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연회 (2)
2018.01.23.
“저도 소원을 들어주시는 건가요?”
단호한 표정으로 거절의 의사를 보냈던 연우였다.
그런 그녀가 돌연 말을 달리한다.
휘타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단희의 연주를 듣느라 졸음이 쏟아지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태도를 바꾼 연우 때문에 머리가 깨끗하게 맑아졌다.
소원이라.
연우에게 목적이 있었다.
무슨 소원을 말할지 궁금했고 그보다 앞서 그녀의 연주가 어떠할지 궁금했다.
휘타가 자세를 바로 세우고 연우를 바라봤다.
그녀가 모호한 눈빛을 하고 있다.
자신 있어 하는 것도 아니고,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닌.
“그대의 연주가 마음에 든다면 못 들어줄 것도 없지요.”
자리에서 일어나는 연우를 따라 사람들의 눈도 함께 움직였다.
연우가 첫걸음을 내딛자 단희가 자리를 비켜줬다.
금(琴)을 다리 위에 올리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연우가 호흡을 길게 내뱉었다.
손가락으로 줄을 몇 번 눌러보더니 그녀가 말했다.
“곡명은 무제입니다.”
매일같이 연회를 열고 휘타도 금을 켜는 취미가 있어 어지간한 곡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제라는 곡은 처음이라 흥미로웠다.
연우의 손가락이 위치를 잡았다.
시작은 느리게 흘러간다. 그러다 잠시 멈춘다.
다시 이어지는 연주.
연우는 눈을 감고 연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희한하다. 일정한 박자가 없다.
‘다음에 이런 음이 나오겠구나, 이런 박자를 타겠구나’ 하는 휘타의 짐작을 비웃는 것처럼 여지없이 다른 길로 간다.
그런데도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빠져들고 있다.
연우의 손가락이 바쁘게 노니는데 마치 잔잔한 수면 위를 거니는 느낌이다.
휘타는 눈을 감았다. 일 년에 한 번씩 보는 파란 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텁텁한 물기를 머금은 바람 대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풀잎에 쌓인 재가 날리는 대신 녹색의 파릇파릇한 잎사귀가 흔들렸다.
가슴에 쌓였던 답답함이 풀어지고, 잊고 싶은 시간이 기억나지 않았다.
단희가 연주했던 같은 금(琴)이 아닌 다른 악기 같았다.
연주가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맑고 깨끗했던 음이 어느 순간부터 거칠어지더니 긴박해졌다. 연주 속에 고통이 담겼다.
휘타가 눈을 떴다.
곡에 고통을 넘어 서러움이 담겼다.
연우의 눈 끝자락에 얼핏 물기가 반짝였다.
울음을 참기라도 하는지 가슴이 미약하게 들썩였다. 꽉 다문 입술이 핏기를 잃었다.
내내 눈을 감고 있었던 연우의 눈이 살며시 떠졌다. 역시나 눈물이 차올라 있다.
서럽게 느껴지던 곡이 점점 슬프게 변해갔다. 비통했다.
휘타는 가슴이 이상했다.
알 수 없는 소용돌이가 자꾸만 일어난다.
소용돌이 속에서 무언가가 떠오를 것처럼 물거품이 일어난다.
그렇게 슬픈 채로, 비통한 채로 연우의 금(琴) 연주가 마무리되었다.
그녀의 마지막 표정도 슬펐다.
하나의 이야기 같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거 같았다.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희망차게 끝나는 곡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왜 그리 슬프게 끝이 났을까.
그대는 나를 매번 궁금하게 한다. 알고 싶게 만든다.
그대는 진정 누구인가.
그의 가슴에 차오른 물거품이 꺼지지 않았다.
*
연주가 끝나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짝. 짝. 짝.
누군가 조용한 박수를 쳤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서너 명이 치더니 점점 늘어나 세차게 울렸다.
박수를 치며 훌쩍이는 기생이 보이고, 넋을 잃은 기생도 있었다.
작게 한숨을 뱉은 연우는 안도했다.
패기 있게 연주한다고 했는데 막상 하려고 보니 우스운 꼴이 되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다.
이 세계의 금(琴)은 연주하기 어려웠다. 줄이 많고, 워낙 질긴 탓에 손가락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어렸을 적부터 많은 악기를 다뤄왔던 그녀가 배우기에도 쉽지 않았다.
