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늑대가 나를 부르면-55화 (55/100)

<55화> 당신은 누군가요.

2018.07.10.

서우가 피식 웃으며 설홍의 처소를 나왔다.

설홍은 본인이 철두철미하게 준비한 줄 알겠지.

사람이 오만하면 그녀처럼 되고 만다.

나를 위해 목숨 바쳐줄 사람이 없다면 주위에 누구든 다 의심해야 한다.

설홍은 서우를 믿지 않고 무시하고 있었다.

만만하고 멍청한 상대라 안일하게 여겼다. 그것이 실수였고.

서우는 설홍이 자신을 방패막이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진즉 알고 있었다.

설홍이 나름 자신이 잘 짜놓은 판에 서우를 끌어들여 원하는 말로 사용한 줄 알고 있으나 오산이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덫에 걸려든 건 서우가 아닌 설홍이었다.

욕심을 적당히 부렸어야지.

휘타를 보니 탕약 사건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 같았다.

그가 영리하다면 의원과 단희, 서우를 조종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낼 것이다.

진짜는 따로 있지만.

서우는 연우를 찾아갔다.

좋아졌다더니 자고 있다. 안색도 좋아 보여 잠시 휴식을 취한다 생각했다.

뒤에 있는 사림이 얼굴에 반기지 않는다는 기색을 드러내도 서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탕약에 독약을 넣었다는 누명을 벗었으니 거리낄 게 없었다.

사림도 그걸 아는지 저번처럼 서우를 막아서지 않았다.

그래도 눈에 불을 켜고 서우를 지켜봤다.

서우는 고개를 까딱하는 사림의 인사를 받고 누워 있는 연우게게 다가갔다.

연우 옆에 앉기 전에 사림에게 한소리 했다.

“이봐. 감시 좀 그만해. 난 탕약에 독을 넣지 않았어. 형부한테 범인을 잡았다고 듣지 않았어?”

“아, 예예. 들었습니다.”

사림이 성의 없이 대답하면서도 서우의 일거수일투족을 날카로운 눈으로 좇으며 놓치지 않았다.

수호령이 매라더니 정말 매의 눈이었다.

서우는 연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살이 조금 빠진 것 외에는 여느 때와 같은 얼굴이었다.

언니. 채연우.

용케도 살았네.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날 탓하지 마. 나도 그녀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걸.

“날 탓하지 마. 너를 두고 간 네 아버지를 탓해.”

나직이 읊조렸다. 사림이 들을 수 없을 만큼 작게.

“탓하려거든 그녀를 만난 네 운명을 탓해.”

서우는 연우의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어주고, 가슴까지 덮인 이불 위를 토닥토닥 두드려줬다.

마치 언니 걱정을 많이 하는 동생처럼.

언니를 많이 아끼는 동생처럼.

서우가 연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번에 죽는 편이 좋았을 텐데.”

진심으로 안타까워서 한 말이다.

어차피 죽을 거 아무것도 모르고 죽는 게 연우나 서우 저나 좋았을 것이다.

특히 연우에게는 더더욱.

그녀가 죽을 뻔했다가 살아난 게 이번이 세 번째.

참 질긴 목숨이었다.

네 번째는 어찌 되려나.

그간 살아온 정이 있어 그 잔인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건만, 아무래도 피하기 어려울 듯했다.

*

다음 날.

연우의 상태는 변함이 없었다.

휘타가 탕약에 독을 넣은 범인을 잡기 위해 의원 앞에서 일부러 연우가 좋아졌다고 했지만, 거짓이었다.

연우는 꼭 움직여야 할 때를 제외하고 대부분 잠만 잤다.

혈색이 돌아오고 살이 조금씩 오르고 있는데 왜 누워만 있는지.

걱정이 한가득 담긴 휘타의 한숨에 사림이 그를 위로했다.

“식사와 약을 잘 드시고 계세요. 간간이 저랑 몇 마디 나누기도 하고요. 조만간 기운을 차리실 듯하니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나도 그럴 거라 믿는다.”

금방 쾌차할 거라는 의원도 자신의 예상보다 연우의 회복이 늦어 의아해했다.

독 성분이 전부 빠져나가고도 남을 만큼의 해독제를 먹어 이렇게 누워만 있을 까닭이 없다고도 했고.

