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기분이 나빠집니다.
2018.02.16.
“낮에도 사림과 기름진 음식을 먹었다 들었는데, 또 들어갑니까?”
휘타의 말에 튀김을 베어 물던 연우의 동작이 멈췄다.
사흘 밤낮 먹은 것도 아니고 낮에 먹고 겨우 두 번째인데 안 들어갈 이유가 없다.
연우가 튀김의 나머지 부분을 입에 넣었다.
“좋아해서요.”
“아, 그랬군요. 기억해두겠습니다.”
그러면서 휘타가 연우 앞으로 다른 튀김이 있는 접시를 밀어줬다.
“좋아한다니 천천히 많이 먹어요.”
미소를 지어주는 그에게 목례를 했다. 오늘은 많이 움직여서인지 음식이 잘 들어갔다.
“잘 먹어서 좋긴 합니다만, 재미있군요.”
“뭐가요?”
“낮에 그런 일을 당한 사람 같지 않아요. 더구나 그대는 사내가 무섭다 하지 않았습니까.”
연우는 입안에 있던 음식을 천천히 씹었다.
또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하나.
그 순간 두려웠던 건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남아 있을 만큼 큰일이 아니었다.
늘 비교의 대상이 효조가 될 수밖에 없는 게 짜증 나긴 하나, 그에게 당했던 일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가족 일이라면 또 모를까.
“계속 전남편의 기억에 사로잡혀 살 수는 없잖아요. 이제 저도 제 삶을 살아야죠.”
“긍정적으로 바뀌어서 좋군요. 이거 마셔봐요.”
휘타가 술을 권했다.
연우가 내민 술병을 바라보고만 있자 그는 뭔가가 생각난 듯 눈을 찡그렸다.
“아,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죠. 사림이 그대를 위해 특별히 만들었다던데 이걸 어찌해야 하나.”
“사림이가요?”
“그대가 좋아할 거라면서 약하게 만들었다더군요.”
연우는 갈등했다.
사림이 자신을 위해 만들었다는데, 그녀의 정성을 봐서 맛이라도 볼까.
망설이던 연우가 술잔을 두 손으로 잡아 내밀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휘타가 입술 끝을 올리며 술을 따라줬다.
새콤달콤한 향만 맡았을 땐, 술이라기보단 과일즙에 가까웠다.
사림이 약하게 만들었다더니 술맛은 거의 나지 않았다.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금방 잔이 비워졌다.
몇 번 술을 더 따라주는 휘타.
“술에 음악이 빠지면 섭섭하지. 가장 좋은 안주거든요.”
그가 대금처럼 생긴 악기를 가져와 자세를 잡고 제 입술에 댔다.
슬슬 피곤이 몰려온 연우는 턱을 괴고 그를 바라봤다.
곧 청아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목관악기만이 가지고 있는 울림이 가슴을 간지럽힌다.
반듯하게 세워진 팔, 가늘게 내리뜬 눈, 늘어진 소맷자락, 살짝 모인 입술.
모든 게 조화로웠다.
아름다운 음악에 맞게 아름다운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였다.
휘타의 외모야 두말할 것도 없지만, 악기를 연주하고 있기 때문인지 더 빛이 났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조금씩 물결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휘타가 듣지 못하게 중얼거리는 그녀.
“나 미쳤나 봐.”
왜 두근거려?
혼자 마음대로 뛰는 가슴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연우는 원래 음악 잘하는 남자가 좋았다. 어디 음악뿐일까.
그림이든 음악이든 예술을 하는 남자라면 호감이 갔다.
휘타는 악기도 잘 다루고, 타고난 감각도 뛰어났다. 게다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말이 있었다.
언젠가 그의 그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휘타가 조금 능구렁이 같은 면이 있긴 했지만 그만하면 다정한 성격이었고, 외모는 특출났다.
연우가 곱상한 외모의 남자를 좋아하진 않았으나 싫어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멋져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나도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녀가 또 휘타가 들을 수 없는 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이러니 기생들이 좋아 죽지.”
이 남자의 여자가 되는 건가.
비록 사랑하지 않지만 휘타의 여자가 되면 꽤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노력해서 그를 정말 사랑하게 된다면 더욱 좋고.
