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사냥대회 (10)
“어떻지?”
치료사가 세리아나의 상처를 돌보는 동안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고 있던 바이샤가 질문했다.
모든 처치를 마치고 세리아나의 발목에 붕대를 감은 치료사가 한발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조아렸다.
“화상은 심하지 않습니다. 사용하신 약의 처치도 좋았구요. 조만간 전부 아물 것입니다.”
“발목은?”
“그냥 물리기만 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물고, 당긴 상처죠.”
확인하려는 듯한 치료사의 말에 세리아나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갈이 잡아당기기도 했지만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동안 아마 상처가 더 심해진 듯했다.
“죄송합니다, 라누아. 발목엔 흉이 남을 겁니다. 제 실력으론 그 흉터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아니, 괜찮아.”
라젠의 다른 귀부인이나 귀족 영애들이 들었다면 까무러칠 일이었지만 세리아나는 고개를 저으며 치료사를 다독였다.
목숨을 잃을 뻔한 위험을 고작 상처 하나로 넘겼으니 오히려 다행한 일이었다.
“바르는 약과 먹는 약, 두 가지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
“라누아의 상처를 살필 기회를 주시어 제가 영광입니다. 쿠드라께선 상처가 생겨도 내버려 두시는 데는 도가 트신 분이라…….”
“……라누아의 상처를 보라 했지 내 흉을 보라고 한 적은 없다.”
“저는 사실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끝났으면 나가 봐.”
“물러갑니다.”
세리아나에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반대로 제법 뻔뻔하게 바이샤에게 인사를 마친 치료사가 물러갔다.
허물이 없어 보는 두 사람의 모습에 세리아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또 궁금한 게 생긴 얼굴이군.”
“아, 그게 아니라…….”
“그 얼굴이 귀여워서 하는 말이니 사과는 하지 마.”
“……네에.”
이것이 라젠에서와 다른 또 다른 점이었다.
그곳에선 그 어떤 표정도 들켜서는 안 됐다.
어떤 얼굴을 하고 있던 물어뜯기기 딱 좋은 곳이었으니까. 그러던 그녀가 차이툰에 와서는 아주 사소한 것에도 다양한 얼굴을 하게 되었다.
아무도 저를 욕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것이 바뀌었다.
“어렸을 때부터 내 몸을 봐주던 치료사야. 돌아가신 아버지도 저자에게 잔소리를 꽤 들었지.”
“가까운 분이셨네요.”
“그냥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말이 많은 늙은이야.”
세리아나의 이마에 입을 맞춘 바이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의 연둣빛 눈동자에서 아쉬움이 뚝뚝 흘러넘쳤지만 바이샤는 애써 그 눈빛을 무시했다.
지금 그의 아내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다.
“씻고 싶겠지만 당분간은 참아야 해. 상처에 물이 닿으면 안 되니까.”
“네…….”
“시녀들에게 물수건을 준비하라 말해두었으니 우선은 쉬시길, 나의 라누아.”
“……저녁에…… 와주실 건가요?”
세리아나의 입장에선 상당한 용기를 낸 물음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린 바이샤의 입술 끝이 보기 좋게 위로 휘어졌다.
“당연히.”
“네.”
환하게 밝아진 세리아나의 볼을 아쉬운 듯 손끝으로 쓰다듬은 바이샤가 방을 나섰다.
깨끗한 물이 담긴 대야와 수건을 챙긴 시녀들이 대기하듯 복도에 서 있었다.
“정성을 다해 너희들의 주인을 모셔라.”
말이 없는 시녀들이 고개를 숙인 후 방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바이샤 곁으로 카얀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치아린은?”
“……좀 울었습니다.”
“난동도 좀 피웠겠지.”
“…….”
“수면향을 썼나?”
“한숨 푹 자고 나면 열이 식을 겁니다.”
