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연우야…….
2018.08.03.
휘타의 느른한 숨소리가 욕실을 울렸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물이 일렁이고, 수면을 떠다니는 그의 머리카락도 함께 움직였다.
머리를 기대고 있다 들려오는 발소리에 몸을 일으켜 앉았다.
돌아보자 그의 아내가 분홍빛으로 물든 볼을 하고 서 있었다.
“여긴 어쩐 일로?”
돌아앉아 난간에 팔을 얹고 턱을 올렸다.
“도와드리려고요.”
“내 목욕을 말입니까?”
연우가 수줍은 얼굴로 다가와 앉았다.
“그대의 옷이 다 젖을 텐데.”
“젖으면…… 벗죠, 뭐.”
“요즘 꽤 용감해졌습니다.”
장난스럽게 웃은 휘타가 연우에게 등을 보였다.
그녀는 천에 물을 적셔 그의 등을 문질렀다. 피부가 좋다고 연신 감탄하면서.
“그대가 이곳에 처음 들어온 날이 기억납니다. 그땐 그대가 신기했어요. 솔직히 재미있는 쪽에 가까웠지만.”
“그랬어요?”
짧은 답이었어도 연우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담겼다.
휘타는 연우의 손이 피부를 쓸고 내려갈 때마다 등에 소름이 돋는 듯했다.
어젯밤 내내 안고 물고 빨고 했는데 순간순간 새로운 기분이었다.
연우가 그에게 닿을 때마다, 그가 연우에게 닿을 때마다 달랐다.
휘타가 다시 몸을 돌려 연우를 바라봤다.
끈적한 시선으로 봐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도리어 싱긋 미소를 지어준다.
“머리카락 염색이 많이 빠졌나 봅니다. 빛이 나는군요.”
손을 내밀어 연우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기억이 없어도 본능적으로 그녀를 지키기 위해 만나자마자 서둘러 염색을 시켰다.
이젠 감출 필요가 없었다.
효조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감췄던 그녀의 머리카락이 제 빛을 찾자 더욱 아름다웠다.
“인형극 때문에 사람들이 절 먹으려 할까요?”
“냉정하게 말해줄까요. 아니면 듣기 좋게?”
“냉정하게요.”
“현사처럼 믿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을 겁니다.”
연우가 제 머리카락을 넘기며 어깨를 으쓱였다.
“사람들에게 먹힐 수도 있겠군요.”
“그런 말을 하면서 웃지 좀 마십시오.”
하지만 연우는 입가에 머무는 웃음기를 지우지 않았다.
아픈 상처를 말하면서도, 끔찍한 일을 말하면서도 연우는 남 일처럼 대한다.
“예전에 집에 갔을 때, 근처에서 현사를 봤는데 우리 집을 찾고 있었나 봐요. 정현옥은 이곳에 다시 돌아오자마자 사신에 대해 듣고 일을 꾸민 뒤, 현사에게 말했던 거 같고요. 연회에서 현사가 제게 그랬던 게 이제 이해가 됐어요.”
정현옥은 나름대로 계획을 치밀하게 세웠다.
아마 방심한 서우만 아니었다면 무슨 일이 났어도 크게 났을 것이다.
“미움이란 건 무서워요. 사람을 악마로 바꿔놓으니까요.”
이제야 연우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시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미워하지 않아도 그럴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생명을 물건처럼 대하는 마음이 문제죠.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답게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연우가 한숨을 쉬며 들고 있던 천을 다시 물속에 담갔다 꺼냈다.
“왜요. 사람들에게 먹힐까 걱정됩니까.”
“조금?”
“믿는 사람이 있더라도 성 밖에 걸린 목을 보면 행동으로 옮길 생각을 못 할 겁니다.”
서우와 이명우의 목이 장대 높이 걸렸다.
휘타는 일주일 동안 세워두라 명했다.
효조가 성에서 기르던 까마귀들이 사체를 파먹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고개를 돌리고 코를 막으며 지나다녔지만, 연우는 하루에 한 번씩 가서 확인했다.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시커멓게 되어버린 사체를 보면서도 살아나면 어쩌나 싶어서였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이 과거로 되돌아가는 경험을 했던 그녀이기에 확인이 필요했다.
저들 중 누군가, 탐야에게 간절히 기도한다면, 그래서 탐야가 그 기도를 들어준다면.
떠올리는 것만으로 진저리가 쳐졌다.
