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샤를로트는 알폰소를 질투하기에 바빠, 예의를 차리기는커녕 종일 쌀쌀맞게 굴었다.
그에게 이런 사정이 있으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지 못하고.
‘멋대로 그의 삶을 선망했다니.’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니 그녀가 지금 하려는 것은 일종의 속죄였다.
그의 유복함을 멋대로 질시하였던 날에 대한 속죄.
“알폰소는 죄가 없어요. 선대의 죄를 그에게까지 묻지 말아주세요. 내 조건…… 아니, 부탁은 그것뿐이에요.”
알폰소는 알까.
샤를로트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것은, 심지어는 완벽하게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부탁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 사실을.
클로에는 샤를로트의 태도에 혼란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왜, 왜 이러는 거죠? 당신 분명 원치 않은 결혼을 했다고 했잖아요. 에두아르트를 싫어하는 게 아니었어요?”
“아, 거짓말은 아니에요. 원치 않은 결혼을 하긴 했어요.”
정말 거짓말은 아니었다.
샤를로트가 필사적으로 알폰소와의 결혼을 피해 왔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편의 행복을 빌어주지 못할 이유도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당신이 알폰소를 어떻게 보는지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는 그렇게 악한 사람이 아니에요. 정말로 악한 인간이었더라면 당신이 내 방을 멋대로 뒤지는 걸 본 순간 거기 있는 사람 반절은 죽었을걸요.”
“아니, 무슨 그런 끔찍한 말을…….”
“내가 아는 정말 악한 사람은 그렇게 하거든요.”
그러니까, 나 말이지.
‘전에 이복언니가 멋대로 내 방을 뒤지려 했을 때, 가담한 이들 절반은 잘라버렸으니까.’
그리고 노하에서 잘린다는 것은 죽음을 얘기한다.
왜 하필 절반만 잘랐느냐면, 이유는 간단하다.
나머지 절반은 공포를 학습하고 샤를로트에게 절대 복종할 테니까.
‘그런 게 진짜 악한 인간이지.’
알폰소처럼 물러터진 사람이 아니라.
“알폰소는 당신들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요.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닌데도 말이죠.”
그리고 샤를로트는 알폰소가 짓지도 않은 죄의 책임을 자처하며 괴로워하는 꼴은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다.
알폰소가 하루빨리 행복해져야 하니까!
하지만 클로에는 생각이 다른 것 같았다.
“어떻게 그의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있죠? 만약 에두아르트 공작이 한 번이라도 베호닉을 찾아왔더라면 나도 태도를 다르게 했을 거예요.”
클로에는 수없이 고민했다.
이본느의 유지를 이어 이 반지를 돌려주지 않는 게 옳을까?
하지만 다른 가문의 중요한 물건을 이렇듯 사사롭게 가지고 있어도 되는 걸까?
고민 끝에 그녀는 르나르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르나르는 그런 클로에를 위로하며 이렇게 말했다.
-현 에두아르트 공작은 제 어미가 죽은 곳에 찾아와보지도 않는 인간말종이다. 이본느의 말대로, 그는 빅터 에두아르트나 진배없는 인간이겠지. 그런 인간이 있는 곳에 반지를 돌려주어야겠어?
이건 이본느의 유지를 완벽히 무시하는 행위라며, 평소와 달리 르나르는 열변을 토해 클로에를 설득했다.
그런 대화가 몇 번 반복되자, 클로에도 자연스럽게 르나르의 의견에 동의하게 된 것이다.
“알폰소 리누스 에두아르트, 난 그를 용납할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