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외전 2화.
구석구석 빨라고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차마 여자의 검붉은 속살을 빨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태윤은 오랜만에 여자와 함께 헐떡이며 저 쫀쫀한 구멍 속에서 떡메질을 하고 싶었다.
“지금?”
“그럼 다음이겠어요? 지금이 있어야 다음도 있다고요.”
어쩌다 여자 가랑이 사이나 핥는 개새끼 신세가 됐나 싶다가도 이것저것 가렸다간 굶주린 포식자가 제 발로 굴러들어 온 먹잇감을 놓치는 신세나 다름없었다.
태윤이 이도저도 못하고 망설이는 사이 지나가 팬티를 내려 점도 높은 투명액이 흐르는 속살을 탐욕스럽게 벌렁거렸다.
그 탐스러움에 태윤은 저도 모르게 음핵 쪽으로 달려가 입김을 내렸다.
“으으응, 좀 더 적극적으로.”
태윤이 혀끝으로 동그란 음핵을 부드럽게 건드리다가 쭉 내려 핥았다. 질구까지 기어가듯 살금살금, 간지럽히는 야릇한 자극에 울컥 쏟아지는 단물을 쪽쪽 빨아낸 후 음부에 입술을 지그시 누른 채 혓바닥을 굴렸다.
“하윽, 좀 더… 으읏.”
여자가 발끝을 오므리며 새된 비명을 지르자 축축한 혓바닥이 뱀처럼 기어가 여린 틈새를 파고든다. 음부 구석구석에 애액을 펴 바른 후 음핵을 덧그리듯 동그랗게 쓸었다.
“하앗.”
그럼 어김없이 신음과 함께 꽃잎에서 좌르륵 단물을 뱉어냈다.
질구에 손가락을 넣은 채로 게걸스럽게 빨아낸 후 주인 눈치 보는 강아지처럼 여자의 표정을 살피는 남자가 좀 우스웠다. 매우 신사적이고 기품 넘치던 태윤에게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모습들. 여자 밑에서 반질거리는 입술로 음부를 빠는 모습이 처량할 정도였다.
지나의 그런 동정어린 시선을 보도고 태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행동을 살피며 드로즈에서 울고 있는 페니스를 꺼내려 했다.
그런데 지나가 태윤의 수고로 음탕하게 젖은 팬티를 그의 손에 쥐어준 후 앙골라 니트 원피스를 어깨까지 끌어올리는 게 아닌가.
이때까지만 해도 영문을 알 턱이 없는 남자는 드로즈에서 기어이 발기된 성기를 튕기듯 빼낸 후 여자의 허벅지 사이로 넣으려 했지만 상황이 뒤틀렸다.
쾅쾅쾅쾅.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태윤의 눈동자가 심하게 요동쳤다.
‘뭐지? 어떻게 들어왔지?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설마 지나가, 열어둔 건가?’
발기된 성기를 잊게 할 만큼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그때였다.
“어머! 어떡하죠? 약혼자가 왔나 봐요. 이거 알면 화낼 텐데?”
“뭐라고?”
덜렁이는 페니스를 질구 쪽으로 넣으려 했던 태윤이 혀끝을 차며 지나에게서 한 발짝 물러섰다. 그제야 뭔가가 잘못 됐음을 깨달았다.
“저 다음 달에 결혼해요. 청첩장 주려고 왔는데, 인사가 꽤 격하네요.”
그대로 굳어버린 태윤에게 다가가 정신 차리라는 듯 가슴팍을 밀어낸 후 재빨리 인터폰을 누르려던 그 순간, 태윤이 지나의 머리칼을 낚아챘다.
“감히, 날 가지고 놀아?”
그때 태윤의 눈에 익숙한 한 남자가 인터폰 화면으로 들어왔다. 하필이면 혼자 온 게 아니라 경찰을 대동한 상태라니.
“뭐 하자는 거지?”
그 사이 지나가 문 열림 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현관문 밖에 서있던 남자들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이 남자가 저 강간하려고 했어요.”
그리곤 핸드백에서 청첩장을 꺼내 태윤의 손에 들린 제 팬티 대신 쥐어준다.
“청첩장 주러 왔는데 멋대로, 빨고, 핥고…. 위협적인 남자를 무슨 수로 이겨요, 안 그래요?”
