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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키스-92화 (92/114)

92화. 눈을 떼면 안 되는 고양이

왜 울컥 화가 나는 걸까. 마치 큰 배신이라도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됐다. 이 상황을 납득해보려고 애썼지만, 무리였다.

‘저 여자를 따라간 거야?! 나한테 커피 심부름 시키고는!’

자신과 있다가 사라진 것도 당황스러운 일인데, 기껏 찾았더니 모르는 여자랑 함께 있다니.

마음 같아서는 들고 있는 커피를 내팽개치고 싶었다.

해인은 애써 화나는 걸 참고 있었다.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난 걸지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날 놓고 가?’

이게 삐져도 되는 일인지, 자신이 너무 속 좁은 건지 갈팡질팡해야 했다. 그러다가 시율과 눈이 마주쳐서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해인은 냉큼 돌아서서는 그와는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시율이 쫓아오는 게 느껴져서 더 빠르게 걸었다. 금세 붙잡혔지만 말이다.

“잠깐, 그런 거 아냐.”

“…….”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라고!”

“…….”

해인은 말없이 볼만 부풀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터지겠네 싶을 만큼, 점점 크게.

차라리 투덜댈 때가 덜 삐진 거였고, 소리라도 지르면 많이 화난 거고, 이렇게 무언시위를 시작하면…… 그건 심각한 수준이었다.

시율은 우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부터 했다.

“미안해, 놓고 가서. 금방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어.”

하지만 뭐라고 해도 삐질 준비가 되어 있는 해인은, 그의 눈길을 피하고 있었다.

“……정말, 내 잘못이야. 저 여자가…… 전에 산책로에서 마주쳤던 여자랑…… 똑같아 보여서.”

“……?”

무슨 여자? 산책로……. 아, 초등학교 동창을 말하는 거로구나.

해인은 그제야 시율의 등 뒤로 고개를 내밀고는 다시 한 번 낯선 여자를 살펴봤다.

확실히 그때 마주쳤던 동창과 많이 닮아 보였다. 비슷한 트레이닝복에, 비슷한 몸집에, 비슷한 모자에. 해인도 인정할 만큼 닮은 얼굴까지.

시율은 아무래도 저 여자를 붙잡아 결국 다른 사람인 걸 확인한 모양이었다.

“미안.”

시율도 저 여자가 동일 인물이 아닐 확률이 높다는 건 알았다. 그때 그 여자를 또 이렇게 우연히 만날 확률이 얼마나 적은지도 말이다.

하지만 혹시 하는 희망이 들어서 외면하지 못했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니까 어쩌면, 하는 마음이 그가 평정을 잃게 했다.

그날 해인이 쓰러졌던 걸 생각하면 그 여자가 무언가 분명한 단서를 가지고 있을 것만 같아서 계속 미련이 남았다.

심지어 그때 그 여자는 뭔가 이름 같은 걸 말하려고 했었다.

‘분명…… 어디서……. 음, 아마 이름이……? 김…… 아니다. 성이 뭐였더라……. 조금 특이한 이름에…….’

말하는 도중에 해인이 쓰러지지만 않았다면 시율은 그 여자의 연락처를 받든, 다시 만날 약속을 잡든 무언가 했을 거다.

하지만 해인이 기절했을 때,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는 얼간이같이 그 여자의 존재 자체를 까맣게 잊고 말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건 아마도 그의 평생에 들어 가장 수치스러운 일로 기억될 게 틀림없었다.

그는 아직도 그때 일을 후회 중이었다. 길에서 저런 차림의 여자를 보면 저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

“미안해.”

시율은 말이 없이 토라져 있는 해인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거듭 사과의 말을 속삭였다.

여러 가지 의미의 사과였다. 지금 내팽개치듯 놓고 온 것과, 그때 그 여자를 놓친 것 전부.

그 여잘 다시 찾으려고 해도 뭘 알아야지 말이다. 그 근처 산책로를 이용한다는 건 알겠는데 내내 거길 지킬 수도 없었다.

다시 가본 적도 있지만 비슷한 인상착의 여자가 한둘이 아니다 보니 건질 게 없었다.

근방에 전단을 붙여보기도 했지만 실종이나 교통사고 관련이 아니고서는 불법이라며 떼어졌다.

그날 그 순간이 엄청난 기회였다는 사실이 시간이 갈수록 분명해지는 느낌이었다. 흔적을 남기려고 하면 아파진다고 했으니까.

기절해버렸을 정도라면, 그 여자는…….

