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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키스-100화 (100/114)

100화. 고양이의 해결법

해인은 초조하게 시계를 노려봤다.

그가 돌아올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슬슬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고, 안절부절못하게 됐다.

시율은 날이 갈수록 귀가하는 시간이 아주 칼 같아졌는데, 그건 집에서 해인이 오매불망 저만 기다린다는 걸 알아서였다.

그는 퇴근하는 즉시 다른 데는 쳐다도 보지 않고 오로지 귀소본능에만 충실했다.

만약 둘이 정말로 신혼 부부였다면, 그는 타의 귀감이 되는 훌륭한 새신랑인 셈이었다.

“어이! 한 잔 더 줘!”

“……없어요.”

“거짓말.”

“봐요. 텅텅 비었잖아!”

반면 해인은 조신한 새신부는 못 되었고 말이다.

안락한 둘만의 스위트 홈에 저런 걸 들이고 말았으니…… 같이 쫓겨날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야호는 코코아 한 통이 바닥이 보이도록 얻어 마시고도 부족한지 더 내놓으라고 투덜대며 진상을 부리고 있었다.

“그럼 비슷한 거라도 가져와!”

“으, 무슨 애도 아니고! 그만 좀 먹어요!”

배 안에 거지라도 들어 있는 걸까? 아니면 본체가 호랑이라 먹는 양이 어마 무시한 걸까. 날강도가 따로 없었다.

“응? 왜? 코코아는 애들만 먹는 건가?”

“그건 아니지만…….”

“그럼 줘!”

“……정말 이러기예요? 몇백 살은 먹은 호랑이 양반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럼, 노인 공경을 해.”

야호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강한 의지를 표명하며 부엌을 가리켰고, 이번엔 딱히 주술을 쓴 것도 아닌데 해인은 할 말을 잃어야 했다.

엄청난 연장자가 저를 공경하라는데 달리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심지어 해인은 야호에게 약점까지 잡혀 있었다.

‘더럽고 치사하다!’

약자의 설움이란 바로 이런 걸까.

시율에게 매일매일 귀하게 어화둥둥, 예쁨만 받다가 이런 시녀노릇을 하려니 이것도 아주 고역이었다.

해인은 입술을 삐죽 길게 내밀고는 부엌을 뒤졌다. 마침내 코코아 비슷한 걸 찾아내긴 했다.

‘……맛은 비슷하잖아?’

그건 케이크를 만들 때 재료로 쓰는 알갱이 초콜릿이었다.

시율은 이걸 중탕으로 녹여서 이것저것 만들곤 했는데, 옆에서 그걸 구경하다가 몇 번 주워  먹은 기억이 났다.

제법 맛있었다. 이걸로 야호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코코아 비슷하게 녹여서 가져다줄까 하다가, 귀찮기도 했고 그럴 만큼 야호가 예쁘지도 않았다.

해인은 봉지를 탈탈 털어 밥그릇에 대충 개사료 담듯 초콜릿을 채워서는 야호의 앞에 놔주었다.

“뭐냐, 이건?”

“초콜릿이에요. 처음 봐요?”

“응, 염소 똥같이 생겼네.”

“……더 맛있는 거예요. 일단 먹어봐요.”

“코코아는?”

그놈의 코코아!

야호는 코코아를 마시기 위해 사람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해인은 투덜대는 야호의 입에 사료…… 아니, 초콜릿 몇 알을 억지로 집어넣어주었다.

마지못해 몇 번 씹어보나 싶던 야호는 금세 초콜릿이 마음에 든 얼굴이었다.

“오오, 만족스럽군. 여긴 왜 이렇게 맛있는 게 많아?”

손에 먹을 걸 들려줘야 온순해진다는 점에서 야호는 절대 공경받을 노인은 아니었다. 해인은 그래도 이걸로 야호가 잠시간은 얌전할 거라는 데 위안을…….

“헛!”

순간 해인의 귓전을 스친 소리는,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소리였다. 바로 이 층에.

“응? 몇 번 씹었는데 다 없어지네. 이거 더 없…….”

“봉지째로 줄 테니까! 방에 들어가 있어요. 빨리!”

“와아.”

초콜릿을 봉지째로 들려주자 야호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해인은 그런 야호를 자신의 방 안으로 허겁지겁 밀어 넣었다.

그러곤 다급하게 설명했다.