지금까지 이런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다.
이상형의 남자를 보고 호감을 느낄 수 있는 그냥 평범한 여자였을 뿐인데, 효조를 만나면서부터 잊고 살았다.
문득 그에게 고마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고마운 것투성이였다.
당신 덕분에 이런 호사를 누리네요. 늘 가슴 졸이고 살던 내가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니.
효조가 있는 세상이지만, 잠시나마 잊고 살 수 있다는 것에 고마워요.
그녀는 연주가 끝나자 조용히 말했다.
“고마워요. 당신에게 참…… 고마운 것이 많아요.”
*
연우의 두 뺨이 발그레했다.
탁자에 팔을 올려 턱을 괴는 바람에 작은 어깨가 모이고, 볼이 밀려 올라갔다.
느릿하게 감겼다 떠지는 눈꺼풀.
간간이 뱉는 여린 숨소리.
휘타를 바라보고 있는 맑은 눈동자.
아까부터 반질거리던 입술이 작은 새처럼 벌렸다 닫혔다.
“고마워요. 당신에게 참…… 고마운 것이 많아요.”
연우의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머물렀다.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은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가 달랐다.
의례적인 인사가 아닌 진심이었다. 그녀가 진심을 말하고 있다.
정말 가슴 속 깊이 담긴 고마움을 전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다른 날과 다르게 상기된 얼굴이라 그럴까.
그것도 아니면 만나고 나서 가장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그럴까.
이유는 모르겠다.
휘타는 별안간 그녀의 작은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의자에서 일어서자 턱을 괴고 있던 연우가 그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한 손으로 탁자를 짚고 다른 손으로 손을 뻗어 연우의 볼을 감쌌다.
조금 놀란 듯한 그녀가 눈을 깜박였다.
“한 번만 더 해주겠습니까?”
“뭐, 뭐를요.”
“조금 전에 했던 말.”
“고마…… 워요.”
이게 아닌데.
“당신에게 많이 고마워요.”
아아, 이제 알겠다.
‘당신’이었다.
그녀가 불러주는 당신.
그 말이 뭐라고 이리 기분이 야릇해지는지.
“이제 휘타 님이라 하지 말고 그렇게 불러줬으면 합니다.”
허리를 숙이며 연우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입술이 닿기 전, 그녀가 내뱉는 호흡에서 미세한 떨림과 온기가 느껴졌다.
순간 휘타는 망설였다. 지난번처럼 힘들어하면 어쩌나.
하지만 그때처럼 눈빛이 변하지 않았다.
연우가 눈을 들어 그를 한번 보더니 살며시 눈을 감았다. 허락이었다.
조심스럽게 입술을 댔다. 그녀의 숨에서 느껴지던 온기가 입술을 통해 전해져왔다.
말랑한 살은 언젠가 먹었던, 보들보들한 떡 같았다.
살며시 베어 물었다가 놓으니 그녀의 입술이 자연스레 벌어진다.
조그마한 통로를 지나자 닿게 되는 달콤한 과육.
술의 맛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훨씬 달콤한 맛이 났다. 매끈하고 탐스러웠다.
이상하게도 허기가 진다. 등줄기를 타고 짜릿한 무언가가 흘렀다.
휘타는 탁자를 짚고 있던 손마저 들어 그녀의 다른 볼을 잡아 끌어당겼다. 아니 밀어붙였다.
애가 탄다. 이보다 더한 것이 있는 거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안으로 더 들어가 알아보려는 찰나,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연우의 손이 휘타의 가슴을 밀어내고 있었다.
끈적이는 마찰음과 함께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지만, 그는 자신의 가슴에 얹어진 연우의 손목을 붙잡았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끝낼 수 없었다.
한동안 서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연우의 입에서 말이 나오려고 하자 그가 먼저 목소리를 내었다.
“한 번.”
“…….”
“한 번만 더 하겠습니다.”
“어…… 읍!”
연우가 답을 하기 전에 입술을 막아버렸다.
*
숨이 막혔다. 가슴이 가쁘게 오르락내리락한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댔다.