‘하지만 눈앞에서 숨을 못 쉬는 걸 두고…… 제정신일 수가 없었어. 그런 걸 생각하고 있을 여유도 없었고.’

그는 속이 쓰려 죽을 맛이었다. 지금 와서는 거듭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다른 실수를 했지만. 해인은 토라져 있는 듯하다가 슬쩍 그의 손에 커피를 들려줬다.

“……흥.”

그러곤 먼저 차 쪽으로 걸어가 버렸는데, 다행히도 삐지지 않기로 한 것 같았다. 시율은 안도하며 해인의 뒤를 따랐다.

커피는 아직 조금 따듯했다.

***

부산국제여객터미널.

해외에 배를 타고 나가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가 코앞이라 그런지 여객항은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봇짐을 가득 든 행상인도 보였고, 일하러 가는지 서류를 뒤적이는, 양복 입은 사람들도 보였다.

해인은 자신이 여행을 떠나는 길이라 그런지 다들 즐거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배를 타기 위해 고양이로 변한 해인은 시율이 서류 수속을 하는 동안 캐리어 안에서 얌전히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었다.

반투명한 입구 부분으로 여객항을 구경하고 있는데, 대뜸 어린애 얼굴이 나타났다.

“멍멍이?”

“……냐냐.”(……깜짝이야.)

“엇, 야옹이네.”

평소라면 쌩하니 무시했을 해인이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아서 특별히 대답해주기로 했다.

“미양.”(안녕.)

“우와, 엄마! 고양이 있어! 여기 봐봐.”

“어머? 고양이도 같이 여행 가나 봐.”

“응!”

해인이 들어 있는 캐리어는 커다란 짐 트렁크 위에 올려서 있었는데, 어린아이가 고양이를 보겠다고 트렁크에 몸을 기대자 캐리어가 떨어질 듯 흔들거렸다.

해인이 안전에 위기감을 느끼자마자 곧장 근처에 있던 시율이 다가와서 트렁크째로 끌고 가버렸지만 말이다.

“고양아!”

“냐냥.”(바이바이.)

10초 전에 만난 아이가 이별을 슬퍼했지만 들은 척도 안 하는 시율이었다. 해인도 금세 아이는 잊어버렸다.

사실, 배에 탄 뒤의 기억이 없어졌다는 편이 정확했다.

해인의 행복한 기억은 딱 거기까지였다.

***

“냐, 냐냐…….”(사, 살려줘…….)

모든 게 순조로웠다. 탑승수속도, 출국 심사도, 선내 탑승까지 전부. 그가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있다는 것 말고는 특별할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시율은 준비성 좋은 남자답게 동반동물에 대한 모든 증빙서류를 미리 제시했고, 서류에만 문제가 없다면 흔한 고양이 한 마리에게 따로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다.

다만 문제는 해인이 극심한 뱃멀미를 호소하기 시작한 거였다.

이 배에 3시간이나 타고 있어야 한다는 게 돌연 끔찍한 일이 됐다. 그나마 쾌속정이라 다행이었다.

‘아니, 쾌속정이라 더 흔들리는 것 같아!’

차마 비명도 못 지르고 해인은 출발 한 시간 만에 죽는다고 골골대기 시작했다. 뱃멀미는 난생처음이었다.

아까 우동을 한 줄만 더 먹었다면 분명 캐리어 안에서 배 속에 든 음식을 전부 게워냈으리라.

“너 멀미한다는 말 없었잖아?”

시율이 은밀하게 속삭였다. 고양이에게 말 거는 남자는 아무래도 이상했으니까.

하지만 해인은 제대로 된 대답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빙글빙글한 눈을 하고는 고장 난 것처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으에에. 으에엉.”(나도 몰라아. 이게 뭐야아.)

“……물이라도 마실래?”

“응엉헝…….”(배 싫어…….)

해인은 헤롱헤롱거리면서는, 차라리 기절하는 게 편하겠다고 생각했다. 멀미란 그런 고통이었다.

***

즐거운 일본 여행의 시작, 그런 건 없었다.

땅을 밟자마자 시율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달리는 것이었다. 서둘러 예약한 렌트카를 인수해서 해인을 풀어줘야 했다.

해인은 아직도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누가 보면 캐리어 안에 괴생물이라도 가져온 줄 알 거다.

“얌마, 정신 차려!”

“으흐앙…….”(토할래…….)

“뭐라고?”

“흐아흐아…….”(토하고 싶어어…….)

