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인에겐… 이미 정인이 있소.” 굳게 닫힌 눈 사이로 뜨거운 눈물이 기어코 흘러나오고야 말았다. 마음에 품은 이가 있었음에도 간택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꼭 집으로 돌아오리라 다짐했던 것이 무색하게 서화는 중전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원하지 않던 자리에 앉은 서화에게 임금, 윤이 말했다. ‘끝났어……. 이젠 한 가닥의 실오라기 같은 희망도 없는 게야…….’ 자신이 연모하던 사내가 윤임을 알았지만 폐비를 잊지 못하는 윤을 보며 서화는 제 마음을 숨겼다. 폐비를 잊지 못해 방황하는 왕과 그 곁에 그림자처럼 불행하게 지내는 중전. 딱 그만큼이었다. 파사국의 세르샤를 만나기 전까진. 아니 윤이 서화와 세르샤의 사이를 밀회라고 오해하기 전까진. 잘못된 오해가 불러온 파동은 두 사람 사이를 가르고 채 피우기도 전 비극으로 치닫고 마는데……. 과연 두 사람은 서로의 정인이 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