기억을 하는 상태로 과거로 돌아가도 지옥이고, 기억을 잊은 채로 돌아가도 지옥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그가 젖은 손으로 연우의 어깨를 잡았다.
얇은 옷이 젖어들어 살갗에 달라붙었다.
연우는 손에 들고 있던 천 조각을 옆에 놔두고 일어났다.
옷을 하나씩 벗었다.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던 휘타의 눈동자가 점점 타오르고 있었다.
나신이 된 연우가 욕조 안으로 들어가 휘타에게 바짝 붙어 앉자 그가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녀는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가 머리를 들어 올렸다.
내려다보는 긴 속눈썹 사이로 보이는 금빛.
연우가 손을 들어 휘타의 뒷머리를 당기자 입술이 닿았다.
욕조의 뜨거운 물만큼이나 그의 입안도 뜨거웠다.
서로를 끌어안으며 입을 맞추다 휘타가 연우를 번쩍 들어 올려 제 다리 위에 앉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뻐.”
휘타가 곧게 뻗은 그녀의 쇄골에 입술을 댔다.
“남들 눈에도 그렇게 보일까 걱정입니다.”
“당신 눈에만 그래요.”
“그건 아니지요. 그대에게 미친놈은 나 하나가 아니잖아.”
낮게 가라앉은 음성이 쉬었다.
“전부 만져보고 싶고, 전부 입을 맞추고 싶고, 전부 가지고 싶어.”
“어젯밤에 그랬잖아요.”
“전부는 아니었지. 그대가 막은 부분도 있으니.”
“알겠어요. 그럼 이제 안 막을게요.”
휘타의 눈이 가늘어지고 턱이 팽팽하게 당겼다.
다시 입맞춤이 시작되었다.
연우는 휘타가 원한다면 전부 내어줄 수 있었다. 마음껏 그를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었다.
그날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
드디어.
탐야가 정해준 기한의 마지막 날.
기다렸던 날이었고, 반대로 절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이었다.
휘타는 마지막 날까지 사신 선택을 미루는 연우를 보며 불안했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힘들 텐데 묵묵히 감내하고 있는 연우를 더 어렵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시간이 필요하다던 연우였기에 그녀가 많은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라 믿었다.
최근 치장에 유독 신경을 썼던 연우.
오늘은 그 어떤 날보다 훨씬 꾸몄다.
“저 어때요?”
귀걸이를 착용하며 그에게 묻는다.
“아름답습니다.”
“오늘은 아주 많이, 많이 신경 썼어요. 다른 날보다 더 예쁘고 싶은데…….”
휘타의 답이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연우가 입술을 비쭉 내밀었다.
“매일, 매일 더 예쁘고 아름다워집니다. 그러니 오늘은 지금까지 봐왔던 중에 가장 아름답고요.”
그제야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연우가 주위가 밝아질 만큼 환하게 웃었다.
쿵! 이상했다. 심장이 내려앉는다.
그녀는 분명 웃고 있는데 슬퍼 보였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웃음.
언제 봤는지 기억을 떠올리려 해도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현옥을 사신으로 선택해 살려야 하니 우울해진 걸까.
휘타는 그녀의 슬퍼 보이는 모습이 자신의 착각이라 생각했다.
연우가 슬플 이유가 없었다.
뻐근해지는 가슴을 문지르며 휘타는 연우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와락 휘타를 안았다.
아주 세게. 서로의 심장 박동이 느껴질 만큼.
“사랑해요.”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고백이지만, 기분이 좋군요.”
“사랑해요.”
“나도 사랑합니다.”
“행복했어요?”
“물론입니다.”
연우가 뒤이어 뭐라고 속삭였다.
그러나 휘타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
연우는 감옥으로 혼자 들어갔다.
휘타가 함께 가고 싶다는 뜻을 비쳤지만 밖에서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또각. 또각.
굽 소리가 조용한 옥사에 울려 퍼졌다.
현옥이 갇혀 있는 감옥 앞에서 서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귀신같았다. 풀어헤친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었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했다.
기분 나쁜 냄새가 났고, 퀭한 눈동자가 생기를 잃었다.
연우를 한참 바라보더니 창살 가까이 다가왔다.
창살을 잡는 손톱이 길어져 휘었다. 검은 때가 끼어 나무의 뿌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왜 왔어? 오늘 내가 죽는 날인가?”
“네.”
두 손을 모은 연우가 현옥을 차갑게 바라봤다.
“당신과 내 모습. 참 많이 다르네요.”