토하고 싶어, 싶은데…… 우선 사람으로 돌아가야겠어! 이대로 속을 게웠다가는 다신 시율의 얼굴을 못 볼 것 같았다.

해인은 인간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고자, 캐리어 안에서 벽을 긁으며 부들거렸다. 빨리빨리!

“다 왔어, 잠깐만!”

시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하나도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눈앞이 아직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이 몸은 왜 이렇게 멀미에 약한 걸까. 배에 타본 적이 없는 걸까?

해인의 몸이 가진 예민한 감각들은 배가 커다란 파도를 울렁울렁 넘는 생생한 감각을 전부 감지했고, 그 결과 이런 과부하를 초래했다.

“망 봐줄게.”

정말 한참 간의 기억이 없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건 시율이 저를 아무도 없는 차 안에 옷가지와 함께 밀어 넣어준 다음이었다.

해인은 허겁지겁 변신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옷을 주워 입었다.

단추도 제대로 못 채우고는 차에서 굴러떨어지듯 내려서는 화장실을 찾았지만, 여긴 낯선 일본 땅이었다.

“……우읍.”

속에서는 뭔가 올라오는데 눈에는 읽을 수도 없는 한자들과 대자연만 보였다. 해인은 결국 포기하고는 주차장 구석 수풀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굴욕스럽지만, 시율의 등 토닥임을 받으며 먹은 걸 게워내야만 했다.

위에서 무언가 역류하는 고통과, 창피함에 절로 눈물이 고였다. 여행 시작부터 이게 대체 뭔지!

“괜찮아?”

물론 모든 여행이 좋게 시작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절대,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토하는 걸로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나, 물…… 좀.”

해인을 물을 핑계로 시율을 조금 떨어트리고는 마저 헛구역질을 해야 했다. 우동을 맛만 봐서 다행이었다. 더 먹었다가는 더 추했을 테니까.

금세 다시 곁으로 다가온 시율이 생수와 손수건을 내밀었다.

“멀미하는 사람 많더라. 배 안에 아예 봉투도 구비되어 있고.”

“……으윽.”

“정말이야. 넌 정신없어서 못 봤겠지만.”

그가 건네는 말이 위로인 건 알겠지만, 이미 상처받은 해인이었다. 시율이 다 봐버렸으니까.

“괜찮아. 수의사라 나 그런 거 자주 봐.”

“……걔들은 짐승이잖아!”

구역질과 수치심에 해인은 여전히 그렁그렁한 눈이었다. 하늘도 너무하시지.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여자의 마음을 이렇게 개무시하다니…….

해인은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나름의 변명을 했지만, 그래봐야 이미 늦은 일들이었다.

“나, 원래는 멀미 같은 거 안 했단 말이야. 정말이야!”

정말 억울했다. 박해인이었을 때 저런 큰 배를 탄 적은 없지만, 작은 배 정도는 타봤다. 그리고 버스나 지하철을 장시간 타고 이동해봤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버스 안에서 책도 읽을 만큼 해인은 멀미와는 별로 친분이 없는 사람이었다. 살면서 내내 그랬다.

그런데 왜 이 몸은, 다른 성능은 좋으면서 멀미에 이토록 취약한 걸까.

“너…… 혹시, 입덧…….”

“아냐, 아냐.”

“그래……?”

“절대 아냐. 무리.”

아무리 어지러운 와중이지만 그건 절대 아니었다. 해인은 냉큼 고개를 저었고 시율은 다소 시무룩해 보였다.

‘저기요. 선녀와 나무꾼이랑은 달라서 절대 불가능하거든요.’

미안하긴 했지만 가망 없는 건 가망 없는 거였다. 애초에 이 몸은 사신탈이었다. 평범하지가 않아서…….

“응?”

“좀 괜찮아졌어?”

평범하지 않아서…… 평소에는 날아다니지. 아니, 정확하게는 순간이동. 해인은 사신의 특기인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을 떠올렸다.

‘평소 사신이 하는 걸 보면, 예전에 이 몸으로도 그렇게 순간이동을 하고 다녔을 테니…….’

당연히 배 같은 거 타볼 일이 없었으리라. 흔들림에 취약한 건 당연했다. 평소에는 순간이동을 하니까. 그래, 편리한 순간이동.

순간이동……?

“으응……?”

“왜 그래?”

“응?”

“……아직도 어지럽냐.”

시율이 자신의 이마에 손을 대고 혹시 열이라도 있는 건가, 하며 미심쩍어했지만 해인은 생각에 빠져 멍하니 굴고 있었다.

