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풍월을 읊는 병원 고양이
퇴근 시각.
병원 직원들이 차례로 집에 갈 채비를 하자 해인은 슬금슬금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낮에 시율이 제게 속삭인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나랑 하루 종일 있어야 하는 거, 알지?’
그 은근한 눈웃음이라니.
태일이 출장 중이라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시율과 밤새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동물의 감일까? 아까부터 자꾸만 오늘 밤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해인이 어째 안절부절못하는 건 그것 때문이었다.
“저희 먼저 퇴근할게요, 강쌤.”
“내일 봬요!”
“잘들 들어가요.”
이 병원은 24시간 운영했었는데, 저녁 9시 이후에는 대개 당직 두 명이 남았다.
위급 환자에 대비해 수의사 한 명, 데스크를 지킬 수간호사 한 명. 해인은 그나마 수간호사가 있다는 데 안도하고 있었다.
어째 행운의 여신은 시율의 편인 것 같았지만 말이다.
“저어…… 죄송한데요, 강 선생님.”
“네? 무슨 일입니까, 김 간호사님.”
“갑작스러워서 원장 선생님께는 아직 말씀을 못 드렸는데…… 오늘 우리 아들이 휴가를 나왔지 뭐예요.”
“아아, 군대 갔다던.”
수간호사들은 대체로 젊었지만 연령대가 높은 사람도 있었다. 오늘의 당직 수간호사는 가장 나이가 많은 40대 중반의 김 간호사였다.
“좀 아까 전화가 왔는데…… 아들이 무슨 포상 휴가를 받았다고 신나서 집에 왔는데, 절 놀래주려고 말을 안 한 모양이에요.”
“이런,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 당직이군요.”
“그래서 말인데, 강 선생님에게는 죄송하지만 아이 치킨이라도 좀 사다 주고, 먹는 거만 잠시 보고 와도 될까요?”
시율은 자신도 아들 된 입장으로서 아들이 그리운 엄마의 간절한 바람을 어떻게 외면하겠는가. 시율은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다시 오실 것 있습니까. 오늘 밤에는 위독한 환자도 없고, 모처럼 아드님이 휴가도 나왔는데 일찍 들어가 보세요.”
“정말 그래도 될까요?”
“네. 원장님께는 제가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곁에 있던 해인은 한결 불안함에 떨어야 했지만.
“그래도…… 선생님 혼자 계시게 하면 제가 마음이 편칠 않아서요.”
“아닙니다. 오랜만에 아드님 보는 건데 얼마 못 보고 복귀시키면 그게 더 섭섭하지 않겠습니까.”
“그야 그렇지만.”
“전 괜찮으니까 어서 들어가 보세요. 대신 혹시라도 급한 환자가 생기면 전화 드릴 테니, 그때 나와주시면 됩니다.”
“……감사해요. 그럴게요!”
“걱정 말고 어서 가보세요. 데스크도 제가 신경 쓰겠습니다.”
시율의 호의에 중년의 수간호사는 반색하며 탈의실로 달려갔고, 해인은 작게 불만을 토했다.
“일부러 얼씨구나 하고 보낸 것 같은데…….”
“하하!”
“아무리 봐도.”
“설마, 아들 사랑은 한국 어머니들이 최고지. 흐흠.”
해인이 흘겨보거나 말거나 시율을 기분 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과연 순수하게 선의로 보내준 걸까? 해인은 너무 과민한 생각인가 하면서도 의심을 지울 수는 없었다.
둘만 남은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
자정을 넘은 새벽은 인적이 드물어져 아주 조용했다. 시간이 더럽게 안 간다는 뜻이었다.
해인은 환한 데스크 근처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하지만 낮에 너무 자버린 탓인지, 곁에 경계대상 1호인 시율이 있어서인지 깊은 잠이 오질 않았다.
이래서야 시간이 더 안 가는데…….
힐끔.
안 보는 척 훔쳐보니 시율은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어려워 보이는 책을 한 권 보면서.
당직으로 밤을 보내는 데도 익숙하니 볼거리를 준비한 모양이었다. 치사하게 저 혼자!
“……심심해.”
“그런 게 당직이니까.”
“우씨!”
집에서 혼자 심심한 게 차라리 낫겠다.
주인인 태일의 입장에서는 해인을 혼자 두는 것보다는 시율과 병원에서 놀게 두는 게 낫겠다 싶었겠지만 말이다.