“그래서 좋니? 날 이 꼴로 만들어놓고 비웃으니까 좋아?”
“좋네요.”
“이년이.”
현옥이 창살 사이로 손을 내밀어 연우를 잡으려 하자 한 발자국 물러났다.
“나는 진짜 사신의 신부예요.”
“그래서?”
“사신의 신부는 다음 사신을 찾아 선택해야 하는데, 정해진 기한 내에 찾지 못하면 죽어요.”
“뭐라는 거야. 왜, 못 찾았어? 못 찾은 얼굴은 아닌데?”
찾았지. 둘이나 찾았건만 하나는 죽었고.
“네. 나는 운 좋게 둘이나 찾았어요. 또 운 나쁘게 하나가 죽었어요. 그리고 오늘, 남은 하나가 죽을 운명에 놓여 있죠.”
“그걸 왜 나한테…….”
현옥이 미간을 찌푸리며 곰곰이 생각했다.
오늘 죽은 운명에 놓인 남은 하나.
머리를 재빠르게 굴린 현옥이 설마 하는 눈으로 연우를 바라봤다.
“내가 살기 위해서 다음 사신을 선택해야 할지, 그대로 죽도록 둬야 할지 고민이에요.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나는 내일 해가 뜨기 전에 죽겠죠.”
“그, 그 소릴 왜 나한테 하느냐고!”
힘도 좋다. 그간 잘 먹지 못했을 텐데 현옥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했다.
“당신이 내가 찾은 마지막 사신이야.”
연우의 답에 멍하게 있던 현옥이 깔깔깔 웃었다.
악마가 웃는다. 아주 신이 나서.
“역시! 하늘은 내 편이었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들어 올렸다가 가슴으로 모았다.
마치 하늘에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연우가 무표정하게 현옥을 바라봤다.
현옥은 빙글빙글 돌며 춤도 췄다.
그래. 이 순간을 즐겨.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 더 처절하게 고통스러워질 테니까.
얼마 지나자 현옥이 숨을 헉헉대며 창살을 잡았다.
“어쩌니? 내가 죽이고 싶을 텐데 살려야겠구나.”
“그러게요.”
연우는 간수에게 받은 열쇠를 구멍에 밀어 넣고 돌렸다.
찰칵 열리는 소리가 났고 문이 열렸다.
구부정하게 허리를 숙인 현옥이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가슴엔 여전히 검은 연기가 머물러 있다.
아니기를 바랐고, 지금도 아니었으면 하지만 연우의 바람과 다르게 검은 연기는 선명했다.
“내가 당신 가슴에 손을 얹고 다음 사신으로 선택하면 끝나요.”
“쉽네.”
허리를 세운 현옥이 제 가슴을 내밀었다.
“당신은 다음 사신이 되는 겁니다.”
“빨리, 빨리!”
“내 뜻이 아닌 탐야의 뜻대로.”
연우가 소매 안으로 손을 넣었다.
“하지만 난 내 뜻대로 하겠어.”
소매 안에서 단도가 나왔다.
푹! 현옥이 피할 새도 없이 가슴에 정확히 칼이 꽂혔다.
현옥의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제 가슴에 꽂힌 칼을 빼려고 했다.
순식간에 검붉은 피가 번져갔다.
연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칼을 뽑았다가 다시 현옥의 심장을 찌른다.
“어윽! 너! 너! 이!”
연우를 잡기 위해 휘적이던 손이 앞섶을 쥐자 그 부분도 피로 물들었다.
곱게 차려입은 옷이 현옥의 피로 더럽혀지는 것이 싫었지만 연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또 칼을 뽑는다. 피가 분수처럼 튀었다.
“차라리 내가 죽고 말지.”
그리고 다시 찔러 넣었다.
죽이고 싶거든 나만 죽이지.
내 아빠를 죽인 당신을 도저히.
“용서하지 못하겠어.”
그렇게 다섯 번을 찔렀고, 현옥은 더 이상 소리를 내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끝났다. 피범벅이 되어 바닥에 쓰러진 현옥을 보는 연우의 눈꼬리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잊자고 발버둥을 쳤다. 휘타만 생각하려고 노력도 해봤다.
이러면 안 된다, 이기적이다 자신을 타일러봐도 소용이 없었다.
현옥이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연우에겐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그녀는 휘타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복수가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였다면 자신의 복수보다 연우를 택했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이렇게 끝낼 수밖에 없는 자신을 부디 용서하지 말기를.