치아린의 불같은 성격을 두 남자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녀를 달래느라 고생했을 카얀의 어깨를 두드린 바이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누아의 실종 때문에 그동안 얼어붙어 있던 궁이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카얀은 복도를 오가다 그들의 왕을 발견하고 고개를 숙이는 이들의 얼굴이 밝은 것과 반대로 딱딱하게 굳어 있는 바이샤의 모습을 살폈다.
그의 주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카얀.”
“네, 쿠드라.”
“라젠에 심은 이들이 추가로 가지고 온 소식은?”
“아직 깊게 파고들지 못해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정보 수집은 할 수 있다는 소리군.”
“네.”
바이샤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카얀은 주인의 다음 말을 기다리며 묵묵히 그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쟈캄에게선 다른 소식이 없나?”
“라젠의 왕실을 직접 파고들어야 하다 보니 누라비가 뿌린 눈보다 정보 수집이 더딥니다. 지난번 라누아의 활에 관해 빠른 소식을 전할 수 있었던 것도 천운이 따랐다고 하더군요.”
“너희 형제 중 제일 엄살이 심한 녀석이 하는 말이니 순순히 믿어 줄 수가 없군.”
“죄송합니다.”
사과하는 이도 받는 이도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말을 주고받았다.
그저 해본 소리라는 것을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쟈캄에게 라누아께서 라젠에서 어떻게 지내오셨는지 확인하라고 해.”
“……라누아의 정보를요? 활에 관한 것이라면 더는 찾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활이 아니다. 모든 것이지.”
“모든 것…… 말씀입니까?”
“그래.”
의아해하는 카얀과 다르게 바이샤의 얼굴은 심각했다.
이전까지는 그녀의 효용 가치만을 따지느라 세리아나의 과거 같은 건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알고 싶어졌다.
그녀는 종종 자신의 어린 시절을 궁금해하는 듯하면서도 먼저 질문하지 못했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말하지도 않았다.
조금 전만 해도 그랬다.
치료사와 무슨 사이인지 궁금해하면서도 먼저 묻지는 않는다.
그것이 국가의 일급 기밀도 아닌데 마치 자신에겐 그런 것을 물을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구는 것이 이상했다.
‘……내 라누아시니 일급 기밀을 들어도 상관은 없지 않나?’
잠시 생각이 딴 길로 새는 것을 느낀 바이샤가 서둘러 잡생각을 털어냈다.
“세리아나 위니 다르미안에 대한 정보를 가져와. 깊게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가벼운 것들이라도 상관없다. 알아낼 수 있는 한 최대한 빨리, 많은 정보를 가져오라고 해.”
왕녀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소극적인 여인, 명령을 내리는 것보다 부탁이 쉬운 여자, 너무나도 쉽게 고마움을 표하고 미안하다 사과하는 세리아나.
그것이 이상했다.
바이샤는 본능적으로 무언가 자신이 놓친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최대한 빠르게 알아내야만 한다.
“최대한 빨리. 서두르라고 해.”
“명을 받습니다.”
그것을 끝으로 입을 다문 바이샤가 걸음을 빨리하기 시작했다.
붉은 깃의 화살을 미간 사이에 박은 라갈을 처리해야 할 시간이었다.
* * *
이틀 뒤, 바이샤의 품 안에서 깨어난 세리아나는 영문도 모르는 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붉은색으로 꾸며졌다.
세리아나가 설명을 요구했지만 치아린이 아직 복귀하지 못한 탓에 사정을 설명해 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결혼식 이후 이렇게 과하게 단장한 것은 처음이라 눈을 깜빡이며 무슨 일인지 눈으로 묻는 그녀를 바이샤는 모르는 척하며 크게 기지개를 켰다.
거대한 육식 짐승이 휴식을 취하듯 나른한 얼굴로 늘어져 있던 바이샤는 세리아나의 단장이 끝나자마자 그녀를 품에 안고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걷게 할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던지 신발조차 신지 못하게 한 바이샤는 웃고 있었다.