이럴 때면 애완동물의 서러움 중 하나는 의사존중이 안 되는 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주인? 내가 보기보다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거든.
물론, 너무 외롭게 하면 슬프지만 말이야.
해인이 그렇게 혼자 중얼대고 있자니 시율이 책을 들고 가까이 다가왔다.
“사람이 되면 되잖아. 그림이라도 그리지 그래?”
“……네가 말하면 절대 순수한 뜻으로 안 들리거든.”
“그래?”
“몰라서 묻냥.”
네가 얼마나 위험한지?
새침한 고양이 눈으로 해인이 노려보자 시율이 뒷짐을 지며 진지한 얼굴을 해 보였다.
싱글대다가 갑자기 그러니까 적응이 안 될 정도였다.
“그럼, 만지지 않겠다고 맹세하면, 사람이 되어줄 거야?”
시율은 눈썹이 짙고 눈매가 깊어서인지, 진지한 얼굴을 할 때면 유난히도 어른스러운 얼굴이 됐다.
해인은 시율의 그 얼굴에 조금 약했다.
“뭐, 뭐야. 내 사람 모습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고.”
“널 보고만 있어도 좋거든.”
“…….”
“그냥 네가 존재한다는 게, 난 안심이 돼.”
시율은 항상 해인이 사람 모습에 목을 매고는 했다. 마치 첫사랑에 빠진 소년처럼.
“네 이름도 모르지만 네 얼굴은 알고. 네가 나를 본다는 걸로도 나는 의미를 느끼지.”
문득 마음이 약해지는 건 시율이 워낙 애절한 시선을 보내와서도 있고, 시율이 요즘은 약속을 아주 잘 지켜서도 있었다.
만지지 않겠다니까 사람이 되도 괜찮지…… 않을까?
전에야 어찌 됐든 지금의 시율은 해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해인이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그 정성을 뻔히 알아서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입을 것도 없고.”
“있어, 입을 거!”
그건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해인은 제가 또 시율의 함정에 빠졌다는 걸 깨달았다. 이 거미 같은 남자 같으니라고.
***
옷이 분명 있긴 있었다. 그것도 새 옷이었다. 사소한 불만사항이라면 그게 수간호사 유니폼이라는 점이었다.
하긴 동물 병원에 이 옷 말고 뭐가 또 있겠냐마는.
야한 옷도 아니니 입긴 입지만 해인은 뭔가 코스프레 하는 기분이었다. 뭐랄까? 이걸 입은 것만으로 정말 수간호사가 된 기분이랄까.
“오오. 이게 유니폼의 마법인가.”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며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사람들이 왜 유니폼에 환상을 품는지 알 것 같았다.
하늘색으로 된 유니폼은 활동성에 치중된 디자인이라 두꺼운 재질의 바지와 티셔츠로 구성되어 있었고, 제법 어울렸다.
이왕 입은 거 진짜 수간호사처럼 머리나 묶어볼까 싶어진 해인은 굴러다니는 노란 고무줄 하나를 주웠다.
목덜미가 거의 보이도록 높게 묶고 나니 간만에 진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가끔 못 견디게 사람이 되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러니까, 진짜 사람. 이런 임시적인 모습 말고 진짜 자신 말이다.
고양이로만 있으면 때때로 제가 정말 고양이인 것 같은 혼돈이 오기도 했다.
그럴 때면 해인은 일부러 사람으로 변신해서 우울함을 달래고는 했다.
이 몸에 이 기능은 확실히 힘들 때 정신적으로 위로가 되긴 했다. 웃기지만. 사람 기분이 필요할 때 말이다.
“괜찮은데?”
이만하면 제법 그럴싸하지 않나. 해인은 거울 앞을 좀 더 서성이며 나중에 시율의 의사 가운도 입어볼까, 그런 궁리를 했다.
때마침 시율이 노크를 하며 탈의실로 들어섰다.
“오, 누가 보면 진짜 여직원인 줄 알겠어.”
“그래?”
“음.”
“어울려?”
“예뻐.”
예쁘긴…… 투박한 병원 유니폼을 가지고. 흠흠.
해인은 저도 모르게 두 뺨을 붉혔다. 하여간 시율은 너무 쉽게 예쁘다는 말을 할 수 있는 남자였다.
처음엔 영락없이 바람둥이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태생이 직설적인 남자였다.
“그거 입은 김에 잠깐 데스크 좀 봐줄래? 위에 올라가 봐야 할 것 같아.”
