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꿀물이 퐁퐁
축축했다.
샴푸 받은 머리칼도, 애무 받은 상반신도 그리고… 가랑이 사이, 은밀한 핑크 홀도.
자꾸자꾸 젖는다. 깊은 숲속 옹달샘에서 수컷을 유혹하는 꿀물이 퐁퐁 솟아났다.
어찌해야 할지 더 이상 모르겠다.
팬티 안, 수줍게 벌렁대는 속살은 애달프게 남자를 원했고, 금이 간 꼬리뼈는 불만 어린 통증을 호소했다.
“넣으면, 좋아?”
방황 끝에 이런 어이없는 질문이나 하고 말았다. 예상대로 은우가 저를 보며 픽, 웃어 버린다. 그조차도 거부할 수 없는 미소였다. 욕망과 애정이 담긴 끈끈한 눈빛으로 한참이나 저를 내려다봤다.
그 눈길이 점점 애액으로 착 달라붙은 팬티 위, 도톰한 굴곡으로 향했다.
남자의 시선이 이동했을 뿐인데 질래는 아랫배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숨조차도 자연스레 쉴 수 없을 만큼 긴장되던 찰나, 푹!
커피콩처럼 갈라진 틈새를 노닐던 남자의 검지가 정점을 찔렀다.
“으윽.”
목청에서 얇은 신음이 샜다. 의지 밖의 일이라고 변명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남자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대신 그의 중저음이 귓가에서 맴돌았다.
“어때? 좋아, 싫어?”
다시금 은우의 손가락이 슬금슬금 소음순 주변을 등반했다. 이번에는 움찔대는 클리토리스까지 꾸욱. 정차 버튼을 누르듯, 지그시 뭉개버렸다.
“흐으응.”
반자동적으로 다리가 벌어졌다.
“아파.”
찌르르한 전율이 더한 자극을 원했지만 아픈데도 좋다 하는 진실을 저 멀리 숨겨버렸다. 다친 골반에 통증을 외면할 수 없던 연유에서다.
그럼에도 다행인 건 은우가 제 여자가 감춘 진실을 눈치챘다.
저만이 기억하는 질래만의 시그널을 새록새록 기억해 냈다.
첫 경험을 앞둔 여자의 상기된 얼굴. 본능대로 벌어진 입술. 저를 간절히 원하는 저 표정까지.
저렇게 색정적인 모습을 해놓고, 애매한 답변으로 남자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어버리는 가질래를 어쩌면 좋을까. 이럴 땐 주저 없이 정면 돌파에 나선다.
“내 거 보고 싶지.”
“어?! 내가 언제.”
순결하고도 예쁜 젖꼭지를 발딱 세우고선,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표정이라니.
당황한 가질래의 얼굴이 너무도 귀엽다. 콧날을 찡끗할 때면 찹쌀떡같이 부드러운 저 말랑한 볼을 꼬집어 주고만 싶다.
그런 은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횡설수설하는 여자는 아이 같으면서도 감춰지지 않는 색기로 남자의 욕망을 한없이 자극했다.
“얘 넣기 전에 입으로 해줘야겠다.”
“입으로?”
“가질래가 참을 수 있나 몰라, 분명히 방방 뛸 텐데.”
“방방 뛰어?”
“젠장. 너무한데?”
“…….”
이 타이밍에 짜증 섞인 감탄사라니. 질래의 눈매가 살짝 흔들렸다. 왜 저러는 거지?
“그렇게 해맑으면 어쩌라는 거야. 다 벗지나 말던가.”
“…….”
“팬티는 젖었고.”
“…….”
남자의 손이 야릇하게 여자의 골반을 쓰다듬었다.
“여기는 다쳤고.”
덕분에 질래의 양 볼엔 봄꽃이 만개했다. 넝쿨도 없는데 귀 끝까지 활짝, 울긋불긋 꽃박람회가 따로 없었다.
“가혹하다. 현실이. 그치?”
“잠시만, 골반 나간 거 잊었어?”
나름 안 밀려 보려 했다. 초식동물이 포식자에게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듯 빽빽 질러 본다는 게 도리어 남자의 사냥 본능을 건드리고 말았다.
“골반 나간 여자는 어떻게 반응하나 볼까, 그럼?”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에 손에 잡힌 속옷이 허벅지까지 내려갔다. 투명한 애액으로 흥건해진 팬티도 부끄럽지만, 차마 속살을 맨정신으로 드러낼 자신이 없었다.
작은 손으로 재빨리 음부를 가려본다. 덕분에 허리가 꺾이고 가슴이 볼록하게 모여지는 관능적인 포즈가 연출됐나 보다. 의도치 않게 은우를 또 유혹했다.
