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보약 넣기
“기막히네요. 어떻게 이런 일을….”
“그러게 왜? 나한테 왜 그랬어? 어? 나한테 왜 그랬냐고?”
그녀는 가녀린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는 순간까지도 발악하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질래가 두려워했던 상황은 다행히 빗겨 갔다는 점이다.
한 줌밖에 안 돼 보이는 굴곡진 허리 라인에 비해 꽤나 장신인 여자. 미친 사람처럼 악에 받쳐 따져 묻는 여자는 혹, 마약을 한 건 아닌지. 그 정도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눈동자가 허물어질 듯 한없이 풀려 있었다.
한때는 스포츠계의 톱 아나운서로 주가를 날렸던 민연재. 대체 그녀는 왜 이렇게 된 걸까. 그녀와 우리의 악연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그러니까 사고 전날인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그때로 민연재가 시계를 되돌렸다.
***
남들 다 놀 때 발렛 파킹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그날 밤, 저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와인 바 주차장에서 은우는 의도치 않은 시비에 휘말렸다.
제 차를 긁었다며 은우의 뺨을 무자비하게 내리쳤던, 오만함이 화수분처럼 흘러넘치던 장신의 차주, 민연재.
은우에게 연말까지 애인이 돼 주면 차 긁은 값을 없던 거로 해주겠다며 막무가내로 누명 씌운 것도 모자라 죽일 생각까지 하다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게 새삼 무서웠다. 사람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더니 세상 곳곳이 온통 지뢰밭이었다.
그녀의 자존심을 다치게 한 죄가, 저와 질래의 목숨값이라니.
그날 민연재는 저를 철저히 무시한 커플을 뒤따랐다고 했다. 제 가슴엔 대못을 박아놓고 자기들은 골목 어귀에서 달달하게 키스나 해대니, 그녀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분명 휘진은 은우에게 애인이 없다고 했건만 알고 보니 저보다 훨씬 상류층의 고객이 은우의 상대였던 것이다.
민연재 눈에 보인 두 사람의 관계를 정의하자면 여자는 주춤했고, 남자는 직진했다.
물론 모든 건 철저히 민연재만의 해석이었다.
저에겐 단 한 번도 보이지 않던 달달한 눈빛을 저보다 더 돈 많은 여자 앞에선 미친 듯이 쏟아내는 은우가 미웠다.
아무리 콜을 해도 오지 않던 어린놈이 저보다 더 높은 클래스의 여자에게는 사족을 못 쓰는 걸 보니 제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민연재가 제아무리 지랄발광을 해도 가질래가 사는 레벨로 갈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 위치가 여자에겐 크나큰 절망이 되어 저도 모르게 마음속의 악마를 소환해 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이브. 흰 눈이 그녀의 머리칼에 떨어지는데 희한하게 가슴이 시렸다. 그 순간 마음속의 악마가 그녀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이도 저도 못할 바엔 저년, 놈 다 죽여 버려.’
물론 순각에 타올랐던 분노였다. 그대로만 있었다면 그대로 지나갈 화염이었다.
문제는 은우와 질래를 남몰래 엿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여자를 와인 바 입구에서부터 뒤쫓아 온 남자가 있었다는 거였다.
평소 은우에게 친절했으나, 마음속으로 그를 강렬하게 질투해 왔던 함휘진. 그는 가게에 오기로 한 VIP 고객이 다른 곳으로 발길을 틀자 따라갔을 뿐이었다.
민연재는 저에겐 한없이 고고하면서도 매번 은우에 대해서 집착하듯 물어보는, 사람 안달하게 만드는 고객이었다.
그런데 제 가슴에 스크래치를 준 여자가 저와 똑같이 절망감을 안은 채 어떤 커플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은우가 다른 여자와 키스한 후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을 주시 중인 여자를 본 순간 휘진은 저에게도 기회가 왔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도와줘요? 우리 서로가 원하는 걸 줄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때부터 평행선을 걷던 둘 사이에는 접점이 생겼다. 맹랑한 동맹 관계.
민연재가 평소대로 한 번 더 휘진에서 도도했더라면 두 사람은 이 바닥까진 오지 않았을 텐데. 뒤늦은 후회만이 남은 지금, 상황을 돌이키기엔 모든 게 너무 늦어 버렸다.
크리스마스이브, 손을 잡은 두 사람은 이후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연재는 차를 은우 집 앞에 주차한 후 가질래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휘진이 질래를 손봐주기로 한 것이다.
물론 질래가 나올 거라 예측 한 건 민연재의 판단이었다.
