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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은 셀프입니다 (59)화 (59/172)



<59>

나는 주변에서 이쪽을 힐끗대는 사람들까지 의식하며 일부러 또박또박한 말투로 대답했다.

“제 장신구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기쁠 따름인걸요.”

“여기 분홍색 장미꽃이 그려져 있어요! 이건 뭐로 만든 걸까요?”

“도자기? 도자기 아닌가요? 느낌이 비슷해 보이는데요?”

“네, 맞아요.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린 거예요.”

“도자기라면 찻잔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예쁜 장신구를 만들 수도 있었네요. 네리아 양이 해서 더 예뻐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실례가 안 된다면 어느 공방에서 구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음, 사실 이건 제가 제작한 것인데요… 깨진 찻잔의 조각에서 영감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장인분들을 모셔 공방을 하나 만들었어요.”

“이걸 네리아 양이요?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더 관심이 가는데요!”

영애들이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매우 만족스러운 반응이었다.

“너무 예뻐요! 예쁘신 분이 재능까지 겸비하셨다니!”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에요! 재미 삼아서 한 일인걸요.”

재미는 무슨. 돈을 벌겠다는 일념 하나로 아득바득 밤을 새워 가며 장신구 제작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바동거리는 발놀림을 물 밑에 숨긴 백조처럼 우아해 보이는 것도 장사에는 미덕이 되는 법.

나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충분히 들릴 목소리였다.

“혹시 관심이 있다면 제 공방에 놀러 와 주시지 않을래요? 원하는 그림을 주문할 수도 있거든요.”

“꼭 갈게요! 무조건 갈 거예요!”

“레이디 발렌티스, 잠깐 저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괜찮으신지요?”

영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어디선가 공작저의 하인이 나타나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쪽이라면……?”

하인이 가리키는 곳에는 클로이와 에모리 공작 부인이 있었다. 내가 연회장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를 찾은 것 같았다.

“물론 가야지요.”

하인에게 대답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영애들에게 인사했다.

“호스트께 인사드리러 가야겠어요. 나중에 또 이야기 나눠요!”

“네, 발렌티스 양!”

여전히 나를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녀들을 뒤로한 채, 연회장의 중앙으로 이동했다.

“네리아 양, 찾았어요!”

클로이가 그녀의 어머니 옆에서 나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눈으로 인사한 뒤, 공작 부인에게 정식으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부인. 에반스 공자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네리아 양의 축하 인사가 에모리 영지에 있는 에반스에게도 전해졌을 거예요. 그런데 클로이에게 듣자 하니, 네리아 양이 새로운 걸 가져왔다면서요?”

공작 부인이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아! 말하지 않아도 알겠어요. 그 목걸이와 귀걸이로군요? 어디… 도자기에 장미를 그린 건가요?”

“네, 정확하게 보셨어요.”

적당한 때에 맞춰 하인이 이쪽으로 상자 하나를 가져왔다.

연회장에 들어오기 직전에 저택의 고용인에게 맡겨 두었던 것으로, 어제 사샤가 가져온 상자 중 하나였다.

“멋진 파티에 초대해 주신 것에 감사하며 작은 성의를 준비했어요.”

“네리아 양, 제 건 없나요?”

“클로이 양의 것은 없어요. 오늘은 아이를 출산하느라 고생하셨던 어머니를 축하하는 날이잖아요?”

“네리아 양은 말도 잘하네요! 맞아요, 오늘은 제가 고생했던 날이니까 축하도 제가 받아야겠죠? 그럼 열어 볼게요.”

공작 부인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내 것과 비슷하지만, 수선화가 그려진 액세서리 세트가 들어있었다.

“이건… 혹시 제가 수선화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준비한 건가요?”

“네. 부인께서 기뻐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준비했으니까요.”

“어쩜 섬세하기도 하지!”

공작 부인이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감동했다며 웃었다.

그녀가 수선화를 좋아한다는 것 정도야 이미 알고 있었다. 공작저의 로비를 수선화로 채운 것이 공작 부인의 취향 때문이니까.

“그런데 이 장신구를 공개한 게 오늘이 처음이랬죠? 그렇다면 네리아 양 외에 이걸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저뿐이라는 말 아닌가요?”

“어제 니나렛 황녀님께 수업하러 가며 선물해 드린 건 있지만…….”

“황녀님이야 예외이니, 귀족 중에서는 제가 처음이라는 거네요! 클로이, 목걸이를 걸어 주겠니?”

“예, 예. 우리 마님의 명령을 누가 거스르나요.”

“무슨 소리니? 엄마 말은 듣지도 않고 항상 거스르면서.”

사이좋은 모녀가 티격태격하는 동안, 주변에서는 대화에 끼어들 시기를 노리던 사람들이 은근슬쩍 모여들고 있었다.

“같이 구경하면 안 될까요?”

“연회장에서 도자기라는 단어가 계속 들리기에 무엇인가 했더니, 이 액세서리를 말하는 거였군요.”

“에모리 부인에게 잘 어울려요!”

“그렇지요?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아주 귀한 선물을 받았어요.”

“도자기로 액세서리라니. 특이하면서도 고급스럽고 예쁜데요?”

“예전에도 도자기 공방에서 장신구를 만든 적이 있었어요. 예쁘지 않아서 금방 사장되었지만요. 그런데 이건 정말 괜찮네요.”

“저도 하나 가지고 싶어요. 수국이 그려진 것으로요!”

“주문 제작도 가능하다면 제 아이들의 얼굴을 그려서 가지고 다니고 싶네요!”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나와 내가 가져온 장신구가 되었다. 호평 일색에 기대했던 만큼 열띤 반응이 이어졌다.

