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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배의 꽃-63화 (62/94)

<☆63>깜

“팬티 적시면 안 되니까, 치마 들어 봐.”

내 말에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결국 자신의 드레스를 양손으로 잡아 들었다. 나는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구두 위를 쓸다가 다리를 붙잡고 천천히 입술로 애무했다. 응. 그녀가 신음하는 소리가 홀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와 뒤섞여 훨씬 감미로웠다.

그녀를 여기서 갖는 것을 잠시 상상하면서 그녀의 팬티 위를 입술로 오물거렸다. 그녀가 내 입술 위에서 허리를 움직였다. 참으려는 듯 허리가 달달 떨렸지만 그녀는 이런 걸 잘 못 참는 편이었다. 모든 걸 잘 참는 그녀가 성적인 쾌락만은 못 참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즐거웠다. 그녀는 내가 주는 쾌락에는 약했다. 아주, 많이.

그녀를 여기서 갖고, 그녀의 안에 내 씨를 뿌리고, 그녀가 팬티를 내 정액으로 잔뜩 적신 채 피로연장에 들어가는 걸 잠시 상상했지만 곧 역해졌다. 나는 실리가 성적으로 흐트러진 모습을 누군가가 보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팔에 소름이 돋고 심장에 칼날이 스친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때의 그녀는 너무 관능적이었다. 그런 실리를 보는 남자가 있다면 나는 그 눈을 도려낼 것이다. 그가 왕이든 뭐든 상관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녀의 남자니까.

그녀의 팬티를 벗겨서 손에 쥐여 주었다. 그녀가 팬티를 움켜쥔 채 신음했다. 음부에 코를 묻고 입술로 빨아들이자 그녀의 몸이 가볍게 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왈칵 쏟아지는 애액. 나는 이 맛이 좋다. 그녀의 맛을 입 안으로 받아들이면서 입구를 혀로 쓸어 주었다. 그리고 안쪽으로 혀를 집어넣어 질척하게 젖은 곳들을 청소했다. 아니 청소하는 척 더 괴롭혔다. 그녀의 몸이 휠 때, 부르르 떨 때마다, 그녀의 아래에 입을 대고 쏟아지는 것을 받아 마셨다. 그녀가 수치스러워서 덜덜 떠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쾌락으로 좋아한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안으로 혀를 넣어 주자 그녀가 어쩔 줄 모르고 피하는 척하다 꼭 조여 왔다. 나는 이 안을 안다. 그녀의 성실하고 우직한 겉모습과는 달리 음탕한 교태로 가득한 안을. 내게 늘 정액을 조르며 음란하게 조여드는 이곳을. 그녀의 안은 평소의 내 것과는 달리 짧고 두께도 얇은 혀에 부족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녀의 허리가 애달프게 휘어졌다. 그래도 애액은 질질 흘러나왔다. 그건 모두 입 안으로 감로수처럼 흘려 들어와 내 배 속에 고였다.

그녀의 몸이 조금 늘어진 것을 느끼며 치마 안에서 나왔다. 그녀는 벽에 기댄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란 듯이 내 입가에 묻은 액체를 먹어 치우자 그녀가 픽 웃었다. 평소와는 달리 솜털이 날아가는 것 같은 웃음이었다. 마음에 말랑한 것이 들어찬 기분이 들었다.

♡  열한 번째 앞장. 달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

아침이 눈부셨다.

등 뒤에서 나를 끌어안고 있는 팔이 느껴졌다. 이든은 내 몸에 자신의 몸을 바짝 붙인 채 잠들어 있었다. 젊다기보다는 어린 남자. 그는 새근새근 잠드는 버릇이 있었다.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귀여워서 나는 내 목덜미에 파묻혀 있는 그의 금발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나는 첫날밤이 의외였다. 내가 아는 이든은 색사에 무척 공을 들일 뿐만 아니라 아주 관능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관능은 타고난 것 같았고 때때로 내가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첫날밤이 질척거리고 음란한 것이 되리라고 생각했었다. 첫날밤을 위한 침대에 들기 전 이미 우리는 발코니에서 음란하게 엮이기도 했었고.

하지만 우리는 침대에서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서로의 어린 날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든의 어린 날은 눈부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그와는 다른 천진난만함으로 가득해서 듣는 재미가 있는 한편 아쉬웠다. 그가 그대로 성장하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그는 세상의 호된 세례를 받았고 그 결과 나이보다 더 강하게 성장했다. 그게 안타까워서 나는 괜히 그의 손등을 쓸어 주었다. 그는 괜찮다는 듯이 웃었지만 곧 그의 얼굴에서 웃음은 사라졌다.

그는 내 어린 시절 이야기를 강력하게 듣고 싶어 했고 나는 생각이 나는 대로 이야기해 주었다. 너무 오래전 이야기라 기억나는 것도 몇 가지 없었지만 되는 대로 에피소드를 읊어 주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기도 하고 찌푸리기도 하고 가끔은 화를 내기도 했다. ‘당신을 노렸잖아!’ 그는 그렇게 소리 지르며 나를 끌어안다가 와인을 엎지르기도 했다. 와인이 쏟아지거나 말거나 그는 개의치 않고 분해했다. ‘어릴 때부터 노린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그는 나를 안고 뒹굴었다.