털썩.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멀리 복도 끝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휘타의 발소리였다.
점점 그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하자 눈물이 쏟아졌다.
몇 발자국 떨어진 지점에서 휘타가 멈췄다.
어떤 사태가 벌어졌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현옥과 그 옆에 떨어진 칼.
그리고 울고 있는 연우.
“미안해요.”
할 수 있는 말이 이뿐이었다.
내 사랑이 이것밖에 안 돼서.
당신이 아닌 나를 선택해서.
“지금…….”
휘타가 말을 잇지 못하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고개를 푹 숙인 휘타가 다시 얼굴을 들었을 땐, 그의 눈이 붉어졌다.
휘타 뒤로 사림과 소호가 왔다.
그들도 사태를 파악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님!”
사림이 달려와 무릎을 꿇으며 연우의 손을 붙잡았다.
“마님! 왜!”
“미안해. 사림아.”
“호야, 사림이 데리고 가라.”
소호가 사림을 일으켜 세웠다.
“마님, 왜 그러셨어요! 그냥 다 잊어버리시지!”
사림이 울부짖자 휘타가 차가운 눈길로 소호를 바라보며 어서 데리고 나가라 한다.
“입 다물어. 그 누구도 마님을 원망할 자격이 없다.”
휘타의 말에 사림이 입을 다물었다.
소호가 끅끅대는 사림을 데리고 나가자 휘타가 연우 앞에 앉았다.
“그대를 원망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입니다.”
“미안해요.”
“네. 그대는 내게 많이 미안해해야 합니다.”
연우가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난…… 그대를 원망하지 않으렵니다. 왜 그랬는지 이해하니까.”
“…….”
“아마도 같은 상황이 또 온다고 해도 그대는 같은 선택을 하겠죠.”
휘타는 연우의 얼굴을 들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텐데 얼굴도 못 보고 보낼 수 없지 않은가.
“요 며칠 달라졌다 싶었더니. 이럴 결심을 하고 난 후였군요.”
“미안해요. 제가 이것밖에 안 돼요.”
“그대 없이 나더러 어떻게 살라고…….”
원망하지 않으려 했건만.
“살아달라고…… 했잖아. 살 거라고 약속했잖아!”
끝내, 원망의 말을 쏟아내고 만다.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끝내, 울고 만다.
그때 연우가 힘겨운 듯 숨을 길게 내뱉고 힘이 빠지는지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몸을 지탱했다.
그마저도 힘이 드는 모양이었다.
“너무 빠르네요. 그래도 변명할 시간은 있을 줄 알았는데.”
힘없이 쓰러지는 연우를 휘타가 안았다.
탐야가 그녀를 데려가지 못하도록.
그 무엇도 연우를 데려갈 수 없다.
“보내지 않을 거야.”
“이미 정해진 일이잖아요. 당신을 사신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는데…… 미안해요.”
“그만해. 그런 말 하지 마.”
“잊어달란 말은 안 할게요. 제가 당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아니까.”
그걸 아는 사람이 어찌 그런 선택을 했는지.
연우가 휘타의 눈물을 닦아주며 미소를 지었다.
“잘 지내요. 행복했던 일들만 떠올리면서.”
그녀가 이별을 말한다.
세 번의 만남. 세 번의 이별.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마지막이 되는 건가.
마지막을 떠올리자 휘타는 가슴을 쥐어짜는 것처럼 아팠다.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나요. 그땐 내가 먼저 당신을 알아볼게요.”
“그래.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꼭 날 찾아와.”
“…… 고마웠어요. 울지 마요.”
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연우의 손을 뺨을 대고 흐릿해지는 눈동자를 바라봤다.
그녀가 천장을 향해 눈을 들었다.
“파란 하늘이…… 보여요.”
후드득. 연우이 얼굴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가지마. 또 나만 두고 가지 마.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말.
“안……녕.”
“안녕.”
연우가 눈을 감았다.
떠나는 연우를 위해 휘타는 그녀의 작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숨죽여 울었다.
미련 갖지 말고, 자꾸 뒤돌아보지 말고 편안히 가기를.
나는 이 자리에서 영원히 기다리고 있겠다.
부디, 오래 걸리지 않길.
그대의 웃는 모습만 떠올리며 하루하루 버틸 테니까.
꼭 다시 만나자.
그래서.
그때는.
그때는.
나만 남겨두지 말아줘.
우리 같이 눈을 감자.
“연우야…….”
#d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