‘사신은 새의 모양으로 된 사신탈로 잘도 순간이동을 하던데 혹시 나도…….’

그러다가 얼이 빠져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둘렀다.

‘에이, 설마. 영혼이 다른데……. 음? 하지만 나도 변신은 되잖아. 이 몸이 가진 고유의 기능이라서. 순간이동은 영혼이 가진 고유의 기능…… 일…… 까?’

나, 혹시 방금 엄청난 깨달음을 얻은 건 아닐까.

해인은 사뭇 충격 받은 얼굴로 굳어버렸고, 시율은 정신을 놓은 걸로 추정되는 해인은 질질 끌고 차로 향했다.

***

한번 뭔가 생각하는 데 빠지면 한동안 멍하니 다른 걸 못하는 해인이었는데, 그걸 잘 아는 시율은 알아서 숙소에 와 있었다.

그는 일정대로 체크인 하고, 방에 짐을 가져다둘 예정이었다.

“어? 여긴 언제 온 거야?”

“방금.”

“엥?”

“네가 다른 생각 하는 동안.”

해인은 자신이 언제 여관에 도착했는지 생경하기만 했다.

다만 코끝에 스치는 냄새로 여기가 시율이 엄청 강조했던, 온천이 딸린 전통 여관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정식 명칭으로는, 료칸.

“그만 정신 좀 차리고. 이 중에 유카타 고르래.”

“……그럼 난 이거.”

료칸답게 유카타를 빌려주는 모양이었고, 해인은 연분홍색의 유카타를 골랐다. 그러고는 그 뒤로 또다시 멍해졌다.

시율의 뒤를 따르면서도 머릿속에는 오만 생각이 떠올랐다. 문득 다시 정신을 차린 건 그래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우와.”

좁은 로비를 지나자 낡지만 말끔한 건물로 빙 둘러져 있는 정갈한 일본식 정원이 보였다. 제법 큰 연못이 있었고, 멋들어진 벚나무도 있었다. 물론 겨울이라 꽃은 없었지만…….

시율이 방에 들어가도록 해인은 정원 한가운데 서서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저렇게 여기저기 정신 팔리기도 참 힘들 텐데.’

시율은 해인이 맑은 공기를 마시도록 내버려 두고 혼자 짐을 풀기로 했다.

어차피 정원은 밀폐된 구조였고, 방과 연결된 창문으로 내다볼 수 있었으니까. 잠시 혼자 둬도 문제없어 보였다.

‘해볼까……?’

한편 혼자가 된 해인은,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기척을 더듬어 확인하고는 눈을 반짝였다. 물론 시율이 있었지만 그는 경계 대상이 아니었으니까.

절호의 기회였다.

해인은 한적한 정원 한가운데 서서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집중했다.

저기 문이 열린 시율과 자신의 방 안으로 옮겨 가는 상상을 했다. 눈을 뜨면, 정원이 아니라 방 안에 있는 걸 염원했다.

변신할 때처럼 강하게 생각하면, 순간이동도…….

첨벙.

‘음, 저기 연못에 큰 잉어가 있…….’

첨벙.

“으꺅!”

“뭐야?!”

“……강.”

“……너, 왜 연못에 빠져 있는 거야!”

그사이를 못 참고 말썽이냐! 아주 잠깐 눈을 뗐을 뿐인데 연못 한가운데 빠져 있는 해인을 보며 시율이 기가 막힌 소리를 냈다.

“엣취!”

한겨울에 연못 속은 너무 차가웠다. 연못물은 최악의 맛이었다. 해인은 재채기를 하며, 자신이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살짝, 실패하긴 했지만 그건 분명했다.

사신은 왜 이런 좋은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던 걸까.

진작 알았다면 교통비 걱정은 없었을 텐데. 아, 남용하다가 누군가에게 들킬까 봐 그랬던 걸까?

“이 덤벙아!”

“추, 추워……!”

“얼음물에 들어갔는데 안 춥겠냐!”

“흐헤취!”

해인은 뼈까지 에이게 하는 차가운 물속에 주저앉아 있자니 절로 이가 딱딱, 거리며 마찰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너처럼 사람을 걱정시킬 수 있는지 나 좀 가르쳐줘라. 어?!”

시율은 해인을 물속에서 끄집어내면서는 이제 화를 내고 있었다.

해인은 덜덜 떨며 따듯한 온천물로 향해 갔다.

‘하긴…… 나 같아도 이런 덜렁거리는 인간한테는 비밀로 할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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