“미친년.”
태윤이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내리치려던 찰나 집에 들어온 경찰이 그의 행동을 제지했다.
하필이면 구치소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거벗은 상태에서 경찰과 지나의 약혼자를 맞이하다니. 팽팽했던 페니스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맥없이 줄어들었다.
소파 바닥에는 지나의 브래지어가 그대로 널브러져 있었다.
니트 원피스 위로 제가 빨았던 부푼 젖꼭지 자국이 선명하건만, 누가 배우 아니랄까 봐 뻔뻔한 연기가 기가 막혔다. 하필이면 그녀가 결혼하려는 상대가 아는 놈이라 더 화가 났다.
“자기야, 나 너무 무서웠어, 왜 이제 와.”
“그러게, 뭐 하러 청첩장을 준다고.”
남 실장이 재킷을 벗어 재빨리 지나의 어깨에 걸쳐줬다. 그러자 지나는 마치 보란 듯이 그의 품에 꼭 안겼다. 애초에 휴대폰을 켜고 들어간지라 남 실장이 둘 사이에 벌어진 모든 대화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라고? 더러운 년. 내가 이년이랑 뭘 했는지 알기나 해?”
그러자 너무도 태연한 얼굴로 남 실장이 태윤의 귓가로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를 날카롭게 흘렸다.
“어쩌라고. 남의 여자나 탐하는 더러운 새끼야.”
남 실장은 솔직히 화가 났지만, 제가 한평생 사랑한 여자는 원래 이런 여자였다.
모든 법적 심판을 받은 후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라도 제게 수치를 준 남자에게 똑같이 복수해야 성이 풀리는 사람.
누군가를 작정하고 유혹하면 결국 가질 수 있는 대단한 여자. 그런 여자가 마지막 복수를 위해 도와달라고 요청해온 걸 또 거절 못하는 병신 같은 남자가 바로, 배우 최지나를 톱스타로 만든 남 실장, 본인이었다.
마음 같아선 지나를 맛본 남자를 당장 철창에 다시 집어넣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대임을 알기에, 경찰을 대동해 태윤에게 잊지 못할 치욕 종합세트를 선물한 것이다.
출소하자마자 이런 우스운 꼴로 경찰을 집에 들인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태윤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와 옷을 주섬주섬 걸치기도 민망해서 실없이 웃기만 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태윤은 담당 변호사에게 통화로 도움을 요청하면서 경찰들을 돌려보냈다. 그리고 어쩐 일인지 펜트하우스에서 더디게 나가는 지나와 남 실장 커플에게 한소리 하려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섣부를 분노가 제 꼴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 줄은 상상도 못했던 까닭이었다.
“이런 더러운 여자랑 정말 결혼할 거예요?”
“네.”
남 실장의 칼 같은 대답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흔들림도 없었다. 진심어린 그의 굳건한 대답은 오히려 지나의 앙칼진 동공을 흔들었다. 실은 그 청첩장은 지나가 부탁해서 만든 페이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남 실장은 지나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준 그 자리에서, 다른 놈 애무에 원피스 위로 보란 듯 젖꼭지나 세운 여자에게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할 생각이었다.
“저기 쓰여 있는 날짜에 진짜로 내 여자 하시죠. 더 이상 도망 다니지도 말고. 복수하지도 말고, 나한테 정착해라. 최지나,”
“……어?”
“너를 스타로 만든 것도 나고, 앞으로 너를 여자로서 정착시킬 사람도 나인 것 같아서.”
지나는 순간 남 실장이 제 약혼자 역에 과하게 몰입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귓가로 얼굴을 올려 조심스레 귀엣말을 했다.
“그만해도 돼.”
하지만 제 착각을 깨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남 실장이 지나의 말에 도리어 고개를 느릿하게 젓는 게 아닌가.
“당장 우리 집으로 가, 이번엔 진짜로 내가 씻겨줄게, 전부다. 과거도, 미래도 다.”
“응?”
그제야 표독하게 빛나던 지나의 눈매가 제법 수그러들었다. 그녀의 시야가 괜스레 흐릿해졌다.
이 남자 진심이구나. 방금까지 윤태윤과 뭔 짓을 했는지 통화로 다 들어놓고도 저를 원한다니, 지나는 남 실장이 정말로 고마웠다.
