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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결혼을 완벽하게 끝내는 방법 48화 (50/122)

그렇게 노하에 맹목적이던 샤를로트가 이렇게 변하다니?

실비아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으나, 지금만큼은 그녀의 주관이 필요치 않았다.

‘서둘러 주인님께 이걸 알려드려야 해.’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에두아르트에는 생각보다 보는 눈이 많았고, 특히나 노하에서 온 그녀를 향한 감시의 시선 또한 만만찮았던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실비아의 예상 안에 있는 일이었다.

‘우선은 정보를 모아서 보고드리자. 자주 연락이 오가다간 덜미를 잡힐 수도 있다.’

결혼이 밥 한 끼 해치우는 것도 아니고 쉽게 끝날 일이 아니니, 분명히 오가는 이야기들이 있을 터.

퀸시의 명령대로 에두아르트의 동태를 살피는 일이 먼저였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이 있다면 에두아르트가 생각보다 개방적인 곳이라는 점이었다.

“-걸 왜 이제야 알려주시는 겁니까?”

“결혼을 이렇게 해치우는 분은 각하가 유일하실 겁니다.”

집무실에 조금만 귀를 기울여 보면 알폰소가 가신들과 회의하는 소리가 들렸다.

‘가주가 가신들과 저렇게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니.’

노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노하에서는 언제나 직계 일원들만이 비밀리에 회의를 하고, 대부분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인 명령이 전달될 따름이었으니까.

게다가 명령이 유출될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명령을 전달하는 종이 또한 곧장 파쇄하곤 했다.

그에 비하면 에두아르트의 보안은 취약하기 그지없는 수준이었다.

‘아주 해이하기 짝이 없군.’

이래서 멍청한 귀족 것들이란.

어쨌든 제 임무를 달성하는 데에는 편리하니 잘된 일이지만, 실비아는 에두아르트의 형편없는 보안에 쯧 혀를 찼다.

그 사이 집무실 안쪽에서는 회의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가신들의 잡담을 가볍게 일축한 알폰소가 단정적인 어조로 말했다.

“다가오는 건국제에서 샤를로트 노하와의 결혼을 발표할 거다. 너희도 그렇게 알아라.”

건국제에서 결혼을 발표.

실비아의 손에 가장 핵심인 키워드가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 * *

‘샤를로트 노하, 정말 실망스러운 행보로군.’

키워준 노하를 배신하고 에두아르트와 결혼을 발표할 생각을 하다니.

실비아의 주인인 퀸시는 키운 정 때문에 생각이 다를지 몰라도, 실비아는 아니었다.

만약 퀸시가 샤를로트를 죽이라고 명령했더라면 실비아는 주저 없이 자신이 일평생 모셔 온 아가씨의 목을 졸랐으리라.

하지만.

“……건국제에서 샤를로트가 에두아르트 공작과의 결혼을 발표할 생각이라고.”

“예. 아가씨께서는 이미 노하를 등지셨습니다.”

“그래. 끝까지 나를 실망시키는구나.”

퀸시가 미간을 찌푸린 채 스산하게 중얼거렸다.

샤를로트에게 분명 무언가 생각이 있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마저 사라진 지금, 퀸시는 드물게 언짢음이 낯 위로 올라온 상태였다.

관자놀이를 꾹 누른 퀸시가 헛웃음을 흘렸다.

“고작 사랑놀음이나 하고, 나를 등지라고 그렇게 키운 건 아닌데 말이지. 샤를…….”

샤를로트는 퀸시가 선택한, 그리고 길러낸 노하였다.

퀸시가 인정한 유일한 가족.

그런데, 그런 샤를로트가 감히 그를 배반할 생각을 하다니?

가만둘 수 없는 일이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명령하시면 당장 아가씨를 모셔올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의 눈이 있으니 그렇게는 안 된다. 다른 방법을 써야지.”

퀸시는 무언가를 생각해 보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분명 에두아르트 내부에서 샤를로트를 반길 리 없으니, 그걸 이용해야겠군. 마침 지금 에두아르트의 가신들이 수도로 올라와 있다지?”

결혼식 초대장을 돌린 것도 아닌데 가신들이 비 온 날 지렁이처럼 기어 올라온 데는 이유가 있을 터.

그들의 반대표를 조금만 부추기면 에두아르트의 결혼 발표를 방해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건국제에서 결혼을 발표한다는 명확한 정보도 손에 들어왔으니 방해하기 어렵지도 않을 테고.”

알폰소와 샤를로트가 건국제에서 결혼 발표를 하려 할 때, 가신들이 맹렬하게 반대하고 든다면 그 자리는 금세 아수라장이 될 게 분명했다.

그렇게 알폰소가 주춤한 사이, 퀸시는 샤를로트를 빼낼 생각이었다.

“이렇게 하면 적당히 눈속임도 되니 별문제는 없겠지. 에두아르트 공작은 가신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질 테고.”

