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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발렌티스 저택의 하녀들은 두 명 이상이 모이기만 하면 언제나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있잖아, 네리아 말인데, 알고 보니 산수를 엄청 잘하더라?”
저택의 휴게실, 단발머리 하녀 비비가 말문을 텄다.
“내가 식료품 재고를 계산하다가 어려워서 머리카락을 뜯고 있었는데 네리아가 날 도와준 거 있지?”
“그 애는 요리도 잘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하녀들도 앞다투어 이야기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아니, 잘한다기보다는 배우는 속도가 빨라. 얼마 전까지는 빵을 태웠는데 지금은 완벽하잖아?”
“마음씨가 착하기도 해. 내가 다쳐서 별관 청소를 늦게까지 못 끝내고 있었는데, 네리아가 자기 일처럼 두 팔 걷고 날 도와줬어.”
“착한 건 확실해. 트레스를 챙겨 주는 것도 그렇고 말야.”
“잠깐, 트레스가 아니라 듀이! 네리아가 그렇게 불러 달라고 했어.”
하녀들이 입을 모아 네리아의 이야기를 한참이나 떠들어 댔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녀들은 동시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런데 어떻게 3개월 만에 사람이 그 정도로 바뀔 수 있지?”
“아무리 죽었다 깨어났다지만 내가 볼 땐 아예 다른 사람 같아.”
네리아가 누구던가.
더럽고 음침하며, 일도 제대로 할 줄 몰라서 민폐만 끼치는 방해꾼이었다.
하녀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났을 때, 네리아의 험담을 하면 당장이라도 화해할 수 있을 정도로 공공의 적 같은 존재였는데.
“어쨌거나 다시 봤어. 앞으로는 우리한테 방해가 되지 않겠다면서 잠도 안 자고 노력했잖아.”
“예전 모습을 생각하면 변해도 너무 변했지. 그런데 그보다 말야.”
빨간 머리 하녀 씨씨가 사과처럼 붉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애, 너무 예쁘지 않아?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생길 수가 있는 거지?”
“내 말이! 네리아는 대체 그 얼굴을 어떻게 지금까지 숨긴 거야?”
“깜짝 놀랐잖아.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우리 제국에서 란타나 님 다음으로 예쁜 미인이 아닐까 해.”
“란타나 님? 황제 폐하의 애첩?”
“응, 그분. 그런데 네리아도 치장해 놓으면 란타나 님이랑 비슷한 수준이 될지도 모르겠어.”
“그러고 보니 그 두 사람 다 눈이 분홍색이네? 기회만 되면 네리아도 각 잡고 꾸며 보고 싶다.”
“그러게, 재밌겠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모두가 들뜬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네리아는 아직 일이 안 끝난 건가? 같이 먹으려고 쿠키도 가져왔는데.”
한참이나 수다에 빠져 있던 하녀 하나가 아쉬운 듯 휴게실의 입구를 힐끗 돌아보았다.
***
물론, 내가 처음부터 하녀 일을 잘 해낸 것은 아니었다.
17년 동안 잡일이라곤 해 본 적이 없던 내가 청소 중에 장식물을 무너트리고 세탁 중인 옷을 찢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찢은 게 무명천이기에 망정이지! 너란 애는 도움이 안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