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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키스-99화 (99/114)

99화. 고양이를 찾아온 호랑이

한적한 오후 2시 무렵, 시율은 병원으로 출근한 뒤였고, 해인은 공원 정자에 앉아 홀로 비가 오는 걸 구경했다.

혼자 있어서 그런지 세상이 조용하게 느껴졌다.

빗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으니 그게 좋았다. 평소에는 여러 소음 속에 있으니까.

시간이 알 수 없이 흘렀다.

슬슬 집으로 돌아갈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혼자 집에 있으면 감당 못 하게 생각이 많아져서, 때론 이렇게 멍하니 있는 것도 좋았다.

“냐옹.”

빗발이 조금 약해졌을 때, 낯이 익은 고양이 한 마리가 정자 속으로 뛰어 들어와 해인의 옆에서 비를 피했다.

해인은 그 예쁜 회색빛 고양이와 눈을 한번 마주치고는 다시 비가 내리는 공원을 바라봤다.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빗소리를…….

“하이!”

“……?”

“날씨가 좋지?”

오싹, 어깨가 좁혀들었다.

분명 주변에 아무 기척도 없었는데. 그래서 넋을 놓고 있었는데 바로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고 있었다.

그것도 비 오는데 날씨가 좋다는 미친 소리를 하면서.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 해인은 믿을 수 없게도, 정자 안에 저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확인해야 했다.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그 남자에게서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것은 꽤나 소름이 돋는 일이었다.

“누, 누구세요?”

“누굴 것 같아?”

“……미친놈.”

웬 오만 가지 색이 뒤섞인 거적때기 같은 망토를 머리부터 뒤집어쓴 남자는, 경쾌한 목소리로 해인의 물음에 물음으로 답했다.

목소리로만 상대가 남자라는 걸 겨우 알 수 있었다.

동시에 해인은 그 남자에게서 나는 알 수 없는 냄새를 맡아버렸다.

또다시 온몸이 오싹, 옥죄었다.

그건 그저 몸 안 깊숙이에서부터 두려워하는 냄새였다. 처음 맡아보는 종류의 것이었지만 발바닥까지 쭈뼛하게 소름이 돋았다.

본능이 적색경보를 울렸고, 곁에 있던 고양이도 어느새 도망가고 없었다.

“푸핫, 너 꽤 웃기…….”

이게 바로 시율이 말하던 위험한 사람이라는 걸까? 냄새부터 사람을 긴장되게 하는 건 그래서일까.

해인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일단 정자 안에서 뛰어나갔다.

“어? 잠깐 내 말 좀…….”

비가 오고 있었지만 우산을 펼 겨를도 없었다. 해인은 우산을 껴안고는 집을 향해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렸다.

***

뭐였지, 그건?

그 남자 이상했는데?

일단 당황해서 도망치는 와중에 해인은 자신이 이렇게 빨리 뛸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이 몸으로 이렇게 전력 질주한 건 오늘이 처음이었는데, 국가대표 달리기 선수들보다 빠른 것 같았다.

하긴, 이게 보통 비범한 몸은 아니었다. 마음먹으면 순간이동도 할 수 있는 몸이었다. 해인이 워낙 겁이 너무 많아서 못 쓰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으아! 지금 같을 때 쓰면 좋은데!’

바로 어제만 해도 집에서 옥상정원으로 이동해볼까 하다가 그만뒀었다.

중간에 있는 다른 집들이 너무 신경 쓰여서 엄두가 안 났다.

잘못해서 그 사이에 끼거나, 밖으로 빠져서 고공에서 떨어지는 것도 겁이 났고. 옥상으로 갔는데 사람이 있으면 그것도 낭패였다.

결국 해인이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건 눈에 보이는 경계선까지였다. 자신의 시야 안쪽.

그리고 지금처럼 너무 정신이 없어도 집중이 안 돼서 쓸 수 없었다.

“하아, 하!”

해인은 한참 뛰다가 아파트 안에 들어간 다음에야 뒤를 한 번 돌아봤다. 다행히 이상한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하긴, 보통 사람이라면 이 속도를 따라올 수 있을 리 없었다.

겨우 안심하며 벌렁거리는 심장을 다독였다.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안에 타서야 겨우 숨을 돌렸다.

“흐아…… 뭐였지, 그 미친놈은?”

[문이 닫힙니다.]

“이상한 냄새가 나던데…….”

해인은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CCTV를 의식하며 일그러지게 찍힐 제 얼굴을 염려해 옷에 달린 후드 모자를 머리에 깊숙이 덮어 썼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이건 꼭…….

“호랑이 냄새?”

