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방심한 고양이
해인은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시율에게 무릎베개를 한 채로 곯아떨어지고 만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따라 청소가 다소 힘들었고, 그 후에 시율이 타준 핫초코는 너무 달고 따듯했던 것이다.
그 상태로 소파에 누웠으니 잠이 안 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이거 참 놀라운 일이죠? 심해에는 아직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많은 생물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이 갑각류처럼…….]
심지어 텔리비전에서는 심해생물의 생태를 다루는 어려운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고 있었다.
시율은 그걸 흥미진지하게 시청하고 있었는데…… 해인은 재미없어 죽을 맛이었다. 이래저래 잠들기 딱 좋았다.
그게 아니라고 해도 본래부터 잠이 많은 해인이었으니까.
“……으응.”
자신이 지금 베고 있는 것이 시율의 무릎이라는 건 알았지만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이기가 힘들었다.
해인은 잠시 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져서 결국 눈을 감고 말았다.
잠이 쏟아졌고, 이러면 시간이 빨리 갈 테지, 하는 단순한 계산도 있었다.
자신이 어느샌가 시율에 대한 경계를 많이 풀고 있다는 것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
해인이 잠결에 오물거리던 입술을 경악하며 벌렸다.
아직도 입술에 남은 감각이 선명했다.
자신이 것이 아닌 입술이, 닿았다 떨어진 온기가 서서히 열기로 변해갔다. 닿았어! 분명 닿았다고!
“너……!”
“……이런, 안 일어났으면 몰랐잖아?”
해인은 일어나지도 못하고 눈을 뜬 그대로 시율을 올려다보며 제 입술을 틀어막았다.
두 번째야! 이 자식이 또 그랬어! 나한테 키스했다고!
떨리는 눈동자를 내려다보는 시율의 눈은 반면 평온했다. 마치 합당한 일을 한 것처럼.
“나는 너를 좋아한다고 말했잖아.”
“……!”
“그런데 눈앞에서 잠들어 버리면 어떡해? 이건 명백한 고문이라고.”
눈을 떴을 때 아직 입술이 닿아 있던 터라 현장 검거였다. 시율은 그런데도 놀라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뿐이었다.
꼭 지금 이 표정 그대로였다.
이 뻔뻔한 인간 같으니!
“허, 허락도 없이……!”
“자고 있었잖아. 어떻게 허락을 받아?”
해인은 이래저래 억울한 기분이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제가 시율의 무릎에서 잠들어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위험하게 여기던 인간이었는데, 그 무릎에서, 완전 무방비하게!
“이…… 이이!”
“미안. 몰래 하려고 했는데.”
“사과 포인트가 이상하잖아! 이 나쁜 놈아!”
해인은 씩씩대며 시율의 무릎에서 일어났다.
들킨 게 잘못이 아니잖아! 그리고 전혀 미안한 얼굴도 아니야!
“그럼…… 널 좋아해서 미안해.”
“엑?”
“네가 잠든 얼굴을 보고 키스하고 싶은 걸 참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으윽.”
“네가 날 좋아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해서 미안해.”
시율은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조금 시무룩한 얼굴이 되었다. 해인은 마치 정말로 제가 잘못한 것 같았다.
이래서야 제가 시율을 괴롭힌 기분이 들 정도였다.
문득 생각해보니 제게 좋아한다고 노래를 부르는 남자 앞에서 잠든 것도 잘못은 잘못이었다.
해인은 하다못해 잠든 거라도 제 탓이 아닌 걸로 치부하고 싶어졌다.
아무리 방심했어도 그렇지, 다른 사람도 아닌 강시율의 품에서 잠들다니! 자신이 이렇게…… 길들여졌을 리가 없었다.
“……그래! 수면제 같은 걸 탄 거지?”
“수면제?”
“핫초코에 말이야! 그래서 내가 잠든 거잖아!”
맞아! 분명 그거야! 이 녀석은 수의사니까 그런 것쯤 쉽게 구할 수 있잖아!
해인은 제가 잠든 이유에 인위적인 무언가가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암, 그 이유 말고는 없고말고! 내가 강시율의 품에서 편안함을 느낄 리 없어!
약이라도 타지 않는 이상…….
“전혀. 너 그냥 잠들던데.”
“아, 아니야!”
“거의 침 흘릴 것처럼 입술까지 벌리고…….”