세리아나는 손끝까지 내려오는 팔랑이는 소매와 발끝을 가리고도 한참이나 더 아래로 늘어진 치맛자락을 만지작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이렇게 급하게 움직이는 것일까? 궁금했지만 일부러 눈을 피하는 것이 분명한 바이샤의 모습에 질문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걸어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거대한 바위 하나를 통으로 깎아 세운 제단 앞이었다.
고개를 한참 젖혀 올려다봐야 하는 제단 앞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바이샤? 이건…… 무슨 일인가요?”
“사냥대회의 승자가 헬라임께 제물을 올리는 제단이야.”
“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사냥대회 중에 일을 당했다.
그사이 우승이 정해진 걸까? 조금 우울한 얼굴로 사람들의 모습을 살피던 세리아나는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자라하와 입을 꾹 다문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아눌라를 발견했다.
‘자라하가 우승한 건가?’
검은 바위로 이동하기 전 보았던 자라하의 모습을 떠올린 세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쉬웠지만 아눌라가 우승이 아닌 것으로 만족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제단 위에서부터 아래로 천천히 붉은 천이 내려와 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붉은 길은 신에게로 향하는 길이었고 그것은 쿠드라와 라누아에게만 허락된 길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세리아나가 눈을 크게 떴다.
온몸을 검은색으로 감싼 시종 두 사람이 양쪽 끝을 잡고 천천히 바닥에 깔기 시작한 천이 인파를 가르고 쭉 이어져 마침내 세리아나를 안고 있는 바이샤 앞에 닿았다.
“우승을 축하해.”
“바이샤?”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이 분명한 세리아나를 안고 바이샤가 붉은 길 위를 걷기 시작했다.
바이샤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길가에 선 이들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우승이라뇨?”
“그대가 잡은 라갈이 이번 사냥대회의 사냥감 중 가장 크고 사나운 녀석이었거든. 그러니 나의 라누아께서 이번 대회의 우승자가 되는 건 당연하지 않나?”
바이샤는 눈조차 깜빡이지 않고 이를 악문 채 세리아나를 노려보는 아눌라를 힐끗 바라보았다.
명예를 아는 전사라면 하지 않았을 짓을 꾸미느라 아무것도 잡지 못한 아눌라에게 치욕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는 더욱 보란 듯 세리아나를 안은 팔에 힘을 주고 오직 제 아내만을 위해 미소지었다.
“본래라면 당신 혼자 이 길을 걸으며 영광을 누려야 했지만 그 발로 걷게 할 수는 없으니까.”
“감사, 해요.”
“인사를 받자고 한 일은 아니지만, 정 감사를 표하고 싶으면 어서 빨리 나아. 얌전히 안고만 자려니 힘들거든.”
이제는 제법 그의 말을 빠르게 알아듣는 세리아나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바이샤는 그런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고 제단으로 향하는 계단 위에 발을 올렸다.
이 제단 위에 라누아가 오르는 것이 얼마 만이더라? 그런 생각을 하는 바이샤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제사를 무사히 마친 세리아나는 다시 바이샤의 품에 안겨 자신의 방이 아닌 ‘라누아의 홀’로 이동했다.
바이샤가 정무를 보는 ‘쿠드라의 홀’과 등을 진 형태로 만들어진 ‘라누아의 홀’은 라누아가 공식적인 업무를 보는 장소였다.
그녀를 내려놓은 바이샤가 떠나고 홀의 가장 상석에 앉은 세리아나는 아눌라를 맞이했다.
세리아나의 부름을 무시할 수도 있었겠지만 ‘라누아’의 이름으로 불러들인 이상 아눌라가 거부할 힘은 없었다.
조금 전 사냥대회의 승자로 바이샤의 품에 안겨 제단에 올랐던 세리아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탓인지 아눌라의 헤이즐넛 색 눈동자가 잔뜩 성이나 있었다.
“시카의 아눌라가 인사하는 법을 잊은 모양이구나.”
