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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딴 계약-74화 (외전) (74/83)

외전 1화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재하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단잠을 깨운 햇살에 성질을 내려다가 옆에 이경이 누워 있는 것을 보고 바보처럼 실실거렸다.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지금은 몰디브로 신혼여행 중이었다. 이제 차이경은 완전히 내 사람이다. 그 사실이 뿌듯해 재하는 잠든 이경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아침 인사가 너무 격합니다.”

재하의 행동에 잠에서 깬 이경이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재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락사락 재하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기분이 좋아 이경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목소리 섹시하네, 차이경.”

목덜미에서 얼굴을 뗀 재하가 이경을 보며 씩 웃었다. 잠에서 막 깬 이경의 얼굴과 목소리가 참 자극적이다. 아침부터 심장 안 좋게.

“서 전무님 기준에서 안 섹시한 부분이 있기는 합니까?”

이경이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하지만 재하가 이내 이경의 허리를 끌어안아 다시 침대에 눕혔다.

“또 서 전무님. 나 전무 아니라니까.”

“실수예요. 입에 배서.”

“실수 섹시하네.”

재하가 이경의 위로 올라타며 말했다.

재하의 시선이 이경의 눈과 코를 지나 입술에 머물렀다. 한입에 넣고 빨기 좋은 차이경 입술. 재하는 이 예쁜 입술이 완벽하게 자신의 것이라는 게 감격스러웠다.

“별게 다 섹시합니다.”

이경이 웃으며 재하의 어깨를 밀쳐 냈다.

재하는 밀쳐 내는 이경의 손목을 잡아 결박시키고 코에 입을 맞췄다. 누구 건지 예뻐 죽겠다.

“이경아.”

재하가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이경을 보았다.

“그렇게 봐도 안 돼요. 안 합니다. 아침부터는.”

이경이 재하에게서 벗어나려고 몸을 비틀었다.

“뭐가 안 돼?”

재하가 이경의 파자마 단추를 풀며 물었다.

하경이 결혼 선물로 사준 파자마는 귀엽기는 했으나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다. 긴 소매 상의와 긴 바지는 신혼여행 첫날밤에 입기에는 심각하게 단정했다.

“지금 하시는 짓이요.”

이경이 단추를 푸는 재하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어젯밤에도 안 했잖아.”

이경의 입술에 입을 가볍게 맞추고 재하가 투정을 부리듯 말했다.

“피곤한데 어떻게 해요.”

“난 안 피곤했어.”

“알아요. 서 전…… 재하 씨 체력 좋은 거.”

“재하 씨?”

이름을 불러 준 이경 때문에 재하의 입가가 한없이 올라갔다. 이래 놓고 안 된다니. 차이경은 너무 양심이 없다.

“왜요? 또 섹시해요?”

“아니. 야해.”

재하가 고개를 내려 이경의 귓불을 깨물었다.

이경이 살짝 콧잔등을 찌푸렸다. 입술로 귀를 지분거리는 재하 때문에 이경은 점점 몸이 뜨거워졌다.

“읏.”

“할까?”

이경의 신음 소리에 재하가 은근한 목소리로 귀에 속삭였다.

“아니요.”

이경은 고개를 흔들었다. 해가 환히 들어오는 이 아침에, 사방이 뚫린 곳에서 그런 일을 하기엔 이경은 하경이 사 준 파자마만큼이나 보수적이었다.

“왜?”

“너무 환하고, 너무 뚫려 있습니다.”

이경이 재하의 어깨 너머 푸른빛의 바다에 시선을 주었다. 뚝 떨어져 있는 수상 리조트였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누군가가 볼 것만 같다.

“그것만 해결하면 되는 거지?”

재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으로 다가갔다. 커튼을 꼼꼼하게 치고 파자마 단추를 풀며 이경에게 다가왔다.

이경이 파자마 단추를 푸는 재하를 감상하듯 바라보았다.

파자마 상의를 내던진 재하가 다시 침대로 올라왔다. 탄탄한 상체는 언제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멋있었다.

재하가 이경의 허리 양쪽에 무릎을 두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이경이 천천히 재하의 복근에 손을 댔다. 단단하게 느껴지는 근육이 마음에 들었다.

“네 거야. 마음에 들어?”

재하는 복근을 만지는 이경의 손을 꼭 잡은 채,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이경이 만질 수 있도록 움직였다.

“좋은데요?”

“그럼 여긴?”

재하가 짓궂은 얼굴로 자신의 하반신에 이경의 손을 가져다 댔다.

손에 닿은 재하의 것에 이경이 작게 한숨을 쉬며 얼른 잡힌 손을 빼 냈다. 여전히 그분은 대단했다.

“여긴 어때?”

재하가 침대에서 내려와 파자마 바지를 벗으며 물었다.

“어떻긴요.”

“좋아?”

몸에 브리프만 남긴 재하가 다시 침대 위로 올라왔다.

“……네.”

“마음에 들어?”

재하가 이경과 몸을 겹치며 물어 왔다.

“그런 것 같아요.”

“먹을까?”

이경의 턱 끝을 엄지로 살살 문지르며 재하가 입을 열었다. 먹이를 눈앞에 놓은 맹수 같은 눈빛이면서도 말투는 참 부드러웠다.

“글쎄요.”

이경이 미소와 함께 재하의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락사락, 서재하랑 안 어울리게 부드러운 머리칼의 감촉에 이경은 작게 웃음이 터졌다.

“알았어. 줄 테니까 음미해 봐.”