다른 사람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지만, 연우에게는 체질적으로 강한 독성을 띠는 것 같았다.

빨리 연우가 기운을 차려야 할 텐데.

나쁜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왔고 전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효조 소식은 아직이었다.

탕약 사건 후로 휘타는 되도록 성 밖으로 외출을 자제했다.

사림과 소호에게 맡기고 직접 찾으러 다닐 걸 잘못했나 싶은 후회도 들었지만, 외출하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휘타와 연우의 이야기를 인형극으로 만든 사람 역시 잡히지 않았다.

사람을 붙여두었으나 무소식이었다.

인형극의 내용을 바꿔도 이상한 소문은 이미 지하계에 모두 퍼졌다.

뒤늦게 수습하려 하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리고 독이 든 탕약.

여전히 탕약을 만든 의원은 단희가 사주했다 하고, 단희는 자신이 했다고 한다.

하나라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휘타.

생각 끝에 결정을 내렸다.

“호야, 두 사람을 풀어줘라.”

“의원과 단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 두 사람.”

“네. 알겠습니다.”

소호가 답하자마자 사림이 팔을 크게 저었다.

“안 돼요! 도망가면 어쩌려고요!”

“도망가라고 풀어주는 거다.”

홀로 도망가지 않을 테니까.

자고로 저런 인간들은 절대 혼자 죽지 않는다.

설사 그 길로 도망가더라도 도중에 저를 사주했던 놈인지 년인지 모를 인간을 만나기는 하겠지.

하다못해 의원과 단희, 둘이서 만나 무슨 얘기라도 나눌 것이다.

사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휘타의 뜻이 정확하게 뭔지 모르겠지만, 머릿속에 다른 계획이 있다고 믿었다.

그렇지 않다면 저리 태연한 얼굴로 풀어주라는 명령을 하지 않는다.

연우에게 가보기 위해 사림 먼저 밀실에서 나왔다.

방 앞에 다다르자 서성이고 있는 연우의 엄마가 보였다.

참 이르게도 온다.

아무리 휘타가 연우를 찾지 말라고 했다 하나 엄마라는 사람이 이제야 얼굴을 비추다니.

못 만나게 하면 와서 안부라도 물어봐야 할 것이 아닌가.

하긴 기대한 사림의 잘못이었다.

“어휴.”

사림이 한숨과 함께 혀를 찼다.

연우 엄마의 차림이 가관이다. 누가 보면 그녀가 휘타의 부인인 줄 알겠다.

피안도 저렇게까지 하고 다니지 않았다. 치장을 좋아하는 설홍이라면 또 모를까.

휘황찬란한 장신구를 머리에 꽂고 목과 팔에 걸고, 귀와 손가락에도 착용했다.

전신이 번쩍번쩍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사림은 연우의 엄마를 찬찬히 뜯어 보며 의문이 생겼다.

연우가 저 많은 걸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장신구에 큰 흥미가 없어 많이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그럼 어디서 난 걸까.

사림이 장신구를 착용하지 않지만 성안에서 일하다 보니 비싼 것들은 눈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절대 저렴하지 않은 상품들.

연우의 엄마가 착용하고 있는 것들은 시장에서 팔지 않는다.

고급 제품만 파는 상인이 특별한 층을 대상으로 만들어 지체 높은 이들에게만 판매하는 것.

머리에 꽂은 장신구 하나가 유독 눈에 띄어 자세히 봤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

기억을 더듬는 사림에게 연우의 엄마가 다가와 먼저 알은체를 했다.

“어제 서우가 연우를 만나고 왔다 그래서 나도 한 번 보려고.”

그러곤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우리까지 의심할 수가 있는 거야. 서운했지만 이해해.”

“네.”

“아! 탕약에 독을 넣은 범인이 우리 연우를 질투한 기생이었다면서!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탕약이 좋다고만 생각했네.”

답하지 않고 먼저 방으로 들어간 사림.

마침 연우가 깨어 앉아 있었다.

“마님! 더 누워 계셔야 해요!”

“계속 누워 있었더니 허리가 아파서. 엄마, 오셨어요?”

연우가 밝은 얼굴로 제 엄마에게 인사를 했다.

표정도 그렇고 힘이 들어간 음성을 들으니 훨씬 좋아진 듯했다.

