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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늑대가 나를 부르면-21화 (21/100)

<21화> 유혹하는 겁니까.

2018.03.13.

연우는 자신을 잠자코 보고 있는 휘타의 시선을 느꼈다.

보고만 있는데 만져지는 느낌.

그의 눈길은 손길이었다.

젖은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손끝으로 볼을 쓸어내린다.

뚫어버릴 것처럼 직시하고 있지만 섬세했다. 강렬하지만 부드러웠다.

발가락부터 열기가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밖에서 들리는 소음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유난히 방 안이 고요하다.

스륵. 그의 손이 머리카락을 스쳤다. 이번엔 그저 시선만이 아닌 진짜 손이었다.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살며시 쥐어 비비고 나서 속눈썹을 건드렸다. 자연스레 눈이 감아진다.

눈꺼풀 위를 누르는 입술.

휘타가 연우의 눈 위에 입을 맞췄다. 다음 귀 옆, 관자놀이 부근을 지나 볼에도.

연우는 이제 그의 입술이 어디를 향할지 짐작됐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분명 입술에 그의 입술이 닿아야 하는데.

크큭. 낮은 웃음 소리가 들려와 눈을 뜨자 그의 금색 눈동자가 보였다.

“내가 무얼 할 줄 알고 눈을 감았습니까?”

“아…… 전 그냥…….”

입 맞출 줄 알고요, 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가 또 놀리고 있다.

나 혼자서 뭘 생각한 거야.

“기대하는 얼굴이었는데?”

그가 미소를 지으며 묻자 고개를 돌려버렸다.

“지금은 실망한 표정이고.”

기대하게 했으니 기대했고, 실망하게 했으니 실망하지.

암튼 장난치는 거 좋아하는 건 알아줘야 한다.

“기대 같은 거 안 했어요.”

연우가 뾰로통하게 말했다.

그녀는 갑자기 입안이 말랐다. 아마 부끄러워서일 거다.

빤히 바라보며 연우의 답을 기다리는 그에게 뭐라 대답할지 몰라서 혀로 마른 입술만 축였다.

“유혹하는 겁니까.”

한층 낮아진 음성에 장난기가 사라졌고 그가 아주 가까이, 그녀의 몸에 밀착했다.

연우가 호흡을 조절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가만히 주먹이 쥐어졌다.

오늘, 지금, 당신이 원했던 시간을 갖게 되는 건가.

휘타에게 그가 바랐던 사랑을 아직 주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은.

내게 주었다.

비록 완벽한 믿음은 아니라도 그를 믿게 되었다.

효조로부터 완벽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않았더라도 자기 사람으로 지켜주었다.

미완성된 거래. 아니 현재는 비록 미완성되었을지라도 완성되어가는 중이었다.

그러니 내가 당신과의 키스를 기대하지 않았을까.

그가 바랐던 사랑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효조와 같은 세상에 살고 있으나, 어느덧 효조가 있다는 생각을 잊곤 한다.

해서 연우는 한번 해보고 싶어졌다.

그를 유혹하고 싶은 마음 반, 이젠 효조의 그림자에서 벗어났을지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 반이었다.

휘타에게 미소를 지어주자 기다란 손가락이 연우의 목덜미를 훑었다.

“여기입니까?”

목의 어느 한 부분을 누르며 그가 물었다.

“여기라니요?”

“그 독사 새끼가 핥았던 부분 말입니다.”

독사 새끼. 현사를 말하는 거였다.

잔잔한 물결과 같은 표정을 하고서 나오는 거친 말은, 험악한 얼굴에서 나올 때보다 더 섬뜩하다.

왠지 언젠가 겪어 본 듯한 한기가 스몄다.

불현듯 머릿속을 스치는 한 사람. 유타에서 느꼈던 차가움이었다.

둘은 어쩔 수 없는 형제인가 보다.

고개를 저은 연우가 직접 짚어주려다 그의 손을 잡아 옮겨줬다.

“여기.”

“여기란 말이지요.”

그가 연우가 짚어준 부분으로 입술을 내렸다.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의 입술을 기다렸다. 곧 이어질 뜨거움도 기다렸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입술이나 뜨거움은 닿지 않았다.

슬쩍 눈을 뜨자 그가 가느다란 눈을 하고선 연우를 보고 있었다. 입꼬리에 웃음이 걸려 있다.

