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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은 셀프입니다 (107)화 (107/172)



<107>

“랍스터 구이? 메인 요리라면, 라일라 발렌티스 영애가 준비한 메뉴가 아닌가요? 그렇죠?”

“발렌티스 양, 어떻게 된 일인가요? 폐하께 식사를 올리면서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건가요?”

“네리아 영애 덕분에 큰일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그 랍스터 요리 때문에 폐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셨다면…….”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라일라에게로 몰렸고, 그녀를 책망하는 발언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 적대적인 시선들에 라일라의 몸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상당히 애처로운 모습이었으나, 라일라는 원래도 평판이 좋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었을까? 그녀를 감싸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지들 말아요!”

라일라는 주먹을 꽉 쥐고는 사람들을 향해 그렇게 외쳤다. 그러고는 이번에는 검사관들을 향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검사관님! 그게 확실한 사실인가요?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다시 확인해 주세요!”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서는 검사관들에게 재확인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리고 나는 얼굴에서 미소를 감춘 채, 그 모습을 느긋하게 지켜보기만 했다.

라일라는 분명, 내가 준비한 타르트에 무언가를 몰래 뿌렸다. 그런데 어째서 땅콩 가루가 랍스터 요리에서 발견되었을까?

간단한 일이었다. 나에게는 처음부터 조력자가 있었으니까.

황태후가 황궁에 도착했던 날.

클로이와 내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문 앞에서 마주친 하녀가 있었다. 손에는 빗자루를 들고서, 청소를 끝내고 돌아가던 하녀였다.

‘아까 그 하녀. 본궁이 아니라 황태제궁 소속 표식을 달고 있던데, 황태제 전하께서도 하녀를 파견하셨나 봐요.’

황태후궁에서 일하는 하녀와 하인들은 본궁에서 임시로 데려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

레오니트 황태제는 황태후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하녀들을 보냈는데, 그중에서 다른 목적을 가진 하녀가 한 명 있었다.

나를 돕는 동시에 이번 사건에 디르케가 관여했다는 증거를 잡기 위해, 레오니트 황태제가 그의 부하를 파견한 것이었다.

‘황태제궁의 하녀라는 것도 사실은 위장 직업이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귀족 시녀들의 개인실을 청소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라일라의 방을 청소하는 동안, 그녀가 숨겨 놓은 땅콩 가루를 찾아내어 그것을 평범한 곡물 가루로 바꿔치기했다.

견과류는 황태후궁에 반입해서는 안 될 위험한 물건인 만큼, 라일라도 땅콩 가루를 보관하는 데 조심성과 신중함을 기하기는 했다.

다만, 하녀의 원래 직업이 바로 루체테의 전문 정보수집원이었다.

그런 만큼, 라일라가 본인 나름대로 어렵게 숨겨 놓은 물건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가 괜히 전문가겠어?’

그랬기에 나는 라일라가 주방장이 나를 찾는다는 핑계를 댔을 때도 순순히 자리를 비워 주었다.

어차피 라일라가 타르트에 넣은 건 단순한 곡물 가루였기에, 황태후가 아무리 먹어 봤자 문제가 생길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라일라의 방에서 가져왔던 땅콩 가루의 일부는 주방에서 요리를 만드는 동안, 해당 하녀에 의해 랍스터 요리에 넣어졌다.

원래라면 청소 담당인 그녀가 주방으로 올 일이 없었지만, 명분 정도는 만들어 주면 그만인 법.

‘죄송합니다! 저는 원래 청소 담당인데, 엘리스가 아파서 제가 대신 왔거든요. 빨리 움직일게요!’

그녀는 황태제궁에서 파견한 다른 하녀를 대신한다는 핑계로 주방에 출입할 수 있었다.

라일라가 모르는 사이에 일은 그런 식으로 순조롭게 흘러갔고, 황태후는 결국 라일라가 준비한 음식을 먹고 쓰러지게 된 것이었다.

전부, 계획대로였다.

