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왜 이리 가슴이 아프고, 슬프고, 괴로운 걸까.
2018.05.08.
“그거였군. 혼인하지 말라는 이유가.”
스며든 기억을 통해 혼인하면 불행해질 거라는 의미를 알게 됐다.
어차피 휘타는 연우와 표면적인 혼인만 할 작정이었다. 그럴 계획이었고 바꿀 생각도 없었다.
문득 그는 궁금했다.
“내가 연우를 그리도 사랑했어?”
영혼을 탐야에게 팔 만큼?
물론 휘타도 현재의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
해서 사신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일도 미뤘고, 모든 일이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영혼을 팔라면. 글쎄. 당장 그렇다고 답을 할 수가 없다.
“연우를 참 많이 사랑했지.”
유타가 답하는 순간 모든 기억이 휘타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물밀 듯이 밀려들어 와 받아들이기 버거웠다.
좁은 틀에 꾸역꾸역 밀어 넣어 터지기 직전이었다.
머리가 깨질 것같이 아팠다. 뾰족한 것을 머리에 박는 것처럼 울리기도 했다.
연우와 보냈던 수많은 시간이 장면, 장면으로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처음 만난 날 효조와 같이 가던 뒷모습.
맑았던 미소와 함께 건넸던 말.
연우의 몸을 적셨던 핏물.
그리고 지금과 비교되지 않은 정도로 컸던 감정들.
두통에 이마를 짚는 휘타를 보며 유타가 말했다.
“다른 남자의 부인이 된 그녀를 보며 꿈을 꾸기도 했어.”
“아, 그 개자식. 효조.”
휘타가 사리 물었다. 통증을 이긴 그의 눈동자에 서릿발이 섰다.
그녀의 전남편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연우가 말해주지 않고 감춘 까닭이 어렴풋이 이해되었다.
효조를 떠올리니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어쩐지 연우를 만나고 난 후부터 눈에 거슬리더라니.
더불어 연우에 대한 감정이 왜 그리 빨리 커졌나 하는 의문이 풀렸다.
그녀의 삶에 그가 매여 있었다.
“단순히 혼인을 막기 위해서만 내게 과거의 기억을 알려준 건 아닐 테고. 더 남아 있는 게 뭐야.”
휘타가 유타를 향해 돌아섰다.
“연우를 필사적으로 지키라고. 그게 탐야든 효조든. 세상 그 무엇이든 지켜. 휘타 너밖에 못 해.”
연우에게 주어진 죽음의 운명.
설령 사신의 신부가 되지 않고 피하더라도 또 다른 방법으로 찾아오겠지.
탐야가 각자에게 주어진 운명은 어찌할 수 없는 거라고 했다.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과 같은 것.
그게 운명이었다.
“지킬 거야.”
휘타가 과거를 기억하지 못했을 때도 했던 다짐이다.
그때 유타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얼음 늑대가 울기도 하는군.”
유타가 씁쓸하게 웃으며 눈물을 닦는다.
“난 과거의 연우를 온전히 기억하니 그녀에 관련된 일이라면 눈물이 나오기 마련이지. 너도 요즘 달라졌어. 너 스스로 못 느끼고 있나.”
“달라진 거 없는데.”
휘타가 어깨를 으쓱였다.
“현사는 살려 보냈던 네가 단희는 철저하게 응징했어.”
“그랬지.”
“지금의 네가 현사가 벌인 짓을 눈앞에서 봤다면 어떻게 했겠어?”
아마도 유타처럼 딱 죽기 직전까지 만들어 놨을 것이다.
마른 눈으로 휘타를 보는 유타.
휘타는 마치 거울을 보고 있는 듯했다.
하긴 거울이나 다름없지.
차가운 눈동자를 한 자신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변했어. 내가 너한테 동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더 정확하게는 흡수가 맞을 거야.”
휘타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난 내가 원래 그랬던 거 같은데? 현사 일은 자리가 자리였던 만큼 나서질 않았던 것뿐이야.”
효조 앞에서 그의 측근을 벌할 수 없었다.
효조는 자기 손으로 현사에게 벌을 줄지라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남에 의해 처단되는 걸 불쾌하게 여긴다.
현사를 벌하지 않은 건 그런 단순한 이유에 지나지 않았다.
흡수.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 단어였다.
