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화. 노오란 황금 강황
“보약 침 엄청 기다렸나 보네.”
“맞을수록 아프던데, 보약 맞아?”
“좋은 약이 쓰다잖아.”
“…무면허 선생님, 믿기가 좀 그러네.”
“무면허? 훗.”
제 위에서 팔꿈치를 댄 채로 내려다보는 은우의 한쪽 입술이 씰룩였다. 곰곰이 무언가를 고민하는가 싶더니, 여자의 목선 따라 혀를 굴렸다.
“누가 무면허래….”
“흐읏.”
쇄골이 물렸다. 남자가 한참을 입술로 지분대더니, 잘근잘근 젖무덤까지 제 흔적을 새겨 갔다. 어느새 단추가 풀리고, 달걀프라이처럼 동그랗게 퍼진 붉게 아롱진 가슴이 남자 앞에 훤히 드러났다. 넘실대던 원 중앙엔 선홍빛 수국이 활짝 폈다.
아직 손끝도 닿지 않았건만 야속한 유두가 바짝 섰다. 속살이 벌렁벌렁 알아서 젖어갔다. 몸에 붉은 상흔이 늘 때마다 여자의 신음이 속절없이 터졌다. 서로의 혀가 들어간 입가에서 질척이는 소리조차 묘하게 야했다.
제 앞에서 비비 꼬는 여자가 한없이 색정적이었다. 질래는 그야말로 은우의 욕정의 근원지였다.
“가질래를 이렇게 되바라지게 만드는데, 진료 실력을 의심하는 거야?”
은우는 질래에게 음욕의 본산지였다. 아픈 와중에도 사람에게 욕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은우 덕분에 알았으니까.
“아아앗.”
남자의 혀끝이 여자의 젖꼭지를 스쳤다. 감질날 정도로만 똑똑 끊어서 딱 세 번. 큼지막한 손으로 젖무덤을 모아 두 개의 젖꼭지를 동시에 꾸욱.
팬티 위에 도달한 검지는 클리토리스를 찾아 쿡쿡 자극했다. 빠르게 비비듯 긁어냈다.
“으읏. 은우야.”
“느껴봐. 이만큼 격렬하게 널 원하고 있다고.”
팬티에 물기가 번지다 못해 속살이 훤히 비쳤다. 그걸 놓칠 리 없는 은우가 동그랗게 발기된 음부를 뱅뱅 돌리며 아래위로 급격히 흔들었다.
하읏, 손놀림이… 미쳤다. 그냥.
허리가 큰 아치를 만들어 들썩일 만큼. 매트리스에 그대로 떨어지는데 음부에서 주르륵, 다량의 점액이 흘러나왔다.
“아악!”
민망했다. 이번엔 고성이었다. 오르가슴을 안 여자가 내는 쾌락의 비명이 아니라 아픈 환자의 절규였다.
미간을 좁힌 채로 몸서리치는 질래를 본 순간 자신만만하던 명의가 돌연 진료를 멈추었다.
“많이 아파?”
질래가 입술을 꽉 깨문 채 고개를 도리질한다. 그럼에도 통증을 호소하는 그녀를 보니 은우는 미안해 죽겠다. 그런 은우에게 질래 역시 미안했다.
그의 보배로운 물건을 내벽에 품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육욕은 들끓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으니 의사 선생님을 대신해 환자가 적절한 처방을 생각해 냈다. 질래 역시 은우가 파리에 가기 전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주고 싶은 연유에서였다.
그래서 질래는 처음으로 색다른 도전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녀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은우야, 내가 해볼게!”
“뭐를?”
“약재, 생으로 먹어보려고.”
“약재를?”
은우의 얼굴이 모로 기울자 질래의 시선이 그의 몸을 뜨겁게 훑어 내렸다. 이내 두툼해진 남자의 하체에서 그녀의 눈빛이 뚝 정차했다.
“정말?”
“으응.”
얼굴이 빨개진 여자가 수줍게 대답했다. 잔뜩 부끄러운 얼굴을 해놓고선 입은 한없이 야했다.
“염증 억제에 그렇게 좋다는 노오란 황금 강황, 통째로 먹어볼까 해서.”
“…….”
황금 강황? 생각지도 못한 신선한 도발이었다. 은우는 질래에게 순간 멍 때릴 만큼 또 반해버렸다. 절대로 그런 말을 안 할 거 같은 여자가 환자복을 풀어헤친 채, 새하얀 젖무덤에서 저밖에 모르는 순결한 꼭지를 꼿꼿이 세운 채로 유혹해오는데, 진짜로 돌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은우가 파리로 떠나기 전에 몸에 좋은 황금 강황 맛 좀 제대로 봐야겠다며, 여자의 손이 매우 빠르게 은우의 허리 벨트를 풀어냈다.
어느새 그 병실 안엔 굵고 긴 강황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착시현상일까.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라더니, 황금색일 리 없는 은우의 분신이 정말 그간 보도 듯도 못한 황금 막대기로 보였다.