“으아악!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고 싶은 사실이었다. 해인은 거의 울부짖으며 소파에서 내려와 현관 앞에까지 뛰어나갔다.
치미는 무언가가 해인을 도망치게 했다.
시율이 자신에게 한 행동을 후회하게 해주고 싶었다. 너 때문에 나갈 테니 실컷 걱정해라!
해인이 할 수 있는 복수라고는 그것밖에 없었다.
“얌마, 어디 가?!”
“너 나빠! 너랑 안 있을 거야아!”
울먹이는 목소리였고, 기어코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이었다.
그 모습에는 시율도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이 시간에 어딜 간다고…….”
“널 믿은 내가 짐승이다! 됐냐?!”
멈춰주면 좋으련만 계속 나오는 눈물을 신경질적으로 훔치며 해인이 소리쳤다. 시율이 소파에서 일어나는 게 보이자 해인은 문은 열고 곧장 뛰쳐나갔다.
해인은 열심히 뛰었다. 그냥 어찌할 바 모르겠다.
“으왕!”
사실은 아주 가벼운 키스였는데.
그야말로 새털 같은, 외국이라면 인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그런 키스.
시율의 성격으로 보면 정말 조심스럽게 한 키스였는데, 그게 해인을 너무 놀라게 했다.
왜냐하면 그 작은 키스로 인해, 거의 열흘 모아야 하는 달빛만큼의 양기가 충전되었기 때문이다.
해인을 잠에서 깨운 건 키스가 아닌 바로 그 감각이었다.
‘양기가 충전됐어! 양기가아!’
처음으로 느껴본 몸 안으로 양기가 흘러 들어오는 감각은 신비로운 것이었다.
따듯한 안개를 들이켠 것처럼, 목 안쪽부터 시작해 배 안까지 촉촉하게 적셔지는 감각이었다.
양기를 흡수했다는 건 시율이 정말로 제게 흑심을 품었다는 뜻이었다.
더불어 정말로 저를 갖고 싶어 하고, 이성을 여긴다는 뜻이기도 했다.
시율이 제게 품은 감정은, 진짜였다. 더 이상 그걸 의심할 수는 없게 됐다.
해인은 놀란 마음에 제가 맨발인 줄로 모르고 집에서 도망쳤다.
***
집 앞 공터. 해인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정자에 앉아 있었다.
“흐헷취!”
추워. 그새 뭐가 이리 추워졌어. 망할, 망할!
때는 어느새 가을이었다. 귀하게 실내에서 길러지느라 체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신발도 못 신고 나왔는데…….
발이 아파 멀리 도망치지 못하고 아파트 근처 정자로 기어 올라간 해인은 새삼 갈 곳 없는 재 처지에 한숨이 나왔다.
“에휴…….”
기껏 가출한 게 집 앞 공터라니. 그것도 사람 모습으로 가출이라니. 개그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가출을 한 번 해봐서 아는데, 멀리 가봐야 개고생이었다.
해인은 멍하니 놀이터를 바라보다가, 바람이 차가워 후드에 달린 모자를 썼다. 무릎을 끌어안고 그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시율이 찾으러 나올까? 아마 나오겠지? 그럼 못 이기는 척 끌려가 줘야겠다. 흠흠. 내 발로 다시 들어가기엔 자존심이 상하니까 말이야.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순간의 욱함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온 것까지는 좋았지만, 결국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러게 왜 키스 같은 걸 해서는!
해인은 매우 뚱한 얼굴로 시율이 제게 했던 키스를 떠올렸다.
베이비 키스라고 하나 그걸? 아기한테 하는 그런…….
“으악!”
내가 이걸 왜 떠올리고 있는 거야! 해인은 깜짝 놀라 머리 위를 손으로 마구 휘저었다.
사라져! 사라지라고!
해인은 그러면서도 자신이 화난 이유가, 시율이 제게 키스해서는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보단 제가 고양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좋아한다고 속삭이는 시율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게 진심이어서.
“……우씨.”
그 마음을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진심인 걸 알아도 어떻게 해줄 수 없는데!
보통은 고백이라는 걸 받으면 거절하거나 허락하는 게 수순인데, 자신은 거절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지금의 처지가 그러니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걸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태일에 대한 호의를 깨닫고 가출하기도 했었다. 불가능한 일에 대한 회피였다.