“……히익!”

“아마 그건가 봐. 잘 안 숨겨지더라고, 그건.”

“끄으아…….”

비명을 지르려는데, 남자가 조용히,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해인의 눈에 느려 보이는 손짓으로 손을 한 번 뻗었다.

그러자 그뿐인데 해인은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거짓말처럼 소리가 사라졌다. 성대를 울릴 수는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놀라 제 목을 더듬어봤지만 그런다고 소리가 나진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인지, 대체 알 수가 없어서 덜컥 겁이 났다.

그저 도망치고 싶어서 아등바등 뒷걸음질 쳐 엘리베이터 문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뒤늦게 거울에 비치는 남자가 하얀 털을 가진, 사람이 아닌 무언가로 보인다는 걸 목격하면서는 바들바들 떨어야 했다.

제 눈에는 분명 사람으로 보이는데, 거울 속에서 그는…….

“뭐라고 해야 나를 알려나……?”

“으읍!”

그래, 가까이서 보니 알겠다.

남자의 망토는 알 수 없는 여러 동물들의 가죽으로 만든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가죽 망토를 뒤집어쓴 남자의 눈은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건 맹수의 눈이었다.

천적, 아니 아주 상위 포식자의 눈이었다. 하얀색이긴 하지만, 호랑이.

“아, 이러면 될까?”

해인이 읍읍거렸지만 남자는 해사하게 웃으며 손바닥 위에 주먹을 탁 치며 말했다.

“도를 아십니까?”

그는 그냥 미친놈이 아니라, 도를 닦는 호랑이였다.

***

“……드세요.”

“오냐, 고마워.”

차를 내고 있는 해인은 스스로도 굉장히 황당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굉장히 단걸? 이건 뭐야?”

“코…… 코아요.”

“오오, 마음에 든다, 들어.”

호랑이가 단걸 먹어도 되나……? 알 게 뭐냐. 어차피 선인인데. 해인은 이해하는 걸 빠르게 포기해버렸다.

문득, 저를 보는 시율의 마음이 바로 이랬을까 싶었다.

“오랜만에 오니 인간세계도 좋구나. 네가 한번 보고 싶던 차에 내려와 봤지.”

“네에…….”

“그런데. 요즘은 ‘하이’라고 인사하는 거라던데. 아니었냐?”

“……아닌 거 같은데요.”

“엥? 그래도 인간세계에 정통한 녀석이 알려준 인사법이었는데. 그렇게 인사하면 엄청 호감을 얻는다고 했단 말이지.”

호랑이 선인은, 남자답고 늠름하게 생긴 얼굴로 잘도 뾰로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조금 성격이 가벼워 보였고, 뭐랄까…… 신나 보였다.

“이거 더 다오. 맛있구나.”

그리고 해인이 가장 좋아하는 코코아를 두 잔째 얻어 마시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놀러 온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것도 무슨 십년지기 친구 집에 말이다.

‘사람을 그렇게 놀라게 해놓고는 뭐가 좋다고 혼자 저렇게 싱글벙글이람…….’

갑자기 나타난 호랑이 선인은 왜인지 해인에게 굉장히 살갑게 굴고 있었지만, 해인으로서는 불편하기만 했다.

분명 지금 소파에 앉아서 찻잔을 홀짝이는 건 하얗고 노란 머리를 가진 인간 남자였는데, 해인의 눈에는 그가 거대한 호랑이로 보였다.

그래서 그가 너무도 어려웠다. 자의와 상관없이 쩔쩔매게 됐다.

“통성명도 안 했구나. 난 야호라고 한다.”

“……산꼭대기에서 하는 그……?”

“아니, 밤 야(焲)에 범 호(虎).”

“저는…… 박해인이에요.”

아무래도, 선인에게는 사신의 주술이 안 통하는 모양이었다. 너무나 쉽게 이름이 말해져서 해인은 조금 울컥 북받치는 기분이 됐다.

“알아. 내가 기르는 아이인걸.”

“사신에게…… 이야기 들은 적이 있어요. 제 몸 만드는 걸 도와주고 계신다고요.”

“뭐, 나야 요즘 늘 한가하니까. 도 닦는 것도 몇백 년 하다 보면 질리는 법이고……. 아, 그리고 거의 다 만들었다. 사실 지금이라도 들어가도 되고.”

이거 무슨 날벼락인지. 야호는 희소식이랍시고 전해주는 눈치였지만, 해인은 고개를 급히 내저었다. 사양하고 싶었다.

