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울 너머의 연인-44화 (44/110)

#44.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곳 (3)

국경을 넘기 전 휴식을 취한 차이툰의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국경을 넘어 라젠의 수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낙타가 아닌 말이 모는 마차로 갈아탄 세리아나는 사막의 것과 다르게 사방이 꽉 막힌 마차 안에서 갑갑함을 느꼈다.

그새 익숙해져 버린 걸까? 차이툰의 모래바람이 그리워졌다.

“라누아, 괜찮으세요?”

“나는 괜찮아. 치아린은?”

“네, 저도 괜찮아요.”

치아린은 마차 안의 갑갑함을 견뎌내지 못했다.

라젠에서 준비해 준 마차의 내부는 장정 서넛이 앉아 가기에도 충분했으나 차이툰의 사람들에겐 감옥처럼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결국, 보다 못한 세리아나가 치아린에게 밖으로 나가도 좋다고 허락한 이후 뛰쳐나간 그녀는 수도 지척에 이른 지금까지도 마차 안으로는 단 한 걸음도 들어오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수시로 세리아나의 안전을 살피고 건강을 물어오는 통에 그녀가 외롭거나 지루할 틈은 없었다.

“서너 시간만 더 달리면 내성에 닿는다고 합니다.”

“내성을 넘으면 시내까지 얼마 걸리지 않으니까…… 오늘 저녁은 왕성에서 보낼 수 있을 거야.”

“정말 괜찮으신가요? 불편하시면 지금이라도 마차를 돌릴 수 있어요.”

“……정말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라젠에 돌아왔다는 사실보다도 자신이 라젠에서 어떤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는지 조만간 치아린이 전부 알게 될 거란 사실이 더욱 신경 쓰였다.

‘내가 이렇게 욕심이 많은 사람인 줄 몰랐어.’

자신의 비밀을 밝히고 용서를 받았을 때만 해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겼는데 아니었다.

저를 아껴주는 이들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자신으로 인해 그들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게 되었다.

“아, 라누아. 저기 성의 입구예요!”

“벌써?”

생각이 깊어지는 동안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듯했다.

세리아나는 작은 창문을 열어 가까워지는 내성을 바라보았다.

라젠을 떠날 때 보았던 모습 그대로 서 있는 벽이 음울한 회색빛으로 세리아나를 맞이해 주고 있었다.

내성의 입구에서 왕성까지 이동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외성과 다르게 내성의 검문이 깐깐해 시간을 좀 잡아먹기는 했지만 생각보다는 빠른 속도였다.

왕성에 가까워져 갈수록 숨이 조여 오는 느낌에 조금이라도 느리게 도착했으면 하고 바라던 세리아나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차이툰에서 오신 분들을 ‘미아노 궁’으로 모시라는 국왕 전하의 명이 있으셨습니다.”

일행을 맞이한 것은 황제 궁의 시종장이었다.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한 나라의 왕과 왕비가 방문했다면 라젠의 왕이 직접 마중 인사를 나오는 것이 나라 간의 예의였다.

시종장이 그들을 맞이했다는 건 명백하게 차이툰을 무시하는 행위였다.

“미아노 궁이라니……!”

바이샤의 옆에 서 있던 세리아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나라 간의 예의를 무시한 왕의 행태에도 놀랐지만 미아노 궁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시종장. 라젠의 왕이 우리에게 내어준 것이 미아노 궁인가?”

“……왜 그러시는지?”

남자의 기억 속에선 늘 주눅 들어 제대로 된 말 한마디를 뱉지 못하던 세리아나였다.

그런 그녀의 하대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남자가 얼굴을 미약하게 일그러트리며 반문했다.

“그럴 리 없어. 다시 확인해 줘.”

“아니요. 확실히 미아노 궁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걱정하지 마시지요. 깨끗하게 청소해 두었으니까요.”

남자의 눈동자에 비웃음과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 저런 눈빛이었다.

언제나, 늘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저런 눈을 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밀려드는 옛 기억에 세리아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

그녀의 상태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은 바이샤였다.