“강이 오면 조금 설명을 하고 부를 테니까. 내가 나오라고 할 때까지는 절대 나오면 안 돼요! 알겠죠?”

“알았다.”

“그리고 변신해서 나와요.”

“오케이. 오케이.”

갑자기 방에서 나오는 게 외간 남자인 것보다는, 짐승인 게 시율에게 덜 혼날 테니까. 야호는 초콜릿 때문인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고, 해인은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그…… 큰 거 말고, 작은 버전으로…….”

손으로 아담한 모양을 만들어 보이자 야호는 초콜릿을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으며 해인을 마주 봤다. 빤히.

“넌 내가 바보로 보이냐.”

“…….”

“여기서 본체로 돌아다니게.”

“세상 물정 모르긴 하잖아요.”

해인의 눈에는 야호가 성인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든, 작은 아기 호랑이 모습을 하고 있든 대호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어허! 겨우 세상 물정 조금 어두운 것 가지고! 이봐, 내가 누군지 알지? 도를 닦…….”

“시끄럽고, 아무튼 들어가요.”

더는 떠들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이 구역의 왕이자, 설득대상으로 아주 난이도가 높은 남자가 귀가했으니까.

그는 바로 현관 너머 있었다. 지금 도어락을 누르고 있었고.

해인은 마른 목을 축였다.

***

“너 무슨 사고 쳤지?”

히익,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시율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해인의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곤 미묘하게 굳은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무슨 사고를 쳤나 찾는 모양이었다.

“강…….”

“눈만 봐도 알겠네.”

“그, 그게 말이야……!”

“목소리도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고, 동공도 수축됐고, 식은땀 나고 손발을 자꾸 떨고 내 눈치를 살피는 게…… 너 분명 사고 친 거야.”

그렇게 단언하면서도, 거실에서 달리 문제점을 찾지 못한 시율은 어서 실토하라는 듯, 해인의 눈을 들여다봤다.

그는 전에 없을 족집게였다. 어째 방 안에 숨긴 백두산 호랑이보다 용한 것 같았다.

해인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방을 흘깃댔고, 시율은 신발을 벗으며 곧장 그쪽으로 향했다.

해인은 정말이지 이런 요령이 없었다.

“저 방이군.”

“잠깐! 강, 잠깐만!”

맹렬한 그의 돌진에 당황해서는 해인이 허리에 매달렸다.

조금 변명할 시간 정도는 줬으면 좋겠는데, 이 남자는 그런 거 없이도 상황 파악을 혼자 해버리는 능력자다 보니 죄인을 위한 여유 같은 건 주지 않았다.

“너 설마 길고양이 같은 걸 주워 온 건……!”

“아니야!”

반쯤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해인은 울상을 한 채 시율을 말려봤지만 방문은 여지없이 벌컥, 열려버렸다.

아직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그나마 다행이라면, 야호가 사람 모습이 아니라 호랑이 새끼로 변해 있다는 점이었다. 초콜릿 봉지 속에 얼굴을 파묻고는 게걸스레 먹어대고 있었지만.

“조만간 한 마리 주워 올…… 줄…….”

야호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수록 시율의 목소리가 뒤틀렸다. 고양이치고는 너무 북슬북슬해 보였다. 그렇다고 절대 개도 아닌 것이…….

그는 뭔가 이상했는지 야호의 목덜미를 붙잡아 공중에 들어 올렸다.

그러곤 자세히, 초콜릿 묻은 그 얼굴을 들여다봤다.

이번에도 그는 얼굴을 보자마자 알아챘다.

“……얌마! 이거 호랑이 새끼잖아!”

“……네.”

그럼 그렇지. 모를 리가 없지. 저 기가 막힌 얼굴이라니. 시율은 몇 번이나 해인과 야호를 번갈아 봤다.

야호는 태평하게 입맛을 다시고 있었는데, 사람 손에 달랑 들어 올려져 있다고 해도 고양이와는 생김새부터가 달랐다.

우선 결정적으로 귀 모양이 달랐고, 발 크기부터가 몇 배나 차이가 났다.

짐승의 새끼란 대개 발을 보면 성체가 됐을 때의 몸집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고로 고양이의 발과 호랑이 새끼의 발을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맙소사, 이런 걸 대체 어디서…….”

시율이 이렇게 황당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무렴 해인도 같은 마음이었다. 집 안에 난데없이 호랑이가 있으니…….

