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그놈이 죽도록 괴로워하는 꼴을 보고 싶어서.
2018.07.24.
현옥이 연우를 죽이려고 했던 이유가 휘타 때문이라고 했다.
휘타는 현옥의 말을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 그가 기억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할 수만 있다면 유타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거니와 유타도 모르는 부분일 것이다.
“나 때문에? 왜지?”
현옥이 고개를 저으며 절대 가르쳐주지 않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거기까지만 말해줄 거야. 유일하게 목숨을 지킬할 수 있는 무기인데 다 말하면 안 되지.”
휘타가 미소를 지었다.
현옥이 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두 번의 삶을 살며 나를 충분히 봤을 텐데. 모르는 점이 있군. 네가 말해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런 거 신경 쓰지 않아.”
그의 말에 현옥이 안색이 굳어졌다.
“조금 궁금하겠지만, 그거야 참으면 되는 거지. 너를 죽일 수 있는 이유는 이미 차고 넘쳐. 이유 따위 없어도 널 죽일 수 있고”
“그러겠지. 그래야 너지.”
현옥의 굳은 얼굴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드러났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지 마라. 지난 삶 내가 널 기억하지 못한 건 그만한 가치가 없어서야.”
“과연 그럴까요, 아름다운 휘타 님. 아! 이제 고귀한 사신 나리인가?”
그녀가 돌아서서 먼저 자리를 벗어났다.
휘타가 궁금하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연우를 죽이려는 이유가 왜 그 때문인지 듣고 싶었다.
사신은 절대 고귀한 존재가 아닌데 현옥이 이거 하나를 모르는 건 확실했다.
어쨌거나 그녀가 세 번의 삶을 살았다는 게 또 한 번 증명이 되었다.
이 전의 삶에서는 그가 사신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다.
어떤 부분이 지워진 걸까.
현옥은 서우와 달리 겁박한다고 모든 것을 털어놓을 사람이 아니었다.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현옥을 회유하든지 휘타가 기억을 해내든지.
둘 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쪽이 현옥이지만 그건 죽어도 하기 싫었다.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어둠 속에서 소호가 나타났다.
“밖에서 마님이 기다리신답니다.”
“나를?”
“휘타 님일지 아니면…….”
소호가 연우 가족이 갇혀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연우가 제 가족을 만나러 온 모양이었다.
지하계에 와서도 죽이려 했던 까닭 하나만 알고 싶다고 했으나 어찌 하나뿐이랴.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싶은 것투성이겠지.
휘타는 연우에게 현옥이 했던 말을 해줘야 하나 고민이 됐다.
연우를 죽이려 했던 이유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니.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연우가 기다리는 밖으로 나갔다.
*
휘타가 나간 후 얼마 되지 않아 잠에서 깬 연우는 사림에게 그의 행방을 물어보고 이곳으로 왔다.
언제나 그렇듯 그가 미소를 지으며 연우를 향해 다가왔다.
그의 얼굴을 제대로 못 보겠다.
꿈이 아직도 생생했다.
만약 그날 휘타가 지상으로 나오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내가 그의 울음소리를 듣지 않았더라면.
아빠와 함께 그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날의 일이 그의 탓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생각이 많아진다.
연우는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을 지우기 위해 애썼다.
“정현옥을 만나고 싶어요.”
“지하계에 와서도 그대를 해하려 했던 이유가 궁금해서?”
연우가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다가.
“그것 말고도 더 있기는 해요.”
말을 덧붙였다.
꿈이었지만, 꿈이 아니었다.
지워져 버린 기억 중의 일부분이 나타났다.
아빠의 얼굴을 볼 수 없어도 따뜻했던 느낌이 가슴에 남았고, 이제 알고 싶은 것들이 무한대로 늘어났다.
우선 아빠가 어쩌다 세상을 떠났는지부터.
“정현옥이 그대에게 말해줄까요? 말해준다고 해도 그게 진실일지 거짓일지 모릅니다.”
“알아요. 오랜 세월 엄마인 척하며 절 속였으니 거짓말을 해도 알 수 없겠죠. 그래도.”
연우가 힘없이 웃었다.
“설령 거짓말이라 해도 듣고 싶어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현옥이 진실을 말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다.
“그럼 이건 먼저 알아두십시오. 정현옥이 지하계에 와서 그대를 해하려고 했던 이유는…… 나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당신이요?”