“저, 전에 듣기로…… 일 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육체를 만드는 거야 열 달이면 하잖냐. 나머지 두 달은 몸을 네 살아생전의 나이만큼 성장시키는 거니까. 아기의 몸이라도 괜찮다면 지금부터 들어가도…….”

“그, 다 되면…… 갈래요…….”

“그러렴.”

굉장히 선뜻 고개를 끄덕이는 야호였다. 겨우 그 말을 전해주기 위해 여기까지 왔던 걸까? 해인은 떨떠름함을 숨기지 못했다.

“저를…… 데려가려고 오신 거 아닌가요?”

“아니, 그보단 네 몸이 완성되면 한 번쯤 여기 들러서 네 의중을 물어보라고 했거든. 모달 그 녀석이.”

“아아…….”

“그 녀석이 워낙 바빠서 내가 대신 왔지. 마침 등천 전에 한 번쯤 산 밖으로 유람 나오려던 차였고.”

“……앗! 혹시 공원에서 찾았다고 말했던 것도……!”

“나였어.”

그거 꽤 전부터였다. 왜 내내 지켜보고 있었던 걸까?

“왜 말을…… 걸지 않고요?”

“네가 그냥 인간인지, 사신탈을 쓴 인간인지 구분하는 건 힘들거든. 사신탈이란 본래 그런 거니까. 인간들 사이에 숨는 용도잖냐. 긴가민가해서…… 보고 있다가, 네가 고양이랑 눈인사를 하는 걸 보고 나서야 맞구나 싶었지.”

그렇다는 건 시율과 함께 있었을 때부터 지켜봤다는 말이었다.

해인은 그걸 깨닫자 야호의 방문이 매우 달갑지 않아졌다. 왜냐하면, 그는 사신과 한패고, 사신에게 시율을 들켜서는 안 되니까.

사신은 애완고양이로서의 삶을 허락한 거지.

인간에게 정체를 들키는 건 허락하지 않았다. 그건 가장 금기한 일이었다.

시율이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걸 알면 그에게도 손을 쓸 게 분명했다. 언젠가 말했던 대로, 기억을 지울지도.

“모달 녀석이 직접 오고 싶어 했지만, 그 녀석 요즘 엄청 바빠서 말이지. 널 그렇게 만든 뒤에 수습한답시고 아주 동분서주했거든. 네 몸을 다시 만든다고 쓴 힘도 많을 테고, 그러느라 못한 명계의 일도 많을 테고. 겨우 네 몸의 틀만 만들어서 나한테 맡기고는 밀린 일들을 하고 있지.”

“……저기. 언제 가실 거예요?”

“……너, 날 내보내고 싶어 하는구나.”

“즈언혀 아닌데요.”

이 인간 거짓말에 소질이 없고만.

야호는 해인의 영혼이 아주 맑고, 선하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거짓말을 못 하는 인간은 아무래도 드무니까.

그리고 해인 같은 영혼의 소유자는, 조종하기도 쉬웠다. 영혼이 투명한 만큼 주술이 잘 들었다.

사실 영혼이 더럽고 탁하면 주술도 잘 안 통하기 마련이었다. 튕겨 나온다고 해야 할까. 반하는 성질이 강해서 통제가 어렵다고 해야 할까.

만약 해인이 사신의 주술을 깨고 싶다면, 사악한 영혼이 되면 됐다.

인간으로선 평생 알 수 없는 방법이겠지만.

“박해인아. 사실대로 말하렴.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싫어요……!”

“너는 내게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단다. 가장 하기 싫은 말을 털어놔. 지금.”

눈을 감아야 했다.

저 번쩍이는 눈을 보면 안 되는 거구나. 해인은 다시 한 번 당한 다음에야 야호가 저에게 무언가 힘을 쓰는 방식이 저 눈이라는 걸 깨달았다.

적나라한 맹수의 눈동자. 일순간 심장을 멎게 할 만큼 강한 힘을 가진.

힘에 굴복한 것처럼 입술이 멋대로 움직였다. 성대가 멋대로 소리를 내고, 말하기 싫어서 고개를 도리질 치면서도 속을 내뱉는 걸 그만둘 수는 없었다.

“그를…… 들키고 싶지, 않아요. 사신이, 그의 기억을 지울 테니까. 금기를 깼다는 걸, 알면…….”

억지로 말해놓고는 덜컥 우는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란 이토록 무력한가. 힘을 가진 존재란 왜 이리 잔인한가.

“……아하, 낮에 그 남자? 너 정체를 들킨 거구나. 그렇지? 무슨 얘긴지 알겠다.”

“안 돼요.”

해인은 주룩 두 뺨 위로 눈물을 흘리며 이 순간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야호의 다리에 급히 매달렸다.

