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마차에 탄 캐롤라인은 창밖 한번 내다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드디어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바깥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드디어…….”
로우밸리로 돌아가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까? 마을의 아름다운 전경을 구경하고 싶었고 또 2층의 제 방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기도 했다. 이제 여름이니 바구니를 들고 잘 익은 자두를 따러 가고 싶었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싶고, 그러다 심심해지면 다른 곳으로 여행도 떠나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고르질 못할 지경이었다.
그러는 사이 마차는 빠르게 달려 힐롱 부부의 꽃집 앞에 도착했다. 수술 이후, 혼자 다니는 것이 제법 익숙해진 그녀였다.
“엄마!”
캐롤라인은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이디나의 목을 꼬옥 껴안았다. 당황한 것도 잠시, 이디나는 캐롤라인의 등을 쓸어내리며 미소 지었다.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그럼요.”
“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애런이 사이좋게 껴안고 있는 모녀 사이에 끼어들었다.
“너는 또 나만 쏙 빼놓는다?”
“유치하게 무슨 소리야. 그런 적 없어.”
“아니야. 너 나 따돌렸어. 분명히 저번에도 나만 빼놓고 어머니랑, 읍-.”
한탄을 늘어놓으려는 애런의 입을 캐롤라인의 손이 틀어막았다. 그녀는 애런의 입을 막은 손을 떼지 않은 채 오늘 홉킨스 박사가 해 준 말을 그대로 두 사람에게 전했다. 판막이 자리를 잘 잡았다는 것부터, 앞으론 반년에 한 번만 검사를 받으면 된다는 말까지. 캐롤라인의 말이 이어질수록 이디나와 애런의 얼굴은 안도감과 벅찬 감동으로 물들어 갔다.
“정말이지? 거짓말 아니지?!”
어느새 캐롤라인의 손을 떼어 낸 애런이 격양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거짓말을 왜 해.”
“잘됐다. 정말 잘됐다.”
“이제 고생은 끝났구나, 캐롤라인.”
꼭 닮은 두 쌍의 눈동자에 물기가 어렸다. 캐롤라인은 지금이 되어서야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우리 이제 집으로 돌아가요. 로우밸리로요.”
잘 익은 태양이 능선 위로 얼굴을 내미는 곳. 맑은 시냇물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곳, 로우밸리. 상상만 해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그곳이 캐롤라인의 집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백작저는 그녀의 집인 적이 없었다. 캐롤라인은 그 아름답고도 썰렁한 저택에서 단 한 번도 편하게 지낸 적이 없었으니까.
‘프레져에겐 그곳이 집이구나.’
그는 백작저에서 편안함을 느낄까? 아니면 자신처럼 적응하지 못해 겉돌고 있을까?
‘그럼 부모는 뭘 하는데요?’
‘확인을 하지.’
‘…….’
‘잘 크고 있나, 어디 부족한 곳은 없나, 이런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