“그것만 말해줬고 그 뒤의 이야기는 다음에 해준다더군요. 알려주지 않아야 본인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옥다웠다.
이 와중에 휘타와 흥정을 하고 있었다.
“네.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 안에는 혼자 들어가고 싶어요.”
모두 감옥 안에 갇혀 있을 테니 위험할 일이 없을 듯했다.
“그래요. 대신 들어가는 길이 어두워서 도움이 필요합니다. 거기까지만 같이 갑시다.”
연우는 휘타의 손을 잡고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매끈하면서 단단한 손이 연우의 손을 꽉 쥐었다.
꿈속에서 봤던 아빠와 비슷한 온기가 그의 손을 통해 전해졌다.
눈길을 돌려 휘타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남자.
연우를 위해 신(神)과 거래를 하고 기꺼이 사신이라는 굴레를 받아들인 사람.
그녀를 살리기 위해 영원히 사신으로 살려고 했고, 효조와 싸우는 위험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날의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그였다.
또 휘타 자신의 의지로 지상을 나온 것이 아니라 어린 수호령 때문에 끌려 나온 것이다.
밀렵꾼이 설치해둔 덫에 걸린 것도 그의 의지가 아니었다.
연우는 조금의 잘못도 없는 휘타에게 그런 잠시나마 그런 마음을 가졌던 게 미안했다.
그저 운명의 장난이었다고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의 인연이라고 여겨야 하는 걸까.
아귀가 딱딱 들어맞아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았다.
“땅 꺼지겠습니다.”
휘타의 낮은 음성이 감옥 안에 조용히 울렸다.
“날 보며 계속 한숨을 쉬고 있다는 거 압니까.”
“여러모로 미안한 게 있어서 그랬나 봐요.”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었나 보다.
“뭐가?”
“그냥 다. 전부.”
우뚝. 휘타가 걸음을 멈췄다.
“어떤 이유로든 내게 미안해하지 마십시오. 그대는 존재만으로 내게 기쁨입니다.”
휘타의 입술이 살짝 위로 올라갔다.
“나의 유일한 행복이자 나를 살게 하는 이유입니다.”
그랬지. 그는 이런 사람이었다.
오직 나밖에 모르는 사람.
나 역시 그밖에 없다.
지금 걷는 어두운 이 길에서 홀로 빛을 내고 연우에게 길을 안내해 주는 것처럼, 그녀 인생의 유일한 빛이자 구원이었다.
부모님이 없는 대신 그가 있다.
그럼 된 거였다. 돌이킬 수 없는 일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
연우가 분노하고 원망해야 하는 상대는 가족이란 거짓 이름으로 살아왔던 그들이었다.
어느새 그들이 있는 감옥 앞에 섰다.
연우를 발견한 서우가 달려와 창살 사이로 손을 내밀었다.
“언니! 언니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근데…… 근데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야.”
서우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렀다.
이 눈물만큼은 거짓이 아니었다.
음습한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어 애원하는 거였다.
내일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태를 벗어나고 싶어 구걸하는 거였다.
그래서 또 연우를 붙잡는다.
“언니, 이제 내가 진짜 잘할게.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단 말이야.”
“그럼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천천히 얘기 나누고 나와요.”
휘타가 매서운 눈으로 서우를 노려보며 자리를 피해줬다.
“언니!”
휘타의 눈초리에도 서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왜 네 언니야?”
연우의 목소리가 차가운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처음 들어 보는 연우의 음성에 서우가 흠칫하다 다시 한 번 손을 애타게 휘적거렸다.
“언니야, 그러지 마. 우리가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어도 사이좋은 자매였잖아.”
“사이 좋은 자매? 넌 자매에게 독이 든 탕약을 먹이니?”
“엄마가 한 거야! 난 그거 몰랐다니까!”
“넌 알고 있었어.”
“아냐! 몰랐어. 언니 왜 날 오해하고 그래!”
연우는 서우의 가련한 표정을 보고 웃음이 툭 터져 나왔다.
“날 탓하지 마. 너를 두고 간 네 아버지를 탓해.”
얼마 전 연우가 아픈 척하고 누워 있을 때 서우가 그녀의 귀에 대고 했던 말이다.
창살 밖으로 나와 있던 서우의 손이 서서히 오그라졌다.
