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그대가 날 유혹하는 줄 알았습니다.
2018.05.22.
장공이 쓰러진지 닷새가 지났다.
당연히 후계자인 효조가 지배자의 자리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뜻밖의 반대에 부딪혔다.
아직 장공이 사망하지 않은 상태에서 효조가 자리를 잇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핑계에 불과했다.
모두 효조 앞에서 벌벌 떠는 줄로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던 모양이다.
의외로 그를 반대하는 신하들이 많았다.
물론 그들이 지하계를 염려하는 마음에 그러는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그러는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모습을 드러내진 않던 그들이 장공이 쓰러지자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지하계에 피바람이 부는 건 자명했다.
효조가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신을 반대하는 무리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색출할 계획이라 섣불리 나서지 않고 기다렸다.
그 집안의 씨를 말릴 것이다. 모든 식솔과 그들의 자식까지 쓸어버릴 작정이었다.
그리고 휘타도 효조의 계획에 포함되었다.
오래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은 놈이었다.
사신이라서, 어쩔 수 없이 봐주고 있었던 그의 앞에 연우라는 이유가 나타났다.
사신이라 해도 나를 이길 순 없겠지.
그를 죽이고 사신의 힘을 가지면 된다.
휘타야.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숨통을 조일 테니,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봐라.
나는 축제를 즐길 테니까.
우선 휘타와 연우의 혼례가 미뤄졌으니 그걸로 됐다.
술잔을 기울이는 효조 옆에 설홍이 불안한 눈으로 그를 봤다.
그의 계획을 들으며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설홍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만약 일이 틀어졌을 때, 어찌한다.
효조가 무사히 지배자의 자리에 앉으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지만, 아닐 경우 살 방도는 모색해야 했다.
*
바깥에서 보기에 성은 잠잠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효조의 편에 선 자들, 그를 반대하는 자들, 그리고 어느 편에 붙어야 자신에게 이득이 될지 셈을 하는 자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휘타는 잠자코 지켜보기만 했다.
장공이 쓰러지자마자 물밑 접촉을 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왜 내게? 라는 의문을 가지며 여러 생각을 하고 있던 무렵.
성 밖에서 만나자는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휘타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삿갓을 푹 눌러썼다.
그가 도착한 곳은 숲 안쪽에 있는 한적한 마을, 그것도 마을의 가장 안쪽에 있는 허름한 집이었다.
소호만 대동하고 간 자리에는 꽤 많은 인원의 수가 모여 있었다. 모두 가면을 쓴 채로.
“뭐가 두려워서 모두 가면을 쓰고 계십니까.”
휘타는 자신을 위해 마련된 자리에 앉아 쓱 훑어봤다.
쓰고 있던 삿갓을 벗었다.
중앙에 있는 상석이었다. 이 자리가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를 바라보고 있는 자들이 쓴 가면은 이 모임의 목적을 말해준다.
반역을 꾀하기 위한 모임이다.
“서로 얼굴을 확인해야 믿을 수 있습니다. 모두 가면을 벗기 전까지, 전 그 어떤 일도 논의하지 않겠습니다.”
휘타의 옆에 있던 사람이 마지못해 가면을 벗으며 말했다.
“위험한 일이라서요.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한 명씩 가면을 벗었다. 다 알고 지내던 장공의 신하들이었다.
반 이상은 휘타가 짐작했던 이들이었고.
그런데 끝에 있는 마지막 한 명이 벗지 않았다.
휘타가 그에게 눈길을 주자 옆에 있던 신하가 대신해서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저분은 가면을 벗으실 수 없으십니다. 믿을 만하신 분이니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저분. 누구길래 신하가 존대한단 말인가.
여기에 보인 신하들보다 신분이 높다는 뜻인데.
체구가 작은 거 말고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없었다.
한참을 보던 휘타가 시선을 돌렸다.
“그래. 날 부른 이유가 뭡니까.”
다 알고 있으면서 물었다.
“저희는 효조 님을 모시고 싶지 않습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반역이라든가, 반란이라든가, 혹은 그와 비슷한 단어는 자신이 아닌 저들의 입에서 먼저 나와야 했다.