지금까지 두 번의 짧은 연애를 해봤고 키스가 처음도 아니었다.
키스라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였다.
누군가 첫 키스를 하면 종소리가 들릴 정도로 황홀하다던데 연우는 ‘이게 키스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남과 타액이 섞인다는 유쾌하지 못한 기분에 온전히 키스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 후엔 효조가 억지로 해서 끔찍한 행위라고만 뇌리에 박혔다.
그런데.
이게 뭐야.
휘타와는 태풍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몸의 반응이 격해져 자신이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연우는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휘타를 봤다.
자신은 숨이 차 어깨가 들썩였지만 그는 차분했다.
난 이렇게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왜 자기 혼자만 평온한 거야.
한 번 더 하자고 한 남자 맞아?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져 그와 계속 있기가 민망했다.
특히 그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으니 더욱 그러했다.
“전, 전 이만…….”
연우는 자리를 피하는 쪽을 택했다.
할 말도 없었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 앉아 있기 불편해서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옆을 지나치려 할 때였다.
탁. 휘타가 연우의 손목을 잡았다.
거친 소리가 났어도 손목을 쥔 손에 힘을 주지 않았다. 그의 엄지가 부드럽게 연우의 손목 안쪽을 쓸었다.
“어딜 가세요.”
“제 방이요.”
“밤은 함께 보내야 한다는 걸 잊었습니까?”
그가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연우만 민망해하고 어색해 하고 있었다.
깊은 키스 같은 거 그는 많이 해봤으니 저리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는 거겠지.
지켜야 하는 약속이었기에 그녀가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앞에 있는 술잔을 내려보며 자신을 탓했다.
역시 안 마셔야 했다. 취한 건 아니었지만 분위기에 휩쓸리고 말았다.
“우리 사이가 생각보다 빨리 진전되겠습니다.”
휘타의 말에 술잔만 보고 있던 연우가 고개를 들었다.
“네. 그럴 것 같아요.”
“의외입니다. 그대가 그렇게 잘할 줄은 몰랐는데.”
“잘, 잘해요? 뭐를요?”
“방금 전에 우리가 했던 거.”
그러면서 휘타가 검지로 제 입술을 두드렸다.
“제가 잘하는 게 아니라 휘타 님이 잘하는 거잖아요. 처음도 아닌 사람의 정신을 홀랑 뺏어갔으면서.”
발끈해서 목소리가 조금 크게 나왔다.
“휘타 님이 아니라 당신.”
그제야 그가 키스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게 중요한가.”
연우가 작게 중얼거리자 피식 웃는 휘타.
“내가 잘했습니까?”
그의 질문에 입을 꾹 다물고 눈을 돌렸다.
“뭐 답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 들었으니.”
“…….”
“한데 말입니다. 그대는 처음이 아니라고요?”
휘타의 음성이 날카로워졌다는 건 착각일까?
“아, 그대는 한번 결혼을 했죠. 깜박했습니다.”
그에게 전남편이 있었다고 말하길 잘했다. 안 했으면 은연중에 말하게 되는 진실을 변명하기에 급급했을 것이다.
흐음, 그가 탁자에 팔꿈치를 기대더니 제 턱을 긁었다.
“기분이 나빠집니다.”
난데없이 기분 나쁘다는 사람이 연우를 보고 방긋 웃었다.
“뭐가요?”
“있습니다. 그런 거.”
한껏 휘어져 있던 그의 입매가 일자로 굳어졌다.
*
다음 날.
효조는 자신이 서 있는 곳을 보고 기가 찼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건지.
휘타의 정원이었다.
여느 때보다 일찍 일어나 산책 겸 정처 없이 걸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곳이었다.
오늘은 까마귀가 인도하지 않았다.
그저 발걸음이 이리로 온 것이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돌아가려던 효조의 발걸음이 멈췄다.
이른 새벽이라 사위가 고요했고 지면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로 만들어진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다.
발길을 돌려 휘타가 지내는 처소를 바라봤다.
휘타는 일을 나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을 테고, 그의 계집은 잠에 빠져 있을 것이다.
한참을 보고 있던 효조가 휘타의 처소를 향해 발을 떼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나와 난간에 섰다.