사림이 서둘러 연우에게 가서 물었다.

“뭐 좀 드시겠어요?”

“아니. 물 마셔서 괜찮아. 어차피 곧 식사시간이니 그때 먹을게. 사림아, 엄마와 둘이 있고 싶어.”

저런 사람도 엄마라고 오랜만에 보니 같이 있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가족이고 엄마니 그 사람만이 연우의 감정과 마음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 믿으며 자리를 피했다.

사림은 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

안에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리지 않아 문에 바짝 귀를 가져다 댔다.

“뭐하는 짓이야?”

언제 왔는지 휘타가 사림을 꾸짖었다.

“궁금해서…….”

“안에 마님만 있는 거 아니야?”

“네. 어머니께서 와 계셔요.”

“그래. 나도 여기서 기다려야겠군. 너도 떨어져.”

사림이 문 앞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섰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으려나.

갑자기 안에서 흥얼거림이 들려왔다.

연우와 엄마가 함께 부르는지 두 사람의 음성이 겹쳐 들렸다.

잠시 멈추더니 이번엔 노랫소리가 들린다, 한 소절 부르고 목을 가다듬었다.

얼핏 듣기에 연우가 아닌 엄마의 음성.

아까처럼 문에 귀를 댈 수 없었지만, 가사가 조금씩 들렸다.

하얀 눈송이 소복소복 쌓이던 밤.

어린 늑대가 처량하게 울던 밤.

아빠와 소녀가 길을 잃었네.

새카만 어둠 속 숲을 걸었네.

하얀 눈송이 잠이 든 두 사람에게

소복소복 이불이 되어주었네.

잘 불렀다. 노래 부르는 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처럼.

고운 엄마의 노랫소리를 따라 부르는 연우의 목소리가 작게 들린다.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같았다.

그런데 난데없이 저런 노래를 왜?

궁금해 이유를 찾고 있는 사림은 표정이 변하는 휘타를 미처 볼 수 없었다.

노래가 계속된다.

숲속에서 길을 잃은 부녀가 천사를 만나 구해졌고, 그 천사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었다.

휘타는 단순했지만 익숙한 내용에 신경이 쓰였다.

특히 아빠와 딸이 등장하고 어린 늑대가 울었다는 부분.

휘타의 수호령이 어렸을 때 겪은 이야기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면…….

그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말이 안 되는 거 알면서 이런다.

한편 노래를 끝낸 연우의 엄마는 딸이 따라준 물을 마셨다.

“오랜만에 부르려니 예전만 못하네.”

“여전하신걸요. 잘하셨어요.”

“이 노래는 갑자기 왜 불러달라는 거였니? 넌 항상 아빠한테만 불러달라고 졸랐잖아.”

“그냥.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듣고 싶어졌어요. 아빠가 저 어릴 적에만 불러주시고 크고 나선 안 해주셔서요.”

열두 살이었나 싶다.

연우는 그때를 마지막으로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잠자리에 들 때면 매일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거나 노래를 불러주던 아빠였다. 이 노래도 아빠가 직접 만든 곡이었고.

그러나 열두 살 이후로 부모님이 바빠져 그 노래를 들을 시간이 없었다.

얼굴 마주치기도 힘들 시절이라 한 번씩 들려달라고 조르지도 못했다.

사춘기에 접어들어서는 아예 생각나지 않았다.

가끔 ‘그런 적이 있었지.’ 하며 추억하기만 했을 뿐이었다.

“아파서 떠올랐나 봐요.”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아빠는 저 보러 안 오셔요?”

“불러줘? 우리도 계속 출입금지였잖니. 나도 눈치 봐가면 온 거란다.”

“죄송해요.”

“네가 죄송할 게 뭐 있겠어. 의심받아 기분이 나빠도 우리가 이해해야지. 저녁에 같이 오든지 네 아빠만 보내든지 하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출입금지에 대한 엄마의 불만은 끝없이 이어졌다.

더불어 성안의 생활에 대한 불편과 불만도.

연우가 그런 엄마를 뚫어져라 봤다.

엄마는 왜, 내 안부는 전혀 묻지 않는 건가.

예전부터 가졌던 의문.

그때마다 실망하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

연우의 얼굴에 실소가 번졌다가 사라졌다.

*

며칠 내내, 바로 몇 시간 전까지 누워 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연우가 멀쩡했다.

