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고양이와 동백꽃
해인은 복잡한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어렵지 않게, 누구보다 빨리 아이의 부모를 찾아냈다.
안내 데스크로 향해 걸어가다 말고 손을 들어 다른 쪽을 가리켰다.
“강, 저 사람들이 아이 부모님 같아.”
“응? 어디?”
“저기 무슨…… 관리실 같은 데 옆에, 하얀 코트를 입은 여자랑 아이를 안은 남자.”
“난 전혀 안 보이는데.”
시율이 두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해인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지만, 그의 시력은 휙휙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 사이로 무언가를 분간할 만큼 월등하지 못했다.
“엄마? 우리 엄마요? 어디?”
그의 팔에 안긴 아이도 목을 위로 길게 빼며 제 엄마를 찾았지만, 두 사람의 시력이 해인을 쫓아갈 수 있을 리 없었다.
해인은 아차 싶어 손을 내리고 대신 그쪽으로 시율을 이끌었다.
‘사실은 냄새로 찾은 거지만. 그게 더 평범하지 않지.’
바랐던 능력은 아니지만 사람에 비해 훨씬 뛰어난 후각은 원하는 것을 찾을 때 도움이 됐다. 휴게소에서 냄새로 그를 찾았듯 말이다.
그리고 그때보다 지금이 더 쉬웠다.
주로 먹는 음식의 차이겠지만,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은 기본적으로 풍기는 냄새부터가 달랐으니까.
결정적으로 저 가족에게선, 아이와 같은 냄새가 났다.
이내 시율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전혀 만끽하지 못하고 있는 부부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저 부부 말하는 거야?”
“응.”
둘은 30대 초반쯤으로 보였다. 엄마 쪽은 멀리서도 보일 만큼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는데 거의 우는 얼굴이었다.
아빠로 보이는 남자 역시 파랗게 질린 얼굴이었다. 그의 품에는 겨우 걸음을 뗀 것 같은 어린아이가 안겨 있었는데, 부모의 불안한 기색을 느꼈는지 큰 소리로 엉엉 울고 있었다.
“엄마?! 아빠! 민주나아!”
“민서야?!”
동생의 우는 소리에 이끌려 민서가 먼저 엄마를 발견했다.
그 작은 몸 어디서 그렇게 큰 소리를 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해인이 귀 아픔을 느낄 만큼 크게 엄마를 부르더니 냉큼 시율의 품에서 뛰어내렸다.
두 남녀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울던 아이는 그사이 울음을 뚝 그쳤고, 해인은 시율의 곁으로 기대며 감동의 가족 상봉을 지켜보려…….
“끼악!”
“너! 엄마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쩍, 소리가 나나 싶더니 민서는 대번에 등짝을 얻어맞았다. 해인은 알 것 같은 고통에 진저리를 쳤다.
“으아앙! 왜 때려!”
“엄마가 멋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아, 아파아! 몰라, 몰라! 엄마가 나 잃어버렸잖아!”
“네가 얼음왕비인형 사달라더니 사라졌잖아!”
“으하앙!”
한 대 때리고는 그제야 민서를 꽉 안아주는 엄마였고, 정신없는 엄마 대신 아빠 쪽이 시율에게 다가왔다.
그는 놀란 눈을 마주치며 어색한 일본말을 꺼냈다.
“아…… 아리가또…….”
“한국 사람입니다.”
“앗, 아, 그렇군요!”
“그냥 지나가다 애가 우는 걸 봤어요. 여기, 제 여자 친구 쪽이.”
“이렇게 감사할 데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시율은 별일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지만 금세 두 부모가 같이 허리를 숙이기 시작했다.
민서까지 가운데 껴서 엄마의 손에 머리를 눌리며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해인은 괜한 민망함에 시율의 뒤쪽으로 슬그머니 몸을 숨겼다.
잃어버렸음에 울다가, 찾자 화를 내고, 도와준 사람에게 거듭 몇 번이고 허리를 숙이는 부모의 마음이란, 아직 해인은 다 헤아릴 수 없는 것이었다.
다만, 시율의 팔을 끌어안으며 조용히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오늘은 내내 기분이 이상했다.
***
감사의 표시로 밥을 사겠다는 부부를 겨우 떼어놓고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은 묘하게 조용했다.
