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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10/97)

10화

“그런데 류크 로이체란의 재산을 몰수하는 작업은 잘되고 있나?”

“갑자기 황제가 바뀌고 빼돌릴 시간이 별로 없었는지 그동안 은닉했던 재산도 다 발견됐습니다.”

“모두 다 국가에 환수해.”

“물론입니다.”

“그 돈으로 기사단을 재정비할 거다. 국경 지대에, 분쟁 지역에 필요한 물자도 보내고 해야겠지.”

그의 말에 슈렌이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전쟁을 하실 겁니까?”

“아니, 전쟁은 싫다.”

전쟁터에서 영웅이 되었으면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카드란이 황제가 되고 나서 처음 한 일은 국가의 예산을 살피는 일이었다. 전대 황제가 흥청망청 써서 국가 예산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안 그는 혀를 차며 황궁의 예산부터 줄였다. 그래야만 일단 나라가 버틸 수 있다면서.

“그냥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는 것뿐이다. 필요한 것들을 보내는 게 전쟁을 하자고 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국가에 공을 세우고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 이들도 처리해야 할 것이고.”

카드란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튼 자네가 있어 다행이야.”

슈렌은 일처리를 잘한다. 이런 인재가 자신의 편이 되어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카드란의 말에 슈렌이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영광입니다.”

“일단 황궁 예산을 줄였으니 관료들 밀린 급여 부분을 해결하는 건 그것으로 가능할 거야. 그리고 전 황후가 쓸데없니 사 놓은 귀중품들도 처분하도록 지시했고.”

카드란은 일단 관료들의 밀린 월급부터 차근차근 주겠다고 했다. 슈렌은 속으로 좋아했다. 자신의 급여도 많이 밀려 있었기 때문이다.

“아, 그런데 말입니다.”

슈렌은 그를 향해 물었다.

“황비마마 앞으로 된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도 알아보았습니다.”

“……어떻던가?”

류크의 총애를 받았으니 당연히 빼돌린 재산이 많을 것이었다.

“놀랍게도 하나도 없었습니다.”

카드란은 눈매를 찌푸렸다.

“왜 하나도 없지? 있어야 정상 아닌가?”

류크는 공식석상에 항상 유이시엘을 데리고 다녔다. 그리고 그녀의 행실을 칭송하며 자신의 조카라고 소개하고 다녔다. 그만큼 류크는 유이시엘을 아꼈고 유이시엘 역시 그 영광을 누렸다. 그런데 왜 하나도 없다는 걸까?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황비마마께서 청탁을 거절했거나, 아니면 은밀히 숨겨 놓았을 것 같습니다만…….”

그러자 카드란의 입매가 비틀렸다.

“숨겼나 보군.”

카드란은 슈렌의 말에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조사를 다시 철저히 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은닉된 재산을 찾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 * *

코넬은 유이시엘에게 가져다줄 음식을 들고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사들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에요?”

코넬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소속을 보니 황실 기사단이었다.

혹시 유이시엘 님에게 볼일이 있는 걸까? 코넬은 걱정이 들었다.

“너에게 볼일이 있다.”

다행히 그들은 유이시엘 님을 데려가기 위해서 온 게 아니었다. 코넬은 일단 제가 들고 있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이거 황비마마께 가져다 드리고 갈게요.”

코넬의 말에 기사들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방문을 열고 들어간 코넬은 유이시엘이 부탁한 초콜릿 쿠키가 든 상자를 놓았다. 유이시엘은 보육원에 갈 채비를 막 마쳤다.

“코넬, 얼른 가자.”

“성녀님, 저는 못 따라갈 것 같아요.”

코넬의 말에 유이시엘이 그녀를 응시했다.

“무슨 일 있어?”

“기사들이 저를 찾아요.”

그러자 유이시엘의 손짓이 멈추었다. 최근에 카드란이 류크의 재산을 뒤진다고 하던데, 왜 그것이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갈까. 그 화살이 어째서 자신에게 온 것이라 생각되는 것일까.

“코넬, 만약에 그들이 나에 대해 아는 거 있느냐고 추궁하면 그냥 나에게 물어보라고 해.”

코넬은 아무것도 모른다. 자신 때문에 코넬이 다치면 안 되는 일이었다.

“알겠어요.”

코넬은 자신을 위해 말해 준 유이시엘을 보고 웃었다.

그리고 코넬은 문을 나갔다. 문밖에서 코넬을 데려가기 위해 기사들이 서 있었다.

유이시엘은 두려운 마음을 안았다.

오늘은 빨리 돌아와야 할 것 같았다.

* * *

코넬은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기사들이 자신을 데려간 곳은 어두컴컴한 지하실이 아닌 무척이나 화려한 방이었다. 이런 곳은 처음이었기에 그녀는 신기해하는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네가 코넬이군.”

그리고 갈색 머리카락에 갈색 눈을 지닌, 안경을 쓴 남자가 웃으면서 들어왔다. 그는 코넬에게 자리를 앉으라고 권했다.

무슨 일이기에 자신을 찾아온 걸까.

코넬은 그를 두려워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궁금한 게 있어서 왔단다. 네가 성녀님의 뒤를 늘 따라다닌다고 해서 말이야.”

“맞아요.”

“그분이 어딜 자주 가셨지?”