끄덕끄덕 인사하듯 요염한 까닥임으로 질래를 매혹해 왔다.
동그랗고 탐스러운 열매 위로 달큼할 것만 같은 투명한 이슬이 시럽처럼 발려 있었다.
보면 볼수록 강황보다는 실한 홍삼에 가까워 보였다.
울퉁불퉁한 뿌리 쪽은 막 잡아 올린 미더덕을 닮았고, 새하얀 우윳빛 성기는 자연산 새송이버섯, 그중에서 왕중왕에 오른 거대한 놈과 닮아 보였다.
여기서 질래가 내린 결론은 홍삼이든, 미더덕이든, 버섯이든, 다 몸에 좋다는 거였다.
고로 나 가질래는… 오늘 그를, 먹을 것이다.
“정말 빨 수 있겠어?”
은우가 곧 닥쳐올 미래를 알려줬다. 하긴 한참 동안 남자의 페니스만 멀뚱멀뚱 구경하니 그도 민망했을 것이다.
질래가 이내 결심이 선 듯 꼬불꼬불한 체모 위에 위엄 있게 세워진 육중한 페니스를 보며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질래, 못하겠는 건 안 해도 돼. 하지 마.”
그녀의 당당함 속에 감춰둔 두려움을 은우가 모를 리 없었다. 제 페니스를 관찰하던 여자의 눈빛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봐 버렸다.
“아니야, 해 볼 거야. 진심이야.”
늘 은우한테 받기만 한지라, 저도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 알려 줄 징표를 남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관능적인 손짓, 끈적끈적한 말투로 유혹했다.
“그거, 입으로 좀 데려와 줄래?”
방금 뭘 본 거지?
와달라는 여자의 속삭임에 은우의 이성이 와르르 무너졌다. 방금 전까지 괜찮다던 남자의 방어벽이 순시에 함락되고 만 것이다. 당장이라도 저 색스러운 입안으로 제 것을 박고 싶은 은우였다.
하지만, 사랑은 욕망이 다가 아니다. 질래보다 더 큰 사랑을 주고픈 남자의 마음. 그래서 선택한 게 바로 이 방법이었다.
“같이 하자, 그럼.”
“같이?”
질래도 그 의미를 알았다. 그녀 역시 새로운 체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지만, 그보다 앞서 우려되는 상황도 있었다.
“들썩이면?”
“내가 위에서 골반 잡고 빨 거니까 걱정하지 마.”
은우도 처음이었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체위였기에, 시도해 본다는 자체만으로도 짜릿했다.
이름하여 69자세. 애무의 끝판왕이자 종착지라고는 들었다.
은우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언젠간 해보겠지 싶었던 체위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바로 오늘이라니.
“일단, 병원부터 닫자.”
“벌써 망한 거야, 아님, 문 닫을 시간이야?”
“의사가 가운 벗고 환자랑 옷 벗으면 게임 끝이지, 안 그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은우는 제 허벅지까지 내려온 드로즈를 박력 있게 벗어던졌다. 와이셔츠 단추도 능숙하게 알아서 풀었다.
“완전히 다?”
“어, 의료 베드에서 완전히 다. 환자도 벗길 거거든.”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이미 볼 거 다 본 사이임에도 여자가 남자 앞에서 벗는다는 건 한 두 번으로 익숙해지는 게 아니었다.
그의 긴박한 손놀림에 왠지 모를 긴장감까지 엄습했다.
그사이 남자는 제 와이셔츠까지 탈의했다. 탄탄하게 자리 잡은 선명한 복근 위로 움푹 팬 쇄골과 페니스로 이어진 치골 라인까지, 몸 선이 섹시했다. 허벅지 위로 늠름하게 솟은 성기마저 경이로울 만큼 은우의 상·하체 밸런스는 빼어나게 훌륭했다.
그런 근사한 남자가 저에게로 다가온다. 애액으로 투명해진 팬티 양 끝을 잡고 발목까지 쓰윽 내린 후 속옷 구멍 사이사이로 한 발씩 다정하게 빼주었다.
“여기서, 가질래 냄새가 나.”
“맡지 마.”
“파리에서 그리울 거 같은데. 가져갈까?”
“별게 다 그립겠다. 기억도 안 날걸?”
“누가 그래.”
돌연 허리를 숙여 질래의 무릎 주름을 할짝할짝 핥는 남자였다.
“여기는 꺼끌꺼끌하니, 쫄깃해.”
간질이듯, 부드럽게 무릎에서 정강이를 타고 내려온 혓바닥이 여자의 뒤꿈치를 덥석 물었다. 이내 은우는 질래의 얇은 발목 위에 자리한 어여쁜 복숭아뼈에 추적추적 키스를 퍼부었다.
그가 흘리는 숨결 따라 헐떡이는 게, 기막히게도 가는 곳곳이 질래의 성감대였다. 찌릿찌릿, 온몸에 전기가 흘렀다.
“가질래라면 다, 잊지 않을 게.”
“…….”