효조 때문에 방 안에 갇혀 있을 때, 금을 연주하며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이 곡은 효조가 좋아했던 곡이다.
그를 위해 연주해줄 마음이 호리만큼도 없었지만, 연주하는 날이면 가끔 고문의 강도가 약해지곤 해서 어쩔 수 없었다.
단, 효조에게 들려줬던 곡과 끝이 바뀌었다.
연주를 시작하고 잠시 멈췄던 찰나, 머릿속으로 마지막 부분의 곡을 다시 썼다.
그때 휘타가 손을 들어 올리자 박수가 뚝 끊겼다.
“훌륭했습니다.”
짝. 짝. 짝.
가볍게 이어지는 소리.
휘타가 요란하지 않게, 손끝으로 바닥을 두드렸다.
빙그레 미소를 짓고 연우에게 물었다.
“이건 소원을 들어줄 수밖에 없군. 그대의 소원이 무엇입니까?”
“따로 말씀드릴게요.”
“아, 모두가 있는 자리에선 말하기 곤란하다는 거군요.”
고개를 끄덕인 휘타가 손짓을 했다.
“오늘 연회는 여기에서 끝낸다. 모두 물러가라.”
“아니, 저기. 저 때문에 연회를 끝낼 필요는 없어요.”
연우가 말리기도 전에 기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일제히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닫힌 문을 보며 걱정이 됐다. 난데없이 연회를 끝내게 했으니 괜히 저들에게 미움을 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말할걸 그랬나.
“소호와 사림도 나가야 합니까?”
“아니요. 괜찮아요!”
휘타가 먼저 그들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하기 전에 연우가 얼른 답했다.
“그럼 어디 소원을 들어봅시다.”
“쉴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쉴 곳?”
“제 방이요.”
“그대는 내 방에서 지내야 할 텐데?”
역시나 사림이 했던 말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그건 밤만…….”
“좋습니다. 약속했으니 지켜야지요. 호야.”
휘타가 소호를 불러 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
방 하나 준비하는데, 속닥거리는 게 이상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소호가 밖으로 나가자 휘타가 일어섰다. 앉아서 보니 큰 키가 유독 더 커 보였다.
어째서인지 오라고 부르지 않고 그가 직접 연우를 향해 다가갔다.
찰랑찰랑. 팔찌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연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그를 봤다.
몸을 감은 까만 머리카락이, 검은 기운을 품은 듯 보인다.
성큼성큼 걸어와 연우 앞에 앉는 휘타.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그의 한쪽 눈을 가렸다. 눈빛이 변해 있었다.
처음 본 날처럼 날카롭지는 않지만 뭔가를 물어볼 기세였다.
또 무얼 물어보려고 이러는 건지. 또 뭐가 이상하다는 느낀 건지.
디리링. 휘타가 연우의 무릎 위에 있는 금을 쓸었다.
다시 디리링. 부드럽게 이어가던 소리가 마지막엔 팅, 하고 뜯겼다.
“지상에서도 이 악기가 있습니까.”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악기가 있어요. 어렸을 적부터 다뤄서 제법 연주할 수 있어요.”
“제법 정도가 아닌데요. 단희보다 연주를 잘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칭찬, 감사해요.”
피식 웃은 휘타가 금을 쓸어내렸다. 연우를 보고 있던 그의 눈동자가 아래를 향했다.
길게 쭉 뻗은 속눈썹 사이로 금빛의 구슬 하나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대충 한 손으로 장난치듯이 튕기고 있지만, 예사 솜씨가 아니었다.
“손가락은…… 왜 그런 겁니까.”
연주하고 있는 동안 그가 본 모양이었다.
치부라고 할 것까진 없으나 대놓고 물어보니 저절로 주먹을 쥐게 된다.
“전 남편이라는 작자가 그랬습니까?”
휘타가 얼굴을 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움직임을 멈추고 줄 위에 놓였다.
“아뇨. 손가락을 부러뜨린 적이 있긴 하지만, 이건 그 때문이 아니에요.”
“그럼?”
“사고로 다쳤었거든요.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어요. 연주처럼 섬세한 움직임은 무리지만요.”
3년 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남았다. 손가락 대부분은 원상태로 돌아왔어도 왼손의 검지와 중지, 오른손의 검지가 굳어버렸다.