유타라는 존재를 발견했을 때, 휘타는 거부했다. 그의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몸은 하나인데 영혼이 둘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다행이라면 휘타가 몸을 갖고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라는 것.
절대 가까워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유타도 같은 생각이었겠지.
그래도 오랜 세월을 같이 있다 보니 사이가 가까워지진 않아도 약간의 유대감이 생겼다.
힘든 시간을 공유할 상대가 있어 지금까지 버텨왔는지 모른다.
유타는 오로지 연우 때문이었겠지만.
그래서일까.
한때 유타가 사라지길 바랐지만, 최근까지도 몇 번 그 생각을 했지만, 막상 ‘흡수’라는 단어를 들으니 반갑지 않았다.
유타가 내게 흡수가 된다고? 싫다.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흡수되면 사라지는 거 아닌가.
유타가 계속 존재하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싫다.
어쩌자는 거야. 휘타가 자신에게 물었으나 답이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 변하지 않았다니 더는 할 말이 없네. 하지만 네 주위 사람은 느끼고 있을걸. 사림이나 소호에게 물어봐.”
“그래. 나중에 물어보면 되는 거고. 만약 나한테 흡수되면 넌 어떻게 되는 거야.”
“펑!”
유타가 양손을 위로 올려 반원을 그리며 터지는 모양을 나타냈다.
“소멸.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사라졌으니까.”
역시 그런 건가.
“어떻게든 버티며 오래오래 살아갈까도 생각해봤는데 내가 답답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게다가 연우에게 과거를 조금씩 밝힐 때마다 너무 아파서 견디기 힘들었어.”
“아파?”
“타인에게 과거를 얘기할 때마다 심장에 통증이 가해져. 탐야의 족쇄 같은 거겠지. 그동안은 아픈 게 싫었고, 말하고 싶은 대상이 없어 입 다물고 있었어.”
“대체 이럴 거면 탐야는 너를 왜 만든 거야.”
“이렇게 너와 기억을 공유하기 위한 나름 너를 위한 배려야. 근데 이건 내가 사과할게. 내 욕심이 앞서서 지금까지 공유하지 않았다. 너를 쫓아내고 싶었거든.”
휘타는 유타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했다. 자신도 그러고 싶지 않았던가.
“쫓아내지 그랬어.”
물론 쫓겨나지 않았겠지만.
“난 기억의 허상이야. 그녀의 행복을 위해 또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만 존재하니까. 그녀는 너를 좋아하고, 너를 원해. 같은 몸이라고 한들 다른 사람이잖아. 너와 난.”
맞는 말이었다.
연우가 좋아하는 사람이 저라는데 휘타는 이상하게 진 기분이 들어다.
뭐랄까. 연우를 향한 유타의 마음을 따라잡기가 어려웠다.
휘타의 그런 마음을 눈치챈 듯 유타가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가졌던 감정이 너에게 완벽하게 자리 잡진 않았을 거다. 약간의 차이를 느낄 수도 있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해.”
유타의 하체가 점점 투명해지고 있었다.
육체가 유타에서 휘타로 바뀌고 있다.
“벌써 가?”
“피곤해서.”
“아가씨에게 그랬다며.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그건 말해주고 가.”
“나도 몰라. 나도 네가 꼭 알고 행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만 알아.”
“그것도 탐야가 정한 거야?”
“아마도?”
미치겠군. 휘타가 중얼거리면 인상을 찌푸렸다.
사라지는 유타를 또 불렀다.
“넌 언제 소멸되는 거냐.”
“얼마 남지 않았겠지.”
“한 가지만 더 묻자. 지금도 연우를 사랑해?”
휘타의 물음에 유타가 미소를 지었다.
“아니. 말했잖아. 난 기억의 허상이라고. 실체가 되고 싶었던 욕심이 생긴 거지 연우를 사랑해서가 아니야. 허상이 무슨 감정이 있겠어.”
그 말을 끝으로 유타가 모습을 감췄다.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로.
그의 미소가 처음으로 편안해 보였다.
*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유타의 하얀 머리카락이 검은색으로 바뀌는 광경이었다.
연우는 그제야 유타와 휘타가 동일이라는 실감이 났다.
솔직히 듣고 봤어도 믿기가 어려웠다.
그때 휘타의 이마 꿈틀거리더니 눈을 떴다.
사색이 되어 그를 지켜보고 있던 연우가 사림을 불렀다.