“윤태윤 씨도 부디 좋은 사람한테 정착하세요.”
무미건조한 말투로 저에게 덕담 한마디를 날린 후 지나를 애지중지 안아든 채로 집을 나서는 남 실장에게 태윤은 아무런 화도 내지 못했다. 실은 그가 너무도 부러웠다.
지나의 확답은 끝내 못 들었지만 두 사람이 주고받는 뜨거운 시선 속에서 사랑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저보다 미천하다고 생각했던 남 실장이 처음으로 반짝반짝 빛나 보이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떠난 후.
정막과 고독만이 남은 펜트하우스 거실에는 지나의 속옷과 청첩장만이 남았고, 그것들은 태윤을 비웃고 있는 듯했다.
남 실장 품에 꼭 안겨 현관문을 나서는 지나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아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윤태윤 본부장, 한번 쯤 갖고 놀다 버려보고 싶었는데, 꽤 재밌네. 이런 기분이었구나.’
이내 태윤은 소파 가죽을 쥐어뜯다시피 잡아당겼다가 제 앞의 테이블이 박살날 정도로 쾅쾅 내리쳤다. 손에서 피가 흐르든 말든 지나의 목소리가 영원히 잊혀 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젠장. 돌연 극심한 배고픔이 몰려온다. 태윤은 남 실장이 식탁에 두고 간 검은 비닐봉지의 실체를 확인했다. 바란 적도 없건만, 새하얀 두부가 검은 봉지 안에서 따뜻한 김을 모락모락 피워냈다.
그 연기만 봐도 화가 치밀어 두부를 집어 던지려다 맨손으로 한 움큼 쥐어 입 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삼키기도 전에 허공을 바라보며 발악하듯 소리 질렀다.
“야! 가줄래. 너 혼자 가니까 좋냐? 어? 나 혼자 어쩌라고! 그거 알아? 너 내 동생이야. 나는, 내 동생이 가질래 닮았다고 범한 개새끼고. 그거 말해주려고 했는데, 너만 영원히 모르고 가냐? 이런 씨발. 내가 개새끼라서 날 벌주고 간 거야? 벌 주는 거냐고!”
퍽! 태윤의 손에 들린 두부뭉치가 소파로 날아가 그대로 뭉개졌다.
바닥에 앉아 흐느끼는 태윤의 손바닥에는 새하얀 두부 부스러기가 뭉개져 지저분하게 남아있었다.
“보고 싶어, 보고 싶다고!, 가질래 말고 너, 가줄래 보고 싶다고….”
처음으로 진심을 꺼냈다.
하지만 한 번 꼬인 인생을 되돌리기엔 너무 먼 길을 온 듯했다. 태윤은 손에 남아있는 보드라운 두부 찌꺼기를 입 안에 그대로 털어 넣은 후 우걱우걱 씹고 또 되씹을 뿐.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뚝뚝, 씻을 수도 없는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
한집 살이 중인 은우와 질래는 혼인신고는 했지만 결혼식을 올리진 않았다. 질래가 원치 않았고, 이를 은우 역시 받아들였다.
대신 기훈희 회장 자택 정원에서 둘만의 언약식을 맺은 후 저택 거실에서 단란한 티타임으로 결혼식을 대신했다.
티타임 때 기 회장은 인생 선배로서 두 사람에게 조언과 축복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기 회장이 제 시할머니여서 질래는 감사했다.
이후 은우는 할리우드 진출을 위해서, 질래는 GH 그룹 대표로 자율주행자동차 미국 사업 진출을 위해서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으로 건너간 질래는 사업 관련 모든 협상을 끝낸 후 고민 끝에 은우에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자기야, 6개월만 다 내려놓고, 그 시간 나한테 줄 수 있어?”
“6개월? 무슨 일인데?”
“그게 말이야, 실은….”
질래의 귀엣말에 은우는 의외라는 듯 잠시 미간을 씰룩이더니 이내 아내의 얼굴을 감싼 후 따뜻한 시선으로 입매를 늘어뜨렸다. 질래를 설레게 하는 청일한 미소로 응시한 후 부드럽게 내뱉은 한 마디.
“그래.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