그날 그 와인 바의 아는 지인이 강화그룹 가질래가 이곳에 온다며 소개해 준다길래 한껏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와 일을 치른 후 분명히 와인 바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골목길에는 사각지대가 많았고 CCTV도 없었기에 쥐도 새도 모르게 여자 한 명쯤은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예상은 가볍게 엇나갔지만.
슬슬 기다림에 지칠 때쯤, 휘진은 오랜 기간 공들여온 여자에게 들어갈 궁리부터 해 본다.
질투에 눈먼 무방비한 상태의 여자. 그녀가 저에게 마음을 열어줄 최상의 기회가 왔음을 온몸으로 직감했다.
처음엔 부드러운 키스로. 차 안에서 그녀의 상체 구석구석을 핥아 줬다. 돈 꽤나 들인 듯한 인위적인 가슴의 촉감도 제법 괜찮았다. 빳빳이 선 큼지막한 갈색 젖꼭지를 굴리자 여자의 입에서 고성이 터졌다. 그 타이밍에 여자의 벌어진 사타구니 사이, 검은 스타킹을 과감히 찢어버렸다. 흠뻑 젖은 팬티 역시 남자의 손에 의해 세이 굿바이. 금세 하체가 드러났다.
“스타킹 이따 사줄게요. 이 오빠가.”
“오빠? 재밌는 애네. 으윽.”
연재의 신음 소리가 은근 귀여웠다. 그녀의 갈라진 속살을 게걸스럽게 빨아낸 후 여러 번 성났다 죽은 페니스를 연재의 질구 속으로 쑤욱 넣었다. 한때는 팬으로서 흠모했던 스포츠계의 여신이었다. 그런 여자의 촘촘한 내벽 속으로 들어가는 희열이란. 찰박찰박, 휘진이 그토록 듣고 싶어 했던 소리가 차 안에 진동했다.
“아아앗, 으응, 흐흐읏.”
케겔 운동이라도 했는지 죔마저도 좋았다. 비좁은 차 안에서, 농익은 여자와의 합이 짜릿했다.
몇 달간 공들여도 안 넘어오더니, 은우 덕에 쉬운 여자가 됐다. 휘진은 그 점이 썩 내키지 않았지만 뭐, 아무렴 어때! 덕분에 차 안에서 쑥덕쑥덕, 그녀와 은밀한 비밀 이야기를 나눴으니 그걸로 족하다며 제 분신을 쏟아대던 찰나였다. 낯익은 사람이 포착됐다.
톱스타 지나가 은우의 사무실 집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누가 봐도 유혹하려 작정한 사람처럼 보였다. 복장이 딱 그러했다.
“뭐야, 강화그룹 가질래랑 톱스타 지나랑 삼각관계야?”
“대박이네, 은우는 왜 발렛을 했을까요?”
휘진이 주는 쾌락에 한껏 취해있던 연재가 모든 행동을 멈춘 채 엉덩이를 씰룩이며 은우의 집으로 들어가는 지나의 뒷모습을 흥미롭게 쳐다봤다.
“굳이 룸을 안 뛰어도, 알아서 여자들이 날아오니까?”
“그렇게 향기로워요?”
“맛있는 꿀을 낼 것 같긴 하지. 근데 너도, 제법이야.”
연재의 칭찬에 뭉쳐있던 어깻죽지 근육이 풀린 듯 바닥까지 추락했던 휘진의 자존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한 차례 사정한 후 휘진은 제 능력을 보여주겠다며 연재를 눕힌 후 애무에 들어갔다. 더 짜릿한 2차전을 위해 여자의 몸에 한껏 불을 지폈을 때쯤 건물 밖으로 누군가가 나왔다.
“쟤네 아니야?”
이른 새벽. 가질래와 은우, 두 사람만이 건물에서 나와 오토바이 앞에 서 있었다. 몇 시간 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누가 봐도 사이좋은 커플이었다.
“지나는 어떻게 된 거지?”
“왠지 저 여자분이 이긴 거 같죠?”
“당연하지, 가질래가 지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가졌거든.”
누군가가 차 안에서 그들을 지켜본다는 사실도 모른 채 은우와 질래는 한참 동안 연애 놀음에 빠져 있었다. 그렇게 몇 분간을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서로를 챙기더니 이 추운 겨울날, 오토바이를 타고 유유히 사라지는 게 아닌가.
“쟤네 어디로 가는 걸까? 쫓아.”