빌어서라도 막아야겠다.

이런 식일 수는 없는 거다.

그의 기억이 지워지면 아무런 희망도 남지 않을 텐데. 단지 그의 기억만이라도 지키고 싶은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바람일까?

해인은 야호에게 조금쯤은 자비가 있기를 바랐다.

“제발…….”

“뭐, 나랑 상관없잖냐. 그 비밀.”

“……예?”

“아니, 그렇잖아. 모달 녀석 일은 그 녀석 일이고. 나한테 넌 그냥 내가 손수 기른 갓난쟁이일 뿐이야. 그리고 명계랑 선계는 법률도 달라요. 규율도 다르고 인간계에 대한 규정도 다르고.”

“어음, 그럼……?”

야호는 정말로 귀를 파고 있었다. 새끼손가락으로 후비적후비적. 해인의 눈물이 허무하게도 말이다.

“일단 난 기본적으로 너희 일에 끼어들 생각이 없어. 네 편도 모달 편도 안 들 거야. 여럿이 끼어들수록 일이란 복잡해지기 마련이니까.”

“……미친놈이라고 해서 미안해요!”

“아, 그거 잊고 있었는데.”

“조, 좋은 호랑이라고 생각해요!”

“너 아부에 재능이 없구나. 아무튼 안심해라. 난 너희들 일에 별로 관심이 없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난 지금 휴가 중이거든. 내가 쉬는 거에만 관심이 있다고.”

그거 정말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해인은 야호가 다행히 사신의 편이라기보다는 중립적인 입장이라는데 마음속으로 환호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조만간 등천이 어쩌고 했었다. 그건 승천의 다른 말이니까, 그 정도로 도를 닦은 호랑이라면 아무렴 진중하게 중심을…….

“그래서 말인데. 나 좀 여기서 지내도 될까? 아주 잠시만.”

“……네?”

“이 땅에서는 만월이 차는 걸 두 번만 볼 생각이거든. 봄이 끝나기 전에 대륙으로 갈 거란다. 그리고 아까 그 단것도 맛있더라. 사약색인 거.”

코코아를 말하는 모양이었다. 대륙은…… 중국일까? 해인은 이 안하무인 호랑이가 다시 두려워졌다.

“사, 사줄 테니까 다른 데 가면 안 돼요……?”

“난 어떻게 만드는 줄 모르는데?”

“가르쳐 드릴게요!”

“……에, 네 비밀이 그러니까…… 사람한테 고양이가 되는 걸 들키면…….”

“악! 협박을 하면 어떡해요! 도를 닦는 신선이라는 양반이!”

“갈 데가 없는 걸 어쩌느냐. 인간세계에 아는 인간은 다 죽거나 먼저 등천했단 말이야. 너 말고는 없는걸.”

어쩌면 이렇게 뻔뻔하지? 해인은 사신도 그랬지만 인간이 아닌 자들은 원래 이렇게 염치가 없는 건가 하는 의문을 가져야 했다.

“그…… 거시기 그 백두산은 어쩌고 휴가예요?!”

“어 그거, 뭐랬더라…… 백로 녀석이 알려줬는데…… 어, 어…… 아! 말년 병장이래. 나더러. 인간으로 치면 말이야.”

“……윽.”

한마디로 뒹굴거리며 등천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거잖아! 해인은 이 거머리 같은 호랑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초면에 무단취식을 희망하다니, 그것도 거의 신혼집이나 다름없는 집에서……!

사신에게 비밀을 말하지 않는 걸로 감사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누가 봐도 수상한 흰머리 남자를 제멋대로 집 안에 들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강아지 한 마리도 아니고 성인 남자를 막 데리고 살 순 없어요. 여긴 내 집이 아니란 말이에요!”

“아, 너도 신세 지는 건가? 그럼 이러면 어떠냐?”

“……으악!”

야호는 갑자기 알몸이 되더니, 그러니까 몸에서 천들이 사라지나 싶더니…… 갑자기 푸짐한 털을 자랑하는 새끼 고양이로 변해 있었다.

“야옹?”

“……미쳤나 봐! 누가 봐도 호랑이잖아요!”

아니, 고양이를 빙자한 호랑이 새끼로.

“에이, 고양이 같지 않나? 호랑이도 고양이 과던데.”

“강은 다른 것도 아니고 수의사란 말이에요! 못 알아볼 리가…….”

“내가 그 말 했나? 모달이랑 나는 멀리서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그냥 조금 집중해서 주파수를 맞추고 생각하면…….”

“여기 살아요! 괜찮아!”

미친 호랑이 새끼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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