하지만 시율의 생각은 달랐다. 끊임없이 구애해왔다.
‘널 좋아해서 미안해.’
해인은 문득 자신이 이런 처지만 아니라면, 그래서 평범한 사람으로 시율을 만났더라면 그와 사랑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시율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깨달아서도 있지만…… 그보다는 시율이 사실은 좋은 녀석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곧잘 조소를 날리고 말본새가 아주 고약했지만, 그래도 병원의 동물들은 모두 시율을 아주 잘 따랐다.
왜,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좋은 사람을 알아본다고 하지 않는가.
해인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시율이 미웠다. 자신을 괴롭혀서 못내 싫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율이 저를 아프게 한 적이 있었던가?
아니, 한 번도 없었다.
상처를 치료해주고, 가출했을 때 찾으러 와주고, 성질을 부리면 받아주고, 슬퍼하면 위로해줬다. 어느 날 그것들을 깨달았다.
시율이 말하는 고양이에게 원했던 것도 한 가지뿐이었다.
다른 동물들이 어디가 아픈지, 왜 힘이 든지. 강시율은 알고 보면 천생 동물 바보인 남자였다.
“에취! 킁…….”
이제는 콧물까지 나온다. 해인은 소매에 코도 살짝 훔치며 주변을 살폈다.
강시율 이 자식, 왜 데리러 안 오는 거야? 추운데…… 아예 고양이로 돌아갈까?
하지만 지금은 그게 더 어려웠다. 입고 온 옷도 있고, 고양이 상태로는 아파트 현관을 통과 할 수 없었으니까.
해인은 콧물이 점점 심해지자 연신 킁킁거려야 했는데 그건 꼭 우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가을바람이 제법 매서웠다.
사람 모습이라 추위에 더 민감한 데다가 입은 거라고는 레깅스 하나에, 조금 긴 롱 후드 하나가 전부였다.
그 외에는 맨발이라 영락없이 가출한 꼴이었다.
여기에 배까지 고프면 정말 거지꼴 삼박자를 고루 갖춘 건데. 이게 다 강시율 때문이야! 도통 부아가 가시지를 않았다.
잠시 추위에 진정됐다가 다시 치밀어 오르는 반복이었다.
왜 키스를 해서.
왜 사람을 진지하게 만드는 거야.
왜…… 날 좋아하는 거야!
“으씨! 미워 정말…… 강, 이 나쁜 자식…… 멍멍이 같은 놈……! 가만 안 둘 거야…… 흐윽, 흑!”
그렇게 몇 분이나 훌쩍이고 있었을까. 밤이 늦을수록 바람이 강해졌고 해인은 볼 살이 따끔거려서 두 손에 호, 하니 더운 숨을 묻혀 뺨을 비볐다.
정면을 보며 시율이 이제나 오려나, 저제나 오려나 하고 찾았다.
어서 와야 못 이기는 척 따라…….
“……!”
근처에 저를 뚫어지게 보는 인영이 하나 있다 했더니, 어째 그 인영이 눈에 익은 렌즈박스를 들고 있다 했더니.
다름 아닌 태일이었다.
잠시 정신이 나가 태일의 귀가 시간이라는 걸 잊고 있었던 것이다.
콧물을 흘리느라 냄새도 못 맡았다. 심지어 추위에 떠느라 기척도 못 느꼈다. 겨우 열 걸음 앞에 서 있는데도 몰랐으니 말 다 했다.
이런 개 같은. 해인은 속으로 최선의 욕을 중얼댔다.
일단 ‘개’가 들어가면 그건 해인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욕이었다.
“시연 씨……?”
입 밖으로 그 욕을 내뱉지 못한 것은 태일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처음에는 맨발인 채로 훌쩍이고 있는 작은 몸집의 해인을 가출 청소년쯤으로 여겼던 태일이다. 그런데 이내 그 상대의 얼굴이 어딘가 낯이 익다는 걸 깨달았다.
목을 빼고 누군가를 찾는 눈치였는데 그 코, 그 입술, 그리고 유독 인상적인 것은 무릎 옆 정자를 꼭 쥐고 있는 유난스레 작은 손.
분명 시연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이름은 그것이었다.
“맞네요. 시연 씨, 거기서 뭐 해요?”
“그게…….”
“혹시 울고 있는 거예요?”
