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녀가 떠난 뒤에 남겨진 것 (36)화 (36/156)

#36

‘여전히 아름답구나.’

공연장의 모든 조명을 모아 둔 것보다 빛나는 안젤라를 보며 캐롤라인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착잡한 감정은 잠깐이었다. 캐롤라인은 순식간에 안젤라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나는 핑거톤을 너무 사랑해. 분명 그이도 나와 같은 마음이겠지?”

버터플라이는 다른 나라에서 온 귀족인 핑거톤을 몹시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핑거톤을 사랑하는 만큼 그 역시 자신을 사랑할 거라 믿는다. 그가 국적과 신분의 벽을 뛰어넘고 결혼을 승낙해 줬기 때문이다.

“드디어 핑거톤과 결혼을 할 수 있게 됐어!”

그러나 행복에 겨워 춤을 추는 버터플라이와는 달리, 핑거톤 쪽의 분위기는 험악하기만 하다.

“이봐, 핑거톤. 곧 결혼식인데 그렇게 술만 마셔도 되는 거야?”

“까짓 결혼식, 기분만 내는 거지. 난 버터플라이한테 마음이 없어. 이 좁아터진 나라에 있는 동안 재미나 보려고 하는 거지.”

핑거톤은 버터플라이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 제 진짜 연인과 결혼을 할 생각이다.

“버터플라이가 내 ‘진짜’ 아내가 된다고? 하, 웃기는군! 이건 나한테 가극일 뿐이야. 인형을 데리고 노는 놀이에 불과하다고!”

버터플라이가 속한 세상은 핑거톤에겐 너무도 작고 초라한 것이기에.

무대를 쳐다보는 캐롤라인의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

1막은 순식간에 끝나고 홀로 남겨진 버터플라이가 나타났다. 2년이라는 세월은 순식간에 흘러가 버렸다.

“버터플라이 님, 핑거톤 님은 영영 오시지 않을 거예요.”

“그런 말 마! 핑거톤 님은 다시 내게로 돌아오실 거야. ‘나비야, 나의 나비!’라고 노래하며 다시 내 앞에 나타나실 거라고!”

버터플라이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아리아를 불렀다. 그러나 고국에 돌아간 핑거톤은 이미 제 애인과 결혼한 뒤였다.

버터플라이는 굳은 믿음으로 2년을 기다렸다. 꿈을 짓밟는 불신의 말이 쏟아질수록 그녀는 더욱 열심히 살았다. 날갯짓하는 나비처럼 움직였다.

“핑거톤은 돌아올 거야. 그이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데.”

캐롤라인은 애처롭게 외치는 버터플라이를 보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백작님은 오늘도 바쁘셔? 통 안 보이시네.’

‘일이 워낙 바쁘니까. 그래도 날 얼마나 챙겨 주는데.’

‘…정말?’

‘그럼. 이렇게 예쁜 목걸이도 주셨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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