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8화
다음 날 아침, 캐롤라인은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빛에 눈을 떴다.
옆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다. 시트가 서늘한 걸 보니 나간 지 꽤 오래된 모양이었다.
캐롤라인은 침대 위를 데구르르 굴러다니다가 이불을 코끝까지 올려 덮었다. 그러자 이불에서 프레져의 향기가 옅게 느껴졌다.
“보고 싶다…….”
잠들 때까지 함께 있어서 그런가, 텅 빈 자리가 유난히 공허하게 느껴졌다. 그의 출근이 이렇게 아쉬울 줄 알았다면 조금만 더 늦게 잠들걸.
매일매일 그와 함께 잠들고 또 같이 일어난다면 잠깐의 이별이 아쉽지 않을 텐데…….
“좋았어.”
캐롤라인은 무언가 결심한 듯 힘차게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 * *
외출 준비를 마친 캐롤라인이 향한 곳은 헌티드 백작저였다.
백작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린 그녀는 문지기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주의하며 저택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백작저를 떠났던 게 시한부 판정을 받은 직후였으니, 꼬박 3년 만의 방문이었다. 그러나 긴 세월이 무색하게도, 헌티드 저택은 바뀐 게 없었다.
여전히 높다란 담벼락과 그 뒤를 웅장하게 감싸고 있는 나무,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는 분위기까지. 모든 게 예전 그대로였다. 이에 캐롤라인은 저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런 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프레져를 믿게 된 이유는 그가 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헌티드 저택은 아니었다.
이전과 달라진 게 조금도 없는 곳에서 과연 잘 버틸 수 있을지, 과연 과거의 기억을 안고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캐롤라인은 걱정이 되었다.
쇳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린 건 그때였다. 머지않아 거대한 짐마차 한 대가 헌티드 저택을 빠져나왔다.
“오늘이 월요일이니까…… 식료품이 들어오는 날이구나.”
지금이 오전 11시가 넘었으니 물건 납품은 모두 끝났을 테고. 마부는 다른 거래처에 들르기 위해 말머리를 돌리는 중일 터였다.
캐롤라인의 예측이 맞다는 걸 증명하듯, 마차는 사과 한 알을 길바닥에 떨어뜨리고 지나갔다.
“이거!”
떨어뜨렸는데.
캐롤라인은 바닥에 떨어진 사과를 다급히 집어 들었으나, 마부가 그녀의 외침을 들었을 리 없었다. 마차는 매캐한 흙먼지를 일으키며 저택에서 멀어져 갔다.
“어떡하지.”
캐롤라인은 점점 멀어져 가는 마차의 뒷모습을 황망히 바라보다 저택 대문 쪽으로 눈을 돌렸다.
강철로 만들어진 대문은 무게 때문인지 이제야 서서히 닫히는 중이었다. 그 탓에 밖에서는 정원 중앙 쪽 풍경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와…….”
문틈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캐롤라인은 감탄했다. 그녀의 눈동자를 닮은 보라색 풀꽃들이 잔디에 가득 피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후원에 꽃도 엄청 많이 심어 놨어.’
‘꽃은 원래 많았잖아요.’
‘당신이 좋아할 법한 꽃들로 싹 바꿨다는 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