연우는 멈추지 않고 서우가 했던 말 그대로 또박또박 뱉어냈다.
“탓하려거든 그녀를 만난 네 운명을 탓해.”
서우의 손이 창살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죽는 편이 좋았을 텐데.”
마지막 말에 서우가 뒷걸음질을 쳤다.
커다래진 눈이 연우를 보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졌다.
“언니, 그건…… 그건 언니가 잘못 들은 거야.”
“잘못 듣지 않았어.”
“꾸…… 꿈, 맞아! 꿈꾼 거 아니야? 언니 그때 자고 있었어.”
인정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날 난 깨어 있었고, 내 정신은 멀쩡했어.”
서우가 망연자실한 채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휴, 이 멍청이.”
저 뒤에서 듣고만 있던 현옥이 서우의 뒤통수를 때렸다.
“네가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범인이었구나! 머리 나쁜 줄은 알고 있었다만 제일 큰일을 망칠 줄이야. 보육원에서 데리고 올 때 똑똑한지 확인부터 해야 했는데.”
현옥이 혀를 차며 서우를 향해 눈을 흘겼다.
이제 저는 죽은 목숨이란 걸 깨달았는지 서우의 얼굴이 절망으로 번져갔다.
연우는 아주 잠시. 아주 잠깐.
서우가 불쌍해졌다.
넌 어쩌다 이런 악마 같은 양부모를 만났니.
양심을 팔아버린 건 서우 탓이나 더 좋은 부모를 만났더라면 그녀의 인생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측은함이 생겼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선택은 서우가 했고 결과에 따른 후회도 그녀의 몫이었다.
“뭐가 궁금해서 왔니?”
현옥이 창살에 어깨를 기대며 물었다.
“내 아빠는 어떻게 돌아가셨나요?”
꼭 알고 싶었던 부분.
“휘타한테 듣지 못했어?”
“네.”
“사고사. 내가 낸 사고.”
뻔뻔하게 웃으며 자신이 사고를 냈다고 말했다.
연우는 놀랍지 않았다. 이곳에 오면서 어느 정도 추측하고 있었기에.
그러나 분노는 일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깊이 박혀 들어갔다.
“숲에서 우리 아빠와 처음 만난 건가요?”
이건 방금 떠올랐다. 혹시나 해서 하는 질문이었다.
현옥이라면 만남마저도 의도적으로 접근해 꾸밀 수 있는 인물이니까.
“무슨 말이 듣고 싶니? 처음이든 아니든 뭐가 중요해? 내가 하는 말을 믿어? 거짓말이면 어쩌려고?”
“진실이든 거짓이든 해봐요. 나는 듣는 게 목적이에요.”
“하긴 이렇게 된 마당에 거짓말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겠어. 휘타가 날 살려줘 봤자 며칠이나 가겠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거라면 네 속이나 뒤집어놔야지.”
현옥이 연우 친아빠를 만난 이야기를 시작했다.
첫 만남은 우연이었다.
친구들과 모임에서 저녁을 먹는 자리에 친구의 지인으로 나왔다.
사별하고 외동딸과 살고 있다는 그는 준수한 외모와 점잖은 성품을 가지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현옥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건 건너 들은 그의 재산이었다.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을 만큼 재력가는 아니었으나 넉넉하게 먹고살 수 있을 만큼 가지고 있었다.
유혹하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했지만 쉽게 넘어오는 상대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가까워질까 고민하다 그가 산을 좋아하는 딸과 함께 주말마다 등산을 즐긴다는 말을 들었다.
몰래 뒤쫓은 첫날.
하늘이 도왔다. 눈 속에서 쫓아다니느라 죽을 뻔했어도 성과가 있었다.
부녀가 위험에 처할 때까지 기다렸고, 그들의 은인이 되었다.
한 번 일이 풀리니 그 뒤로는 수월했다.
남자와 딸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연우는 현옥의 얘기를 들으며 이 여자와는 어떻게 해서든 엮였겠구나 싶었다.
사냥감을 물었으니 절대 놓지 않았겠지.
현옥에게 가지는 분노와 별개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눈 내리는 숲에서 휘타를 만난 건 운명의 장난이 아닌 인연이었다.
“당신도 세 번째라죠?”
연우가 넌지시 떠봤다.