사실 다른 악기 연주는 거의 불가능했다.
특히 작곡할 때 필요한 피아노는 더 그랬지만, 컴퓨터라는 좋은 대체품이 있었기에 괜찮았다.
가끔 짜증이 나고 서글퍼지긴 했다.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곡을 충분히 연주할 수 있는데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많이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우울했고 그 때문에 슬럼프를 겪었다.
연우는 어린 나이에 유명한 작곡가였다.
미모로 더욱 주목받았던 연우에게 세상은 가혹했다.
나올 때마다 히트 치던 곡들이 어느 날부터 순위권 안에 들지 못하자 그녀의 몰락을 기사로 다뤘다.
사람이 매번 잘할 수는 없는데 그걸 즐기는 이들이 있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연우와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서우가 빛을 보고 있다는 것.
항상 언니의 그늘에 가려 있어 미안했는데 서우가 잘되는 걸 보며 그걸로 위안 삼았다.
아마 연우가 이곳의 금을 연주할 수 있게 된 건 고달픈 삶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무엇이든 잠시라도 효조를 잊을 수 있게끔 해줄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잘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을 더 빨리 움직였다.
그렇게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했더니 이만큼 듣기 좋은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쓸 수 없는 손가락이 세 개던데 맞나요?”
“정확하게 보셨네요.”
그녀가 양손의 못 쓰는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이거랑 이거를 못 써요.”
“대단합니다. 그건 그렇고 전 남편이 그대의 손가락도 부러뜨렸습니까? 악기를 다루는 사람의 손이란 걸 알면서?”
고개를 끄덕인 연우는 설핏 웃고 말았다. 이만한 것도 감사하기에.
“자르지 않은 게 어디예요.”
“그런 말을 하며 웃지 마십시오. 세상에 웃을 일이 얼마나 많은데 손가락 자르는 이야기를 하면서 합니까.”
미간을 찌푸린 휘타가 두 손으로 연우의 양손을 잡았다.
하나로 모아 자신의 얼굴 쪽으로 끌어당겨 그녀의 손끝에 입을 맞춘다.
“약속의 의미입니다.”
당황해서 빼려는 그녀의 손을 더 꽉 붙들었다.
“그대의 손은 내가 꼭 지킵니다.”
“…… 고마워요.”
“고마우면 내게 무제라는 곡을 가르쳐주시든가.”
음악을 좋아한다더니 연주가의 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휘타였다.
연우는 못 미더웠던 그에게 신뢰가 조금 생겼다.
이유가 무엇이든 꼭 지켜준다는 그의 말이 그녀의 가슴 깊이 박혔다.
*
“아악! 그 계집은 대체 뭐야!”
우당탕탕! 쨍그랑!
방 안에 있는 집기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단희 언니!”
“이거 놓지 못해!”
단희가 제 팔을 잡은 기생을 손을 뿌리쳤다.
어떻게 지켜온 휘타 옆자리인데 지상에서 온 계집이 다른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모자라 그와 독대를 했다.
지난밤을 함께 보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도 연회에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휘타가 그럴 줄 몰랐다.
늘 휘타의 옆자리는 오직 단희만이 허락됐었다.
연회가 있을 때마다, 간혹 그가 밖으로 장터니 꽃구경이니 갈 때마다 동행하기도 했다.
성안의 사람들은 그녀를 ‘휘타의 부인’이라 불렀다.
‘휘타의 부인’이란 별명이 이뤄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별안간 나타난 연우에게 뺏기게 생겨 부아가 치밀었다.
그간 눈에 띄는 기생이 들어오면 즉각즉각 처리했다.
그런데 휘타가 직접 여자를 데리고 오다니.
이런 식으로 화근이 생길 줄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
“휘타 님이 어떻게 내게 이래!”
단희는 목에 핏대가 설 정도로 악을 썼다.
“그러게요. 휘타 님도 참.”
씩씩대는 단희 앞에서 어린 기생은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해 쩔쩔맸다.
“너도 박수쳤어?”
“네?”
“그년이 연주 끝냈을 때 박수 쳤냐고!”
“네. 그게…….”
짜악! 단희가 팔을 크게 휘둘러 뺨을 내리쳤다. 있는 힘껏 날린 손에 작은 몸이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이대로 짐 싸서 성을 나가.”