이제는 더 해야 할 일도 없었다. 지금부터는 내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전부 해결될 테니까.

졸지에 죄를 뒤집어쓰게 된 라일라는, 여전히 검사관들을 붙잡고 호소하고 있었다.

“검사관님! 제발 다시 한번 확인해 주세요. 분명, 조사에 착오나 실수가 있었던 게 확실해요!”

“레이디, 착오나 실수가 확실하다니요? 저희는 일을 그렇게 허술하게 처리하지 않습니다!”

“이미 저희끼리 서너 번씩 확인을 끝냈습니다. 레이디께서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셔도 말이지요.”

라일라의 말에 불쾌함을 느낀 건지, 검사관들의 말투가 곱지 못했다. 그들의 단호한 태도에 라일라의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려 갔다.

“다들 모여 있었군요.”

그때, 황태후를 침실로 모셔 갔던 헤론 후작 부인이 돌아왔다. 그녀는 황태후궁의 시녀장 자격으로 이 사건을 총괄하고 있었다.

“폐하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다시 확인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편하게 주무시는 중이니 다들 안심하도록 해요.”

“다행이에요……!”

“그리고 지금은 황궁의 수사관들이 황태후궁 사람들의 방을 수색하는 중이에요. 황족에게 불온한 목적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모두에게 협조를 부탁할게요.”

이미 방 수색이 진행되고 있다니. 사전 통보가 없이 시작된 일이었으나, 사안이 사안인 만큼 반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라일라 발렌티스 양.”

“네……?”

“미리 알려 드릴게요. 견과류의 출처가 어디가 되었든, 당신은 위험물을 미리 걸러 내지 못한 잘못으로 책임을 지게 될 겁니다.”

“어째서요? 저는 억울해요-!”

나는 라일라의 외침을 들으며 웃음을 참아야만 했다.

황태후에게 먹이려고 실제로 견과류를 반입한 게 맞으면서, 억울하기는 뭐가 억울하다는 건지.

헤론 부인은 자신이 관리하는 장소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에 피로함은 느낀 건지, 라일라에게는 대답도 없이 수사관을 호출했다.

“개인 조사부터 시작하죠. 우선은 랍스터 요리를 담당했던 라일라 발렌티스 영애부터요.”

“알겠습니다. 레이디 발렌티스, 옆방으로 오시겠습니까?”

“…….”

“레이디, 협조 부탁드립니다. 음식에 어떻게 견과류가 들어간 것인지 경로를 파악해야 하니까요. 이미 주방의 하녀나 하인들은 다른 방에서 조사를 받는 중입니다.”

“…….”

수사관이 정중하게 라일라를 불렀으나, 그녀는 발이 바닥에 붙기라도 한 듯 움직이지 않았다.

저 표정을 보아하니, 자신이 책임을 지게 될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면 좋을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 같았다. 유감이지만, 생각해 봤자 답이 없을 텐데.

“레이디. 시간 없습니다. 어서-”

“그러지 않아도 알아서 갈 테니, 독촉하지 말아요-!”

수사관이 라일라를 데려가고자,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라일라는 신경질적으로 수사관의 팔을 쳐 냈다.

툭-

그런데, 그 반동 때문이었을까. 라일라의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액체가 담긴 작은 유리병이었다.

정체가 무엇인지는 굳이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기에, 나는 손으로 입술을 가리며 웃음을 숨겼다. 어차피 개인 조사에서 몸수색을 하면 나올 물건이었다.

“저건 뭔가요?”

“자, 잠시만요……!”

라일라가 급하게 자신의 소지품을 주우려고 했으나, 수사관이 손을 내미는 게 더욱 빨랐다.

“레이디? 이건 무엇입니까?”

“그, 그냥 약이에요! 개인적인 소지품이니 돌려주세요!”

