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질래요-38화 (38/84)

38화. 찔끔찔끔, 사정 중

수증기로 가득 찬, 후덥지근한 이 공간은 숨결마저 울려 퍼질 만큼 고요했다.

수축됐다 이완됐다 반복하는 내벽처럼 심장도 그러했다. 그의 입김이 닿는 곳곳마다 바르르 떨려 왔다.

반면 마주 잡은 깍지가 설렜다. 손마저도 입김처럼 따스했다.

은우가 빈틈을 채웠다. 먼저는 상반신. 음각과 양각이 확실한 하얀 흉근으로 여자의 몽실한 젖가슴을 뭉그러뜨렸다.

찌릿찌릿, 짓눌린 유두가 묘하게 반응했다.

그리고….

하반신. 꿈틀꿈틀 빳빳하게 솟은 페니스가 그녀의 가랑이 사이, 흠뻑 젖은 은밀한 핑크홀 앞으로.

“으읏.”

질래의 입술을 덮쳤다. 동시에 촘촘한 내벽을 헤치는 거대한 막대기가 질구에서 노크한 후 조금씩, 조금씩 밀려 들어왔다.

촉촉한 체액을 윤활유 삼아 닫힌 조리개를 미끄덩하게 쓰윽.

“허읏, 헙.”

조리개가 열렸다. 은우가 서서히 채워진다.

후- 풍선을 불 듯 천천히 가슴을 펴고 숨을 고른다. 처음이 아니란 걸 알았음에도 처음 느껴보는 듯한 이 묵직한 이물감.

아래를 내려다봤다.

까슬까슬한 음모 사이로 남자의 굵고 긴 살덩이가 제 하반신과 연결돼 있었다.

은우의 굵은 성기가 반쯤 들어간 듯싶었다.

“정말 들어가는구나….”

야릇해. 무슨 ET도 아니고. 가랑이 사이로 이어진 남녀의 모습이 설핏 외계 생물체 같아 보였다.

“이게 끝까지 들어가?”

“보여줘?”

태연한 척, 애써 질래와 농담을 주고받고 있지만 양다리를 벌린 채로 제 성기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여자와 달리 은우에게도 말 못 할 사정이 생겼다.

제길. 뭘 한 것도 없는데 벌써부터 사정감이 몰려온다.

쫀쫀함이 죽였다. 이 말도 안 되게 야한 비주얼은 또 어떻고.

분홍색 속살을 가르고 들어간 오동통한 분홍 소시지에 서슬 퍼런 핏줄이 터질 것만 같았다.

성기를 잡아드신 건지 그녀의 내벽 가득 질질 쿠퍼액이 흘렀다.

코팅제라도 바르듯 왔다 갔다 그 극강의 죔을 만끽하고 싶지만 혹 질래의 꼬리뼈에 충격이 갈까 봐 이조차도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일단은 한 템포 쉬어가기로 했다. 여자의 풍만한 미드필더에 얼굴을 묻었다. 저만큼이나 흥분한 여자의 콩콩대는 심장 소리가 귀엽게 들렸다. 많이 떨렸다.

쌀 것 같았다. 그래서 은우는 뻘소리라도 해 본다.

“하나가 된다는 건 참 좋아. 그치?”

“나여서야, 아님, 원래 다 좋은 거야?”

저한테 푹 빠져 있는 남자를 보고도 저런 걸 묻다니.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건가?

분명 통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끊임없는 의심과 확인 작업을 몇 분 단위로 하는 게 여자인가 보다. 그런 생각에 여자를 기피 했던 은우였지만 질래만은 예외였다. 오히려 좋았다.

가질래가 이은우에게 스며들고 있다는 증거기도 했으니까.

“그걸 질문이라고 해? 당연히.”

퍼버벅!

흐읏. 오랜만에 귀걸이를 착용할 때 막혀 있는 구멍에 억지로 쑤셔 넣는 느낌이었다. 그 퍽퍽한 살 밀리는 소리에 질래의 눈이 번쩍 뜨였다. 화르르, 달아오르는 내벽의 아우성에 두 눈만 끔뻑끔뻑거린 찰나, 은우가 다 들어 왔다.

그 생소함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가질래, 내가 말해 준 거 다 잊었지! 하긴, 첫날밤을 통으로 드셨는데.”

“…노, 놀랐잖아.”

여자의 소음순에 남자의 음낭이 뭉그적뭉그적 비벼지는 게 제대로 채워졌다.

“남잔, 정복하면 시시해지는 게 있어, 알아?”

왠지 들었던 말 같기도 하고, 은우가 이야기를 꺼낼수록 지난 크리스마스 새벽의 일들이 흐리멍덩하게 질래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처음엔 스케치하듯, 매끄러운 선들이 흰 바탕 위에 조금씩 형체를 드러냈다.

“그래서, 다 가지면 영영 떠나게?”

은우가 질래의 양 볼을 소중하게 감싼 후 고개를 꺾어 제 뭉글뭉글한 혓바닥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두근두근, 은우의 복장뼈가 심하게 들썩였다.