“모르고 이러는 거야, 일부러 이러는 거야, 나 안달 나 죽으라고?”
지금 머릿속이 너 때문에 삭제 버튼 잘못 누른 메일함처럼 텅텅 비었거든. 가질래 인생에 이렇게 바보가 된 기분은 처음이었다.
하긴, 샴푸 하다 섹스라니.
매력적인 수컷 앞에선 암컷도 벗는다. 욕망적 끌림은 머리싸움이 아니란 걸 다시금 배웠다.
그래서 제 앞에 수컷이 얼른 저를 따뜻하게 안아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감춰뒀던 진심 중에 하나를 꺼내 들었다.
“씻고 싶어, 밑에.”
“아! 원하는 게 그거였어?”
정염으로 이글거렸던 남자의 얼굴에서 하얀 이가 살짝 드러났다. 남자가 제 머리를 쓸어 넘기나 싶더니 핑크색으로 물든 보들보들한 여자의 볼을 엄지 검지에 끼워 살랑살랑 흔들었다.
싫어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여자가 환하게 웃었다.
이에 용기를 얻은 은우가 전동의자의 각도를 세운다. 최대한 편안하게 다리를 벌릴 수 있도록 다치지 않게, 소중하게, 그녀의 허리를 고정시키는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쏴아아!
샤워기의 물을 틀어 적정 온도를 맞춘다. 떠나기 전에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을 온몸에 새겨 주리라며 극진하게, 최상의 즐거움을 선물해 주고만 싶다.
“따뜻해졌어.”
“부끄러워. 솔직히.”
생각해보니 몸을 섞는 일 보다 그에게 제 음부를 드러낸 채 빨게 하는 게 더 민망할 것 같았다. 질래 조차 제대로 들여다본 적 없는 은밀한 숲 아니었던가.
“그때도 그랬어.”
“그때도 밑에를 했다고?”
대답을 미루던 은우가 돌연 질래의 무릎을 잡고 천천히 가랑이를 벌렸다. 그러자 검은 숲에 가려진 선홍빛 속살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오므리려 했지만 허벅지 근육만이 푸들푸들 떨릴 뿐, 한 번 열린 사타구니는 닫힐 줄을 몰랐다.
“그때도 참 예뻤는데, 먹고 싶게 말이야.”
은우가 샤워기를 들어 질래의 배꼽 밑으로 물을 흘려보냈다. 애액으로 엉겨 붙은 음모가 물줄기 따라 한 방향으로 휘어졌다.
그러자 본격적인 남자의 움직임이 개시됐다. 바디 샴푸를 손에 묻혀 미끄덩한 속살을 친절하게 문질렀다. 샤워기 물줄기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면서도 손가락 하나로 빽빽하게 주름진 질구를 벌리듯 매만졌다.
“으, 으누야.”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 너무나도 자극적인 감촉에 여자는 쌀 것 같다는 표현을 어떨 때 쓰는지 알 것만 같았다.
꿈질대던 질구에선 속절없이 투명 액을 토해냈다. 방방 뜨는 힙을 억누른 채 은우와 질래는 이 야시시한 광경을 어색하게 내려다보았다. 풍만한 가슴에서 똑 떨어지는 잘록한 허리, 벌어진 다리 사이로 오가는 남자의 손, 포즈가 야했다.
하체로 피가 쏠려 터질 것만 같은 남자와 달리 여자는 고개를 숙였다.
“좀 다른 데 보면서 하면 안 돼? 나 민망한데.”
“보면서 씻겨야 좋게 해주지. 예쁘니까 고개 숙이지 마.”
말은 저렇게 해도, 말 잘 듣는 남자였다. 샤워기를 여자의 음모 속 패인 골짜기에 흘려보낸 후 탐스러운 여자의 유륜을 다정하게 핥아 줬다.
닿을 듯 말 듯, 유륜 주변을 빙빙 배회하는 남자의 손이 가슴을 주무르자 아로마 마사지라도 받는 듯 전신이 노글노글, 연하게 물러졌다. 뻣뻣하게 경직됐던 발끝도 서서히 드러누웠다.
“맛있어.”
타다닥, 샤워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질래의 엄지발가락이 동시에 휘었다. 다행인 건 들썩일 뻔한 엉덩이를 은우가 큰 손으로 고정시켜 줬다는 것이다.
동시에 뾰족하게 선 젖꼭지를 문 남자의 손이 질래의 음핵을 비틀었다.
참아지지 않는 색색거림. 혹, 다친 몸이 상할까 봐 반응하지 않으려 허리에 힘을 줬지만 남자는 더욱더 포악해졌다.