“기대했으면서 아니라는 말은 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당했다. 이제 얄미워지려고 한다.

휘타를 밀어내기 위해 가슴에 손을 댔지만 힘을 주기도 전에 그에게 잡혔다.

“왜 자꾸 놀리시는 거예요.”

“귀여워서?”

연우가 흘겨보자 그가 크게 웃으며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

“여기에 귀 두 개가 쫑긋하게 서 있는 거 같습니다.”

휘타가 연우의 머리 위를 콩콩 두드리더니 연우 앞으로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화실로 만든 팔찌와 목걸이.

손바닥 위에 파란빛의 실이 반짝 빛을 냈다. 단순히 끈으로만 만들어졌어도 빛 때문에 아름다웠다.

“이걸 왜?”

“선물입니다.”

“제 선물이요?”

“여기 그대 말고 누가 있나요.”

새파란 하늘을 닮은 화실을 보자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은 까맣게 잊은 듯 연우가 환하게 웃었다.

휘타는 그녀가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다.

이 얼굴을 보고 싶었다. 환하게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 그녀를 웃게 해주고 싶어 준비했다.

가슴에 따뜻함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선물을 준 건 나인데 왜 내 기분이 좋은 걸까.

연우가 손목을 내밀었다.

가는 팔목에 두 번 감아 묶자 그녀가 흔들어 보며 연신 예쁘다, 예쁘다 말했다.

그녀의 등 뒤에 서서 목걸이를 걸어줬다. 이것 역시도 끈을 두 번 감아 묶어주면 된다.

하얀 피부 위에 얹힌 파란 빛.

휘타는 그 깨끗함에 넋이 나갔다. 뽀얀 살결에서 흩어지는 향에 멍해졌다.

그의 상태를 알 리 없는 연우가 돌아앉아 제 목을 그에게 내어 보였다.

“잘 어울려요?”

“그럼요.”

다른 사람이 아닌 그대인데.

내 신부인데.

잘 어울리지.

“고마워요. 이거 갖고 싶었거든요.”

그는 수줍게 웃는 그녀의 얼굴 위로 또다시 현사가 겹쳐 보였다.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렇게는 못 하겠다. 그 새끼의 흔적을 지워주고 싶다.

현사와 있었던 일을 말하는 연우는 제법 덤덤했지만, 그 밤 그녀의 얼굴이 어땠는지 떠올랐다. 걷기 힘들어하던 것도.

남자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그런 일을 당했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얼마나 기분이 나빴으면, 얼마나 싫었으면 피부가 빨갛게 일어나도록 씻었을까.

와락. 연우를 안았다.

당시엔 이러지 않았는데, 그때를 상기시키자 심장이 쿵쿵거렸다.

그때, 그대를 잃을 수도 있었다.

휘타는 현사가 핥았다던 그녀의 목에 입을 맞췄다. 욕정이 앞선 입맞춤이 아닌 위로였다.

기분 나빴던 기억이 지워지길.

모두 잊어버리길.

*

이른 새벽.

펑! 펑! 연우는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에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어젯밤 휘타와 금(琴)을 켜고 얘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는데 옆에 없었다.

대부분 먼저 일어나는 그였기에 오늘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대체 얼마나 일찍 일어나길래 이 시간에도 자리에 없는 거지?

그가 누웠던 자리를 손으로 만져봤다. 온기가 남아 있지 않은 걸 보니 일어나서 나간 지 꽤 된 모양이었다.

그때 밖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연우에게 익숙한 소리였다.

가끔 불길이 크게 솟구쳐 지축을 뒤흔들 정도의 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다른 날보다 용암 웅덩이도 더 끓을 것이다. 그렇게 끓다 보면 밖으로 튀기도 한다.

오늘은 사람들이 화실을 채취하면 안 될 텐데.

많이 위험한 날. 반면 최상의 화실을 채취할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연우는 제 팔목에 감긴 팔찌를 보며 저도 모르게 웃었다. 그가 선물을 줄줄 몰랐다.

다른 여자에게는 이런 걸 준 적이 있을까. 과거인데 왜 이리 신경이 쓰이는지.

그렇다고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속 좁은 사람으로 보이기 싫었다.

저번엔 휘타가 자신이 여자에게 ‘처음’ 하는 걸 말해줬는데 이번엔 말하지 않을 걸 보니 여자에게 선물을 준 적이 있을 거란 추측만 했다.