휘진은 연재의 지시에 따라 급히 옷을 챙겨 입은 후 운전대를 잡았다. 다만 휘진이 눈치챈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광경은 저들보다 먼저 오토바이를 쫓는 차가 한 대 더 있다는 사실이었다. 골목 어귀에 주차돼 있던 고급 세단 역시 오토바이의 꼬리를 밟는 것처럼 보였다.
우연이 아니라면, 굳이 닭발집 앞까지 따라가진 않을 테니 말이다.
역시나 차에서 내린 남자가 가게 창가에 서서 안에 있는 커플을 지켜봤다. 휘진은 그 사이 편의점에서 오토바이를 손볼 만한 도구들을 산 후 은우의 바이크로 향했다.
다행인 건 바이크가 주차된 곳은 사각지대였다. 극도로 추웠고 제대로 된 장비도 없던 탓에 브레이크 레버 볼트를 너무 풀었다.
사실 이은우란 놈, 잘난 외모 빼면 저보다 볼 것도 없는데, 성격마저 별로인 놈인데, 왜 항상 별 노력 없이도 상류층 여자들이 알아서 꼬이는지. 생각할수록 재수 없었다. 휘진은 세상이 불공평한 것만 같았다.
은우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제가 이 구역에서는 최고였는데, 발렛 하나 잘못 들인 이후 늘 열등감에 휩싸여 사는 스스로가 죽도록 싫었다.
그래서 끊었다. 저를 옭아매는 고리를.
여자도 갖고, 급한 돈을 해결했음에도 해결하지 못한 영원한 열등감으로부터의 자유를 선언했다.
혹 일이 잘 못 될 경우 세단을 운전한 남자에게 뒤집어씌우면 되겠다 싶은 심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증거사진으로 찍어, 제 폰에 담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영원히 묻힐 것만 같던 진실은 생각보다도 빨리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모든 범죄를 세단을 탔던 남자에게 덮어씌우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짓인지, 휘진은 경찰에게 제보한 이후 깨달았다. 돈만 있는 연재는 저를 구원해 내지 못했다. 그저 두 사람은 알코올에 찌든 도피 생활만 이어갔을 뿐. 이게 질투에 눈먼 남녀가 벌인 크리스마스 새벽의 진실이었다.
이제 과거의 시계를 현재로 되돌린다.
검거 현장에서 피해자와 맞닥뜨린 술에 찌든 가해자는 여전히 거지 같은 변명만을 해댔다.
“살면서 그렇게 자존심 상해본 건 처음이었다고. 내가 그 가게에 얼마 쓴 줄 알아? 감히 날 무시해? 나보다 돈 많은 사람 앞에서 나를 뭉개?”
민연재는 아직도 그날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보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오죽하면 그 핑계로 애인 삼아 보려 했을까,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니? 진심을 짓밟혔다고, 너랑 그 년, 두 사람이.”
애초에 시작도 안 했던 싸움을 혼자 벌이고 혼자 파국으로 끝내버린 민연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허무했다. 원했던 진실이 아니어서? 혹은 의외의 지점에서 발화된 불꽃에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정답을 모르겠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순 없건만, 옳다고 생각한 일조차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면 그것조차 죄일 수 있다니.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슴 속의 분노는 여전했지만 피의자 가슴에 상처 주는 일을 멈추기로 했다.
“대화 다 끝났으면 이제 연행해 가겠습니다.”
경찰의 통보에 은우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질래가 범인들의 실체를 알게 된다면 얼마나 기막혀할까. 행여나 범인이 줄래일까 봐 마음 졸이고 있을 질래를 위해 얼른 사실을 알려줘야겠다.
돌연 질래가 간절히 보고 싶어졌다.
은우는 현장을 떠나 기 회장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
똑똑, 똑, 똑똑, 똑.
은우가 돌아왔다. 방문 노크 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어릴 때도 가끔 저 박자로 딱 여섯 번, 질래 방문을 노크했던 9살짜리 꼬마가 이제 남자가 되어 방문을 두드린다.
13년 전 같았으면 무슨 일이냐며 달려나갔겠지만 지금은 일부러 자는 척했다.
알아서 그가 제 침대로 와 안아 주기를 기다렸다.
어쩌면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언제 또 그의 품에서 잠들 수 있을지 기약 없는 상황이기에 질래는 최대한 이 밤을 즐기기로 했다.
별 인기척이 없자, 드디어 그가 슬그머니 방문을 열고 질래의 이불 속으로 살며시 들어왔다.
그리고는 여자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줄래 아니야. 다행이지?”
“아니야?”