그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몸을 약하게 떨고 있는 세리아나를 살짝 안았다 놓아주며 시종장이라 자신을 소개한 남자 앞으로 다가갔다.

“라젠에선 손님 대접을 이따위로 하나 보군.”

“무, 물, 러 서, 허업!”

“시끄러우니까 닥쳐.”

바이샤가 남자의 얼굴을 한 손으로 잡아 코앞까지 끌어당겼다.

입과 코가 한 손에 가려져 숨이 막히는 듯 발버둥 치는 남자를 사납게 노려보며 그가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우리 차이툰에선 받은 만큼 돌려주는 전통이 있지. 선의엔 선의를 악의엔 악의를.”

“읍! 읍!”

“이 궁의 주인을 봐서 그 종자가 보인 무례를 이번은 용서해 주마. 하나 내 자비는 단 한 번뿐이라는 걸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거다. 계속해서 숨을 쉬고 살고 싶다면.”

마지막 말은 너무 작아 주변 사람들에겐 들리지 않았다.

오직 한 사람, 바이샤의 코앞까지 끌려왔던 남자 하나만이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크게 떴을 뿐이었다.

“주인이 손님을 맞을 생각이 없는 것 같군. 안내해. 내 라누아께선 쉬셔야 한다.”

바이샤가 손을 털자 라젠 궁의 시종장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농도 짙은 살기와 바이샤라는 남자가 주는 존재감에 눌려버린 것이다.

볼품없이 주저앉아 몸을 떠는 남자를 보는 바이샤의 눈은 차가웠다.

그의 호박색 눈동자에 사로잡혀 눈을 떼지도 못한 채 두려움에 숨을 헐떡이는 남자에게서 바이샤가 몸을 돌렸다.

“라젠의 시종들은 보기보다 약골인 모양이야.”

세리아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엔 언제 차가운 빛이 서렸었냐는 듯 다정함이 가득했다.

치아린의 부축을 받으며 서 있던 세리아나는 바이샤가 내민 손을 잡고 그에게 기대어 옛 기억을 털어버렸다.

“카얀.”

“조치하겠습니다.”

카얀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남자를 일으켜 세워 귓가에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게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남자에게 좋은 말은 아니었는지 그렇지 않아도 하얗게 질려 있던 얼굴이 시체처럼 파랗게 변해버렸다.

“아, 안내 하겠, 스, 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를 따라 황제 궁을 들락거렸지만 시종장이 저렇게 굽신거리는 모습을 세리아나는 처음 보았다.

조금은 당황하며 마차에 다시 오른 세리아나는 미아노 궁으로 향했다.

미아노 궁의 외관은 훌륭했다.

그러나 아주 자세히 살펴보면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군데군데 훼손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집사장은 미아노 궁에 관한 이야기가 세리아나의 입에서 흘러나올까 안내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달아났다.

차이툰의 시종들이 가져온 짐을 풀고 방을 정리하는 것을 지켜보며 세리아나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설마설마했지만 머무를 궁 하나만을 내어주고 시중을 들거나 안내를 해줄 이들을 보내주지 않을 줄을 몰랐다.

노골적인 무시와 적의에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죄송해요, 쿠드라.”

“이곳의 정체를 당신은 알고 있는 것 같군.”

짐이 정리될 때까지 궁의 로비에 놓인 소파에 앉아 있던 바이샤가 세리아나를 바라보았다.

사람의 손을 탄 적 없는 것처럼 보이는 가구에서 새것의 냄새가 났다.

“미아노 궁은…… 폐궁이에요.”

말의 첫머리에 달라붙었던 조금의 죄책감은 ‘폐궁’을 말하며 사라졌다.

이후 라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문제라 할지라도 차이툰에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숨기지 않고 말해야 했다.

그녀는 이제 차이툰의 라누아였으니까.

“폐궁?”

“죄를 저지른 왕족을 유폐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곳이에요.”

미아노 궁은 황제 궁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아주 작은 궁이었다.

작다고는 해도 어지간한 대저택만 한 규모이기는 했으나 이곳은 본래 죄를 지은 왕족을 가두는 용도로 사용되어 오던 궁이었다.