기생이 빨갛게 부은 얼굴로 기어와 단희의 발을 붙잡았다.
“언니! 잘못했어요! 언니의 연주가 훨씬 좋았어요. 다른 사람들이 박수를 치니까 그냥 저도 같이…… 앗!”
이번엔 단희의 발이 기생의 어깨를 찼다.
“밖에 나가서 입만 뻥긋해봐.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언니, 제발요. 제가 키워야 하는 동생들이 있어요!”
“네 동생이지, 내 동생이니? 빨리 안 나가?”
기생이 몇 번 더 단희의 발을 붙잡았지만, 가차 없었다.
어린 기생은 끈질기게 단희에게 매달렸고, 계속 나동그라졌다. 그러나 결국 단희가 부른 사람들에 의해서 밖으로 끌려 나갔다.
문밖으로 울음이 들려왔지만, 단희의 귀에 들리지 않은 지 오래였다.
“대체 그 계집을 어떻게 처리하지?”
단희가 제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눈알을 굴렸다.
입술에 바른 새빨간 연지가 손톱을 물들였다.
*
휘타가 연우에게 다른 곡을 들려줄 수 있느냐 하자 그녀가 흔쾌히 허락했다.
그는 두 번째 곡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것도 지상의 곡인가.
첫 번째 곡과는 다르게 활기차고 기운이 넘쳤다.
쓸 수 없는 손가락의 몫을 나머지 손가락이 해내느라 고생이었다.
물론 연우의 손가락을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표정이나 연주에선 전혀 느낄 수 없는 부분이었다.
휘타는 아침에 연우가 했던 말을 상기했다.
- 사내들이요. 남편처럼 보여서 사내가 무서워요.
연우가 둘러대는 걸 휘타도 알고 있었지만, 어젯밤의 일은 거짓처럼 보이지 않았다.
거짓말에 뛰어난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하기는 힘들 테니까.
그러나 휘타의 눈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전 남편이 연우의 몸에 낙인을 찍었다는데 어젯밤 목욕할 때는 그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안 보이는 곳에 찍힌 건가도 싶었으나 만약 그랬다면 그녀의 나신을 본 사림이 미리 말을 했을 것이다.
또 앞뒤가 맞지 않네. 낙인은 거짓말이었나.
휘타는 연우에게 물어봐서 확인해도 되지만 당장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 뒤로 미뤘다.
언제쯤 모두 털어놓을지 두고 보고 싶은 이상한 기대심리가 생기기도 했고.
알 수 없는 아가씨. 머리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내가 무섭다고? 둘러대는 거여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난 곱게 생겨서 무섭지 않다고? 이 휘타가?
미안한 얼굴로 연우가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면서 그는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아졌다.
나 원 참.
뭐? 사내처럼 보이지 않아?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
비밀이 많은 아가씨가 은근히 자존심을 건드리는 재주가 있다.
내게 죽고 못 사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손짓 하나에 쓰러지고, 스스로 옷을 벗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래서 보여주려고 연회에 동석했건만, 오히려 그가 연우의 연주에 빠져들고 말았다.
“곡명이 무엇입니까?”
연주가 끝나자 그가 물었다.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정하지 않았다니? 그대가 만들었나요?”
“곡을 만드는 건 지상에서 했던 일이거든요.”
오호라. 휘타의 입에서 낮은 휘파람이 나왔다.
“그대가 만든 곡이 또 있습니까?”
“많죠.”
“좋군요. 밤마다 우리 둘이 서로 보고 있기만 하기 뭣하니 내게 그대의 곡을 하나씩 들려주면 어떨는지요.”
“네. 저도 좋아요.”
연우의 얼굴이 한결 편안해졌다.
사내를 무서워 않는 그녀라고 하나 사내와 보내야 하는 밤은 걱정됐을 것이다.
이런 사람이 어찌 자신을 가지라는 말을 그리도 스스럼없이 했는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거짓말인지 몰라도 그녀가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건 맞다.
“참. 잊지 마십시오. 그대와 나는 동침한 사이입니다. 남들은 그렇게 알아야 해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게요.”
고개를 약간 숙인 그녀의 입가가 미세하게 휘어져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었다.
환하게 웃으면 정말 예쁘겠구나. 하여 웃는 모습을 보고 싶구나.
순간 그런 생각이 드는 휘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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