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 피는 궁궐의 봄-1화 (1/83)

제 1화 - Prologue

땅 위에 떨어진 가지각색으로 물든 낙엽이 을씨년 소리를 내며 바람에 휘저어 지는 초 가을 어느 밤-.

거대한 위용을 내뿜으며 자리잡은 궁궐 안 깊은 곳, 왕의 침전인 강녕전 안에서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불빛.

" 하아...아...전하...하읏..."

한 여인의 '전하'를 부르며 숨이 넘어갈 듯, 한 사내에게 매달린 채 물기 그득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그러나 '전하'로 보이는 사내는 여인의 애원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여인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한 채 여인의 몸을 탐하는 데만 집중해 있다.

" 하아....앗........."

사내의 애무에 여인이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두 다리를 붙이고 꼬자 이를 저지하는 사내. 그가 주는 쾌락에 젖어 있는 여인은 무기력하게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모든 생명의 기원이 되는 그곳. 사내가 여인의 그곳을 탐하자 아까보다 진해진 감각에 여인의 정신이 아찔하게 흩어진다.

" 하아....하앗...전하...!..."

한 번 잡은 먹잇감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여인의 몸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며 탐하는 사내.

그렇게 사내는 몇 번을 쉴새없이 여자를 탐했다.

" ...보게."

" 이보게. 일어나시오."

왕의 끊임없던 여인을 갈구하는 행위로 인해 이미 지쳐버릴대로 지친 여인은 쉬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전하께서 기침하시기 전에 어서 궐 밖으로 빠져 나가야 하니 서두르게나. 이 곳에서 그 꽃다운 나이를 마감하고 싶지 않으면 말이네.”

상궁 김씨의 말에 잠에 취해 있던 여인의 두 눈이 거짓말처럼 번쩍 떠졌다.

“ 이제.. 저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 일단 자네의 집으로 돌아가게. 그리고 나선 자네의 식솔들을 데리고선 그 곳을 떠나 먼 곳으로 가게. 평생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줄 터이니 다시는 궁 안으로 돌아올 생각일랑은 접어두어야 할 것이며. 오늘 궁궐 안에서 있었던 일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발설해서는 안될 것이네.”

여인이 허둥지둥 대며 흐트러진 옷가지들을 주워 입고 채비를 마쳤다.

“ 자, 준비는 다 되었는가.”

“ 예. 상궁 마마님.”

“ 그럼 저 나인을 따라가면 되네. 궁 밖으로 나가는 길까지 안내를 해줄터이니. 나가는 동안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 하네.”

“ 명심하겠사옵니다.”

“ 그럼 다신 볼 일이 없길 바라네.”

여인이 나인과 함께 사라지자 김 상궁은 긴 한 숨을 내쉬었다.

" 전하께선 언제가 되서야 한 곳에 마음붙이고 편안해지실꼬..."

김 상궁의 안타까운 혼잣말이 고요한 공간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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