급하게 마련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가구와 대충 손본 외관을 보고 어렴풋하게 짐작은 하고 있던 바이샤가 한쪽 눈썹을 쓰윽 밀어 올렸다.

“마지막으로 유폐되었던 왕족이 죽은 후 십 년 정도 비어 있었던 궁이에요. 언제…… 용도를 바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라젠을 떠나던 때까지는 확실하게 폐궁이었어요.”

“아주 깜찍한 짓을 해주시는군.”

“네?”

“아니, 당신에게 하는 말이 아니야.”

자신과 세리아나를 조롱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바이샤는 세리아나의 손을 잡아 그 손등에 입을 맞추며 말을 돌렸다.

이쪽에 좋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을 거라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치졸한 방법을 쓰다니.

‘거기다 표면적이기는 해도 세리아나는 왕녀일 텐데 고국으로 돌아온 딸을 폐궁에 머물게 한다라……. 대체 얼마나 멍청한 거지?’

이번 대륙회의에 자신을 초대하며 세리아나에게 따로 동행을 요구한 것은 ‘비밀’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이렇게 바이샤에게 의심의 여지를 주어선 안 되었다.

“규모도 적당하고 숨어들어 있는 쥐새끼를 제거하지 않아도 되니 결과적으론 우리에겐 아주 좋은 조건이야.”

“하지만…….”

“정말이니까 그렇게 울 것 같은 얼굴 하지 마.”

“네.”

침실이 정리되었다는 소식에 자리에서 일어난 바이샤가 세리아나의 몸을 번쩍 들어 안았다.

다른 부분들보다도 부부 침실을 먼저 정리했다는 소식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걸려 있었다.

“한 가지는 아쉽군.”

“어떤?”

“음식. 모처럼 당신 입에 맞는 음식들을 포식할 기회였잖아. 시종이 없는데 요리사가 있을 리 만무하고.”

세리아나를 안은 채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가기 시작한 바이샤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말을 이었다.

“모처럼이니 당신의 살을 좀 찌워서 돌아갈 생각이었거든.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 몇은 우리 요리사에게 배워두라 일러둘 셈이었고.”

“아…….”

“아쉽지만 기회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 거기다 연회도 열린다고 하니 왕실 요리사의 솜씨를 볼 수 있겠군. 마음에 들면 말해. 차이툰으로 돌아갈 때 데려가도록 하지.”

“왕실에 고용된 사람들은 함부로 빼내 갈 수 없어요. 요리사는 특히요.”

믿을 수 있는 요리사는 구하기 힘든 인재였다.

위장에 강철을 두르지 않는 이상 귀족들 역시 평민들과 마찬가지로 먹고 마셔야만 하는 인간들이었다.

그래서 귀족들은 자신이 먹을 요리에 목숨이 오갈 장난질을 치지 않을 요리사를 구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 그렇게 어렵게 구한 인재를 심지어 왕실에서 쉽게 내어줄 리 만무했다.

“당신의 남편을 믿어.”

정 안 될 것 같으면 납치라도 할 테니까.

바이샤는 뒤의 말을 속으로 삼키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의 아내는 삼킨 말을 뱉는다 하더라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녀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한 농담 정도로 여길지도 모른다.

‘그럼 그걸로 좋은 거지.’

바이샤는 그의 라누아에게 자신의 사나운 모습을 보일 생각이 없었다.

평생을 함께해야 할 아내에게 나쁜 모습을 보여 겁먹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뭔가 좀…….’

세리아나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 라누아라서?

무언가를 놓친 듯한 기분에 잠깐 주춤거린 바이샤가 그보다 한발 앞서 나온 카얀이 열어준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생각 하나를 놓친 것 같았지만 중요한 것이라면 언제고 다시 떠오를 것이다.

“다른 왕국에서 온 손님들은 비체라온 궁에서 머물고 있겠군.”

“아세요?”

“당신을 맞이하러 왔을 때 잠깐 머물렀으니까.”

“아……!”

세리아나는 바이샤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거울 속 남자가 현실로 튀어나와 그녀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꿈을 꾸는 게 아닐까 의심했었던 그때. 떠올리기만 해도 그날 정원 가득 피어있던 꽃의 향기가 코끝을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당신과 함께 다시 올 줄은 몰랐군.”

