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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배의 꽃-56화 (55/94)

<☆56>깜

그의 입술은 조심스럽게 다가왔지만 그의 혀는 들어오자마자 난폭해졌다. 나의 첫 키스는 조금 아팠다. 서로 뭔가 불편하고 능숙하지 못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혀를 섞는다는 행위는 무척 어색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 수 없을 정도로. 아마 모든 키스가 이런 건 아니겠지. 내가 그동안 가끔 지나가면서 봐 왔던 키스는 이것보다는 세련된 것이었다.

이든은 내 혀를 빨고 있었다. 읏. 그의 목이 몇 번이고 신음했다. 그는 내게 발정하고 있었고 그걸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다. 나는 약간의 망설임을 버리고 혀를 내밀었다. 입술이 겹쳐 있었기 때문에 내 혀가 그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내 혀를 빨고 깨물고 핥고 굴렸다. 그의 몸이 움찔, 움찔 움직였다. 허리를 조금 흔드는 것도 같았다.

아니, 같은 게 아니라 실제로 흔들고 있었다. 내 혀를 빨면서 젖은 옷을 벗지도 못한 채로 허리를 움직일 정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너를 원해, 너를 원해, 너를 원해.

그의 온몸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에는 하스트레드도 성검사도 없는, 잠옷 한 장을 입었을 뿐인 내가 있었다. 그 순간에.

응.

나도 그와 같지는 않지만 조금은 신음하고 말았다. 가끔 생리 때나 찾아오던 정염이 내 아랫배 밑에서 지글지글 불씨를 태우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다. 곤란한 일이면서도 가슴이 약간은 들떴다. 나는 누군가와 이렇게까지 가까워져 본 적이 없었다. 인생에서 처음 있는 사건이었다. 언제나 나는 사람들과 거리가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고 그래서 나는 굳이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다가가진 않았으나 벽을 세웠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너만이 다가왔고.

너만이 내 문을 열었고.

그러니까 나는.

그가 내 단추를 푸는 순간에 나 또한 손을 뻗어 그의 목깃을 잡아 옷을 벗기며 생각했다.

후회하지 않을게. 오늘의 이 결정이 무슨 결과로 이어지든 간에.

스스로 고개를 움직여 그의 입술을 빨았다. 누군가의 입술을 빠는 행위는 어색했고 별맛도 없었다. 그러나 그가 내 행위에 흥분하는 것, 숨을 삼키면서 응하는 것, 몸을 떠는 것, 그리고 내게 자신의 입술을 고스란히 내주면서 환희에 젖는 것이 나를 즐겁게 했다. 이런 즐거움 뒤에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문득 두려워지다가도 나는 창밖의 빗소리에 그 두려움을 모두 지워 버리기로 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여기는 우리 둘뿐이었다.

내 가슴에 닿는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나는 그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는 아주 소중하고 희귀하고 대단한 걸 만지는 것처럼 손을 덜덜 떨며 내 가슴에 손을 댔다. 그의 손가락이 예뻤다. 신이 정성 들여 빚었을 것 같은 그의 육체는 손가락 끝까지 참 단정하고 고왔다. 저 손이 만졌을 것들을 떠올렸다. 내가 준 검도 있을 것이고 마법을 공부하면서 썼던 수많은 플라스크라든가 비커, 책 같은 것들, 수많은 계약서와 도박장의 카드들이 닿았겠지. 그의 인생을 이루는 것들이다. 그리고 거기에 이제 내 육신이, 내가, 포함된다.

아.

내 가슴을 만지고 그가 신음했다. 눈을 가늘게 뜬 그는 고작 유두의 끝에 손가락을 대 본 것만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내게도 희미한 흥분감은 있었지만 그건 정신적인 것이지 육체적인 것은 아니었다. 육체적인 희열을 느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눈을 감게 되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얼굴이 보고 싶다가도 자꾸 눈을 감게 됐다. 눈을 감으면 그를 더 오롯하게 느낄 수 있었다. 더 가깝고 더 선명했다. 그의 손길이나 그의 체취 같은 것들이.

그의 입술이 내 목을 타고 내려왔다. 목이 마른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입술을 스스로 축이길 반복하다가 키스를 받았다. 두 번째 키스는 처음보다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어딘가 어색했다. 그래도 그의 혀를 빠는 건 기분이 좋았다. 어린아이들이 무언가를 빠는 걸 좋아하는 건 이런 기분 때문일지도 모르지. 그의 혀를 계속 빨자 그가 내게 혀를 내주었다. 그는 혀를 내민 채 나에게 혀를 빨리면서 허리를 흔들었다. 격렬한 성정의 어린 짐승처럼.

그의 손이 내 허벅지 틈을 파고들었다. 천천히 내 다리를 벌리는 그를 느끼면서 하는 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그의 혀를 좀 더 빨고 싶었다. 느낌이 좋았다. 말랑한 살. 타인에게 전혀 닿지 않는, 닿지 않아야 하는 살. 그걸 내가 빨려고 하면 망설임 없이 내주는 그가 기꺼웠다.

그가 내 밀부에 손을 가까이 대었을 때 조금 놀랐다. 정전기가 오른 것처럼 찌릿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몸이 퍼뜩 튀어 오르자 그가 의아한 얼굴을 하더니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나의 다리 사이에 숨겨져 있던 작은 살덩이가 그의 손에서 괴롭혀졌다. ‘하지, 마세요.’ 나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 입으로 중얼거렸다. 내 귀에도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내 말을 알아들은 게 분명했다. 그는 나처럼 소리를 내지 않고 입 모양만으로 말했다. ‘싫어.’