다들 들떠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데 해인은 즐거워하는 시늉을 내는 것만으로 온갖 애를 써야 했다.
의식적으로 웃고, 신나라 하는 것도 그리 쉽진 않은 일이었다.
“……너, 아까 그랬잖아. 미아가 된 적 있다고.”
“응? 그랬지.”
“그건, 너한테도 가족이 있다는 이야기네.”
……그러게. 또 멍하니 중얼거린 걸 다 잘 주워 듣고 있네, 이 남자. 해인은 창밖을 보던 시선을 그에게로 돌렸다.
대답 대신 설핏 웃으면서는 예의 그 아이러니한 두통을 느껴야 했다.
큰 힌트를 줄수록 동반되는 통증은 커지기 마련이었는데, 이번 건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다. 아마도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라서일까.
해인은, 그가 저를 좀 더 고통스럽게 해주기를 바랐다.
***
“먼저 방에 들어가 있어.”
“강은?”
“난 잠깐…… 화식 때문에 물어볼 게 있어서.”
“알았어.”
부부의 저녁 제의를 거절한 것도 오늘은 료칸에 화식을 예약해둬서였다.
정식 명칭은 가이세키로, 일본판 한정식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앞에 고급이라는 단어가 붙지만 말이다.
한정식과 또 다른 점은 식당으로 가는 게 아니라 방 안에 아예 음식상을 차려준다는 점이었다.
해인은 방 열쇠를 받아서는 정원 쪽으로 걸어갔다.
“연못 조심하고.”
“흥.”
시율이 등 뒤에서 한마디 했지만 대답 대신 입술만 내밀었다. 그러고는 정원으로 걸어가는 척하다가…… 슬그머니 문 뒤쪽으로 몸을 숨겼다.
자신도 이상하게 굴었지만 오늘은 시율도 뭔가 이상하게 굴고 있어서 신경이 쓰였다.
예전이라면 그의 수상한 기색 같은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거다. 그는 그리 쉬운 남자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해인도 예전의 해인이 아니었다.
그간 함께 보낸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그가 평소와 다른 것쯤은 알아챌 수 있게 됐다.
‘날 먼저 들여보내다니. 그 자체로 수상해.’
매사 못 미더워서 꼭 가까이에서 지켜봐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가,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걸까.
해인은 숨을 죽이고 서서는 건물 안에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육체의 능력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지! 아무렴!
“ご依頼致した件はどうなりましたか?”(부탁드린 건 어떻게 됐습니까?)
“はい。なんとか見つかりました。”(네, 운 좋게 찾았습니다.)
“探していただいたですが!無理なお願いにもかかわらずご対応いただき、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찾았습니까? 무리한 부탁이었는데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언뜻 귀를 기울여 훔쳐 듣기로 여관 직원과 대화하는 것 같았는데, 아무리 청각을 풀 동원해도…… 일본말인 이상에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들리면 뭐하나. 해석이 전혀 안 되는걸. 해인은 일본어 회화까지 가능한 저 남자의 비범함에 큰 패배감을 느껴야 했다.
‘내 압도적인 청각이…… 탁월한 두뇌에 졌어!’
그는 분명 자신은 일본어를 못한다고 했었다. 학생 때 제2외국어로 조금 공부한 게 다라고 했던가.
그리고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사전만 있으면 누구나 대화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그건 ‘반 1등이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하는 거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お隣さんに手伝っていただきました。”(이웃 분들께서 도와주셨습니다.)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감사합니다.)
“ただ、 問題がございますが、直接おっしゃらなければ得られないようでございます。” (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직접 가서 말해보셔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喜んでお伺い致します。”(기꺼이 가겠습니다.)
“こちらへどうぞ。”(이쪽으로 따라오시죠.)
시율은 드문드문이긴 해도 분명 일본어를 하고 있었고, 해인은 더 이상 훔쳐 듣기를 포기했다.
중간에 고맙다는 것 말고는 한마디도 모르겠다.
그러니 애초에 훔쳐 듣지 않은 것처럼 해인은 방에나 가 있기로 했다. 거의 못 알아들었으니 어차피 같은 거 아니겠는가.
‘영어로 하지……. 아니, 사실은 그것도 자신 없지만.’