두 번 다시 돌아올 생각이 없었던 곳으로의 귀환. 아니 이것을 귀환이라고 불러야 할까? 이곳엔 세리아나가 머물 공간이 없었다.

그녀를 기다리는 이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이라 불러야 하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지?”

“바이샤와 같은 생각이요. 다시 돌아오게 될 줄 몰랐거든요. 그것도 당신과 함께.”

“우리 모두에게 예상치도 못한 일이로군.”

“네.”

어느새 문이 닫힌 방 안에는 바이샤와 세리아나 단 두 사람뿐이었다.

그의 품에서 내려와 침대에 걸터앉은 세리아나는 가까이 다가오는 바이샤의 모습에 살짝 눈을 감았다.

침대의 매트리스가 꺼지는 것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뜨거운 입술이 닿아 왔다.

능숙하게 입술을 파고든 숨결에 세리아나가 몸을 떨었다.

살짝 돋은 소름과 몸 안 깊숙한 곳에서 올라온 열기가 섞여 그녀의 눈가에 눈물로 맺혔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딱 하나 차이툰보다 좋은 게 있더군.”

“……네?”

떨어진 입술이 아쉬워 눈을 뜬 세리아나가 잡아먹을 듯 저를 바라보고 있는 바이샤를 발견했다.

코앞에서 이글거리는 호박색 눈동자에 빨려들 것만 같았다.

“욕실이 넓더군.”

“욕실이요?”

“사람 대여섯이 들어가도 될 만한 너른 욕조가 마음에 들었어.”

세리아나는 바이샤가 무슨 의도로 욕실을 입에 올렸는지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욕실도 깨끗하게 정리했다고 하더군.”

“네?”

“말하자면 이런 거야.”

“자, 잠깐만요 바이샤!”

어느새 풀려 버린 어깨끈이 세리아나의 팔을 타고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그 바람에 깜짝 놀라 몸을 움츠린 세리아나는 그녀를 다시 번쩍 안아 든 바이샤의 얼굴에 어떤 의도가 선명히 드러나는 것을 보며 얼굴을 붉혔다.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

“무, 무엇을요?”

“당신이 지금 생각하는 그거.”

바이샤의 걸음이 욕실로 향하는 것을 알아챈 세리아나가 그의 품에서 작게 발버둥을 쳤다.

아직 짐을 다 풀지도 못했는데 일을 치를 수는 없었다.

“바이, 샤. 잠시만요. 아직 짐 정리가……!”

“그건 우리의 일이 아니야.”

수증기가 가득한 욕실 안으로 들어온 바이샤가 욕조를 발견했다.

폐궁이지만 왕족이 머물던 곳인지라 곳곳에 이런 사치스러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는 세리아나를 품에 안은 채 뜨거운 물이 가득한 욕조를 바라보았다.

대리석을 통으로 깎아 널찍하게 만들어 놓은 욕조 가득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돌아가면 욕실을 하나 만들어야겠어.”

“왜, 왜요?”

“글쎄? 왜라고 생각해?”

바이샤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세리아나를 안고 욕조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가 몸을 담갔다.

무엇 때문인지 욕조 바닥 한가득 작고 둥근 두크란이 깔려 있었다.

“두크란 덕분에 욕조 안의 물도 정화되겠군. 사치스러운 목욕이야.”

바이샤는 세리아나의 귓불에 입을 맞추고 그 아래로 입술을 내려 그녀의 귀 끝에 매달린 두크란을 깨물었다.

귓가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세리아나의 몸이 흠칫 떨려왔다.

그는 귀걸이 아래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입술을 묻으며 한쪽 손을 움직여 물에 젖은 세리아나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물에 젖어 세리아나의 피부에 달라붙었던 옷가지들이 하나둘씩 빠르게 흘러내렸다.

몸을 감추려는 듯 그에게 바싹 몸을 붙여 오는 세리아나의 뺨이 붉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은 바이샤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조만간 진짜로 오아시스의 궁에 부부 전용의 욕실이 생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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