그 어떤 날보다 식욕이 좋은 연우를 보고 신이 난 사림이 계속해서 음식을 추가했다.

연우는 거절하지 않고 잘 먹었고,

휘타가 신기한 얼굴로 연우를 봤다.

“누가 보면 싸우러 가는 줄 알겠습니다.”

“싸우러요?”

입안의 음식을 삼키고 답하는 연우가 귀여웠다.

이런 모습을 얼마 만에 보는 건지.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휘타였다.

“음식을 전투적으로 먹어서 하는 말입니다.”

“많이 먹어서 싫으세요?”

“아니. 전혀 아닙니다. 잘 먹어서 얼마나 예쁜데 그런 소릴.”

그가 더 먹으라 손짓하자 싱긋 웃은 연우가 다시 먹기 시작했다.

역시 전투적이었다.

“탈 나지 않게 천천히 먹어요.”

“네.”

연우가 뭔가 달라졌다.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느껴지는 분위기가 그랬다.

아프기 전보다 밝아진 거 같으면서도 표현하기 힘든 무거움이 보였다.

효조는 감감무소식이고 시간은 흐르고 있으니 그녀도 힘들 것이다.

게다가 탕약 사건까지 있지 않았던가.

연우의 기분이 좋아지길 바라며 무슨 말이라도 하려던 찰나.

“붉은 끈 아직도 간직하세요?”

드디어 연우가 수저를 놓았다.

“물론이죠. 그건 왜 묻습니까.”

“그 끈에 얽힌 사연이 제가 알고 있는 어떤 노래를 떠올리게 해서요.”

“그대의 어머니가 불러줬던 노래?”

“어떻게 아세요?”

“우연히 들었습니다.”

“아아, 그랬구나. 설마 같은 일은 아니겠죠?”

“나야 그러길 바라지만, 가능성이 희박한 일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연우가 사림을 불러 차를 준비해달라 부탁했다.

두 손으로 찻잔을 만지작거리다 휘타를 바라봤다.

“저녁에 아버지가 오시기로 했어요. 괜찮죠?”

“물론입니다.”

진범이 잡히지 않았으나 가족은 용의 선상에서 제외했다.

“말씀드릴 게 있어요.”

차를 준비해달라고 하더니 아직도 마시지 않고 잔을 만지기만 하는 연우.

휘타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효조를 찾지 않아도 돼요.”

“왜? 탐야가 그대를 살려준다고 했습니까.”

“아니요. 다음 사신. 찾았어요.”

예상치 못했다. 효조 말고 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나타날 줄 몰랐다.

“누굽니까?”

효조가 나간 후, 연우는 성 밖에 나간 적이 없었다.

아파서 누워 있는 동안 누굴 만날 수도 없었고.

그럼 다음 사신이 성안에 있다는 거였다.

“생각이 필요해요. 며칠만 시간을 주세요.”

생각이 왜 필요하다는지 모르겠다.

당장 만나러 가자 말하려다 연우의 단호한 음성에 관뒀다.

“생각이 필요한 상대입니까.”

“네. 아주 많이 필요해요.”

“그럼 그렇게 하십시오. 너무 지체하지는 말고.”

“그럴게요.”

활짝 웃는 연우의 얼굴이 어쩐지 서글펐다.

*

“노래 불러주세요.”

저녁. 연우가 저를 찾아온 아빠에게 청했다.

아빠의 두 손을 꼭 잡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애교를 섞어가며.

“노래? 어떤 노래를 불러줄까?”

오랜만에 보는 딸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아빠가 어서 말해보라 했다.

“제가 어릴 적, 잠들기 전에 불러주셨던 노래요. 하얀 눈송이 소복소복. 그 노래요.”

“하얀 눈송이? 소복소복?”

“네.

“아…… 그거?”

“네. 그거요.”

“어…… 그게…….”

아빠가 당황했다.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더니.

“미안하다. 너무 오래전이라 어떤 노래인지는 알겠는데 기억나지 않아.”

“기억나지 않아요?”

“이십 년이 훨씬 넘었잖아.”

순간.

연우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눈빛만큼 차가운 음성으로 제 아빠를 부른다.

“당신.”

“연우야 너 지금 뭐라고…….”

“당신은 누군가요.”

#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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