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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배의 꽃-59화 (58/94)

<☆59>깜

그녀를 내 다리 사이에 눕혀 놓고 잠옷을 벗었다. 잠옷을 벗는 동안 그녀는 나를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보란 듯이 내 성기를 내밀었다. 내 성기는 내가 봐도 흉측하게 커져 있었다. 그녀를 원해서 이미 질질 싸고 있었다. 사실 지금 나는 사정하려면 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의 안에 넣고 사정할 것이다. 그녀와 나의 아이를 갖고 싶었다. 아니, 아이는 없어도 되지만 그녀의 안에 넣고 사정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그녀가 나에게만 부여한 권리니까.

그리고 그녀는 내가 사정할 때 잘 느꼈다. 내가 사정하는 순간에 그녀는 엉덩이를 들고 내 성기에 자신의 안을 꽉 붙이면서 조이고는 했다. 엉덩이며 허리를 달달 떨면서 나를 쥐어짜서 미치게 했다. 나는 사정할 때마다 그녀에게 끌려가는 기분을 느꼈다. 그건 내게 황홀감을 줬다. 그녀의 안에서 죽고,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기사단복 바지 안으로 손을 넣었다. 팬티는 실크 특유의 감촉이었고 그 안쪽은… 질척했다. 애액을 잔뜩 흘리면서 젖은 상태였다. 내게 박히고 싶어서. 내가 거칠게 날뛰는 것에 흥분한 채로.

나는 그녀의 기사단복을 벗겼다. 옷을 벗기는 건 늘 상상처럼 쉽진 않았다. 그녀의 옷을 벗기는 건 더욱 어려웠다. 기사단복 바지는 딱 달라붙는 소재였고 결국 그녀의 손을 빌려 옷을 벗길 수 있었다. 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내린 순간 숨이 헉 막혔다. 다리 사이에서 팬티까지 투명한 애액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렇게까지 느껴 주는 그녀가 예쁘고 고맙고 사랑스러워서 마구 키스했다. 내가 그녀의 얼굴에 키스를 엉망으로 해 대자 그녀가 음, 하고 신음했다.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하지만 아주 기분이 좋은 상태는 아니라는 걸 안다. 그래서 그녀의 다리 사이, 작고 도톰한 살점을 비벼 주었다. 그녀는 이것에 아무래도 약하니까.

아아아. 그녀가 울음 같은 교성을 터뜨리며 몸을 휘었다. 다리를 벌리게 하자 성실하게 다리를 벌렸다. 그녀는 내게 자신을 내보이는 걸 불편해하긴 했어도 거절하는 경우는 없었다. 지금도 그랬다. 그녀는 어색한 듯 힘겨운 듯 허벅지 사이를 비볐지만 결국 다리를 벌리고 내게 그녀의 어여쁜 밀지를 보여 주었다. 잔뜩 젖어서 벌름대고 있는 곳은 열이 오른 것처럼 보였다.

“빨아 줄까.”

그녀의 애액을 먹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지금은 내 성기가 터질 것 같았다. 내게 빨릴 때마다 울 것처럼 몸부림치는 그녀였지만 그녀는 왠지 내 성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못 떼는 그 얼굴에서 정염이 읽혔다. 탐욕도 보였다. 나를 가지고 싶어 하는 그녀를 보는 순간 가슴이 벅찼다. 나는 그녀의 손을 가져와 내 성기 위에 얹었다. 그녀가 어색하게 내 성기를 어루만졌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손으로 물건을 확인하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세심한 손길이었다.

“넣을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대답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다리로 내 허리를 휘어 얽고서 나를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내 성기가 그녀의 소중한 곳에 맞닿도록. 나는 사양하지 않았다. 사양할 여유가 없었다. 팔로 침대를 짚은 채로 그녀의 몸 안에 내 육체의 일부를 그대로 쑤셔 박았다.

“으, 으읏.”

그녀가 비명을 겨우겨우 삼켰다. 몸이 흠칫 굳는 걸 느끼면서 나는 허리를 움직이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녀는 삽입을 힘겨워했다. 행위의 횟수로 치면 대여섯 번째쯤 되었을까. 날로 치면 두 번째 날. 우리는 아직 이 일에 서툴다. 이 일을 리드해야 할 나는 어설프고 그녀의 좁은 곳은 나를 받아들일 때마다 고통스러워했다. 나는 그녀의 몸을 쓸어내리고 그녀의 눈꺼풀에 키스했다. 그리고 가만가만 빨아들이고 핥았다.

그녀의 몸이 이완되어 점차 힘이 빠져나갈 때까지는 참아야 했다. 익숙해지면 그녀도 내 몸을 즐길 수 있었다. 내가 그녀의 안에서 미치는 것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그녀 또한 신음하고 부르르 떨고 애액을 흘렸다. 안쪽이 미친 듯이 조일 때마다 나는 그녀가 절정에 오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나보다 더 자주, 더 빠르게 절정에 올랐다. 단지 나보다 길게 절정을 느끼지는 않았다. 빠르게 절정을 느끼고 또 빠르게 내려오고 다시 절정에 오르길 반복했다. 예민한 몸이었다.