씻을 때나 가끔 스칠 뿐인 곳에 그의 집요한 손길이 쏟아졌다. 성교를 할 때 쓴다는 건 알았지만 그저 교합을 위한 곳이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어루만져질 거라고는 여기지 못했었다. 만져지는 느낌이 생경하면서도 나쁘지 않았다. 그보다는 그렇게 만지면서 나를 집요하게 바라보는 그의 눈길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내가 고개를 돌려도 그의 눈길이 따라왔다.

손가락이 미끄러져 내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이 굉장히 어색하고 불편했다. 말로만 듣던 순간은 생각보다 훨씬 불편해서 나는 허리를 뒤틀었다. 그러자 그가 하아, 하고 웃었다.

“당신이 강하고.”

그의 손가락이 내 안에서 움직일 때 이상한 소리가 났다. 젖은 소리. 내가 흥분해서 액을 흘려 그의 손가락을 적시고 있는 소리. 내 안에 고인 액체를 그가 휘젓는 소리. 그 소리가 내 귓불에 붙어 나를 부끄럽게 했다. 부끄러움. 이 감정이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나는 이 감정을 언젠가부터 전혀 못 느끼게 되었다. 언제였더라. 부끄럽다는 감정을 못 느끼게 된 것이.

“예쁘고.”

“으, 응!”

내 입에서 내 목소리 같지 않은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의 손가락이 하나 더 내 안으로 들어왔다. 두 개의 손가락이 내 안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벽 하나하나를 쓸었다. 안쪽이 찔릴 때마다 몸이 움찔거렸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약간의 피학적인 기분이 나를 고양시켰다. 나는 몸 안을 그에게 내맡기고 있다. 이 얼마나 위험한 짓인가. 그런데 그 위험한 일이 더 나를 희열에 차게 하니 이상한 일이었다.

“상냥한 건 알고 있었는데.”

그가 내 몸에서 손가락을 빼내었다. 그는 내 눈앞에 자신의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야한 줄은 몰랐어….”

그 손가락은 내 애액으로 젖어 있었다. 내가 그걸 바라보자 그가 보란 듯이 그 액체를 빨아 보였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상한 맛이겠지. 내가 생각했을 때 그가 갑자기 내 양다리를 들어 올렸다. 순식간이라서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내가 잘못 움직이면 그가 다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내 아래를 빨기 시작했다. 빨아들이는 힘이 세서 나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연약한 곳이라 그런지 평소보다는 두려움이 컸다. 아니 어쩌면 그곳은 나의 약점일지도 모르겠다. 아무에게도 보여 준 적 없는, 나 자신도 들여다본 적 없는 미지의 장소를 갈급하게 빨아 대는 그가,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는 그가, 아니 들이밀어 얼굴을 밀어붙이고 있는 그가 어색하고 불편하고 약간은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내가 참았던 건.

그의 허리가 짐승처럼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너무나 흥분했다는 걸 알 수 있어서였다. 그는 내 아래를 빨면서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너무 맛있다는 듯이 그는 내 아래를 집요하게 혀와 입술로 파고들었다. 내가 그만 떼어 내려고 하면 그는 아예 내 손을 잡아 눌렀다. 그 힘을 뒤집는 건 간단했으나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진이 좀 빠져 있었다. 그는 입가에 나의 애액을 잔뜩 묻힌 채로 일어나 휘청거리며 옷을 벗었다. 젖은 옷은 잘 벗겨지지 않았고 내가 아까 한 건 고작 단추를 푼 게 전부라서 그는 옷을 처음부터 다 벗어야 했다. 그는 옷이 자신을 쫓아다니는 빚쟁이라도 되는 것처럼 진저리를 치며 옷을 벗어 던졌다. 기다림 끝에 나는 그의 성기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는 성기조차 매끈하고 예뻤다. 남자의 성기가 다 이럴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혈관이 도드라지고 단단하게 일어서 있는 것으로 보아 그는 아주 흥분한 것 같았다. 내가 다리를 벌려 줘야 할까, 생각했지만 그는 내게 그런 걸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내 다리를 잡고 벌려서 스스로 집어넣었다. 허리를 움직이는 그의 모습이 관능적이라고 생각했다가 고통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윽.

아무리 그래도 그의 것은 컸고 나의 그곳은 작았고 우리는 둘 다 처음이었다. 고통은 꽤 있었다. 내가 아파하자 그는 놀라서 “실리?!” 하고 소리 높여 나를 불렀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고통은 잘 참는 편이었다. 그리고 고통을 나누는 것보다는 흥분한 그를 보고 싶었다. 내게 흥분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가, 나는 아주 좋았다.

처음에는 분명 그 혼자 느끼고 나는 고통을 참고 있을 뿐이었는데 그의 손길이 내 가슴을 어루만지고 나의 아래에 있는 도톰하고 작은 살덩이를 비비면서 나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나중에는 그와 같이 허리를 흔들었다. 내가 소리를 높이자 그가 내 뺨을 미친 듯이 어루만졌다. 덜덜 떨리는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손길이 내 얼굴을 어루만지다가 내 입술을 지나칠 때 나는 그의 손바닥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그가 나에게 키스했다. 마구잡이로 하는 키스는 마치 잡아먹히는 듯했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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