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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질래요-62화 (62/84)

62화. 예쁜 내 새끼

여자가 제 위에서 분신을 넣다 뺐다 반복하며 치대며 가속도를 높이자 은우는 제 눈앞에서 넘실대는 여자의 가슴에서 야하게 노닐었다.

질래를 단단히 받힌 후 유두를 깨물며 희롱하려 했지만, 슬슬 밀려오는 사정감에 끝끝내 넉 다운. 남자의 얼굴이 들렸다. 풀린 눈, 시리도록 날렵한 콧날, 주체할 수 없는 희열에 입에서 만족감으로 충만한 신음이 흘렀다. 이제는 정말 막판을 향해 피치를 올려야 할 때가 왔음을 남자는 직감했다.

은우가 질래를 들어 피아노 의자 위에 조심스레 눕혔다. 역시나, 보고 또 봐도 반할 곡선을 가졌다. 흐드러진 여자의 나체가 신비로웠다. 남자의 정복욕을 펄펄, 들끓게 만드는 여자임이 분명했다.

얼른 제 분신을 오므려진 여자의 은밀한 주름위에 맞춘 후 귀두부터 뿌리 끝까지 푸욱, 피스톤 운동이 시작됐다.

그의 것이 좁은 구멍을 벌리며 흉포하게 들어오는 느낌에 질래는 눈을 감고 머리를 확 젖혔다. 하앗. 질래의 눈썹이 활처럼 찌푸려졌다.

농염한 여자의 몸짓에 은우도 어지러웠다. 절정에 다다른 그녀 속으로 있는 힘껏 뒤로 물린 허리를 쿵 쳐올렸다.

막대기가 빠져나왔다가 들어갈 때마다 저릿저릿한 전율이 전신에 환락의 세례를 퍼부었다.

“흐으읏, 아아앗.”

피아노 의자 위에서 자지러진 여자의 교음이 격해졌다. 허리가 비틀리고 손발이 있는 대로 오그라든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은우의 입에서도 야수의 포효가 쏟아졌다.

“하읏, 읍.”

그가 치고 들어올 때마다 질래가 발악하듯 소프라노 음역대의 신음을 내질렀다. 그 위로 은우의 섹시한 바리톤 음을 얹혀진다. 연탄곡 만큼이나 다채로운 화음을 이룬 완벽한 합창.

엉덩이골이 흥건할 정도로 체액이 피아노 의자의 낡은 가죽을 적셨다. 그러거나 말거나 은우는 사정을 향해 그녀 안에 사정없이 저를 찔러 넣었다.

질래는 마치 환락가에 벌거벗은 채 누워 있는 기분이었다.

달궈진 꼬챙이로 몸을 지지는 듯한 통증이 정수리까지 관통하는 느낌이었다. 벌어진 사타구니 사이로 우윳빛 무기가 거침없이 퍽퍽 세차게 들어왔다. 남자의 힙이 우악스럽게 털리고 또 털렸다.

“흐으, 흐으응, 아아앗.”

질래는 온몸이 감전된 것만 같았다. 소피를 지릴 것 같은 전율이 전신에 희락처럼 번졌다.

스토리텔링을 하듯, 제 내벽에서 기승전결을 써가던 은우가 찔꺽찔꺽, 드디어 절정을 향한 연주를 시작했다.

마치 마지막 교합인 것처럼 은우가 최선을 다해 제 안에서 페니스를 폭주시키자 질래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의 어깨에서 매달려 끄덕이던 여자의 발도 덩달아 가빠졌다.

허리를 힘주어 튕길 때마다, 마치 처음처럼 조이는 그 쾌감에 은우의 눈썹이 휘어갔다. 사정감에 다다른 남자처럼 표정이 느른해졌다.

죽음의 황홀경. 결합된 부위가 동시에 절정으로 향하던 그때였다.

“하으읏. 으누, 으누야!!”

남자의 우윳빛 정액이 여자의 내벽을 진화했다.