“맛도… 촉감도… 향기도.”
“…….”
“언제든, 어디서든. 믿지?”
“…믿어.”
질래가 고개를 주억이자 남자의 손이 그녀의 상의로 향했다. 가슴을 빠느라 단추는 진즉에 풀었고, 어깨에 걸쳐진 옷을 한 팔 한 팔, 조심스레 아기 다루듯 빼주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틈엔가 질래는 전신이 휑했다. 이정도면 저 의사, 면허 정지 감이다. 진료 보다가 돌연 누드 쇼라니, 위험한 의사가 분명했다.
질래가 양손으로 음부를 가린 채, 달뜬 숨을 진정시키는 동안에도 은우의 시선은 오로지 질래에게 꽂혀있었다.
예쁜 몸, 예쁜 피부, 예쁜 얼굴.
연예계든 화류계든 잘나간다는 여자 여럿 봤음에도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끌림, 그리고 꼴림. 그걸 해낸 여자가 바로 가질래였다.
“이제 할까?”
질래는 고갯짓으로 신호를 줬다. 그러자 천천히, 천천히 뜨거운 호흡을 고르던 남자가 그녀 위에 자리를 잡았다.
여자의 붉은 표피 위로 페니스를 살짝 비볐을 뿐인데 헤드에서 체액이 주룩주룩 흘렀다. 질래의 입술에 투명한 립글로스가 잔뜩 발렸다. 그만큼 은우는 극도로 흥분해 있었다.
반면 질래의 상황은 좀 달랐다. 이제 그의 것을 넣기만 하면 되는데 자꾸자꾸 망설여진다. 그래서 묘안을 떠올린다는 게 은우와 하다만 선생님 놀이. 어설프게 할 바엔 차라리 공손하게 배워보는 게 낫다고 판단한 이유에서였다.
“저기 은우야, 선생님, 할래?”
“이 타이밍에 선생님?”
누가 봐도 당황한 남자의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질래는 태연하게 제 할 말을 이어갔다.
“음,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좀 가르쳐주실래요? 어떨 때 좋은지, 빠는 법이요.”
나긋나긋, 상냥한 목소리. 여자의 야릇한 높임말이 남자의 하체를 더욱 들끓게 만들었다. 솔직히 누군가의 입에 제 페니스를 넣어 본 적도 없건만. 그런 제게 빠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저를 바라보는 질래의 시선이 처연했다. 정말 무언가를 알려줘야만 할 것 같았다. 질래가 저렇게 나온다면, 뭐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은우가 차린 정체불명의 업장은 다시 영업 개시다.
육구 체험은 잠시 미뤄둔 채, 그녀의 등을 침대 머리 판에 기대게 했다. 그녀의 입 높이에 맞춰 무릎 꿇은 후 성기를 갖다 댔다.
제 페니스를 바라보는 여자가 사랑스러워서 얼른 뭐든 가르쳐주고만 싶었다. 친절하게, 매너 있게 알려주고자 은우도 처음으로 높임말을 써봤다.
“가질래 씨 그럼, 부드럽게 여기에 뽀뽀해 줄래요?”
“이렇게요?”
“흡. 좋습니다.”
자칫, 상황이 좀 우스워질 수도 있었지만, 이것 역시 연인이기에 가능한 놀이 같았다. 가르치는 이은우 선생의 복잡한 속내와 달리 배우는 학생의 자세는 사뭇 진지했다. 하얀 손으로 제 페니스를 쥔 여자가 울고 있는 귀두에 진짜로 뽀뽀해 줬다. 다행히 하나를 가르치면 셋을 아는 듯, 혀를 내밀어 요도에서 흐르는 쿠퍼액을 날름날름 닦아줬다.
“하핫, 너무 흥분돼.”
거칠어진 호흡 탓에 은우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제 머릿속도 새하얘졌건만 여자가 또 애원했다.
“선생님, 다음은요? 얘기해 주세요.”
“음, 동그란 헤드 부분 있죠, 거길 사랑스럽게 머금어 봐요. 물지는 말고.”
은우의 지시에 따라 여자의 벌어진 잇새로 우윳빛 막대기가 반쯤 들어갔다. 그걸 입술로 앙 문 여자가 저를 올려다봤다.
제길! 눈빛이 순진했다. 머금고 있으랬더니 안에서 혀까지 굴렸다. 이내 할짝할짝, 아이스크림 빨듯 귀두 사이사이를 정말 사랑스럽게 쓸어주었다.
“잘했어요, 너무 잘해.”
여자가 간간이 저를 올려다보며 싱그럽게 눈웃음치는데, 미칠 것 같았다. 나 이은우는 가질래한테 완전히 빠졌다. 더 이상 헤어 나올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먹혔다.
“또 원하는 건요? 가르쳐 주세요. 선생님.”
애달픈 목소리에 애달픈 눈빛. 그게 남자를 사로잡는 가질래만의 덫이었다.
“이제 페니스를 오가며 입술로 쓸어 줄 거예요. 살살, 유연하게, 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