연우는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져 다시 잠을 청했지만 오지 않았다.

몇 번 뒤척이다 일어나 정원으로 연결된 문을 열었다.

메케한 냄새가 훅 코를 파고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불꽃이 보였다.

불꽃 때문에 캄캄한 밤하늘이 번쩍거렸다.

냄새는 싫지만 불꽃놀이처럼 보이는 밤하늘을 보기 위해 난간으로 다가섰다.

다시 번쩍, 불이 밝혀진 그때.

사람의 형체가 드러났다 사라진다.

놀란 연우가 뒷걸음질을 치다 멈췄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사람.

유타가 난간에 걸터앉아 있었다.

가면을 써서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어도 눈이 어딜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있다.

휘타와 똑 닮은 금색 눈이 연우에게 꽂혀 있다.

연우는 곤충표본의 핀이 꽂혀 있는 곤충이 된 것처럼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용기를 내본다. 그는 휘타의 동생이잖아.

“안녕하세요.”

먼저 인사를 했다.

“잠들어 있어야 할 시간일 텐데.”

“눈이 떠졌어요. 휘타 님을 만나러 오셨어요? 지금 잠시 자리를 비우…….”

“내가 그 녀석을 왜 만나?”

깜박 잊었다. 둘은 사이가 좋지 않은데.

“그럼, 무슨 일로…….”

유타 앞에서 말이 기어들어 갔다. 그가 내뿜는 냉기에 저절로 그렇게 되고 말았다.

“널 보러 왔어.”

날 왜.

“제게 무슨 볼일이 있으세요?”

“그런 거 없는데.”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연우를 보러 왔다면서 볼일은 없단다. 어색한 침묵만이 흘렀다.

밖에 나오지 말걸. 잠깐 후회했다.

“그냥.”

“…….”

“보고 싶어서 왔어.”

“어…….”

당황스러웠다. 연우는 뭐라고 답해줘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다시 이어지는 침묵.

유타가 먼저 입술을 열어 침묵을 깨뜨렸다.

“나에 대해서는 이미 들었나 보군.”

“네. 휘타 님의 동생이시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가 일어나 연우를 향해 걸었다. 하지만 가까이 가지 않고 약간의 거리를 남겨둔 채 그녀를 바라봤다.

또 펑,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불빛이 번쩍인다.

그럴 때마다 유타의 하얀 전신도 불빛으로 변했다.

쌍둥이여서일까.

휘타를 보고 있는 거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느낌.

휘타와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도 다른 느낌.

저번에도 이와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그게 참 묘했다.

“내가 여기에 왔다는 걸 알면 휘타가 화낼 거야.”

별안간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짧은 시간 계속된 발화로 수북하게 쌓여 있던 재가 눈처럼 날아와 쏟아져 내린다. 순식간이라 피할 새가 없었다.

연우가 제 얼굴을 쏟아지는 재를 바라보고 있는데,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 하얀 장막이 드리워졌다.

유타가 자신의 한쪽 소매로 연우의 머리 위로 덮은 것이다.

맞은편에서 또 재가 날아오자 반대쪽 소매로 덮어줬다. 그의 팔 아래에 갇혔다. 아니 가려주는 거였다.

벌어진 틈으로 내리는 재가 보였다.

“고맙습니다. 근데 안으로 들어가요. 유타 님 머리에 맞아요.”

“싫어. 거긴.”

완곡한 거절에 연우도 더 청하지 않았다.

연우는 들고 있던 고개를 숙였다. 양팔로 그녀의 머리 위를 가린 채 얼굴을 내리고 있는 유타와의 거리가 가까워서였다.

아무리 가면을 쓰고 있어도 형형한 눈빛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그럼 전 들어갈게요. 저 때문에 맞고 계실 필요는 없잖아요.”

“그것도 싫은데.”

어쩌자는 건가.

“고맙습니다만, 제가 불편해서요.”

연우가 뛰어가 방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유타의 하얀 머리카락 위에 회색의 재가 쌓였다. 그의 어깨와 옷도 회색으로 더러워졌다.

고개를 숙여 그에게 인사를 했다.

우두커니 서 있는 유타가, 닫히는 문 사이로 사라졌다.

*

아침.

휘타는 탁자에 엎드러져 있는 연우의 얼굴을 살펴봤다.