여러 의심을 지울 만큼 키스마저 훌륭한 남자에게 완전히 빠질 때쯤 그의 혀가 여자의 입에서 부드럽게 빠져나왔다.

“그래서 내가 떠났어? 아님, 곁에 있어?”

그와의 격정적인 첫날밤은 이미 치렀고. 한참이 지난 지금은.

“곁에 있어.”

“매일 하고 싶은 거 알아? 계속하고 싶다고. 그래도 괜찮아?”

“응?”

“아픈 거 괜찮냐고.”

“…응.”

질래는 이 대화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여자의 동의를 얻은 후 천천히, 천천히, 뒤로 물렀다 들어오는 은우였다.

어쩌면 너무 긴장한 나머지 통증을 잊었을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 때도 그랬고, 재회한 지금도 그랬다.

삼십여 년 넘게 철옹성처럼 숨겨왔던 비밀의 방을 열어주는데 불과 하루도 안 걸렸으니까. 그만큼 저에게 은우가 특별한 사람인 것만은 분명했다.

숨결마저도 섹시한 이 남자의 온전한 것이 되고 싶을 만큼 저와 교합 중인 남자의 선이 아름다웠다. 그런 조각 같은 남자가 여자의 목선에서 지분대더니 이내 소곤소곤 귀엣말로 흥분시켰다. 마치 노래 가사를 읊듯, 달달하고도 간지러웠다.

“정복할 수 없는 사람이 있어.”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푸욱!

“흐흣.”

“이런 건 정복이 아니라 사랑이야.”

푹, 밀고 들어온 페니스보다 더 훅 치고 들어온 그의 고백.

들어도, 들어도 안 질리는 유통기한이 없는 말이었다. 단짠, 단짠보다 더 중독성 강한 말.

“한 번도 널 가진 적이 없어. 내 모든 걸 준 적은 있어도.”

사랑하는 남자의 사랑 고백이었다.

“너한테 팔았다고, 날.”

“…….”

“그러니까 나… 버리지 마.”

쾅! 쾅쾅! 쾅! 마음속에 숨겨둔 지뢰밭이 폭발했다. 눈가가 뜨거워졌다.

‘내가 너를 어떻게 버리니. 네가 날 버린다면 모를까.’

제 속내를 듣기라도 한 듯 긴 속눈썹이 매혹적인 남자가 저를 지그시 내려다본다. 그리곤 배려가 깃든 약한 치댐이 이어졌다. 그러면서도 깍지 낀 손에 키스를 퍼붓는 다정한 남자이기도 했다.

“예쁘니까. 울지 마. 가질래.”

은우는 질래에게 흔들리지 말라는 듯 견고한 마음의 돛을 내렸다. 흐르는 눈물도 그의 손이 거두어 갔다.

“돌아 돌아, 이렇게 다시 만났다는 건….”

“…불안해.”

“운명이라 믿어.”

“운명?”

“일시적인 사랑 놀음이 아니야. 그러니까 좀 믿어.”

“…….”

“너와 나… 끈질긴 인연.”

철썩. 철썩. 파도가 쳤다. 운명의 힘을 빌려 그가 좀 더 질래 안에 힘차게 몰아쳤다.

내벽은 후끈후끈했지만 마음은 해일에 쓸린 듯 깨끗해졌다.

덕분에 잘 안 울던 질래의 눈물 역시 마를 새가 없었다. 30여 년간 가뭄이었던 눈가도, 음부도. 찰박찰박, 그가 꽂힐 때마다 찔끔, 찔끔. 남녀는 모두 사정 중이었다.

눈물도 참 쉬워졌다. 그저 남자를 알았을 뿐인데 심장 터질 듯한 흥분과 떨림. 벅차오름이 엉겨 붙은 채로 깊숙이 푸욱, 들어왔다.

“아아앗! 아….”

‘아파’라고 말해야 하는데,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마치 꼭 맞은 옷을 입은 것처럼 채워지는 충만함에 속아서 그가 움직일 때마다 오는 통증을 외면하고 싶어졌다. 꼬리뼈가 욱신욱신한 게 솔직히 언젠가부터 쾌감이 아니라 고통이었다.

소유욕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그가 제 안에서 왔다 갔다 살아 숨 쉬는 게 좋아서 참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무리구나. 무리했구나.

그걸 인정하는 순간 파닥대던 여자의 말랑한 피부가 경직됐다.

그제야 은우도 질래의 일그러진 얼굴을 포착했다.

미세한 찡그림. 결코 유쾌한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해도 돼. 아파도 갈 수 있어.”

돌연 멈춰 선 은우에게 질래가 먼저 선수 쳤다. 절정에 이른 남자를 보고 싶은 까닭에 아프더라도 끝장내 보고픈 의지를 전달했다.

“아픈데 왜 참아? 같이 좋아야지.”

그가 허리를 뒤로 무르자 굵은 성기가 속살을 쓸어내며 서서히 빠져나왔다.

“빼지마.”

질래는 다급히 은우의 행동을 멈춰 세운다.

남자의 허리를 붙잡은 채로 그녀는 제 속에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그 덕에 은우는 참고 있던 정액이 살짝 분출된 듯, 당황스러운 죔에 도리어 여자를 밀어냈다.

