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녀가 떠난 뒤에 남겨진 것 (40)화 (40/156)

#40

프레져는 호텔 로비에 있는 기둥에 머리를 기댄 채 캐롤라인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편한 대로 생각하고 오해해요. 늘 그래 왔던 것처럼.’

굳이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빗속에서의 장면이 반복해서 재생됐다. 캐롤라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둥둥 울렸다.

‘말없이 도망친 주제에 누굴 탓하는지.’

분명 잘못한 건 캐롤라인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리 허망하게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꼭 무언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처럼.

‘내가 모르는 게 있는 건가.’

설령 제게 숨기는 게 있다고 할지언정 그래서는 안 됐다. 자신은 그녀의 남편이 아닌가. 자신이 옆에 없었던 것도 아니고. 기회가 수도 없이 많았는데 알리지 않은 그녀의 잘못이 컸다.

‘오늘 시 낭송회를 다녀왔다 들었는데. 재밌었나?’

‘아……. 네.’

‘별일 없었고?’

‘그럼요. 늘 똑같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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