그녀의 몸에 새겨져 있는 제어 각인의 문신들을 어루만졌다. 예민한 몸. 성교에 예민하다는 건 통증에도 예민했다는 말일까? 그렇게 생각하면 흥분한 가운데에도 속이 뒤집혔다. 어떤 새끼가 이런 짓을 시켰을까? 그녀의 부친? 아니면 선왕? 마탑? 신전? 모두 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면서 세상이 미워졌다. 그 전에는 세상을 가지고 싶었는데 이제는 세상이라면 화가 났다. 왜 세상은 그녀에게 이토록 혹독하고 잔인한가. 나 또한 세상에게 잔인한 꼴을 많이 당했으나 나는 자업자득인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는 평생 성실하게만 살지 않았던가. 그녀는 늘 주변을 구하고 수호하고 일으켰는데 그 대가가 고작 이런 제어 각인의 문신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녀를 기다려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읏, 리, 조, 이지 마.”

나도 모르게 입에서 불평이 튀어나왔다. 그녀는 몸이 완전히 이완되면 나를 조이는 버릇이 있었다. 그녀의 모습 자체는 아무리 느끼는 순간에도 특유의 단정함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안, 그녀의 내부는 달랐다. 그녀의 내벽은 나를 붙잡고 졸랐다. 교태를 부렸다. 어서 거칠게 해 달라고, 자신을 쑤셔 달라고, 헤집어서 망가뜨리라고, 그리고 자신을 정액 범벅으로 만들라고. 그녀의 얼굴은 찡그리고 있어도 희열에 빠져도 여전히 세실리아 사리안이라는 사람의 특성을 잃지 않는데 그녀의 안은 마치 다른 존재 같았고 나는 그 둘에게 모두 휘둘렸다.

“좋, 아….”

죄송하다든가, 그러지 않았다든가. 그런 말을 할 줄 알았던 실리의 입에서 좋다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노곤한 그 목소리는 자아를 반쯤 내려놓은 것 같았다. 내가 미치는 건 당연지사였다.

아아아아. 실리가 비명을 지르는 걸 들으며 허리를 움직였다. 아니, 허리를 움직이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실리의 안을 마구잡이로 헤집었다.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다 둥글게 돌리기도 했다. 아무렇게나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그녀에게 키스했다. 혀를 맞비비는, 인간 같지 않은 키스를 반복하다가 참을 수가 없어져서 그녀의 어깨를 물어뜯었다. 자국이 남는 걸 보자 더 흥분감이 커졌다. 그녀의 몸에 이를 박았다. 빨아들였다. 그녀가 아프다고 하면서 나를 좀 자제시켜 주길 바라고, 그녀에게 그런 책임을 미룬 내가 개새끼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그런 거친 행위들에 울음 섞인 교성만 낼 뿐이었다.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다리 사이 그녀의 작은 밀지에 나의 몸을 마구 비비면서 허리를 움직였다.

싸고 싶어.

하지만 끝내고 싶지 않아.

끝내면 그녀는 옷을 입고 가 버릴 것 같다. 싫어. 그래서 나는 이를 악물었다. 계속하고 싶었다. 밤새도록, 이 행위를 하고 싶었다. 그녀가 기절할 때까지 해서 내 곁에서 잠들게 하고 싶었다. 세상 따위 알게 뭐야. 웃기지 말라고 해. 그런 것들이 너에게 해 준 게 뭐가 있어. 나만큼 너를 원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 네 가족도 죽어 버린 네 아버지도 너의 그 대단한 하스트레드도 나만큼 너를 원하지는 않아.

“사랑해.”

사정을 참을 수가 없어서, 마음이 흘러넘치는 걸 어떻게 해도 막을 수가 없어서, 결국 내가 고백하며 사정했을 때.

그녀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사랑한다는 말은 없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느낄 수 있었다. 나를 좋아하는, 나를 원하는, 내가 특별한 그녀의 마음. 그래서 나는 일단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했다.

***

실리는 매일 밤 스틸라드로 나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녀가 왜 나를 찾아와 주는지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와 주는 게 기뻤고 행복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만족하고 싶었다. 그녀가 나를 찾아오는 게 단지 내 건강을 걱정해서라면 너무 마음이 슬퍼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만날 때마다 그녀를 끌어안고 그녀의 옷을 벗기고 입을 맞출 뿐, 왜 매일 와 주는 것이냐고, 어째서 매일 밤 시간을 내주고 있느냐고는 묻지 않았다.

“결혼식에서?”

실리와 내가 서로에게 말을 아끼고 몸만 가까워지고 있었다면 말을 너무 아끼지 않는 사이도 있었다. 나와 라스나티프가 그랬다. 라스나티프는 생각보다 말이 많고 이것저것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성격으로 내게 여러 계획을 소상히 털어놓았다. 가령 예를 들면.

“예, 전하. 전하의 결혼식에는 왕이 참석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때가 절호의 기회입니다.”

“내 결혼식에서 암살을 도모하겠다?”

“결혼식은 신전에서 열릴 수밖에 없고 호위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만한 기회는 당분간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대체로 결혼식은 대신전에서 열리지만 실리는 왜인지 라스나티프의 신전을 결혼식 장소로 선택했다. 물론 라스나티프의 신전이 결혼식의 명소로 유명하긴 했다. 신전 자체가 손꼽히게 아름다운데다 새하얀 건축물이 꽃과 잘 어우러져 결혼 장소로 꾸몄을 때 가장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귀족들은 격을 생각해 위엄 가득한 장소인 대신전에서 결혼을 했는데 실리의 선택은 의외였다. 그리고 라스나티프는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성적으로는 라스나티프의 이야기가 옳다는 걸 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반발심이 고개를 쳐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나와 실리의 결혼식. 우리가 이 생을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맹세하는 자리에서 암살을 도모하겠다고? 결혼식에 부정이 탈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손끝이 차가워질 지경이었다.

내 얼굴이 어떠하였는지 몰라도 아마 좋은 표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라스나티프가 “영단을 내려주십시오, 전하.”라고 나를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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