“다 나으면 그때 제대로 하자.”

“아파. 아프다고!”

“그니까 참지 말라고!”

“아니! 근데 이보다 더 아파도….”

“…….”

“나도 너, 안 놓는다고.”

“…….”

시간이 멈춘 듯 질래와 은우는 잠시 동안 박제가 된 것처럼 서로를 응시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이면 충분했다.

은우가 그녀를 와락, 제 품 안으로 끌어안기까지는.

문제는 그 달콤한 순간 질래의 허벅지가 푸르르 떨려 왔다.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였다.

아픈 건 아픈 거였다. 일부 기억이 회복됐다고 해서 다친 몸까지 회복되는 기적 따윈 없었다.

긴장감을 내려놓은 후 찾아온 현실은 지독한 통증을 알려 줄 뿐이었다. 질래는 찌푸려진 미간을 애써 반반하게 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모습을 질래바라기 은우가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랑해서 떠난다는 말, 변명이라고 생각했거든?”

쓰윽. 그녀의 질구에서 은우의 페니스가 결국엔 강제로 끌려 나왔다. 마치 뱀이라도 기어 나온 듯한 생경한 촉감에 엄지발가락이 움찔, 그 안에서 정체 모를 하얀 액도 함께 쓸려 나왔다.

“그런데 오늘은 얘네, 사랑해서 헤어지는 거다.”

이별이 꼭 아픈 것만은 아니었다. 따뜻한 헤어짐을 선사해준 남자가 좋아서 질래는 아기처럼 뽀얗게 볼 터치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봤다.

수줍은 볼을 갖고 있으면서도 도발적인 눈빛을 가진 여자. 은우는 그녀에게 매일매일 빨려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중독돼 있었다. 이게 뭐라고 하체가 더 단단하게 끓어오른다.

“빨리 나아. 그땐 안 봐줄 테니까.”

“기대….”

여자가 끝말을 흐렸다. 은우는 왠지 그다음 말이 궁금해진다.

“기대, 뭐?”

“기대!”

“뭐냐니까?”

입술을 길게 늘어뜨린 남자의 환한 웃음이 보고 싶었는데, 적중했다. 내내 수컷인 척하느라 어른 미 뿜어내던 남자의 얼굴에 다시 소년이 찾아왔다.

여심을 녹이는 은우의 강력한 무기가 발동되고 나니 언제 아팠냐는 듯 마음이 설렜다.

“돼.”

“돼?”

“어, 기대돼.”

“정말?”

“화끈하게 할 수 있지? 풋.”

“갑자기 야해졌어. 훗.”

웃음이 터졌다. 남자도 여자도 마냥 신나서 헤벌레, 헤벌쭉. 서로를 보는 것만으로도 세로토닌이 샘솟는 듯, 행복이 충전됐다.

정말 원 없이 웃었다.

그렇게 은우와 마무리 샤워까지 마친 후 끈적끈적했던 긴긴 샴푸 타임은 드디어 막을 내렸다.

결국 남자가 다 씻겨준 셈이었다.

이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침대에 누워 꽁냥꽁냥 연인 놀이 삼매경에 빠졌다.

질래 덕후 인증이라도 하듯 은우는 내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안 먹어도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배부름을 만끽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왜 꼭 이런 타이밍에 휴대폰이 울리는지, 괜스레 불길해졌다.

하필 진동하는 휴대폰이 기 회장의 것이라니.

똑똑똑!

기막힌 타이밍에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잠시 들어가도 될까? 내가 휴대폰을 놓고 나온 것 같아서.”

기 회장이었다. 닭발집 할머니와의 담소를 끝낸 건지, 이제야 놓고 간 물건을 찾으러 방으로 돌아온 것이다.

“잠시만요.”

은우가 제 옷과 질래 옷을 단정하게 재정비한다. 흐트러진 여자의 머리도 다정하게 쓸어줬다. 그리곤 침대에서 벗어나 기 회장의 휴대폰을 들고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액정 화면을 보니 낯선 이름의 남자. 직책이 비서였다. 이제 제법 해도 저문 밤이건만 이 시간에 비서의 전화라니.

은우가 방문을 열어 기 회장한테 진동하는 휴대폰을 내밀었다.

“제가 알았으면 먼저 갖다 드렸을 텐데.”

“아니야. 나도 깜빡했는걸.”

발신자를 확인한 기 회장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여든 넘도록 회사 일이나 붙잡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럼 쉬어라.”

기 회장은 은우에게 방긋 웃어 보인 후 휴대폰 화면에 뜬 통화 버튼을 꾹, 눌렀다.

저를 볼 때는 그렇게 자애롭던 얼굴이 전화기에 닿는 순간 돌변했다. 누가 회장님 아니랄까 봐 카리스마가 좔좔 흘러넘쳤다.

별일 아니겠지 싶어 은우가 뒤돌아 방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기 회장의 표정이 점점 더 심각하게 굳었다. 왜 저러지? 혹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그녀의 얼굴을 살피기도 잠시, 기 회장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한마디가 툭 튀어나왔다.

“뭐라고? 오토바이 손댄 범인, 잡혔다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