“사림아, 깨셨어!”
멀찍이 서 있던 사림이 다가와 휘타를 살폈다.
사림은 휘타와 유타의 관계에 대해 다 알고 있었다.
유타가 쓰러졌을 때 다급하게 사림을 불렀다. 사림이 소호를 불러 유타를 침상에 눕혀 놓고 잠깐만 지켜보자 했다.
유타를 눕히고 셋은 서로를 바라봤다. 말이 없어도 대화를 하는 기분이었다.
연우는 익숙해 보이는 두 사람을 보며 그들도 휘타의 비밀에 대해 알고 있음을 느꼈다.
연우가 유타에게 이불을 덮어주자 그들을 물러섰다.
사림이나 소호도 말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겠지. 연우도 그랬으니까. 모두가 같은 처지였다.
눈을 뜬 휘타의 눈동자가 한 바퀴 돌더니 연우를 향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 내가 얘기하려고 했는데 그에게 선수를 뺏겼네요.”
그가 손을 뻗어 연우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연우는 제 볼을 만지는 그의 손에 머리를 기댔다.
“괜찮아요.”
얘기하기 어려웠겠지. 자기 안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털어놓기가 쉽지 않았겠지.
그리고 휘타는 말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만간 내 답의 뜻을 알게 될 겁니다. 대신 이거 하나만은 기억하고 있길 바랍니다.’
‘그대와 입을 맞춘 사람은 나입니다.’
‘그대를 지켰던 사람도, 지키는 사람도 나입니다.’
‘그대를 좋아하는 사람 역시도 나, 지금 그대 앞에 있는 휘타입니다.’
의미를 몰랐던 말들은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연우는 그저 미안했다.
휘타에게는 간절했던 시간이 연우에게는 전부 잊어버릴 만큼 아무것도 아니었음이.
그녀가 죽어가는 순간, 간절했던 그의 바람을 가볍게 치부했던 것을.
유타에게도 또 미안했다.
이제 다 알고 휘타를 보는데도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 인식이 되지 않는다. 그녀에게 유타는 휘타와 다른 사람이었다.
“유타에게 다 들었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어떤 마음을 갖고 있었는지.”
“기억이…… 났어요?”
어디까지 알게 됐을까.
“네. 대부분.”
“미안해요. 당신의 마음이 어땠는지 그땐 전혀 몰랐어요.”
“그대의 여건이 그랬죠. 그 상황에서 무슨 여유가 있었겠습니까.”
모르길 바랐건만 이제 그는 연우의 전남편이 누군지 알고 있다. 다 알고 하는 말이었다.
“저는 지금에 만족해요. 행복해요. 지난날처럼 당신만 절 바라보는 게 아니라 서로 바라보고 있으니까 우리만 생각해요.”
우리의 인생에서 효조를 빼자는 소리였다.
휘타는 답하지 않았다. 몸을 일으켜 한쪽 무릎을 세우더니 제 팔꿈치를 기댔다.
생각하는지 그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잠깐 입가에 웃음기가 머물렀다 사라졌다.
“그렇게 하죠.”
싸늘한 기운이 맴돌았지만 이내 다시 웃어 보이는 휘타였다.
“앞으로 유타 님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처럼 자다가 갑자기 유타로 바뀐다면 어째야 하나.
그를 휘타로 대할 수가 없는데.
“그는 곧…… 천천히 생각해보죠.”
천천히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혼례식이 금방이었다.
사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연우가 유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거였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
“이 옷감 어떠세요?”
사림이 흰색의 얇은 천을 펼쳤다.
꽃이 수놓아져 마치 눈 위에 핀 꽃 같았다.
“예뻐.”
“다 예쁘다고 하지 마시고 자세히 보세요.”
“다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 거야.”
혼례복을 만들 옷감을 고르는 중이었다.
사림이 한 벽을 채울 만큼 많은 옷감을 가져와 연우 앞에 펼쳐 보였다.
서른 번까지는 연우도 즐거웠다. 혼례복이라 하니 설레는 마음으로 살폈다.
마흔 번째의 옷감을 봤을 때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그러나 쉰 번째가 되자 지쳐갔다.
정말 다 예쁘기도 했고.
“네가 가져온 옷감 중에 안 예쁜 게 없잖아. 그래서 고르기가 힘들어.”
“그럼 제가 골라도 될까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그래 주면 고맙지.”
