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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제국인이면서 힐더 할슈리트경을 모를 수가 있어?
나는 듀이와 사샤가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둘은 그런 사람이 전혀 아닌데도.
“다리스 제국의 군단장이라면 아레프 경이 아니신가요?”
“그리고 은발 금안의 천재 소년 검사라니. 그런 사람이 있다는 소문은 들어 보지 못했어요.”
그렇게 말하는 두 사람의 태도가 진지했다.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설마, 여기에는 힐더 경이 없어?
‘…그래, 그럴 수도 있어.’
저쪽 세계에는 있던 사람이 이쪽에서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예전 세계에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인 란타나가, 이곳에서는 황제의 디르케가 되어 수도 사교계를 휩쓰는 유명인이 된 것처럼.
‘하지만……!’
그러면 서궁에서 봤던 황제 폐하의 자서전은 뭔데? 분명, 폐하께서 수도로 향하던 중에 우연히 힐더 할슈리트 경을 발견했다고-
“…아니야.”
나는 입을 다물고는 다시 생각했다. 돌이켜 보면, 나는 그날 자서전의 뒷장을 읽지 않았다.
내가 본 것은 황제 폐하가 수도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 고민했다는 내용뿐.
단지, 앞부분이 똑같았으니 뒷장도 당연히 똑같을 것이라고 나 혼자 판단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폐하는 그곳에서 힐더 경을 만났던 게 아닌 걸까? 그럼 자서전에 쓴 내용은 무엇이지?
“아가씨? 갑자기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잠깐 도서관에 다녀올게!”
듀이와 사샤를 뒤로하고는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갔다.
목적지는 발렌티스 저택의 1층 도서관으로, 이 세계의 황제 폐하가 쓴 자서전의 뒷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
저택의 도서관은 듀이가 기사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로는 오지 않게 된 곳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렀다는 감상에 빠질 틈도 없이, 빠르게 책장을 훑어 나가기 시작했다.
금방 발견할 자신은 있었다. 폐하의 자서전은 붉은색 가죽 커버에 황금색 금속 장식이 박혀 있는 화려한 외견을 가진 책이니까.
게다가 귀족들에게는 농담조로 필수품이라고 불리던 책인 만큼, 발렌티스 저택에도 자서전을 비치해 두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분류로 구분하면 여기쯤에는 있을 것 같은데……. 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고 있던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분주한 손길로 금속 장식이 박혀 있는 붉은색 서적을 꺼내 들었다.
「다리스의 젊은 황제는 눈앞에 펼쳐진 두 갈래 길을 바라보았다.
왼쪽은 수도로 향하는 지름길.
반면 오른쪽은 거리가 더 길지만 아름다운 호숫가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책로가 있었다.
젊은 황제는 아주 잠깐 어느 쪽으로 말을 몰 것인지를 고민하고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앞에 어떤 만남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알지 못한 채로.
인생이란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갈래 길 중 어떤 방향을 고를 것인가?’
이것 역시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아주 사소한 결정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