그리고 소란이 더 큰 소란을 만들어 호기심을 느낀 사람들이 점점 더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런 새로운 걸 원하고 있었어요! 안 그래도 제 보석함을 새로운 컬렉션으로 채우고 싶었거든요.”

“맞아요. 그동안은 디르케가 유행시킨 것들만 넘쳐났잖아요? 사교계에도 슬슬 신선함이 필요해요.”

“이건 네리아 양이 가져온 것이라고 했지요? 그래서 이건 어느 공방에서 살 수 있다고요?”

사람들이 시선이 동시에 나에게로 쏠렸다. 나는 그 소유욕에 휩싸인 눈빛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생애 최초의 사업에 성공한 것 같다고.

***

‘네리아 선생님이랑 똑같은 목걸이야! 다이아몬드보다 더 좋아!’

황제와 함께 식사 중이던 니나렛이 샐러드를 먹다 말고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그저께, 황녀궁으로 예법 수업을 왔던 네리아가 선물이라고 하며 니나렛에게 준 것이었다.

‘내가 제일 먼저라고 했어!’

그 사실에 기뻐 행복하게 웃고 있던 니나렛의 표정이 어느 순간 갑자기 시무룩해졌다.

오르골도, 수제 인형도, 목걸이도. 네리아에게 받은 건 많은데, 자신은 그만큼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난 아직도 쓸쓸하게 지냈을 텐데. 아……!’

그러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 목걸이를 사람들에게 팔 거라고 했지? 그렇지만 이렇게나 예쁘니까 분명 못된 사람이 베껴서 팔아 버릴 수도 있다.

‘저번에 봤던 동화책에 그런 내용이 있었어.’

주인공이 맛있는 빵을 만들었는데 나쁜 사람이 따라서 팔아 버리는 바람에 주인공이 피해를 보았다고.

‘주인공은 더 맛있는 빵을 만들어서 위기를 벗어났지만… 선생님에게도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어.’

니나렛이 홱 고개를 들어 맞은편에 앉아 있던 황제를 쳐다보았다.

‘내가 선생님을 도와줄 수 있어! 이제 폐하와도 조금 친해졌으니까!’

“폐하!”

“니나렛?”

니나렛이 의자에서 일어나 맞은편으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황제의 옆에 서서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이거 네리아 선생님이 줬어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팔 거래요!”

“오, 그래. 예쁜 목걸이구나.”

“그런데 우리 선생님… 이거 열심히 만들었다고 했는데 다른 사람이 따라 하면 어쩌지요?”

“그러면… 곤란하겠구나.”

“선생님을 도와주고 싶어요!”

한편, 황제는 행복하게 웃고 있던 니나렛이 갑자기 시무룩해지기에 딸의 눈치를 살피던 중이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군.’

그리고 니나렛은 그에게 대놓고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었다.

“…….”

황제는 식사하던 것을 멈추고 잠깐 생각에 빠졌다.

원래 그는 이런 일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네리아 발렌티스에게는 고마운 일이 있었고 하나뿐인 딸이 이렇게 부탁을 하고 있으니.

게다가 장신구 판매 정도야 주변에서 불만이 나올 만큼 대단한 규모가 아니었기에, 이 정도 특혜는 황제의 권한으로 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그것과 똑같은 장신구를 판매하는 가게의 신규 출점을 1년 정도 제한하면 되겠구나.”

“네!”

원하는 대답을 들은 니나렛이 기쁜 듯이 웃으며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갔다. 입가에는 씩 회심의 미소를 지은 채였다.

***

그날 이후로도 나는 부지런히 사교 모임에 발도장을 찍었다. 많을 때는 하루에도 서너 곳의 모임에 참석하는 강행군이었다.

사람들의 눈은 의외로 비슷하기에 그들의 반응은 에모리 공작가의 연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 결과.

“성공이에요! 대성공이에요!”

“이대로라면 투자금 회수도 금방 끝나겠는데요?”

수도 번화가의 공방.

동업자인 줄리아와 나는 매출 내역서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만들어 놓은 수량은 진작에 동이 난 상태였고, 밀려드는 추가 주문량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처음 기대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의 성공이었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은 도자기 장신구에 관한 에모리 공작 부인의 지속적인 호평.

다음으로는 페어 레이디 출신 귀부인들이 10년 만에 생긴 후배를 밀어줘야 한다며 지원에 나선 것.

마지막은 평민 출신의 디르케, 란타나가 몇 년이나 수도의 유행을 이끌었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뭐, 귀족 영애들이 나를 따라서 장신구를 착용할 거라는 사실은 처음부터 계산한 일이었으니까.’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엮여 나타난 결과였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도자기 장신구의 상품적인 가치가 뛰어났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오늘은 순수하게 성공의 기쁨을 만끽하기로 했다.

“저희 아버지도 이 광경을 지켜보며 매우 기뻐하셨어요. 딸이 쉬는 동안에도 투자에 성공했다고요.”

줄리아가 뿌듯해하며 말했다.

“동부의 본가로 돌아가면 그 즉시 지점을 낼 계획이에요. 동부에는 보통 수도의 유행이 시차를 두고 그대로 흐르거든요.”

“본가에서도 당연히 성공할 거예요. 줄리아 양, 정말 고마웠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인걸요.”

나는 줄리아와 서로를 격려한 뒤, 다시 매출 내역서를 확인했다.

‘드디어 이렇다 할 돈이 생겼어!’

물론, 예전 세계의 발렌티스 가문이 가졌던 재산에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긴 했다.

그러나 이제는 예전처럼 돈이 없어 불편을 겪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해도 좋았다.

‘듀이가 좋아하는 디저트도 많이 먹이도록 해야지. 이번 성공의 숨은 공로자이기도 하니까.’

나는 쇼윈도 너머의 행인들이 내가 만든 액세서리를 착용한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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