연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림이 옷감 하나를 들어 연우 얼굴 아래에 댔다.
“뭐든 잘 어울리세요. 그래서 고르기가 힘듭니다.”
사림의 고뇌가 깊어졌다.
“이걸로 할까? 아아, 이것도 예쁘네!”
사림의 손이 옷감을 찾아 이리저리 움직였다.
“누가 보면 네가 시집가는 줄 알겠다.”
옆에서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휘타가 마땅찮은 음성으로 말했다.
참을 만큼 참았다는 어투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나가서 고르죠.”
휘타가 가진 불만의 이유를 안 사림이 대기하고 있던 하녀들과 함께 옷감을 챙겨서 나갔다.
“사림은 눈치 빠른 녀석인데 가끔 저럽니다. 일부러 그러는가 싶기도 해요.”
그는 탁자 건너편에 앉아 있는 연우에게 손짓했다.
자신에게 온 연우를 안아 탁자에 걸터앉혔다.
연우의 다리 위에 얼굴을 눕히자 그녀가 휘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꿈만 같습니다. 바라보기만 했던 그대와 이리 있게 되다니.”
“감사해요. 많이 사랑해주셔서.”
“아직 그때의 감정이 온전히 제 것이 되지 않아 얼마나 사랑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무언가가 가슴을 짓누릅니다.”
연우가 그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녀의 손끝이 스칠 때마다 숨이 막히고, 눈가가 시렸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과거의 휘타가 수도 없이 울었던 것처럼 되어가고 있다. 감정이 빠르게 돌아오고 있었다.
“그대는.”
“네.”
연우가 그와 눈을 맞췄다.
“두 번이나 시간이 되돌아가서 좋았습니까.”
휘타의 얼굴을 만지던 그녀의 손이 멈추고 옅게 한숨을 쉬었다.
“좋지 않았어요. 효조를 다시 만났잖아요.”
“…….”
“효조 앞에서 자살하며 신(神)에게 빌었어요. 제발 이대로 끝내달라고. 지옥이든 어디든 다 좋으니 효조가 있는 이곳만은 싫다고. 똑같은 장소에서 눈을 떴을 때, 얼마나 탐야를 원망했는지 몰라요.”
휘타의 손이 살며시 쥐어졌다.
그였다. 그가 연우를 이 끔찍한 곳으로 다시 데려왔다.
차마 그녀를 사랑해서 그랬다고 솔직히 말할 수가 없었다.
어리석은 자신은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해 단번에 끝날 수 있었던 연우와 효조의 인연을 연장했다.
말문이 막힌 휘타가 눈을 질끈 감았다.
죄스러웠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 했던 일이었는데.
그녀를 고통 속으로 집어넣었다.
결국 제 이기심이었다.
“그래도.”
연우의 고운 음성이 위에서 들려왔다.
“지금은 탐야에게 감사해요. 죽었던 가족이 살았고, 무엇보다 당신을 만나 제가 이렇게 행복을 누리고 있잖아요.”
그녀의 말에 안심했다. 용서를 받는 기분이었다.
이 비밀 또한 언젠가는 털어놓을 것이다.
내가 그대의 시간을 되돌린 장본인이라고.
휘타가 손을 뻗어 그녀의 뒷목을 잡고 아래로 당겼다. 두 사람의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연우가 미소를 지었다. 다시 한 번 입술을 맞췄다. 이번엔 길게.
그대의 불행했던 시간이 지워지길 바란다.
그 시간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행복하게 해주겠다.
얼마나 바라왔던 순간인가. 절대 닿을 수 없던 그녀였다.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그녀였다.
휘타가 그녀에게 물었다.
“우리, 성에서 나가 살까요?”
연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역시 효조와 한 공간에 있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래도 돼요? 만약 제가 신부가 아닐 때를 대비해…….”
“그대가 맞습니다.”
“확실하지 않잖아요.”
“난 그대라고 확신합니다.”
“만약 아니면…….”
“만약 아니면 아닌 대로 사는 겁니다. 그대와 함께 있으면 그걸로 족합니다, 나는.”
연우가 환하게 웃었다. 주위가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왜 나는.
이런 기분인 거지.
왜 이리 가슴이 아프고, 슬프고, 괴로운 걸까.
연우를 바라보는 휘타의 얼굴 위로 알 수 없는 그림자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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