모르겠다는 휘타의 말에 그들은 가면을 쓰고 있는 자에게 신호를 보냈다.
가면을 쓴 자가 여기 모인 이들의 수장이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결국 말을 꺼낸다. 앞으로 큰 폭풍을 가져올 말을.
“반역을 일으킬 작정입니다.”
“저런. 정말 위험한 일이군요.”
휘타는 어깨를 으쓱이며 놀란 표정을 과하게 지었다.
“저희는 지배자의 자격이 없는 효조 님 대신 휘타 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휘타가 크게 웃었다.
이마를 짚으며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러는 겁니까. 장공께서 나를 거두어주셔서 착각한 모양입니다. 난 장공 님과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입니다.”
“핏줄이 뭐가 중요합니까.”
“이 세계에선 핏줄이 중요하지요. 게다가 난 노는 거 외엔 할 줄 아는 게 없습니다. 날 뭘 믿고 지배자라니…….”
휘타가 다시 웃었다.
그의 반응에 놀라는 사람도 있었고, 예상했다는 얼굴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저희는 휘타 님께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바라는 것이 없다?”
“네. 여태껏 그래 오셨던 것처럼 하면 됩니다. 그 자리에 오르시거든 놀기만 하십시오.”
“이거 귀가 솔깃한 제안인데요?”
이번엔 휘타가 낮은 소리로 웃었다.
잔잔하게 울리는 소리가 어쩐지 오싹했다. 차가운 한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가 계속 그렇게 웃기만 하자 당황한 사람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나는.”
휘타의 웃음이 뚝 끊겼다.
“놀기만 하고, 이 세계는 댁들 마음대로 휘젓고?”
흠흠. 헛기침하는 사람들.
정곡을 찔렀나 보구나.
효조나 너희나 다를 바가 무어냐.
지배자의 자격을 논하며 반역이라는 말로 번지르르하게 포장하는 것일 뿐.
이 세계를 손안에 쥐고 제 이득을 취하기에만 급급한 건 매한가지였다.
휘타가 옆에 벗어 두었던 삿갓을 썼다.
“못 들은 거로 하겠습니다.”
그대로 밖으로 나와버렸다.
말을 타지 않고 걸었다.
따각따각. 고요한 가운데 말발굽 소리만 들렸다.
스산한 바람이 불어온다. 공기가 물기를 잔뜩 머금었다.
비가 오려는 징조였다. 요즘 유난히 비가 자주 온다.
머리 아픈 시기에 비라도 자주 와준다면 고마운 일이었다.
연우가 비를 좋아하니까.
그가 손을 허공에 올려 만져지지 않는 공기를 손가락으로 비벼봤다.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상기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신하들의 제안은 정말 귀가 솔깃했다.
도와줄 사람만 있다면 효조를 끌어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저들이 가진 병력이 효조의 대적할 만하냐가 문제였다.
비슷할 수는 없겠지만, 시도조차 못 해볼 숫자라면 안 하느니만 못했다.
휘타가 말을 이끌며 뒤따르는 소호에게 말했다.
대화하고 있지 않아도 할 말이 있음이 느껴져서였다.
“할 말 있으면 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반역을 말하는 것이다.
“어째서?”
“지금으로선 가장 나은 방법이니까요.”
“가장 나은 방법은 필요치 않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 필요했다.
효조를 이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방법.
아니면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던가.
한편.
휘타의 반응에 어리둥절한 신하들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장공의 소생이 효조밖에 없는 지금, 휘타 말고는 마땅한 인물이 없었다.
사실 휘타도 적절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나마 조금의 연관성이라도 있는 사람이라 택했다.
“저리 나오는데 어쩌면 좋겠습니까?”
신하 중 한 명이 아직 가면을 벗지 않은 사람, 수장에게 물었다.
“전 그의 반응이 아주 흡족합니다.”
“효조 님에게 이 일을 전하지는 않겠지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확신하건대.
휘타는 다시 우리를 찾을 것이다.