“됐습니다.”

저런 말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뻔뻔하게 하는 재하 때문에 이경은 어이가 없었다. 그런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나다가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남자는 언제까지 나한테 빌빌거려 줄까. 사랑에도 유효 기간이 있다는데 그 사랑이 끝나고 나면 이 귀여운 남자는 어떻게 변할까.

새삼스럽게 재하의 위치와 자신의 위치가 비교되었다. 그런 생각이 밀려오자 이 남자를 감당하고 살아야 할 시간이 자신이 없어져 저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왜 한숨이야? 너무 설레서?”

재하가 이경의 단추를 풀며 물었다. 마음은 급한데 조그마한 단추가 자꾸만 손가락에서 헛돌았다. 하경이 사 준 선물이라 찢어 버릴 수도 없고.

“그냥 좀 걱정돼서요.”

“뭐가? 너무 맛있을까 봐?”

“내가 서재하라는 남자를 감당하고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요.”

이경이 재하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무 커서? 새삼스럽게.”

재하가 콧잔등을 찌푸렸다.

“그게 아니라…….”

말뜻을 잘못 알아먹은 재하 때문에 이경은 피식 웃음이 났다.

그때, 재하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앉았다. 침대 헤드에 기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이경을 들어 무릎에 앉혔다.

“차이경 쓸데없는 고민 하고 있네. 눈앞에 맛있는 거 놔두고.”

재하가 이경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재하의 말에 이경이 작게 웃었다.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모양이다.

“난 평생 차이경한테 빌빌거리면서 살 거야. 네가 발을 핥으라면 발을 핥을 거고, 죽으라면 상황 봐서 진짜로 죽을 거야.”

“바로 죽지는 않고 상황 봐서 죽을 거예요?”

“눈치를 이렇게 보다 차이경 진심이다 싶으면 죽어야지, 뭐. 네가 나보고 죽으라고 할 정도면 답 없는 짓을 했단 얘긴데, 그런 놈은 죽어도 싸.”

재하가 이경의 뺨과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목덜미를 손으로 감고 깊게 입을 맞추었다.

안쪽 살과 혀를 건드리는 움직임이 한없이 간질거려 이경은 재하의 팔을 움켜잡았다. 진한 입맞춤을 이어 가며 재하가 이경의 파자마 상의를 벗기기 시작했다. 상의를 벗겨 내고 이경의 목으로 입술을 내렸다.

조금은 거칠어진 재하의 움직임에 이경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흔들리던 이경이 재하의 목을 끌어안았다.

“죽지는 말고, 발은…… 어디 핥아 봐요.”

이경이 재하의 귀에 신음과 함께 속삭였다.

귀에 닿은 뜨거운 이경의 음성에 재하는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 이경을 침대에 던지듯 내려놓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내가 그거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재하가 짓궂은 얼굴로 이경의 발목을 잡았다.

정말 발을 핥을 기세라 이경이 황급히 상체를 일으켜 재하를 붙잡았다.

“왜?”

“거기 말고 여기요.”

이경이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나 또 미치라고 이러는 거지?”

재하는 이것 봐라, 하는 표정으로 이경을 다시 침대에 눕혔다. 차이경이 여우인 걸 잠깐 잊었다.

그대로 재하는 이경에게 달려들었다. 속옷을 벗겨 버리고 가슴을 머금었다. 사람 미치게 만드는 이경의 살냄새에 그는 이성을 반쯤 놓아 버렸다.

빨았다가 살짝 깨물었다가 핥아 내고 다시 빨아 대며 재하는 이경을 만끽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하읏.”

이경의 신음이 점점 커질수록 재하의 움직임도 커졌다. 다른 쪽 가슴은 손으로 쥐어 자극하고 쓰다듬었다.

재하의 입술은 점점 아래로 향했다. 이경의 배를 깨물어 붉은 자국을 내며 파자마 바지를 내렸다. 거추장스러운 속옷이 벗겨지고, 재하의 손이 거침없이 이경을 자극했다.

“으읏.”

붉게 상기된 이경의 얼굴이 쾌락으로 일그러졌다.

그 얼굴에 짐승처럼 흥분한 재하의 손가락이 더욱 바빠졌다. 이경은 거의 흐느끼듯 신음했고, 재하는 이성을 잃은 짐승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재하는 이경에게 꼭 할 말이 있었다.

이경과 몸을 하나로 겹친 채, 재하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평생 네 앞에 바짝 엎드려서 살게. 차이경은 나한테 단순한 여자 아니야.”

“흐읏.”

밀어붙이는 재하 때문에 이경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신음하며 몸을 비틀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은 똑똑히 들려왔다. 몸을 꽉 채운 재하의 것처럼 선명하고 분명하게 그의 말이 귀를 채웠다.

“고작 여자일 수가 없지. 차이경인데.”

재하가 몸을 밀어치며 이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말을 제대로 듣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경은 쾌락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그 모습이 황홀할 정도로 마음에 들어 재하의 움직임이 더욱 맹렬해졌다.

“하아, 하아.”

숨이 넘어가기 직전인 이경을 보며 재하가 그녀를 품에 꽉 안았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걱정은 말고 서재하나 마음껏 즐겨 봐.”

내가 줄 수 있는 건 다 줄 테니. 차이경이 아니면 이미 서재하의 세상은 의미 없는 것이 되었다.

그러니 차이경의 세상에 종속되어 살아갈 것이다. 평생 차이경은 서재하의 갑이고 신이다. 그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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