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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딴 계약-67화 (67/83)

67화

테이블 앞에 서자 재하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자가 의아한 얼굴로 이경을 올려다보았다.

이경은 여자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재하와 결혼을 할지도 모르는 여자의 앞에서 이게 무슨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멈춰지지 않았다.

“차이경.”

재하가 이경을 불렀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서 전무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아니에요. 저도 얘기 다 끝났습니다. 일어나려던 참이었어요.”

여자가 웃으며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박 기자님 잘 부탁드립니다.”

재하가 여자를 따라 일어나며 인사를 했다.

기자? 선본 여자는 기자가 아닐 텐데. 이경이 느리게 눈을 껌벅였다.

“저 이렇게 비싼 밥 얻어먹은 건 비밀이에요.”

박 기자라는 여자가 싱긋 웃으며 떠났다.

“왜? 할 말이 뭔데? 윤성현은 안 따라가고 왜 왔는데?”

재하가 다시 자리에 앉아 디저트로 나온 커피를 마시며 물었다.

이경은 말없이 재하를 내려다보았다. 이경이 말이 없자 재하가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차이경?”

“체했습니다. 손 따 주십시오.”

이경이 잠시 망설이다 재하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재하의 시선이 이경의 엄지를 따라 천천히 얼굴로 올라갔다. 두 사람은 말없이 가만히 서로를 응시했다.

“무슨 뜻이야?”

한동안 이경의 얼굴만 보던 재하가 물었다.

“체하면 오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따 주신다고.”

“무슨 뜻이냐고, 차이경.”

재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경의 얼굴에서 정답을 찾기 위해 눈동자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무슨 뜻이겠습니까.”

이경이 재하와 눈을 똑바로 맞추며 대답했다.

“네가 이러면 난 내 멋대로 생각한다고.”

재하가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이경을 보았다. 화가 난 건지, 당황스러운 건지, 재하의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셨는데요?”

이경이 재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서재하가 찾은 답은 무엇일까 궁금해하며.

“이렇게.”

재하가 한 손으로 이경의 뺨을 감싸 쥐고 몸을 숙여 입을 맞추었다. 가볍게 입을 맞추고 떨어진 재하가 불안한 눈으로 이경을 내려다보았다.

답지를 맞춰 보는 그 눈빛에 이경이 작게 웃었다.

“정답을 맞히셨네요.”

“여우 같은 게, 진짜.”

긴장이 풀린 건지, 이경의 말에 재하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중얼거렸다.

얼굴을 가린 손을 떼자 재하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재하가 이경의 손을 잡았다.

“일단 나와.”

재하는 이경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레스토랑을 빠져나갔다.

다짜고짜 이경을 차에 태운 재하는 핸들에 손을 얹은 채 가만히 있었다. 배터리가 다 된 기계처럼 움직임이 없었다.

“서 전무님?”

“생각 중이야. 널 어디로 데려가야 할지.”

이경이 부르자 재하가 진지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어디로 데려가고 싶으신데요?”

“데려가고 싶은 곳이야 많지. 우리 할아버지한테 너 보여 주고 싶기도 하고, 하경이한테 가서 허락 맡고 싶기도 하고.”

“…….”

성격도 급하지. 회장님께 데려가고 싶다는 재하의 말에 이경은 살짝 어이없는 표정으로 재하를 보았다.

“근데 제일 가고 싶은 곳은…….”

“제일 가고 싶으신 곳은요?”

말끝을 흐리는 재하에게 이경이 되물었다.

“침대.”

재하가 이경을 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이경은 그 말에 픽 웃음이 터졌다.

“차이경.”

“네, 전무님.”

재하가 부르는 소리에 이경이 웃음을 거두고 그를 보았다. 재하는 한껏 진지한 얼굴로 이경을 보며 말을 이었다.

“나 좋다는 말 맞지?”

“네, 맞습니다.”

“내가 좋다는 거지?”

“네.”

“이제 나 좋아해 주겠다는 말이지?”

“네.”

몇 번이나 확인하듯 묻는 재하에게 이경이 성실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그러다 이경은 놀 거 다 놀았으니 가라던 재하의 말이 생각나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문득 억울해져 입을 열었다.

“차이경 데리고 놀 만큼 놀아서 이제 더는 볼 것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응?”

“고작 저 같은 걸 서 전무님 사람으로 두겠냐고도 하셨습니다. 몇 번 자고 치울 여자면 몰라도, 이런 말도 하셨습니다.”

“이경아, 그건.”

재하가 당황한 얼굴로 눈을 굴렸다.

이경이 재하에게 눈을 흘겼다.

“넌 뭘 그런 걸 계속 기억하고 있어!”

재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저 성질머리. 이경은 죽지도 않는 성질머리에 감탄하며 재하를 빤히 보았다.

“너 보내 주려고 그런 거지. 내가 하경이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그래서 네 옆에 있으면 안 되니까 너 보내 주려고.”

“그러니까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다, 이 말씀이십니까?”

이경이 고개를 숙인 재하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며 물었다. 재하의 표정이 보고 싶었는데 푹 숙인 고개 때문에 보이지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재하가 고개를 번쩍 들고 이경을 보았다. 그대로 재하는 아무 말 없이 이경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도망치지 못하도록 이경의 목덜미를 단단하게 잡고, 깊은 입맞춤을 퍼부었다. 입술을 집어삼키더니 순식간에 입술을 가르고 혀가 침범했다.

“음.”

이경은 버거운 재하의 움직임에 그의 어깨를 잡았다.

재하의 입술과 혀가 이경의 모든 것을 흡수하듯 깊고 진하게 움직였다. 이경의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부드럽게 혀가 엉키고, 갈증을 해결하려는 듯 재하가 이경을 빨아들였다.