“설명!”

“……어, 그…….”

슬그머니 넘어가려는 해인에게 시율이 죄를 묻듯, 야호를 얼굴 앞으로 들이밀었다. 야호의 털이 얼굴에 철푸덕 닿았다.

뭐라고 그를 납득시켜야 할까? 해인은 어쩌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음…… 친구 같은……?”

“친구우? 이 어린 호랑이가?”

“아는 호랑이가…… 애 좀 봐달라고…… 잠시…….”

사실 처음에 생각한 변명은 고양이라고 우기는 거였지만, 이미 그른 것 같고. 사실 이것도 글렀다는 걸 알았다.

시율이 속아주길 바랄 뿐, 속일 수 없다는 것도 잘 알았고 말이다.

“고양이 친구는 호랑인가 보지? 사이가 각별해서, 음? 가끔 애도 맡기고?”

“이게 말이야…… 설명하기가 좀 힘든데. 그냥, 속아주면…… 안 될까?”

“속아달라고?”

“이번 한 번만! 다신 안 그럴게!”

“……그럴 거면 좀 더 제대로 된 거짓말을 하란 말이야! 너 거짓말 되게 못해. 차라리 동물원에서 탈출한 걸 주웠다고 해라.”

그러게 그걸로 할걸! 해인이 깨달음을 얻은 표정이 되자 시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해인도 시율에게 이런 시련을 주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묻지 말고 정체 모를 호랑이를 당분간 같이 살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건…….

해인은 순간 다시 한 번 깨달음을 얻었다.

생각해보니 자신에게 걸린 주술은 사신탈에 대한 비밀을 지키는 거지, 야호의 존재에 대한 건 아니었다.

그럼 말해도 되는 거 아닐까?

그리고 시율이 야호와 친분이라도 생긴다면 나중에 저를 찾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해인은 급 얼굴에 화색을 띠며 들뜬 목소리를 냈다.

“그래, 강! 이건 말이야! 백두…….”

“……아, 그거 말하면 안 돼.”

“에…….”

“……하아?”

“그럼 지워야 되거든. 그걸 안 알려줬네. 세이프다.”

네가 말하는 건 괜찮고?! 말하는 호랑이는 괜찮은 거냐?!

선계도 선계의 존재를 들키면 기억을 지우는 걸로 해결을 보는 모양이었다. 알고 보니 이 호랑이,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게 잠시라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니!

해인은 벌린 입을 채 다물지 못한 채 시율의 손에 들려 달랑달랑 흔들리고 있는 야호를 쳐다봤다.

얼빠진 얼굴로 그러고 있자니, 야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상에서 가장 얄미운 모습이었다.

“왜? 세이프. 아슬아슬했다는 뜻 아냐?”

“맞긴, 한데…….”

“에헴! 공부 좀 했다고.”

야호가 이상한 것에 뿌듯함을 느끼는 동안, 시율은 제 손에 든 그것을 천천히 바닥에 내려놨다.

“…….”

“…….”

아무래도 야호의 정체는, 방금 야호가 말을 해버린 걸로 충분히 설명이 된 것 같았다. 시율은 두 번째 당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그리 당황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는 동물이 말을 하는 것쯤, 이제 익숙한 남자였다.

다만 시율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해인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표정이 마치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것 같아 보였다.

“……한 가지만 묻자.”

“응……?”

“변신하냐?”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건 다시 초콜릿을 킁킁거리고 있는 야호였다.

그리고 그는 해인이 이걸 대답을 해도 되나, 이것도 안 되는 건가 고민하는 얼굴을 본 것만으로 답을 얻었다.

“됐다. 됐어, 알아들었어.”

포기, 항복. 시율은 두 손을 들며 방을 나갔다. 해인은 얼른 그 뒤를 따랐다. 야호에게 한 가지 당부하는 걸 잊지 않았다.

“저기, 여기서 자요! 방에서 나오지 말고!”

***

“강, 저기…….”

“뭐.”

“화낼 거야……?”

땀을 뻘뻘 흘리며 눈치를 보자니, 시율은 침대에 걸터앉으며 해인에게 이리 오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슬금슬금 다가가자 그는 해인을 제 무릎 위로 앉게 하고는 잠시간 말이 없었다. 가느다란 어깨에 이마를 묻고는 소리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해인이 속아달라고 애걸한 걸 보면 뭔가 사정이 있는 것 같으니 봐주긴 봐줘야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난데없이 호랑이는…….