헉헉, 헉헉. 약속이라도 한 듯 한껏 거칠어진 포악한 날숨을 동시에 내뱉었다. 여자의 음부가 밤꽃향의 우윳빛 체액을 꿀렁꿀렁 토해낸다. 엉망이 된 머리카락이 여자의 얼굴과 목에 어지럽게 달라붙어 있었다.

은우가 피아노 의자에 드러누워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여자의 얼굴 곳곳에 입맞춤을 내렸다.

“사랑해, 질래야. 너무너무 사랑해.”

“사정, 했네.”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 아래서 시니컬하게 답하는 여자. 은우를 매달리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바로 이 지점인 것 같았다.

붉은 조명 아래 더 빨갛게 상기된 얼굴. 깜빡이는 눈꺼풀 속에 풀려 있는 색스러운 눈동자가 한없이 사랑스러웠다.

그런 그녀 때문이라며….

은우는 그녀와의 교감을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꼭 육체적 결합이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법을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가 다시 질래를 피아노 의자 위로 일으켜 앉혔다. 그리곤 제 턱으로 여자의 머리를 품은 후 땀으로 젖은 등을 자상하게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피아노 치자, 질래야.”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적에 너랑 연주할 때가 가장 좋았던 거 같아. 연주하는 가질래가 얼마나 섹시했는 줄 알아? 그때부터 여자로 보인 것 같아. 한 번쯤 이런 날을 꼭 갖고 싶었어.”

은우와 질래. 13년 만에 재회한 둘은 이제 성인이 되어 벌거벗은 채로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달라진 거라곤 머리 하나 제 밑에 있던 은우가 이제 올려봐야 할 만큼 제 위에 있다는 점.

그래서 그의 어깨에 기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젠 남이 되어 깊숙한 비밀을 나눈 연인이 되었다는 점. 생각해보니 흐른 세월만큼이나 많았다.

이미 너나 할 것 없이 사정한 탓에 피아노 의자는 음탕한 기운으로 젖은 지 오래였다.

연인은 이제 나란히 앉아 아까 못다 한 피아노 연주를 이어갔다.

아름다운 선율이 고조될수록 둘 사이의 애틋함도 각별하게 싹텄다.

한 구절, 한 구절, 남자가 빠른 템포로 긴장감을 유도하다가도 잠잠한 연주로 달아오른 여자의 마음을 스르르 녹였다.

단순한 멜로디로 시작했던 2중주가 손이 교차하고, 몸통이 겹치면서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화려하게 비상했다.

두 사람은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나른하게 잔여 멜로디를 마무리했다.

쾅!

드디어 마지막 음표가 눌렸다. 둘만의 연주가 끝난 것이다.

어디선가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은우는 제 품에 갇힌 질래의 이마에 따뜻한 키스를 내렸다.

그럼에도 질래의 눈동자는 여전히 떨고 있었다. 오르가슴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헐떡거리면서도 고개를 틀어 좌우를 살폈다.

“불안해하지 마. 여기 빌렸어. 아까 단화 사러 갈 때 사장한테 연락했어.”

“그런 게 가능해?”

질래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남자를 올려다봤다.

“걱정 마, 파리에서 지내면서 여기 주인이랑 친해졌어. 그래서 뒷문 좀 열어달라고 부탁한 거야. 대관료도 지불하기로 했고.”

“대단하다, 어린 게 어떻게….”

“어리긴, 네가 품은 남잔데. 어려?”

‘네가 나를 품은 게 아닐까?’

질래는 속으로만 되물었다. 분명한 건 이로써 은우의 움직이는 성에 완벽히 갇혔다는 것이다.

쪼옥. 질래의 입술에 마무리 선물이 떨어졌다. 하, 오랜만에 연주해서인지 손가락이 파르르 떨려 왔다. 진정되지 않은 가슴에 양손을 갖다 댔다. 덕분에 부풀어 오른 유두도 가려졌다. 그러고 보니 질래는 은우 앞에서는 여전히 수줍어하는 여린 여자이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은우도 알 것만 같았다. 그래서 연주 후 나신을 부끄러워하는 여자의 몸을 제 품으로 끌어와 꼭 안아줬다.

“가질래, 아까 말한 석양빛 와인 한잔 어때? 저녁 식사 예약시간 다가오는데.”