이야기를 하다가 밤을 지새우는 게 첫날밤이라는 건 이상했지만 싫지 않았다. 우리는 내내 이야기를 했다. 과거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미래로 흘러갔다. 우리는 미래에 같이 무엇을 할까. 여행과 자선 사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둘 다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었지만 그는 굉장한 관심이 있었다. 특히 자선 사업에 대해서 그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편이었다. 그는 그로스랜이 지나치게 계층 간 격차와 빈민에 대한 멸시 풍조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국가의 체제가 빈민을 더 빈곤하게 만들고 국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열을 올렸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신선함을 느꼈다. 얼마나 깨끗한 청년의 모습인가. 그는 자신이 나라를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추진하려고 한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해.

마음이 조금 쓰린 건 언제가의 내가 떠올라서다. 나는 내가 왕립 학교에 들어갈 때 영웅은 되지 못해도 누군가를 구하는 사람이 될 줄 알았었다.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던가. 그 생각이 산산조각 나는 날 아연한 심정으로 내 순진함의 조각들을 바라보며 어리석다 비웃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찬란하고 아름다운 때였다. 지금은 그때가 눈부시다고 생각할 정도로 많이 변해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변해서.

[  “왕의 사냥개 같으니라고!”  ]

그 목소리는 바람잡이의 것이 아니었다. 군중 속에서 터져 나온 그 목소리는 한을 품고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사냥개로 생각하고 나 자신도 나를 그 비슷한 무언가로 여긴다. 이미 깨끗하고 반짝이고 아름다운 것들은 내 안에서 다 자취를 감춰 버렸는데.

아름다운 너.

손끝에 닿은 머리카락의 결이 곱다. 최고급 금실 같은 그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생각했다. 네가 이대로 영원하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이겠지. 인간은 누구나 다 변해 가니까.

인간은 인생의 길을 걷고, 인간의 마음 또한 심로를 걷는다. 지금은 내 마음과 그의 마음이 같은 길을 걷고 있어도 어느 순간에 조금씩, 나도 모르게 그리고 그도 모르게 길은 엇갈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면 우리는 교차로에 서 있는 것이다. 그는 저편으로 나는 이편으로. 그렇게 사람의 마음은 엇갈린다. 나는 그것을 오랫동안 반복해 왔다.

하지만 네 마음이 떠날 때, 내 마음이 네 마음과 다른 길을 가게 되었을 때 나는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아픔을 느끼겠지.

“리?”

반짝 눈을 뜨는 모습이 눈부셨다. 나는 말없이 웃어 주었다. 그러자 이든이 고개를 들더니 내 목에 입을 맞췄다.

“머리 안 아파? 나는 머리가 좀 아픈데.”

“아픕니다. 술에 강하지 못하니까요.”

신력을 가진 나는 술에 빨리 취하는 편이었고 그래서 어제 와인도 입술에 조금 갖다 대는 정도밖에는 마시지 않았다. 그러나 피로연에서부터 밤까지 내내 입술에 닿은 와인이 너무 많았기에 숙취는 필연적으로 찾아왔다. 신력 소유자들은 이래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

“당신, 열이 있어.”

이든이 내 이마에 손을 얹더니 염려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열이 있는 게 뭐가 어떻다고 이토록 근심 어린 목소리를 할까. 사랑받는다는 감각은 이상하다. 사람을 노곤하고 행복하게 하는 한편 겁쟁이로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언제부터 사람과 마음이 엇갈리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을까.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마가 따끈따끈한데. 시녀를 불러야겠어.”

“전하, 괜찮….”

내가 그를 만류하려고 했지만 그는 이미 일어서서 가운을 입은 상태였다. 그가 침대 위의 설렁줄을 당기자 곧 시녀가 나타났다. 나는 그녀를 돌려보내고 싶었지만 이든이 빨랐다.

“네 주인이 열이 있으시다.”

“어머, 각하!”

시녀가 놀라 다가와서는 서둘러 내 머리에 부드러운 손을 얹고 내 열을 확인했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스트럼의 사람들은 내 상태에 민감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그들의 운명이라는 이름의 배를 좌지우지하는 선장이니까.

“의사를 부를까요?”

시녀의 호들갑에는 내가 혹여나 잘못될까 걱정하는 마음과 그 잘못됨으로 인해 자신의 입지가 흔들릴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모두 담겨 있었다.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입장을 충분히 알고 있으나 오늘은 내 결혼 생활의 첫날이었다. 이런 현실과 마주하기에 나는 아직 꿈속에 몸을 담그고 있었던 모양이다.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 맞는 쌀쌀한 현실의 바람은 유독 시렸다.

“괜찮아.”

그녀는 물러나게 하고 일어나서 가운을 입었다. 식사를 하고 왕궁에 나가 봐야 했다. 아침 식사를 하며 조금 정다운 이야기를 하고 그다음에는 현실과 한바탕하면 되겠지, 생각했을 때였다. 갑자기 문이 열리고 라이즌이 나타났다. 이스트럼의 집사가 된 이래 영광의 날과 고통의 날을 모두 맛본 그에게 오늘은 후자의 날인 듯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송구합니다, 각하. 제가 안 된다고 했는….”

“아, 비키세요.”

라이즌을 비켜서게 하며 나타난 건 크라이스였다. 그는 나를 보고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도착했습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그는 주어를 생략했지만 나는 알아들었다. 아무래도 정다운 아침 식사는 날아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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