*
새벽.
사신의 일을 마친 휘타가 씻기 위해 호수를 찾았다.
점점 돌아오는 시간이 빨라지고 있다. 유타가 흡수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오늘은 눈을 떠보니 사혼을 베고 있었다.
손에 쥔 칼. 갈라지는 사혼. 사방으로 튀는 끈적한 액체.
당황스러웠던 것도 잠시, 조금 전까지 했던 일처럼 손에 익숙했다.
망설임 없이 이탈하는 다음 사혼도 처리했다.
그는 옷에 묻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액체를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훌훌 옷을 벗고 호수 안으로 들어가 몸을 담갔다.
생각하기 위해 머릿속을 비워냈다.
효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그 생각만이 가득 차 있었다.
그가 수호령으로 변하기 전에 일을 끝내야 하는데.
모든 일을 순식간에 마쳐야 한다. 만에 하나 실패하면 몰살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유타.
뭐라고 말 좀 해봐.
유타는 조용했다.
일부러 조용하게 있는 건지, 조용해질 수밖에 없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
그날 이후로 유타는 연우를 찾아가지 않았고, 오로지 사신의 일을 할 때만 나타났다.
모든 생각을 공유하고 있기에 휘타도 유타의 행적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어차피 너는 나이고, 나는 너지.
내 생각이 너의 생각이고, 너의 생각이 곧 나의 생각인 것을.
우리는 뭘 해도 함께이니 고민하다 보면 답이 나오리라.
갑자기 연우가 보고 싶어진 휘타는 서둘러 호수에서 나와 옷을 입었다.
조금도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
문이 열리는 소리에 누워 있던 연우가 즉시 몸을 일으켰다.
유타일까?
그를 기다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익숙함이란 게 저도 모르게 파고들었다.
연우도 자신이 유타를 기다리고 있을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검은 머리카락이 보이자 안도인지 실망인지 모를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아니라 유타를 기다렸습니까.”
아주 잠깐이었건만, 휘타는 금방 눈치챘다.
“기다렸다기보다는 이 시간엔 항상 유타 님이 오셔서요. 습관 같은 거라고나 할까요.”
“괜찮습니다. 유타가 보고 싶으면 그렇다 말해도 됩니다.”
보고 싶은 건지 아쉬운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 보고 있는 휘타가 곧 유타다.
둘은 이제 완벽하게 하나가 될 예정이었다.
어쩌면 그녀가 알고 있는 휘타도 사라지고 다른 성격의 그가 나올 수도 있다.
그래도 하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어떤 누가 되더라도 그녀를 사랑해주는 사람이었다.
그것만은 변치 않음을 알기에 상관하지 않는다.
연우가 휘타를 보며 살며시 머리를 흔들었다.
“유타 님도 지금 보고 있는 걸요.”
그가 다가와 연우 옆에 앉았다.
“그와 나를 동일시하는 겁니까.”
“한 사람이니까요. 서운하세요?”
“뭐 조금?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는 나인데. 내가 나를 질투할 수도 없잖습니까.”
잘생긴 입매가 느슨하게 휘어졌다.
볼 때마다 참 잘생긴 남자였다. 그런데 제 눈이 이상한 걸까.
오늘따라 휘타가 조금 달라 보였다.
여자인 줄 착각할 정도로 고운 얼굴의 그가 남자처럼 보였다.
물론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느낌이 그랬다.
이제 여자처럼 보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유타와 하나가 되는 과정인 건가?
연우가 손을 들어 휘타의 얼굴선을 따라 만졌다.
그러고 나서 그의 날카로운 눈매, 날렵한 콧날, 꽉 다문 입술을 만져봤다.
휘타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뭐하는 건지?”
그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흘러내리는 칠흑과 같은 머리카락. 풍겨오는 진한 향기.
여전히 관능적이고 사람을 홀린다. 어지럽게 한다.
분명 변한 게 하나 없는데 그는 달라졌다.
“다른 사람처럼 보여서요.”
“다른 사람처럼 보여요? 어떻게?”