그런 걸 기르는 걸 누가 보기라도 했다간…….

“언제 가는데?”

“……한 달! 길어야 한 달일 거야! 보름달 두 번 이랬으니까…….”

“너무 길어.”

“미안해.”

둘만 있을 시간도 부족한데, 이 무슨 불청객인지. 당연히 매우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시율이었다.

그런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해인은 그의 이마에 느리게 뺨을 비볐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과를 해야 했다.

사실 잘못한 건 해인이 아니었지만, 지금 그를 달래줄 수 있는 건 해인뿐이었으니 말이다.

“될 수 있는 한 빨리 보내볼게. 응? 나도 어쩔 수가 없어서…….”

“약점이라도 잡혔어?”

“……화 풀어. 응?”

어쩌면 내 남자는 이렇게 뭐든 척척 알아채는 걸까. 해인은 그의 통찰력에 감탄하며, 성난 그의 이마 사이에 입술을 눌렀다.

쪽쪽, 불편하게 좁혀 든 미간 사이에 자꾸 입술을 맞추자 조금씩 구김이 풀어졌다.

“끙…… 화가 났다기보다는, 어이가 없어서 그렇지.”

“조금만 잘해주라.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몰라.”

“도움은 무슨.”

“나도 그 호랑이는 어렵단 말이야. 밉보이면 안 된다고.”

그는 해인의 뽀뽀 세례에 마지못해 구긴 이마를 풀었고, 해인의 키스를 제 입술 가까이로 끌고 왔다.

이마보다는 입술 근처에 키스하게 하며 천천히 눈을 감다가…… 부릅뜨고 물었다.

“그런데 그거, 수컷이야?”

“수컷이긴 하지?”

“……역시, 내쫓아야…….”

“근데 봤잖아! 애 같은 거!”

“애인지 늙은인지 내가 알 게 뭐냐고.”

시율은 아무래도 호랑이를 상대로 질투를 끓이고 있는 것 같았다. 해인은 그가 더 끓기 전에 얼른 진정시켰다.

“걱정 마! 그래도 내 취향은 절대 아니니까. 내 취향은 강이야!”

“……그거 확실히 기쁜 소리다만.”

나오는 대로 한 소린데. 그는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곧장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 내밀한 키스가 이어졌다.

해인은 얼떨떨하게 그의 입술을 따라가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급하게 내뱉은 말이긴 하지만 순수한 본심이었다.

당연히 자신의 이상형은 시율이었고, 자신의 취향도 시율이고, 자신의 남편도…….

“으응…….”

키스가 슬그머니 깊어졌다. 그가 제 허리를 힘주어 끌어안아서, 해인은 저도 그에게로 몸을 밀착했다.

너무 가까워져서, 서로의 피부에 있어서 경계가 모호해졌다.

그래, 요 며칠은 내내 이런 시간들이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을 보상받고 싶은 것처럼 집에서 단둘이 되면 사이가 깊어져서…….

“에헴, 저기…….”

“흐악!”

“내가 귀가 좋아서…… 이런 거 다 들리는데. 흠흠.”

열린 문틈으로 고개를 내민 건 야호였다.

해인은 깜짝 놀라 그의 무릎에서 도망쳤다. 야호는 귀는 좋은데 기척은 없어서 해인도 야호의 접근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이것이 상위 포식자의 사냥법일까.

물론, 해인도 시율도 야호의 존재를 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이렇게…….

“그보다, 좀 같이 자도 될까?”

넌 씨눈일 줄은…….

“사람 품이 그리워서 말이야. 나 사람 되게 오랜만이거든. 사이에 껴주라.”

“……넌 씨눈이라고 압니까.”

“응? 나? 아니?”

“넌, 씨 눈치도 없…….”

“자요! 자! 괜찮아! 이리 올라와!”

해인은 얼른 시율의 말을 가로막았다. 둘의 사이가 악화돼서 좋을 건 하나도 없었고, 자신은 야호의 비위를 맞춰야 했으니 말이다.

시율은 굉장히 화가 난 얼굴이었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그건 해인이 감히 풀어줄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이었다.

‘이, 이거 뽀뽀세례로는 안 되겠는데……?’

이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부터 두려워졌다.

야호가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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