지금이면 침상에서 곤히 잠들어 있을 시간인데 중간에 일어난 듯싶었다.

이상하다. 깊이 잠들 수 있도록 충분히 차를 우려냈고 연우가 전부 마시는 것까지 확인했다.

차의 효과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 슬슬 털어놓을 때가 온 건가.

하지만 그녀에게 전부 말할 생각을 하니 영 내키지 않았다.

처음부터 안을 것이라 말했어도, 그 안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걸 그녀가 받아들일까.

연우가 조금씩 전남편의 기억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휘타도 봤고, 느끼고 있다.

이만하면 괜찮으려나.

더 기다렸다가 그녀에게 얘기하는 게 좋을지, 아님 지금 하는 게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 해결될 문제밖에 없었는데, 점점 뭔가 복잡해지고 있다.

휘타가 잠든 연우의 어깨를 흔들었다.

깊이 잠들었는지 일어나지 않아, 안아 들어 침상에 눕혔다.

목까지 이불을 덮어주고 돌아서려던 찰나였다.

연우의 머리카락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휘타.

재가 묻었다. 혹시 싶어 손가락으로 비벼보니 재가 확실했다.

방 안에만 있었다면 재가 묻었을 리는 없고.

오늘 새벽까지 큰 발화가 많이 일어나는 바람에 휘타도 내리는 재를 맞았다.

연우의 머리카락에 묻었다는 건 그녀가 밖에 나갔다는 것밖에 안 된다.

새벽에 왜? 바람 쐬러 나간 건가?

“호야.”

연우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소호를 불렀다.

안으로 들어와 고개를 숙이는 소호.

“아가씨가 밖에 나갔다는 말이 있더냐.”

“알아보겠습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바닥을 응시하고 있는 휘타의 눈이 지독하게 차가워진 것을 본 소호가 가만히 밖으로 나갔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주인.

신부 후보인 연우를 만난 후부터 휘타가 변하고 있었다.

소호가 희뿌연 하늘을 올려다봤다.

저 멀리, 보이지 않는 하늘 어딘가.

폭풍을 머금은 구름이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

소호가 휘타를 밀실로 불렀다.

연우가 있는 방에서 나눌 이야기가 아니라며.

사림이 미리 차를 준비해뒀다.

나가려는 그녀를 붙잡은 건 휘타였다. 연우를 보필하고 있는 사림이기에 그녀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휘타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이기도 했고.

“새벽에 아가씨께서 정원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그곳에 잠시 계셨다 합니다. 아마 발화 소리가 커서 잠이 깨신 듯합니다.”

휘타가 찻잔을 들어 입에 댔다.

“한데.”

“…….”

“경목(景目)도 눈치채지 못하게 누군가 왔답니다.”

경목은 휘타의 아래에 있는 부하들을 가리킨다.

호위무사처럼 싸움에 능한 자들은 아니었으나 휘타의 눈이 되어 성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전해주었다.

휘타와는 직접 만나는 건 금기였다.

오로지 소호만이 소통 창구로 소호가 나서서 찾기 전까지 먼저 연락을 해도 안 됐다. 묻는 거 외에 답하는 것도 안 됐다.

눈치가 빠르고 민첩한 자들이었다. 성안의 작은 움직임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런 경목에게도 들키지 않고 휘타의 처소까지 올 수 있는 자라니.

효조는 아니다. 연회에서 연우를 탐냈던 현사는 더더욱 아니고.

그럼 대체 누구란 말인가.

“전신이 하얀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차를 마시던 휘타가 멈칫했다.

“아가씨가 만난 사람입니다.”

그러나 금방 다시 차를 마신다.

전신이 하얀 사람이라는 말에 누군지 알아챘다.

“모르고 계셨어요?”

사림이 물었다. 사림도 누군지 짐작하고 묻는 거였다.

가끔 모를 때도 있지만, 유타의 행적을 대부분 꿰고 있는 휘타였다.

그래도 지금까지 유타가 휘타의 처소에 나타난 적은 없었다.

아주 간혹 장공과의 독대 때문에 나타나긴 했어도 볼일만 보고 사라졌는데.

그런 그가 휘타의 처소에 나타나다니.

유타가 연우를 만나러 왔다면 이유는 하나다.

그에게도 필요한 신부였으니까.

#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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