***
시율은 생각보다 늦었다.
해인이 옷을 갈아입고 스케치북을 뒤적이다가, 직원들이 상을 차려주러 들어와서 구석에서 혼자 쭈뼛거리며 서 있도록.
어느새 상이 다 차려지도록 돌아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왜 이렇게 늦지?”
음식이 금방 식을까 봐 걱정이 됐다. 해인은 혼자 먹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일단 상 앞에 쪼그려 앉아 차려진 것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상차림은 생각보다 호화스러웠고, 종류도 많았다.
처음 보는 음식도 있었지만 냄새로 뭐가 들었는지는 대충 알 것도 같았다. 생으로 회를 치거나, 찌거나 굽거나 했지만 생선 종류가 많아 보였다.
나물류도 많아서…… 엄마랑 이런 곳에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게 했다.
‘엄마가 저런 거 참 좋아하는데…….’
항상 혼자 쏘다니기만 했지 엄마랑 여행을 한 적은 없었다.
시율과 같이 여행하는 게 너무 즐겁고, 신기하고, 새로운 것투성이라 행복한 와중에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은 누가 봐도 불효녀였다. 다시 사람이 되면 그때는 엄마를 모시고 단둘이 모녀 여행을 떠나볼까?
제주도 정도는 조금만 준비하면 될 텐데. 귀찮은 척하면서도 내심 좋아하실 텐데.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해봤지만 결국엔 부질없었다.
해인은 무릎 위로 턱을 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허탈한 웃음 같은 게 같이 흘러나왔다.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어차피 이런 고민을 했다는 것도 곧 잊을 텐데.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것도 까맣게 잊어서, 다시 전처럼 엄마에게 몇 달에 한 번 전화나 한 통 할까 말까 하는 본래의 무정한 자신으로 돌아갈 텐데.
‘가족에게 소홀했던 게 죽기 전에 가장 후회되는 일이었다는 것도 기억 못 할 테지.’
엄마에게 심한 소리 했던 것. 한 번도 예쁜 딸이지 못했던 것. 고집스럽고 모나게 굴었던 것. 그래서 미안했던 것…….
하지만 그 모든 잊을 것들을 합쳐도, 시율을 하나 잊는 것에 견줄 수가 없었다.
그러니 자신은 불효녀가 맞았다.
그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일까.
해인은 곧잘 이런 두려운 생각들에 시달렸다. 혼자가 되면 계속 이런 식이라 그가 필요했다. 더 우울해지기 전에 빨리 그가 돌아오길 바라며 무릎을 끌어안았다.
“……!”
그러다 서두르는 발소리에 상을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이 발소리는 분명 시율이었다.
해인은 그가 도착하는 것보다 먼저 방문으로 다가갔다. 단숨에 문을 열어젖히자 숨을 조금 고르는 그가 보였다.
“……깜짝이야.”
“강!”
“내가 오는 거 어떻게 알았어?”
“소리로.”
숨 쉬는 것만큼 기다리다 보면 이렇게 되어버렸다.
시율은 잠시 놀란 눈이었지만 이내 해인의 머리 위로 커다란 손을 올려 쓰담쓰담 해주었다.
가볍게 웃으며 그가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전에 없던 냄새가 훅 해인의 코끝에 스쳤다. 해인은 그 냄새가 나는 시율의 가슴팍 어딘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가 떨떠름하게 되물었다.
“……왜?”
“강, 품에서 동백꽃 냄새가 나는데?”
이 은은한 특유의 향을 해인이 모를 리 없었다. 뭐라고 해도 가장 좋아하는 꽃이었으니까.
별생각 없이 물었더니 그의 얼굴에 낭패의 기색이 어렸다.
해인은 뒤늦게 자신의 눈치 없음을 깨달았다.
“앗!”
“너 개코다.”
“……미, 미안.”
“아니, 고양이 코인가. 뭐, 어차피 너한테 주려던 거니까.”
해인은 자신의 좋은 후각이 로맨틱한 무언가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막 깨달아야 했다.
모른 척했어야 하는데 무드를 깨버렸다. 정확하게는 무드를 잡기도 전에 사전 차단해버렸다.
조금 민망해졌지만, 그가 품 안에서 꽃송이가 아기 주먹만 한 동백꽃 가지를 꺼내 줬을 때는 입이 해사하게 웃는 걸 어쩌지 못했다.
