 물었다.

“거의 그쯤 될걸.”

“이거 다 돌려줄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널 위해 준비해준 건데, 그거 돌려주면 진짜 실례인 거 알지?”

“알겠어, 미영아. 알겠으니까 그렇게 무섭게 째려보지 말아줄래?”

하루가 두 손을 살짝 들고 물러났다.

미영은 완전히 우현의 편이었다.

술집에 하루를 데리러 왔을 때도 그렇고, 사정은 자세히 모르겠지만 저 코끼리 인형도 그렇고.

좋은 예감이 들었다.

“크리스마스는 지났으니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주는 건 좀 그렇고. 31일은 어때? 31일에 만나서 같이 해 뜨는 걸 보는 거야. 그러면서 선물을 주는 거지.”

은서가 좋은 방법을 제안했다.

“그러네. 딱 좋네. 같이 새해를 맞이하는 거. 그때 지난 한 해 고마웠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선물을 주면 되겠다. 그치, 도경아.”

미영이 도경을 돌아봤다.

도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해. 그거라면 하루가 먹튀녀라는 누명을 벗을 수도 있겠어.”

“글쎄. 과연 그 남자가 나랑 새해를 맞이하는 걸 좋아할까? 가족들이랑 같이 보낼 예정일지도 모르고, 그날은 데이트하는 날이 아니라서 만나줄지 안 만나줄지도 모르는데.”

하루가 말했다.

미영은 안심했다.

하루는 ‘만나기 싫어.’가 아니라, 우현의 사정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럼 지금 물어보는 건 어때?”

은서가 말했다.

“지금? 바로?”

“응. 일단 약속 잡아두고 선물 고민하면 되잖아. 어디서 동트는 거 볼지도 고민해야 하고.”

“아, 그건 그러네. 하지만…….”

하루는 걱정스러웠다.

이제야 크리스마스 때 우현을 그렇게 두고 와버린 게 마음에 걸렸다.

우현에게 정말 많은 걸 받았는데, 그런 식으로 도망쳐서는 안 됐다.

어쩌면 우현이 화났을지도 모른다.

그날, 홀로서기에 도착해 [집에 잘 도착했어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아직까지 답이 없다.

이렇게 뻔뻔한 먹튀녀와는 계약연애조차 하기 싫어진 걸지도 모른다.

“얼른 전화해봐.”

은서가 하루의 휴대폰을 집어 하루에게 건넸다.

“아니, 그게 나도 마음의 준비를…….”

“뭔 마음의 준비야? 먹튀녀가 될 판인데! 얼른 걸어!”

미영이 버럭 외쳤다.

하루는 미영의 기세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우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

재현이 크리스마스이브 파티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들은 건, 크리스마스 당일인 어제, 가족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면서였다.

정 회장은 우현이 결혼할 여자를 데리고 와서 소개시켜줬다며, 그 여자가 참 예쁘고 귀엽다며, 기분 좋게 말했다.

재현은 입안에 있던 것을 뿜을 뻔했을 정도로 놀랐다.

그런 파티에서 결혼할 여자라고 소개하는 건, ‘반드시 결혼합니다.’와 일맥상통했기 때문이다.

‘그것까지 연기는 아니겠지?’

그리하여 지금, 재현은 우현을 축하해주기 위해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우현의 집 앞에 서 있었다.

희정에게는 미안하지만, 우현이 한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정말로 축하해줄 일이었다.

‘하지만…… 계약 결혼 같은 걸지도 몰라. 형은 어쨌든 결혼을 해야 유산을 받으니까, 유산 받은 다음에 이혼할지도 모르고.’

이쪽이 더 가능성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일단 축하는 해주기로 했다.

딩동-

초인종을 누르고 잠시 지나자, 우현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뭐야?”

“축하해, 형. 결혼한다면서?”

재현이 싱글싱글 웃으며 우현에게 꽃다발을 내밀었다.

우현은 잠시 멈춰 있다가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너도 참 쓸데없는 짓을 좋아한다.”

기분 탓일까?

우현의 행동이 평소보다 부드럽게 느껴졌다.

이거, 예감이 좋다.

재현이 들어가는데도 우현은 들어오지 말란 소리를 하지 않았다.