“남자처럼…… 보여요.”
연우는 자신이 말해놓고도 이상했다.
“내가 남자가 아니었나?”
그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약간 기분이 상한 듯하면서도 재미있어했다.
“그런 게 아니라 달라진 거 같아서…….”
“아. 유타의 영향을 받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연우의 짐작이 맞았나 보다.
“뭐가 달라졌는지 확인하는 거였어요.”
그러잖아도 날카로운 눈매가 더 날카롭고 차가워졌다.
유타를 처음 만났을 때, 받았던 느낌 그대로였다.
연우가 검지로 또다시 그의 눈매를 따라 쓸었다.
“난 또.”
그녀의 동작이 멈췄다.
“그대가 날 유혹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 부분에서 그는 여전했다.
얼굴이 붉어진 연우가 손가락을 내렸다.
“한꺼번에 많은 일이 일어나 혼란스러울 텐데, 잘 견뎌주어 고맙습니다.”
“전 괜찮아요. 당신도 힘들죠?”
“난 워낙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휘타가 기분 좋게 웃었다.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한 웃음이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연우의 눈을 바라보는 그.
“혼례가 미뤄져 아쉬운가요.”
“아니요.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인데요.”
“흠. 나만 아쉬운가 봅니다.”
“아쉽긴 한데 이해하려는 거죠.”
“둘이서라도 혼례를 치르는 건 어떻습니까.”
“둘이서요?”
연우가 놀라긴 했어도 순간 기대했다.
하루라도 빨리 그의 부인이 되고 싶었다. 지하계에 사는 모든 사람이 두 사람이 부부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 사신의 신부인지 확인한 후, 휘타를 사신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더 일찍 그가 편안해지길 바랐다.
해서 둘이서라도 혼례를 치러 그 시간이 앞당겨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에게 그러자라는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지금 지하계가 어떤지 뻔히 알고 있었기에.
“부모님께서 서운해하실 거예요.”
적당한 변명거리였다.
아마 휘타도 알고 있으리라.
연우의 답에 그는 말없이 안아줬다.
불안했다. 무언가가 그들의 사이를 제지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
연회가 없는데 휘타는 자주 자리를 비웠다.
수신인만 쓰여 있는 편지를 받고 혼자 생각에 잠기다가 나가곤 했다.
때가 되면 말해줄 주리라 믿어서 묻지 않았다.
그날도 휘타가 잠깐 나갔다.
장공이 쓰러지고 열흘이 되었던 날이다.
“아가씨.”
사림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설홍 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날 왜?”
“모르겠습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그녀가 무엇 때문에.
이 난리 속에 또 시험하려는 걸까.
다른 이유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거 말고는 설홍이 연우를 부를 까닭이 없었다.
“휘타 님이 오시면 가겠다고 해.”
“급한 일이라 지금 당장 오셔야 한답니다.”
“밖에 소호 있니?”
“휘타 님과 나갔습니다.”
혼자 가도 될지 모르겠다. 효조가 아닌 설홍이라 괜찮을 거 같은데.
“알았어. 간다고 말해줘.”
“아가씨.”
“거절해도 또 부를 거야.”
“휘타 님이 오신 후가 좋지 않을까요?”
“어차피 휘타 님은 성안의 여자들 일이 관여치 못하시잖아. 우선 밖의 하인들에게 말해둬.”
걱정과 조금은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사림과 함께 설홍에게 갔다.
설홍만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사림과 자신의 시녀들을 모두 물리고 직접 연우에게 차를 따라줬다.
설홍이 왜 이러지. 절대 제 손으로 하는 법이 없는 여자인데 말이다.
“들어요.”
연우에게 권한 뒤 찻잔을 잡는 설홍.
몇 모금 마신 그녀가 연우를 바라봤다. 눈빛이 아주 살짝 누그러졌다.
“길게 얘기하지 않을게요.”
“말씀하세요.”
“휘타 님과 성을 나가세요.”
“네?”
“도망가란 얘기입니다.”
찻잔을 쥐고 연우의 손이 떨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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