“저를 비웃으려고 부르신 겁니까?”
“지금 네가 해야 할 말은 그것이 아니다.”
세리아나는 최대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앉아 바이샤의 모습을 흉내 내려 애쓰고 있었다.
이렇게 높은 자리에 앉아 누군가를 내려다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모든 상황이 불편했지만 그의 곁에서 라누아로 살아가기 위해선 이런 일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세리아나는 바이샤의 위엄을 조금이라도 흉내 낼 수 있기를 바라며 어딘가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홀의 거대한 기둥 뒤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전사들이 나타나 들고 있던 창대로 아눌라의 무릎 뒤를 강하게 내려쳐 억지로 무릎을 꿇게 했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소리를 지른 아눌라는 곧 다른 방향에서 나타난 또 다른 전사가 날카로운 창끝으로 목을 겨눈 것을 보며 신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바이샤가 임시로 임명한 라누아의 호위 전사였다.
후보 중 성적이 가장 좋은 세 사람을 뽑아 세리아나를 지키라고 명한 것이다.
지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나머지 한 명의 전사 또한 어딘가에 몸을 숨긴 채 아눌라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었다.
라누아의 호위 전사로 교육받은 그들은 모두 여자였으나 검은색 천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부를 감싸고 있어 쉽게 성별을 짐작할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정식 호위로 뽑히게 된다면 그들의 얼굴을 가린 검은 베일은 붉은색 베일로 교체될 것이며 세리아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게 될 것이었다.
“인사는?”
세리아나는 기다란 소매로 가린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긴장한 탓인지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여기서 그런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세리아나는 이 홀까지 그녀를 직접 안고 와 라누아의 자리에 내려놓고 옷자락을 정리해 주던 바이샤의 얼굴과 그의 말을 떠올렸다.
[잊지 마, 세리아나. 당신은 나와 이 차이툰의 라누아다.]
쿠드라와 나란히 설 수 있는 유일한 사람. 그것이 바로 세리아나, 자신이었다.
“……시카의 아눌라, 라누아……께 인사 올립니다.”
아눌라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세리아나가 손끝을 움직였다.
그녀의 모습에 아눌라를 압박하던 전사들이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라누아께선 보기완 다르게 거친 방법을 선호하시는 듯하군요.”
“예의를 가르친 것뿐이다.”
“그러십니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세리아나를 올려다보는 아눌라의 얼굴이 굴욕감으로 터질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런데 꼭 쿠드라처럼 말씀하고 계시네요. 그분의 흉내를 내려 하십니까?”
“……그대가 궁금하게 여겨야 할 것은 내 말투가 아니라 이 자리에 불려온 이유일 텐데?”
굴욕적으로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을 빠르게 잊은 아눌라가 웃으며 세리아나의 말에 대꾸했다.
아니, 잊은 것은 아닐 것이다.
웃고 있는 얼굴과 다르게 그녀의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세리아나의 목을 조를 것처럼 매섭게 빛나고 있었으니까.
“람이 죽었다.”
“네, 저도 오늘 아침에 들었습니다. 자살이라지요?”
“내게 해줄 말이 없나?”
“람의 일은 시카의 후계자로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감히 그런 불순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상상도 하지 못했던 저의 불찰입니다.”
“불찰이라…….”
“죄를 뉘우칠 기회도 마다하고 자결하다니, 시카의 다음 주인으로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자살한 것인가? 자살을 당한 것인가?
답은 죽은 람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리아나는 오늘 아침, 무표정한 얼굴로 람의 자살 소식을 전해준 바이샤도 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정말 책임을 느끼나?”
“네.”
“그리 생각한다면 나의 명에 순순히 따를 수 있겠군.”
세리아나가 자신의 말꼬리를 잡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듯 아눌라의 눈동자에 경계심이 드러났다.
바이샤가 일을 덮는 것에 동의했기에 세리아나 역시 입을 다물 것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예상치 못한 보복에 아눌라가 입술을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