“오, 하루야. 잘 지냈어?”

재현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하루를 쓰다듬어주었다.

“이름 바뀌었어. 연두야, 연두.”

“왜? 하루라는 이름도 좋은데. 하루.”

거기까지 말하고 재현은 입을 다물었다.

하루.

‘왜 생각 못 했지?’

‘하루’와 하루는 이름이 같았다.

나중에 하루를 만나면, 우리 형 강아지 이름이 ‘하루’라고 말해줘야겠다.

현재는 ‘연두’로 개명을 했지만.

“그런데 정말이야? 형, 진짜 결혼해?”

“언젠가는 하겠지.”

“아직 날짜는 안 정한 거야?”

“알아가는 단계야.”

“알아가는 단계인데 결혼할 여자라고 소개했다고?”

“결혼할 거니까. 나는.”

우현이 재현을 돌아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놀라웠다.

우현이 저런 표정을 짓다니.

“형, 방금 좀 멋있었어. 나, 두근거릴 뻔했어.”

“징그러운 소리 하지 마.”

“그런데 어떤 여자야?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그 파티 갈걸 그랬다. 조희정이 하도 난리라서 안 간 건데……. 아, 그러고 보니 희정이랑은 별일 없었어? 걔, 아주 단단히 벼르고 있던데.”

재현은 우현의 달라진 모습에 괜히 들떠서 말이 많아졌다.

그때, 휴대폰 진동 소리가 들렸다.

우현이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 순간,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그거다.

햇살.

우현의 얼굴에 번지는 햇살 같은 미소에, 재현은 눈을 부릅떴다.

우현이 어떤 여자에게 미소를 지어줬다는 희정의 말을, 아직도 믿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현의 미소를 보니, 희정이 왜 그렇게 분노해서 날뛰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우현은 그 여자를 향해 이런 미소를 짓고 있었던 걸까?

평생 우현에게서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종류의 미소였다.

무척이나 소중하고 아끼는 사람을 향해서만 짓는 미소.

우현이 검지를 들어 자신의 입술 위에 살짝 댔다.

재현에게 조용히 하라는 표시였기에, 재현은 황망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보세요? 그래, 잘 잤어. ……31일? 응, 괜찮아. 기쁘네, 먼저 만나자고 해주다니. ……그래, 그때 봐.”

우현의 통화를 들으며, 재현은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먼저 만나자고 해줘서 기쁘다고?

저거, 진짜로 강우현 맞아?

오만하기 짝이 없는 내 형, 강우현 맞냐고?

통화를 끝낸 후에도 우현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를 만난다는 게 무척 즐거운 듯, 아주 행복한 듯, 끊긴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형.”

아무래도 재현이 옆에 있다는 걸 잊고 있는 것 같기에, 작게 우현을 불렀다.

우현은 순식간에 미소를 지우고 재현을 돌아봤다.

“왜?”

“아니, 저기…….”

재현은 침을 꼴깍 삼켰다.

‘나, 지금 꿈꾸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우현은 재현이 아는 우현과 너무 달랐다.

‘저거, 진짜 형 맞나? 다른 사람인 거 아냐? 외계인이 변신을 했다든가. 아니면 기생충 같은 게 뇌를 점령해서 인격을 바꿨다든가.’

허무맹랑한 생각이 들 정도로, 재현은 당황하고 있었다.

“저기, 너무…… 쉬운 거 아냐?”

“뭐가?”

“여자분이…… 아니, 이제 곧 형수님이 되실 분이니까 형수님이라고 할게. 형수님이 만나자고 하는데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기쁘다고 하면 좀 쉬워 보이잖아. 여자들은 너무 쉬운 남자, 별로 안 좋아해. 물론 형이야, 얼굴이 끝내주니까 문제없긴 하겠지만.”

우현의 미소 때문에 혼란에 빠져, 재현은 바보 같은 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우현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튕기고 어려워 보일 여유 없어. 나는 그녀가 내 옆에 있는 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서 그녀에게 잘해줄 거다. 혹여 헤어지게 되더라도.”

그 부분에서 우현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

“지금 나와의 기억이 조금이라도 그녀에게 좋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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