코넬은 잠시 고민하더니 그를 바라보았다.

“성녀로서 보육원이나 빈민가를 가셔서 자선 활동을 하시고, 그것 이외에는 별거 안 하세요.”

코넬의 말에 그, 슈렌은 싱긋 웃었다.

“밤에 나가실 때는 없나?”

“그때는 제가 없어요.”

코넬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 유이시엘이 한 말을 떠올렸다.

“성녀님께서 궁금한 것은 자신에게 물어보라는 말씀을 남기셨어요.”

슈렌은 유이시엘이 먼저 손을 쓴 것을 깨달았다.

“알았다.”

슈렌은 사람 좋은 표정을 지었다.

“황비마마는 오늘도 보육원을 가셨지?”

“그럴 거예요.”

“오늘은 빨리 오시겠구나. 그분이 오시기 전까지 너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단다.”

그의 말은 다정하지만 날카로웠다.

“나와 같이 있을 거란다. 뭐, 아무 짓도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렴.”

그러자 코넬이 그를 노려보았다.

“제가 없을 때 황비마마께 무슨 짓을 하려는 거죠!”

“그냥 물어보려는 거다. 폐하께서 직접 나섰으니 빨리 일이 처리되겠지.”

코넬은 황제를 떠올렸다. 그는 성녀님을 잡아먹지 못해서 난리가 난 사람이지 않은가!

“성녀님.”

코넬은 주먹을 쥐었다.

황제가 성녀님에게 자꾸 나쁜 짓을 하는데, 이번에도 무슨 짓을 하는 게 아닌지 걱정되었다.

“성녀님은 좋은 분이세요.”

“너에게는 그렇겠지.”

슈렌은 그렇게 딱 잘라 말했다.

* * *

“성녀님 같이 놀아요!”

“맞아요!”

“저희 성녀님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아이들이 모여 유이시엘의 치맛자락을 잡았다. 이들이 자신을 기다렸다는 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은 코넬의 일이 더 중요했다.

“오늘은 안 된단다. 미안하구나.”

유이시엘은 일단 준비한 초콜릿 과자를 주고 서둘러 마차에 올라탔다. 코넬이 걱정되어 무척이나 초조했다. 원래대로라면 저녁 무렵에 황궁에 돌아갔을 테지만, 환한 대낮인 지금 돌아가고 있었다.

햇빛이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불길한 예감이 마음에 자리 잡혀 있었다.

그냥 오늘 보육원을 가지 말고 코넬 곁에 있을 것을 그랬다. 그랬으면 코넬이 얼른 보육원을 다녀오라고 말은 했겠지만.

유이시엘은 고개를 들었다. 마차가 멈추자마자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황비궁은 1층에 있었고 금방 도착했다. 코넬을 데려간 카드란이 자신이 찾아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녀의 예상대로 황비의 침실 문 앞에 레카린이 서 있었다.

“황비마마 오셨습니까?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자 유이시엘은 치마를 움켜쥐었다.

그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정원에서였다. 자신을 추궁하던 그가 떠올라 두려움이 앞섰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문을 열고 들어간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카드란은 방 안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왔군.”

카드란은 유이시엘이 오자마자 일어났다.

그의 짧은 금발에 햇살이 닿자 빛이 머무는 것처럼 반짝거렸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그녀를 해부하듯 살폈다.

“코넬은 밤에 일을 안 한다지.”

“맞아요. 밤에는 코넬을 데리고 나가지 않아요.”

그러자 카드란이 조용히 웃었다.

“철두철미하군.”

카드란의 눈에서 건조함이 묻어났다. 그는 차분한 눈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길게 끌고 싶지 않아. 한 가지 묻지, 류크가 그대에게 준 돈은 어디 있지?”

그가 본론을 꺼냈다.

그 말에 유이시엘은 카드란이 류크의 은닉 재산을 자신에게 찾는다는 것을 알아챘다.

“저는 받은 게 없어요.”

카드란은 이 말을 믿을지 모르지만 유이시엘은 진실을 말했다. 물론 그녀의 예상대로 카드란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굳이 받을 이유가 없었고요. 성녀가 되었는데 그런 것과 연관되면 골치 아파져요.”

그러자 카드란은 저벅저벅 걸어와 그녀의 턱을 손으로 잡고 위로 올렸다.

“그런 것을 신경 썼었나? 류크가.”

“저는 외숙부가 아니에요.”

유이시엘은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자신과 류크를 자꾸 연결 지으려는 카드란에게 진실을 말하지만 쉽게 통하지 않을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다시 한번 부탁했다.

“그러니 코넬을 풀어 줘요. 그 아이는 죄가 없잖아요.”

“흠.”

카드란은 그녀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왜 받지 않았지?”

“굳이 받을 필요가 있나요?”

유이시엘은 카드란에게 도리어 물었다.

“굳이 받지 않아도 원하는 건 얻을 수 있는데.”

유이시엘은 주먹을 쥐었다, 차라리 류크와 관련지어 말하는 편이 그를 설득하는 데 더 쉬울 듯했다.

긴장감이 흘렀다. 유이시엘은 감정을 숨기고 기다렸다.

그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고 부정하며 코넬로 압박할지 몰랐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자신이 죽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죄 없는 코넬이 다치는 건 원치 않았다.

자신은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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