“역시 주인님이십니다. 그럼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에두아르트 저택 내부의 동태를 살펴라. 샤를로트를 배척하는 방향으로 여론이 흘러가야 하니까.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 조작을 해도 좋다.”

진작 이렇게 했어야 했다며, 퀸시가 쯧 혀를 찼다.

“샤를로트는 성격이 너무 무르니 매번 내가 나서지 않을 수가 없군.”

잔악하기로 이름난 노하의 악녀에게 성격이 무르다는 표현을 쓸 수 있는 자는 오직 퀸시뿐일 것이다.

실비아는 퀸시의 너그러움에 탄복하며 에두아르트의 동태를 살폈다.

퀸시는 필요하다면 여론을 어느 정도 조작해도 좋다고 말했지만.

‘상황을 보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

집무실에 숨어든 실비아가 밖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최근 알폰소는 매일같이 ‘반대’를 외치는 이들과 머리를 맞대야 했다.

개중에서도 가장 목소리가 큰 것은 역시 루드빅 바텔레미.

“각하,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반대입니다!”

“이미 결정된 사안이다. 번복은 없다.”

“저희와 상의 한 번도 안 하시고 결정하지 않으셨습니까. 이런 중요한 일에…….”

결국 루드빅이 울상이 되었지만, 그 옆의 아르노는 퍽 유쾌한 얼굴이었다.

“각하도 참 결혼 파란만장하게 하십니다. 누가 이렇게 결혼하실 줄 알았겠습니까? 안 그러냐, 쟝?”

“쟝-자크입니다. 그리고 저는…… 각하의 뜻에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쟝-자크는 잠시 뭔가 고민하더니, 물었다.

“이게 정말 최선이라고 확신하십니까?”

“……그래. 또한 이견을 받을 생각도 없다. 더 이상 반대하면 월권으로 받아들일 테니 그리 알도록.”

마지막 말은 루드빅을 향한 것이었다.

알폰소가 먼저 자리를 뜨고, 네 명의 가신들은 조금 허탈한 표정이 되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울적한 표정으로 쿠키를 씹고 있는 세르주였다.

“왜…… 각하께서 설명도 제대로 안 해주시는 걸까. 뭔가 숨기시는 게 있나?”

“샤를로트 노하 때문이겠지. 그 여자가 각하께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게 분명해!”

“루드빅,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이대로라면 곧 우리의 안주인이 될 사람인데.”

아르노가 인상을 썼지만, 루드빅의 미간에 잡힌 주름은 풀릴 낌새가 없었다.

아무래도 알폰소가 자신들의 반대를 이렇게 강경히 일축했다는 것이 적잖은 충격을 주었던지.

“지금은 아니지. 그리고 나는 각하께서 결혼하신다 한들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그럼 또 근신을 받으시겠군요. 저는 가담할 생각이 없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디 가냐, 쟝-자크?”

“원래 마음이 복잡할 때에는 몸을 움직여 줘야 하는 법입니다.”

요컨대 수련을 하러 가겠다는 뜻이다.

쟝-자크의 말이 제법 일리가 생각했는지, 기사들이 착잡한 얼굴로 우르르 일어섰다.

세르주 역시 남은 쿠키를 입 안에 밀어 넣고 그들을 따라갔다.

덕분에 엿듣고 있던 실비아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유유히 자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가신들에게 이렇게나 반발을 샀다니, 에두아르트도 알 만하군.’

물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루드빅 하나였지만, 다른 이들 역시 이 혼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기는 매한가지인 듯했다.

내부 여론을 몰아갈 필요도 없이 상황은 샤를로트에게 나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게다가, 에두아르트 내부에서만 반대가 들려오는 것도 아니었다.

“오빠! 샤를로트 노하와 결혼이라니, 진심이야?!”

“……소피아? 어떻게 안 거냐.”

“우연히 알게 됐어.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가 지금 중요해?”

물론 우연일 것이다. 퀸시가 ‘우연히’ 소피아에게 이 사실이 전해지도록 말을 흘려 두었을 테니까.

덕분에 소피아는 알폰소를 붙들고 펄펄 뛰고 있었다.

“분명 저번에는 라베루즈랑 결혼한다고 하지 않았어? 안심하고 있었는데, 날 속이려고 그랬던 거야?”

“그런 게 아니다. 내 결혼에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분명.”

“물론 오빠가 샤를로트 노하와 결혼한다고 하면 내가 어떻게 막겠어. 하지만 내가 그 여자를 에두아르트 공작부인으로 대우할 일은 추호도 없을 테니 그렇게 알라는 거지!”

알폰소와 결혼한 여자라면 호적상 소피아에게는 새언니가 되는 셈이다.

물론 소피아와 알폰소는 사촌지간이지만, 실질적으로 남매나 다름없는 사이였으니까.

“샤를로트 노하 따위를 내 새언니로 받아들일 생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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