해인은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이상한 노래를 부를 때 맞닥뜨리더니 이번엔 가출했을 때다. 심지어 킁킁거리며 콧물을 쏟고 있는 때.
하느님은 내가 미워요? 해인은 푹 하니 고개를 숙여버렸다.
이렇게 창피할 때가 또 있을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태일인데. 이건 안 만나느니만 못 해!
“아니에요. 그냥…… 코, 코가 나와서…….”
“……아. 휴지 있는데, 줄까요?”
해인은 상체를 숙인 채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왜 솔직하게 말했을까! 차라리 울고 있던 걸로 하는 게 훨씬 나았겠다 싶었다.
해인이 절망하고 있는데 문득…… 싸늘했던 등 위가 따듯해졌다. 고개를 드니 역시나 태일이 제 재킷을 벗어 둘러준 후였다.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두고 해인에게 자신의 재킷을 걸쳐주고는, 다시 짐을 들고 있었다. 그 행동이 그냥 사람을 설레게 했다.
말없이 이럴 수 있는 남자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럼 이걸 써요.”
재킷으로 부족했는지 태일이 손수건까지 내밀었다. 그러나 코를 풀기엔 너무 아까운 물건이었다.
태일은 지금 답지 않게 여자에게 친절하게 굴고 있었다.
그는 매너 있는 남자의 범주였지만 오해를 살 만한 친절은 베풀지 말자는 주의였는데, 지금 상대는 시율의 동생으로 알고 있는 해인이었다.
심지어 이 추위에 맨발이었다. 두고 가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다.
“괘, 괜찮…… 에치히!”
“안 돌려줘도 되니까, 일단 써요.”
“정말 괜찮은데…….”
“그리고 왜 신발이 없어요?”
태일의 질문에 해인은 뭐가 그리 민망한지, 그렇지 않아도 추위에 상기되어 있던 뺨을 한결 발그레하게 붉혔다.
드러난 맨발을 꼼지락거리다가 무릎을 접어 올려 재킷 속으로 숨기는 모양이 영락없는 소형동물 과였다.
가장 놀라운 점은 재킷 하나에 온몸을 다 숨길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남자의 것이고 조금 큰 사이즈로 입는 재킷이라고 해도 말이다.
주변에 이렇게 작은 몸집의 여자는 없었던 터라 태일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시연 씨는 정말 몸집이 아담하네요.”
매일 하은 같은 길쭉한 여성 혹은 잡지의 모델들, 남자만큼이나 큰 여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해인이 색달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사이에서나 볼 수 있는 아담한 체구와 그에 견줄 만한 동안.
하지만 타고나길 새침한 모양의 고양이 눈매는 그녀를 조금은 덜 어려 보이게 했다. 그래도 동안은 동안이었지만 말이다.
“……아, 이건…… 저기 급하게 나오느라……. 근처에 친구네 집이 있거든요! 그런데…… 싸워서…… 조금 그래서…….”
“형을 불러드릴까요?”
“아뇨! 오, 오빠는 조금…….”
재능에 없는 변명을 하는 동안 그것이 부끄러워 또 얼굴이 달아오르는 해인이다.
“혼날까 봐 그래요?”
“그런 것도 있고…….”
태일의 시선이 그녀의 붉어지는 뺨에, 작은 손에 닿았다. 해인은 손사래 치며 별일 아니라 말했지만 별일 아닌 게 아니었다.
추워 보이는데. 어떻게든 해주지 않으면 자신이 떠날 수가 없었다. 태일은 꼭 숨 쉬지 않는 사람처럼 말하고는 했다.
“그럼 잠시만 기다릴래요? 따듯한 거라도 사올게요.”
그저 담담히 흔들림 없이, 뭘 하든 묵묵히 제 할 일인 양.
태일은 어깨에 걸치고 있던 렌즈박스를 다시 해인의 옆으로 내려두고는, 몸을 돌려 정자에서도 보이는 맞은편 편의점으로 걸어갔다.
해인은 순간 그 뒷모습을 잡아 말리려다…… 그것보다 시급한 일을 떠올리고는 태일이 걸쳐준 재킷을 황급히 벗어 내렸다.
그 후, 혹여 누가 이 비싼 렌즈들을 훔쳐갈까 싶어 렌즈박스 위로 덮어두고는 냅다 내달렸다.
태일보다 먼저 집에 가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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