“샤워하고 싶어.”

“밥 먹고 씻자. 거기서.”

“어디 길래?”

“가면 알아.”

은우가 시원스레 입술을 찢으며 웃길래, 질래도 따라 웃었다. 표정까지 저를 닮아가는 여자를 보며 헤죽헤죽, 남자는 그녀가 귀여워서 죽겠단다.

“아우 예뻐. 내 새끼.”

“뭐?”

알다가도 모르겠는 남자 이은우. 그는 대체 몇 가지의 얼굴을 갖고 있는 걸까. 분명한 건, 어떤 얼굴이든 질래에게만은 거짓 없는 사람이란 점이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그득한 진심이 느껴졌다.

“밥 먹으러 갈까요, 공주님?”

질래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은우가 본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고갯짓이었다.

이은우 모델 인생에 첫 무대를 서던 그 어느 날보다 더.

신인 주제에 쇼 피날레를 장식하던 그날보다 더.

은우가 파리에 온 이후 가장 뜨겁고 열정적인 하룻밤이 되리라.

무대로 떨어진 옷을 서로에게 입혀준 둘은 마주 댄 손을 꼭 잡았다. 격정의 열기가 지나간 탓에 손끝까지 뜨끈하게 달아올랐다.

동이 트기 전. 파리에서의 설레는 밤은 아쉬움만 남긴 채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

시작은 우아하고 풍성하게, 전개는 발랄하고 유쾌하게, 절정은 열정적이면서도 웅장하게.

은우의 움직이는 성의 몽환적이면서도 생경한 감흥에 젖은 채로 이동하던 차.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랐다.

택시에서 내린 곳은 너무도 익숙한 프랑스의 마스코트가 우뚝 서 있는 곳. 장소를 확인한 질래가 미간을 접으며 갸우뚱, 고개를 어여쁘게 모로 기울였다.

찰나, 휴대폰 시계를 확인하던 은우가 제 안으로 질래를 와락 안았다.

“어머!”

손끝에 닿은 여자를 폐부에 품었다.

평범하던 그 낡은 철골 구조물이 밤 9시, 땡 하고 지나가자마자 마법에 걸렸다.

반짝반짝. 황금 드레스에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박은 그녀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순간 여기저기서 폭죽처럼 터지는 낮은 환호성과 박수 소리. 은연하게 황금빛으로 물든 에펠탑 위로 수만 개의 화이트 자수가 반짝였다.

모두가 에펠탑의 미모에 흠뻑 취해있는 와중에도 은우의 눈동자는 다른 탑으로 향해 있었다.

여자의 흩날리는 머리칼을 귀 뒤로 가지런히 정리한 후 드러난 귓바퀴에 목소리를 바짝 내렸다.

“가질래가 내 에펠탑이야.”

“응?”

“파리에 있는 내내, 나한텐 그랬어.”

저 곱고 눈부신 드레스 코드 덕분에 파리 전체를 순식간에 영화 속 도시로 만들어 버리는 에펠탑. 은우에게 질래는 그런 존재였다.

볼 때마다 눈부시게 반짝여서, 제 심장을 질주하게 만드는 여자.

화려한 무대 뒤. 일상으로 돌아가는 고된 하루 끝엔 항상 에펠탑이 은우를 맞이했다.

빌딩 숲 사이사이로. 혹은 푸른 나뭇잎 사이사이로, 쏟아지는 별빛 사이로, 해님과 달님보다 더 찬란하게 빛을 내던 그녀였다.

어떠한 일상을 보냈든 에펠탑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매번 봐도 봐도 지독하게 매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그녀는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됐다. 은우를 숨 쉬게 했다. 그런 사람이 은우에겐 가질래였다.제가 은우에게 에펠탑 같은 존재라니. 질래는 은우의 말뜻에 담긴 의미를 이해했다. 그래서인지 울컥, 심장이 울었다.

그런 질래를 바라보며 감동의 쐐기라도 박듯 은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래에게 귀엣말을 전했다.

“그거 알아? 에펠탑이 확 죽었어, 예쁜 애 옆에 더 예쁜 애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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