이경의 숨이 가빠질 때쯤, 재하가 떨어졌다.

“대답이 됐어?”

재하가 타액으로 얼룩진 이경의 입술을 엄지로 닦아 주며 말했다.

“충분히요.”

이경은 숨을 몰아쉬며 재하를 보았다.

“룸으로 올라가자.”

재하가 이경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재하는 빠르게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 주었다. 조수석에서 이경이 내리자 재하가 손을 잡고 성큼성큼 스위트룸으로 향했다.

***

지금 재하는 여우를 사냥 중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시작된 키스가 더욱 갈증을 불러일으켰다.

엘리베이터에서 스위트룸까지는 1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재하에게는 억만 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입을 맞추고 품으로 끌어당겨도 차이경을 향한 갈증은 더 심하게 났다.

결국 재하는 이경을 안아 들었다. 사람 미치게 만드는 이 여우는 안아 들자 다리를 허리에 감는다.

“이게 누굴 죽이려고.”

이경에게서 살짝 입술을 뗀 재하가 그녀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까부터 뻐근했던 허리 아래가 이경의 행동으로 더 심해졌다.

“빨리 가십시오. 못 참겠습니다.”

재하의 목에 팔을 감은 이경이 그의 귀에 소곤거렸다.

여우가 아니라 구미호인가 보다. 나를 홀려 간을 빼먹으려고. 아니, 심장을 빼먹을 생각인가. 근데 그 심장은 이미 오래전에 뺏긴 것 같은데.

차이경만 보면 심장이 뛰니, 심장이 제 주인을 알아보고 꼬리를 흔드는 것이다.

“그래, 네가 다 먹어.”

간이든 심장이든 허리 아래든 네가 다 먹어, 차이경. 재하가 이경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이경이 연약한 신음을 터트리자, 재하의 걸음이 빨라졌다.

주머니를 뒤져 카드 키를 꺼내고, 정신없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스위트룸으로 들어가는 사이 이경의 블라우스 단추는 절반이 풀려 있었다.

그대로 침대로 직진을 하려는데 이경이 황급히 팔을 잡았다.

“왜?”

정염이 가득한 얼굴로 재하가 이경을 보았다. 당장 이경을 눕히고 이곳저곳을 깨물고 싶다.

“씻고 싶습니다.”

이경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수줍은 듯 떠오른 표정에 재하는 미칠 것 같았다. 이런 걸 곰인 줄 알았으니 나도 참 멍청하다 싶다.

“못 참겠다며?”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습니다.”

“난 못 참겠는데?”

대답을 하며 재하가 이경을 안은 채로 욕실로 향했다. 이경의 블라우스는 벗겨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욕실로 들어온 재하가 이경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빠른 손길로 이경의 캐미솔과 스커트를 벗겨 냈다.

“서 전무님.”

옷을 벗겨 내는 재하의 손길에 이경이 부끄러워하며 그의 손을 잡았다.

“씻고 싶다며?”

“제가 씻고 나가겠습니다.”

나가라는 표현을 완곡하게 하는 이경에게 재하가 입을 맞추었다. 말을 못 하게 입술로 틀어막고 재하는 이경의 속옷마저 벗겨 냈다.

그러고는 제 옷도 순식간에 벗어 버렸다. 이경에게서 입술을 뗀 재하가 이경의 뺨을 쓰다듬었다.

“같이 씻어.”

“굳이 그럴 필요가…….”

이경이 말끝을 흐렸다. 수줍게 내리깐 눈에 재하는 끌어모은 참을성이 모두 휘발될 뻔했다.

“자꾸 유혹하지 말고. 이미 넘어갔으니까. 보면 몰라?”

재하는 잔뜩 성이 난 제 몸을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네에.”

이경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또 미치겠어서 입부터 맞추었다. 그러면서 이경을 샤워기 쪽으로 밀었다.

이경의 등을 쓰다듬으며 재하가 샤워기 물을 틀었다. 물이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아, 차가워.”

갑자기 쏟아진 물에 놀라 이경이 재하에게서 떨어졌다.

물을 뒤집어쓴 이경의 모습이 귀여워 재하는 실실 웃으며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샤워 젤을 손바닥에 짰다.

“씻겨 줄게.”

“……됐습니다.”

은근한 재하의 목소리에 이경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당황이 읽혔다.

재하의 입가가 한없이 올라갔다. 샤워 젤을 양쪽 손바닥에 비비고 이경의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으.”

이경이 다급하게 재하의 팔목을 잡았다.

“가만히 있어. 빨리 씻고 나가게.”

재하는 샤워 젤이 묻은 손으로 이경의 몸 곳곳을 문지르고 쓰다듬었다. 미끈미끈한 샤워 젤이 이경의 몸에 묻은 물과 만나 거품을 냈다.

재하는 이경의 몸 곳곳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때마다 이경은 연약한 신음을 흘렸고, 재하의 몸은 더 성이 났다.

재빨리 이경의 몸에 묻은 거품을 물로 닦아 주고, 재하는 제 몸도 물로 씻었다. 그러고는 다급한 손길로 물에 젖은 이경의 몸을 타월로 닦아 주었다.

“비누 거품 그대로 있습니다.”

얌전히 재하의 손길을 받으면서도 이경은 투덜거렸다.

“그건 내가 혀로 닦으면 되고.”

이경의 몸에 타월을 둘둘 말고, 재하는 그대로 이경을 어깨에 둘러메고 욕실을 빠져나왔다. 재하의 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서 전무님 몸은 닦지도 않으시고.”

침대 옆에 내려놓자 이경이 눈을 흘겼다.

차이경 여우 짓 하는데 미치겠다. 재하는 타월을 두른 이경을 끌어안고 몸을 비볐다. 그렇게 대충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 내고 이경을 안아 침대에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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