“아, 회진 시간이구나.”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해인은 이제 시율의 병원 일과를 대부분 꿰고 있었다. 당직 때 무슨 일을 하는지도 얼추 알았다.
“10분이면 상태 체크하고 내려오니까, 별일 없을 거야.”
“알았어!”
“혹시 전화 오는 거 있어도 안 받아도 돼. 몇 통 왔는지만 체크해줘.”
해인은 야무지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시율이 지금 차트를 들고 올라가는 곳은 입원층으로, 중환자가 있어서 수시로 상태를 살펴야 했다.
동물도 사람처럼 암에 걸리고 백내장에 걸렸다. 갑자기 손쓸 수 없이 상태가 나빠진다면 가족들을 불러서 마지막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했다.
동물이 아픈 것 가지고 유난 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기르는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지가 않았다.
개중에는 병원을 떠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심각해서 호흡기를 달고 하루하루 보내는 동물도 있었다.
주인은 마지막까지 아픈 아일 포기하지 못했고, 하물며 짐승도 죽고 싶어 하지 않았다. 조금 더 주인 곁에 있고 싶어 했다.
그건 가족애와 아주 흡사한 감정이었다.
그들의 아픔은 보고 있자면 저절로 눈물이 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해인은 이 병원의 모든 곳을 쏘다니지만 병동에만은 들어가지 않았다. 아픈 짐승들의 소리가 너무도 자신을 괴롭게 했으니까.
***
해인은 데스크 근처를 뒤적여 빈 종이와 펜을 챙겼다. 이걸로 그림이나 그리면서 시간을 때울 셈이었다.
오늘은 낮에 저에게 요거트를 쏟은 요망한 꼬맹이를 그려봐야겠다. 그 오동통한 뺨이 제법 인상적…….
“앗?”
해인은 스스로가 생각해도 엄청난 순발력으로 데스크 아래 쪼그려 앉았다.
데스크 바로 맞은편이 병원 입구였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저도 모르게 숨어 버리고 만 것이다.
이 야심한 시간에 손님이 올 줄이야.
아니, 그보다 숨을 것까지는 없었나? 하지만 난 진짜 직원도 아닌걸.
“아무도 안 계세요?”
해인은 왠지 숨을 죽이며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했다.
계속 숨어 있자니 시율이 내려오려면 좀 더 있어야 했고, 그를 직접 부르러 가자니 병동은 너무도 무서운 곳이었다.
짐승들의 신음 소리를 듣는 자체가 고통이었으니까. 동물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이럴 때 손해였다.
“저기요? 저기……. 어쩌지.”
때아니게 방문한 손님은 해인 또래의 여자였는데, 다급해 보였다.
아무 일도 없을 거라던 시율이 괜스레 원망스러운 순간이었다.
해인은 잠시 그렇게 바닥에 무릎 꿇고 있다가, 결국 데스크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여자의 목소리는 둘째치고, 다른 것이 너무 신경 쓰였다.
“무슨 일…… 이시죠?”
“아! 계셨군요.”
“……뭘 좀 떨어뜨려서…….”
적당히 대꾸하며 해인은 여자가 품에 안은 걸 바라봤다. 계속 신경을 긁은 가느다란 소리의 정체는 바로, 저 어린 고양이였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게 분명했다. 젖이나 뗐을까? 작고 연약한 것이 엄마를 찾느라 미약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도와주세요. 아기 고양이를 주웠는데…….”
“……어디서요? 방금요?”
“편의점에서 나오면서 쓰레기를 좀 버리려고 골목으로 갔더니…… 갑자기 제 신발 위로 기어 올라왔어요. 얘를 어쩌죠?”
단발머리의 여자는 집이 근처인지 아주 편한 차림이었다. 울상을 하며 제 손안에 아기 고양이를 내밀어 보였다.
그 힘없고 연약한 작은 생명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근처에 어미는 없었나요?”
해인은 어차피 얼굴은 내민 거 포기하고 데스크에서 걸어 나와 아기 고양이를 살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주워 오는 아기 고양이의 반 이상은 주변에 어미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미가 잠시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 버려졌다고 여긴 사람들이 줍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그리고 한번 주워지면 사람 냄새가 묻어 어미에게 다시 돌려줘도 돌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한참 거기 있었는데 주변에 다른 고양이도 없고…… 얘만 있더라고요.”
“으음…… 보살핌 못 받은 지는 조금 된 것 같아요.”