유두를 빨면서도 클리토리스를 꼬집듯 뭉개는 은우 때문에 질래의 이성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향한 듯 쾌감 따라 온몸이 반응했다.
가슴부터 골반까지 지분지분 내려가는 남자의 혓바닥에 전기라도 흐르는 듯, 흔적을 남긴 곳곳마다 찌릿찌릿. 홧홧한 감각들로 여자를 발버둥 치게 했다.
이쯤 되니 골반도 아팠다. 그런데도 저 포식자로부터 빠져나갈 생각이 이만큼도 없는 가련한 초식동물이었다.
저를 먹고 있는 포식자와 사랑에 빠지다니. 바보같이….
치골에서 사타구니로 물 흐르듯 그의 혀가 유연하게 이동했다. 통통한 음부에서 왔다 갔다 했다. 뚝뚝 끊었다가도 부드럽게 쫍쫍대는 환상의 혀 놀림은 보통이 아니었다. 매우 능숙했으며, 농익은 섹시미가 어설프지 않길래, 그게 좋았다.
“넣는다.”
지체 없는 선전포고. 반질반질해진 남자의 입술에서 다음 장면을 알려왔다. 숨이 턱턱 막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은우는 묵묵히 바지 버클을 풀어냈다. 그의 갈라진 허벅지 근육과 브리프를 뚫고 나온… 동그란 헤드. 크다. 엄청 컸다.
세상에. 그게 뭐라고 얼굴에 불이 났다. 은우가 벗는데 희한하게 제가 더 긴장됐다.
“저, 저기, 너 말이야.”
쪽팔리게 말까지 더듬었다.
“그래, 나.”
“안 아프게….”
헙, 그사이 싹 다 벗었다. 새하얀 근육 조각조각이 아름다운 다비드상 같은 남자였다. 물론 이탈리아에서 봤던 다비드상보단 훨씬, 컸다.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이 거대했다.
“할 수 있… 읍.”
이런. 거사를 앞두고 딸꾹질이라니. 정말 가지가지 한다. 질래는 스스로를 질책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그때 남자가 다가왔다.
성큼성큼, 어느새 그녀의 시선 밑으로 은우의 우윳빛 페니스가 찌를 듯이 솟아 있었다.
“가질래, 당황하지 말고 그냥 봐.”
흔들흔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육중한 살덩이가 아래위로 흔들렸다.
순간, 곧게 선 페니스가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지지지직. 지지지직. TV 속 화면조정 시간처럼, 은우의 모습이 조각조각 떠올랐다. 이내 지워졌던 은우의 나신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래, 맞아. 크리스마스, 은우 집, 닭발집 섹스까지.
완벽히는 아니지만,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둘씩 퍼즐처럼 맞춰졌다.
그런 질래의 상황을 알 리 없는 남자는 왜 저렇게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너무 커서 충격받은 표정인데?”
“우, 우리… 정말.”
“정말 뭐, 여기서 또 자니 마니, 남매니 뭐니 이런 소리 하면 진짜 안 봐준….”
“잤다.”
딸꾹.
“뭐?”
그의 성기를 끼운 채 헐떡이는 모습이 떠올랐다. 첫 경험 때의 그 얼얼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잤다고.”
“설마….”
“다는 아니야. 근데 떠올랐, 따알꾹!”
“정말?”
“…잠시만.”
질래가 딸꾹질을 멈추려고 눈을 감은 채로 마른 침을 삼켜 냈다. 어느새 기억 속 제 모습이 환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은우와 몸을 섞은 채로 혀를 내밀고, 사랑을 속삭이는 낯설고도 익숙한 저 여자는 분명 자신이었다. 누가 봐도 이은우에게 푹 빠져 있는 여자의 표정이었다.
“내가 너를….”
“나를 뭐?”
왜 눈물이 날까. 다비드상보다 더 멋진 은우의 얼굴이 점점 흐릿해져 갔다. 고작 잃어버린 그 하루가, 알고 보면 가장 소중했던 하루였거늘. 한 달이나 잊고 살았다니.
달싹이는 여자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은우 역시 계산이 안 됐다.
“말해봐, 내가 너를, 하다 말았어.”
침묵하던 질래의 앵두 같은 입술이 서서히 벌어졌다. 딸꾹질도 그새 멈춘 듯, 요동치던 그녀의 눈동자가 은우를 똑바로 응시했다.
“많이….”
“그래, 많이.”
“좋아했, 구나… 이은우를.”
남자가 고개를 아래위로 흔들었다. 페니스도 인사하듯 위아래로 까닥였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최상의 타이밍이었다.
“반가워, 가질래.”
“읏, 으, 으누야!”