“죄송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럴 수는 없습니다. 위험한 물건일 수도 있으니 확인하겠습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라일라가 손을 뻗었으나 수사관은 냉정했다. 때마침 근처에 검사관이 있었기에 유리병은 곧바로 그들에게로 넘겨졌고 바로 작업이 시작되었다.

“일단, 독이나 위험한 종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 말이 맞죠?”

“약은 맞습니다. 그런데 이건… 알레르기 약이 아닙니까?”

“알레르기 약?”

검사관이 내놓은 해답에, 또다시 사람들의 시선이 라일라에게로 쏠렸다. 네가 왜 알레르기 약을 가지고 있느냐. 그런 의문이 담긴 눈길이었다.

“상비약이에요! 저는 식사 담당 시녀이니, 만약을 위해서 가지고 다니는 거라고요!”

나는 여전히 태연한 마음으로, 라일라가 애쓰는 모습을 비켜보았다.

그보다 방 수색도 시작했는데, 슬슬 시간이 되지 않았나? 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처음 보는 얼굴의 수사관이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종이로 된 작은 봉투가 들려 있었다.

“시녀장님, 땅콩 가루를 발견했습니다!”

“뭐라고요? 어디서였지요?”

“그러니까… 레이디 발렌티스의 방이었습니다. 라일라 영애 쪽 말이지요.”

“네?”

방 안에 두 차례 소란이 일었다.

궁 안에서 땅콩 가루를 발견했다는 것에 한 번, 그것이 라일라의 방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에 한 번.

“거짓말하지 말아요-!”

결국, 라일라가 폭발하고 말았다. 그녀의 얼굴이 더는 붉어질 수도 없을 만큼 새빨개져 있었다.

“이건 모함이에요!”

뭐, 라일라는 적어도 이번만은 진심으로 억울해 보였다. 이미 처리한 땅콩 가루가 자신의 방에서 나왔으니 이상했겠지.

정보원 하녀가 음식에 넣은 땅콩 가루는 ‘일부’였고, 나는 그 나머지를 라일라의 방에 다시 숨겨 놓도록 지시했었다. 그녀가 황태후에게 견과류를 먹였다는 증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확실한 증거는 안 되겠지만…….

“라일라 양, 어째서 폐하께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땅콩 가루를 가지고 있었던 거죠?”

“모함이라니까요? 저는 모르는 일이에요! 애초에 제 방은 청소하는 하녀들이 언제든 드나들 수 있었어요! 저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몰래 놔둔 거겠죠!”

라일라는 최선을 다해 해명했으나 방 안의 분위기는 그녀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땅콩 가루, 그리고 알레르기 약. 두 가지를 조합하여, 이미 해답을 짐작한 사람도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대충 알 것 같은데요. 시녀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발언해도 될까요?”

“네, 좋습니다. 에모리 공녀.”

그리고, 이번에는 클로이가 앞으로 나섰다.

조력자는 한 명이 더 있었다. 나에게 쿠키라는 뇌물을 받은 그녀는 내 부탁을 한 가지 들어준 바가 있었다.

‘저녁 식사 중에 클로이가 들어와서 라일라와 내 사이에 서 있던 건 우연이 아니었지.’

친하지도 않은 라일라의 팔을 꽉 붙잡고서는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놔둔 것 또한.

“황태후 폐하께 몰래 견과류를 먹여 위험에 빠트린 뒤에, 알레르기 약을 드려 폐하를 치료하는 거예요. 그런 공적을 노리고 자작극을 펼친 게 아닌가요?”

“공녀, 지금 소설 써요?”

“그렇다면 라일라 양, 어째서 알레르기 약을 가지고 있었죠?”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식사 담당이니, 만약을 위해서 상비 용도로 가지고 다니는 거라고요! 그리고 공녀의 주장대로라면 의심해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있잖아요?”

라일라가 표독스러운 눈길로 나를 노려보았다.

“알레르기 약을 가지고 있던 건, 네리아도 마찬가지잖아요!”

“나?”

화살이 나에게로 돌아왔다. 물론, 예상하던 질문이었기에 나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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