이렇게 어린 짐승은 이유 없이 바들바들 떨기 마련이었다. 여자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어미가 버린 걸까요?”
“이 상태로 봐선 그런 것 같긴 한데…….”
눈을 뜨지 못할 만큼 눈곱이 묻어 있었고, 코도 숨은 쉬고 있는 건가 싶게 콧물이 흘렀다. 해인은 우선 아기 고양이를 넘겨받았다.
손안에 넣자 의사소통도 배우지 못한 아기 고양이가 애타게, 애타게 엄마를 찾는 감정만 진하게 전해져 왔다.
거의 우는 듯한 울림으로, 너무 절절해서, 몇 번을 들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날이 너무 추워서…… 데려오긴 했는데…… 잘한 건지.”
“우선 잘하셨어요. 어미가 버렸는지, 어미가 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길에 있었으면 큰일 났을 거예요.”
“그래요?”
“사실 이렇게 주워 오는 건 조심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아, 의사 선생님이세요?”
아니, 무슨 그런 황송한 착각을. 그냥 서당개처럼, 병원 고양이일 뿐이었다. 어깨너머로 본 것들이 그럴듯하게 들린다니 민망한 일이었다.
해인은 얼른 손사래를 쳤다.
“……죄송한데, 제가 사실 여기 관계자가 아니거든요.”
“네? 너무 잘 아시길래…….”
“무슨 일이야?”
“……아, 강! 이분이 아기 고양이를 발견해서…….”
“어디 보자.”
타이밍이 나쁠 때가 있으면, 좋을 때도 있는 법이었다.
해인은 마침 나타난 시율에게 얼른 한 주먹도 안 되는 아기 고양이를 넘겨주었다.
시율이 커다란 손을 내밀어 보이자 얼마나 믿음직한 기분인지.
“배가 빵빵한데. 가서 따듯한 물수건 좀 가져다줄래.”
“응.”
시율에게 맡기자 해인도 절로 안심이 됐다. 역시 이런 건 전문가가 해야 했다.
시율을 뒤로하고 해인은 얼른 뛰어가 눈대중으로 보고 배운 대로 온 열기 안에서 물수건을 챙겨 왔다.
해인이 적당히 촉촉하고 따듯한 물수건을 가져다주자 시율은 꼬물거리는 아기 고양이의 눈곱을 떼어주고 눈동자를 살폈다.
그리고 입안이며 귓속도 보는 것 같더니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감기 증세가 보이는 것 말고는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 같네요.”
“다행이에요……. 아깐 숨도 안 쉬는 것 같아서 너무 놀랐어요.”
“귓속이 더러운 걸 보니까 버려진 지 조금 된 것 같습니다.”
“아…….”
“보시면 배가 빵빵하죠? 이런 어린 고양이들은 어미가 핥아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배변을 못 합니다.”
시율은 차분하게 말하며 능숙한 손놀림으로 아기 고양이의 항문 근처를 물수건으로 문질러 주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참았던 것을 싸기 시작했는데, 얼마나 참은 건지 작은 몸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양이었다.
“어쩜……!”
“다행히 건강해 보이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렇게 어린애는 처음이라…… 혼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딱히 해드린 것도 없는데요.”
시율은 다시 아기 고양이를 여자에게 돌려주었고, 여자는 조심스레 품 안에 넣더니 조금 깨끗해진 녀석을 매만졌다.
다행히도 고양이에 대해 조금은 지식이 있는 여자 같았다.
“집에 다른 고양이가 있나요?”
“아뇨. 고향 집에 들르는 길고양이가 몇 마리 있긴 한데…… 집 안에서는 안 길러봤어요.”
“그럼 오늘은 데리고 돌아가셨다가 내일 날이 밝으면 다시 와서 전염병 검사를 받아보세요. 길에서 뭐가 옮았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
“지금은 못 하나요?”
“뭐, 지금 검사해도 되겠지만 야간진료비가 추가되거든요.”
시율이 어깨를 으쓱여 보이자 여자는 바로 수긍했다.
“앗, 그렇군요. 내일 낮에 올게요.”
“그러세요. 그리고 분유를 조금 챙겨드리죠.”
시율은 유능했지만 ‘돈돈’거리는 편은 못 되었고, 애초에 병원 자체가 양심 있는 곳이라 단골이 많았다.
해인은 이제 이 여자도 병원 단골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문득 해인이 여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녀가 물었다.
“그런데…… 이 여자분은 관계자가 아니라고 하시던데, 그럼 누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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