“뭐야. 너도 기억하고 있니? 앞선 두 번의 삶을 다 기억해?”
내내 여유로운 태도였던 현옥이 창살을 잡았다.
“기억해요.”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니.”
“그러니까 당신 말대로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더 얘기해봐요. 첫 번째 삶에서 내게 탕약을 보낸 사람, 효조가 아닌 당신이었나요?”
그때도 이번처럼 서우가 탕약을 가져왔다.
단순한 논리에서 나온 추측이었다.
“효조도 칼만 휘두를 줄 알았지 머리가 나빠. 정말 널 사랑했다면 그 정도는 차단할 줄 알았어야지.”
고문하다 잘해주기를 반복하는 효조가 보냈다기에 연우가 의심하지 않았다.
첫 번째 삶에서 연우를 죽였던 건 그가 아니었다.
참 일이 이상하게 꼬여버렸다.
첫 번째 삶에서 효조에게 죽임을 당했고, 그 때문에 두 번째 삶에서 그에게 복수를 시도했다.
효조가 두 번째 삶에서 가족을 죽였던 건, 돌고 돌아 벌을 받은 거였다.
그런데 가슴 아파하며 자살을 했다니.
더욱 살았어야 했는데.
성 밖에 걸린 세 명의 목을 보고 즐거워했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숨이 막히도록 아파했던 그때가 현실처럼 그려졌다.
물론 효조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나쁜 놈인 건 변함이 없다.
그가 연우를 죽이지 않았다고 해서 잔인했던 고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땐 왜 죽이려고 했어요?”
“짜증이 나 있었지. 너 때문에 이런 거지 같은 세계로 왔으니.”
그게 어떻게 나 때문인가.
사고만 나지 않았어도 지하계로 올 일이 없었다.
현옥은 자신이 세웠던 계획마저도 연우 탓으로 돌렸다.
현옥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이번 세 번째 삶에서 내가 널 죽이려 했던 이유. 휘타에게 들었니?”
“휘타 님 때문이라고 했다면서요.”
“소식이 빠르기도 하여라.”
“왜죠? 왜 그 때문인가요?”
갑자기 창살을 잡고 있는 현옥의 손이 부들거렸다.
눈에 독기를 품고 있다. 원한이 가득 서린 귀신처럼 말이다.
“그놈이 죽도록 괴로워하는 꼴을 보고 싶어서.”
“무슨…….”
“네가 비참하게 죽을수록 그놈도 비참해질 테니까!”
“무슨 말이에요.”
“넌 죽었어야 해! 갈가리 찢겨 죽은 너 때문에! 사람들에게 먹혀 사체 한 조각도 발견할 수 없는 너 때문에! 그놈이 처절하게 괴로워했어야 해! 그런데 넌 왜 아직도 살아 있는 거야!”
악다구니를 퍼붓는 현옥의 음성이 귀가 찢어질 것처럼 쩌렁쩌렁했다.
연우는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휘타에게 인형극의 내용을 들었을 때와 달리 심장이 두려움으로 뛴다.
미친 사람처럼 날뛰는 현옥이 무서워 연우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크게 심호흡을 한 연우가 다시 물었다.
현옥의 흥분이 사라지기 전에 답을 들어야 했다.
“그러니까 왜 휘타 님 때문에 절 죽이려고 했느냐고요.”
“그 망할 놈이!”
그때 거친 걸음으로 급히 휘타가 안으로 들어왔다. 언제 왔는지 모를 정도로 소리 없이.
창살 안으로 팔을 집어넣어 현옥의 목을 잡았다.
“한마디만 더해.”
“으윽!”
지난번과 달리 현옥의 목을 잡은 손에 힘들 주고 있는 휘타.
“한마디만 더하면 죽인다.”
정말 현옥을 죽일 기세였다.
숨이 막히는지 현옥이 발버둥을 쳤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서우도, 누워 있던 명우도 새파랗게 질려 휘타를 막지 못했다.
그는 잡고 있던 현옥의 목을 저 멀리 던져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현옥이 숨을 들이켜며 괴로운 듯 굴렀다.
휘타가 연우를 바라봤다,
“기억이…… 났습니다.”
“…….”
“내가 직접 말하겠습니다.”
“…….”
“내가 내 입으로 직접, 말해야 합니다.”
그의 눈이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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