그 한마디에 깨어 있다는 걸 바로 들켜버리다니! 바보가 따로 없다.
이후 범인이 누구인지 들었을 땐 좀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우려했던 사람이 아니라서 조금은 다행이라 생각했던 밤이었다.
은우의 호흡이 질래에겐 최고의 자장가가 돼 주었다. 저도 모르게 스르륵, 어느새 잠들어 버린 것이다.
얼마나 잤을까, 해님이 숨어 있는 시간. 창밖으로 어둑어둑 짙은 회색이 주 배경색을 이루던 새벽.
저릿한 느낌에 질래의 눈이 번쩍 뜨였다.
“뭐, 뭐해?”
“가기 전에 한 번 더 맛보고 싶어서.”
“변태.”
“가슴만 맛보려고.”
입으로는 변태라 책망했지만 꼼지락꼼지락, 이불 속에서 제 앞섶을 오픈 한 채 가슴을 빨고 있는 한 마리의 대형견은 질래를 욕망의 숲으로 인도했다.
새벽은 사람을 더욱 감성적으로 만드는 시간대인 듯 아무도 모르게, 그의 유혹 속으로 스르르 젖어 들던 그 시간. 아프지만 않았다면 좀 더 열정적으로 이런저런 자세를 취해가며 그와 함께 뒹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만큼 모든 감각은 초예민 상태였다. 마치 꿈을 꾸듯 몽환적인 섹스 후엔 잠들면 그만이니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불 속에서 저를 연 질래였다.
처음에는 유두에서 지분대던 열기가 녹진한 체액을 버무리며 골반까지 내려왔다. 한 손으론 젖무덤을 주무르면서도 손가락으로 유두를 뭉개는 알싸한 손놀림에 허리가 들썩들썩 휠 뻔했다.
“흐읏. 으누야!”
“골반 뼈가.”
그의 혀가 치골을 쓰다듬었다.
“왜 이렇게 섹시해?”
“보여?”
“아마도?”
동시에 고무줄 바지가 통통한 치구까지 쓱, 내려갔다. 여자의 검은 숲이 남자의 혀 놀림 따라 이리저리 갈라졌다. 그사이 잠에서 깨어난 해 때문에 짙은 회색빛 세상은 조금씩 제 색을 찾아갔다.
그 희미한 햇살에 그려진 여자의 잘록한 허리며, 도드라진 골반 뼈가 남자를 유혹했다며, 은우는 금세 여자에게 본심을 드러냈다.
“프랑스 가서 잘 하라고 기운 좀 주라.”
“환자한테 기운을 얼마나 더 빼가려고. 가슴만 맛본다면서.”
“그럼 취소! 잘 나으라고 내 기운 좀 넣어줄게.”
“아흣…. 기운? 흐응, 보약은 좀 필요해.”
‘보약은 좀 필요해. 보약은 좀 필요해….’
아침 햇살 덕분인지 더욱 도발적이게 보이는 그녀의 입술에서 나온 그 한마디가 자꾸 남자의 귓가에 맴돌았다.
“은우야, TV 좀 켤까? 나. 야한 소리 낼 거 같은데.”
‘야한 소리. 야한 소리….’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그녀의 달싹이는 입술이 은우의 시각에 야릇하게 재해석 되길래 얼른 리모컨을 들어 전원을 눌렀다.
“으읏.”
질래 속으로 은우만의 보약을 넣었다.
“아아앙, 앗. 흐읏.”
뉴스를 너무 믿은 탓일까. 앵커 목소리보다 여자의 신음이 더 컸다. 어쩌지. 하필이면 종합편성채널에서 모닝 뉴스가 흘러나왔다. 질래에겐 익숙한 일상이었지만 은우에게 아침 뉴스는 매우 생소한 시작이었다.
안경 낀 앵커가 주요 뉴스를 브리핑하자 은우는 제 페니스를 그녀 안에 깊숙이, 깊숙이 주입했다.
앞전에 못다 한 절정의 시간을 침대에 쏟아낸 후, 그제야 앵커의 목소리가 온전히 들려왔다.
-속보입니다. 사흘 전 한 건물 지하 벽장에서 목맨 채 발견된 백골 시신의 신원이 밝혀지면서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갑자기 잠적하면서 각종 루머를 자아냈던 톱스타 지나 씨로 밝혀져….
“지나?”
-수사팀은 시신 상태로 봤을 때 잠적 시점인 약 한 달 전 사망했을 것으로 보고 자살인지 타살인지 여부를….
“뭐?”
“한 달 전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