동백 꽃잎은 예쁜 입술처럼, 여린 붉은빛이었다.
“고마워.”
분위기를 조금 깼지만, 그게 저에게 주려고 구해 온 것임은 틀림없으니 기쁠 이유로는 충분했다.
“너무 예뻐.”
가는 꽃가지에 한 송이 매달린 그것은 꽃다발보다는 장미 한 송이를 닮았다.
하지만 해인이 받아본 어떤 꽃다발보다 사랑스러웠다. 저만을 위한 것처럼 느껴졌고, 실제로도 그랬다.
“한겨울에 이걸 어디서 구했어?”
“운이 좋았어.”
“꽃이 작은 걸 보니까, 실내에서 기른 것 같…… 은…….”
“아끼는 거라고 줄까 말까 하는 걸 프러포즈할 거라고 무릎 꿇고 졸랐어. 그랬더니 꽃가지 하나 주더라. 제일 예쁜 걸로.”
이게 뭐야. 이렇게 주는 건지 몰랐는데.
해인은 상자에만 정신이 팔려 있어서, 자신의 꽃 속에 들어 있는 가느다란 반지를 발견했을 때는 몰랐던 것처럼 놀라고 말았다.
반지는 은색이었다.
그를 닮은 푸른빛 도는 은색. 해인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기분에 시달리다가 결국엔 웃었다.
그리고 글썽거리기도 했다.
아아, 이런 기분이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담긴 꽃을 받으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을 주면, 내가 가장 좋아지는구나.
“좀 더 분위기를 잡을 생각이었는데, 네가 그야말로 냄새를 맡아버려서…….”
“……강.”
“응?”
“내가 언젠가 그랬지. 내가 없어져도, 미워하지 말아 달라고.”
“몇 번이나 그랬지…… 마치 경고하는 것처럼.”
해인은 작은 꽃에 입술을 묻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술 위로 보드라운 벨벳 천 같은 꽃잎과, 차가운 금속의 감각이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반지를 놓고 가면, 그때만은 미워해줘. 원망하고 화내면서. 다시 챙겨주러 와줘.”
오늘도 이뤄질지 알 수 없는 바람을 내뱉으며 겨우 그를 올려다봤다. 하필이면 왜 자신은 이렇게 그에게 바라기만 하는 걸까.
그의 바람은 하나도 들어줄 수 없으면서.
그냥 떠나지만 말고, 걱정만 조금 덜 끼치고. 자신을 안심시켜 달라는 그의 바람은 하나도 들어주지 못하면서.
이렇게나 염치가 없어도 되는 걸까.
그런데도 그를 좋아해서, 조르듯 그의 품에 이마를 기대는 수밖에 없었다.
소중해서 잊고 싶지 않은 게 또 하나 늘어서 마음이 무겁고, 벅찼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래, 넌 곧잘 덜렁거리니까 내가 챙길게.”
머리 위에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가 발끝부터 천천히 몸 안을 채우는 듯했다. 그런데 그것들이 물처럼 고여 몸 안에서 울리는 느낌에 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넌 뭐든 놓고 다니잖아.”
“……응.”
“난 널 챙겨주는 게 좋아.”
“응.”
“원망하진 않아.”
이마 위로 그가 더딘 키스를 해왔다. 해인은 고개를 들고 발꿈치를 들며 그와 입술을 마주치는 키스를 하길 바랐다.
품 안에 꽃을 안은 채로.
그가 저를 보는 눈이 쓰린 빛이 아니었다면 먼저 입술을 댔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
“알려줘.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았는지.”
숨겨왔던 것일까. 지금 그는 저와 같은 두려운 눈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서로에게서 뜯겨지는 날을 고문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이 고문이라면, 이건 고해일까.
말하기가 목이 졸리듯 힘겨웠다. 하지만 숨을 쉬어야 해서 말했다.
“이 겨울이 가고…….”
“…….”
“봄의 어느 날 사이에.”
사신이 홀연히 나타나는 이름 모를 순간에, 작별 같은 건 하지 못하고 떠나야 한다는 게 가장 끔찍한 어느 날에.
이렇게 그의 옷깃을 붙잡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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