연우였다. 잠에서 막 깬 듯한 얼굴로 밖에 나와 두리번거렸다.
아무래도 휘타를 찾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휘타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을 테니, 갑자기 잠자리에서 사라진 남자가 어디 갔는지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연우는 금세 휘타 찾는 것을 관둔 것 같았다.
머리를 뒤로 젖히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크게 숨을 들이마시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지상의 맑은 공기와 차원이 다르다.
효조가 지상에 가본 적이 없었지만 그곳에서 온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지하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공기와 하늘, 푸른 나무와 아름다운 꽃. 산, 들.
호수도 파랗다고 하였다.
“네가 살던 곳과는 많이 다르지?”
묵직한 효조의 음성이 울리자 연우가 화들짝 놀랐다.
저 계집은 나만 보면 저렇다. 끔찍한 괴물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다 못해 무서워한다.
지하계에 그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다르다.
여기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저러는지.
벌써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건가.
아니다. 백륜당 정원에서 봤을 때도 저러했다.
효조는 연우가 서 있는 난간 아래로 갔다.
그녀의 눈이 점점 더한 공포로 물들어가는 게 효조의 눈에도 보였다.
도망가고 싶은데 다리가 그 자리에 박혀 움직일 수 없는 사람 같았다.
“넌 내가 누군지 모르느냐.”
“죄송합니다. 멀리 계셔서 몰라 뵈었습니다.”
“그럼 지금은 내가 누군지 안다는 말이군. 내가 누군지 아는데 감히 그 위에서 인사를 하고 있어?”
후다닥 내려온 연우가 효조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놀라서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용서해주세요.”
“고개를 들어라.”
효조의 명에 고개를 들었으나 그녀의 눈은 땅을 보고 있었다.
“나를 봐.”
조심스럽게 눈을 들어 올린다.
맑은 눈동자에 여전히 공포가 깃들었다.
얼굴이 창백했고 목이 타는지 자꾸 침을 삼키는 게 확연히 보였다. 어깨도 잘게 떨리고 있다.
효조는 연우 주위를 돌았다.
이 정도의 얼굴은 성안이나 지하계에도 많았다. 그렇다고 눈길을 끌 만한 몸매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이리 신경을 쓰이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보기 싫은 휘타의 계집이라서?
“금(琴)을 잘 켠다고 들었다.”
의겸이 보고했다. 지난번 이곳에서 들었던 곡은 연우만 알고 있는 곡이란다.
아마도 그날은 연우와 휘타가 같이 연주했을 것이라는 말도 해줬다.
“많이 부족합니다.”
“언제 한 번 내 연회에서 연주해줬으면 좋겠구나.”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전 휘타 님 앞에서만 연주합니다.”
잔뜩 무서워하고 있으면서 망설이지 않고 거절을 한다.
조금 전까지 효조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으면서 똑바로 바라보며 휘타 앞에서만 연주한다고 한다.
속에서 불이 이는 듯하다.
네까짓 게 거절을 해?
명령이 아니라 청이었다.
두려워 떨고 있길래 특별히 그리 말해줬건만.
이래서 아랫것들에게 배려하면 안 된다.
효조가 연우의 양어깨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네가 착각을 하고 있구나.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니라.”
“그럼 휘타 님에게 말씀을 하시지요.”
연우가 굴하지 않고 또박또박 말했다.
아까보다 더 떨고 있으면서, 아까보다 더 무서워하고 있으면서 절대 응하지 않겠다는 눈빛이다.
그 누구도 효조의 명령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곧 이 세계가 누구의 손아귀에 들어가는지 알기에.
“아무래도 넌 내가 누군지 잘 모르는 거 같으니 이참에 자세히 알려주마.”
연우의 어깨를 으스러질 듯이 세게 쥐었다.
입술 사이로 나오려는 비명을 참는 연우의 모습이 더 화를 부채질했다.
이 계집을 어떻게 해버릴까.
조금만 힘을 줘도 부러질 몸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뭘 믿고 이러는지.
탁. 갑자기 효조의 손등을 누군가가 잡았다.
“그만, 놓아주시지요.”
강한 악력이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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